태국 사법부, 전세계가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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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사법부, 전세계가 비난

울산울주 0 1856

 

잉락 친나왓 총리를 축출한 태국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국민이 민주적 투표로 선출한 총리를 사법부가 몰아낸 데 대해 외신들은 '사법 쿠데타'라는 말까지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사법부와 군부에 의한 총리 축출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태국의 삼권분립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 결정은 司法 쿠데타"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태국 야권 정치가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대신 군대·왕실·사법부에 의존했다"며 "헌재 재판관들은 자기들을 임명한 정치 엘리트들의 뜻대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외신은 과거 태국의 정치적 소요에 비교적 중립적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 헌재 결정의 정당성에 대해선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설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사실상의 사법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했다.


◇反탁신으로 뭉친 군부와 야당


태국 정치는 1932년 입헌군주제로 바뀐 뒤 쿠데타와 민주화 운동이 반복되면서 군부와 민주당이 서로를 비난하며 번갈아 집권해 왔다. 그러다 2001년 민주 헌법으로 치러진 첫 선거에선 친서민 정책을 내세운 탁신 친나왓(잉락의 친오빠)이 돌풍을 일으키며 정권을 잡았다. 그러자 반목해 왔던 군부와 민주당이 이때부터 존립의 위협을 느끼고 '반(反)탁신' 진영으로 전략적 연대를 시작했다. 반탁신 진영은 2006년 9월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을 부패 혐의로 몰아냈지만, 이후 친(親)탁신 세력이 강력하게 결집하면서 잉락 총리에 이르기까지 탁신 세력은 선거에서 잇달아 승리했다.


◇政敵 제거의 '칼'이 된 사법부


탁신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반탁신 세력이 휘두른 무기가 헌법재판소였다. 태국 군부는 탁신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 2008년에 헌법재판소를 해산, 재판관 9명 중 8명을 임명했다. 임기 9년인 헌법재판관들은 2017년까지 자리를 지키게 된다. 헌재는 2008년 9월 탁신 계열인 사막 순다라벳 총리를 "TV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출연료를 받아 공직자 겸직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해임했다. 석 달 뒤에는 같은 탁신 계열 솜차이 옹사왓 총리에 대해 "유권자를 매수했다"며 퇴출시켰다.


이병도 한국외대 교수는 "헌법재판관과 그들에 대한 승인 권한을 가진 상원의원, 군부가 모두 '탁신의 집권만은 막자'며 한편이 된 상황"이라고 했다. 아시아 전문가인 톰 플레이트 전 LA타임스 논설실장은 "선거로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소수파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나 나올 만한 결정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잉락 총리의 쌀 고가 수매 정책을 직무 태만 행위로 결론 내린 국가반부패위원회(NACC)도 법원과 함께 탁신 진영의 목을 조이는 '무기'가 됐다. 1999년 설립된 이 기구는 2007년 군부의 헌법 개정 당시 국가기관을 마음대로 조사할 수 있는 막강 권한을 부여받았다. 위원장과 8명의 위원은 상원의 추천을 받아 국왕이 임명하도록 돼 있으나 정파성이 짙다는 분석이다. 태국 상원은 반탁신 진영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푸미폰 국왕 역시 겉으로는 중립을 지키지만 반탁신 세력을 지지한다.


◇"태국 민주주의의 위기"


헌재의 과도한 권한 때문에 선거제도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헌재는 잉락 총리가 지난 2월 실시한 조기 총선에서 반정부 세력의 방해로 일부 선거구 투표가 차질을 빚자 '선거 무효' 판결을 내려 총리를 코너로 몰았다.


오는 7월 총선이 다시 치러질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태국 헌재는 총리·각료 국회의원 탄핵심판권한, 위헌정당해산심판 권한도 갖고 있다. 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권을 날려버릴 수 있는 '실탄'이 두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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