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반정부 시위사태, 민주화 개혁 계기될까>
걸산(杰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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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8 16:23
<泰반정부 시위사태, 민주화 개혁 계기될까>
- 계속되는 방콕의 대치
-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마주 보며 대치하고 있다. 잉락 친나왓 총리는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주고 퇴진하라는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의 제안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거절했으며 법원은 주요 정부 청사 점거 시위를 주도하면서 현 정부를 전복시키겠다고 선언한 수텝 전 부총리에 대해 반란혐의로 영장을 발부했다. marshal@yna.co.kr Anti-government protesters confron with Thai riot police during a protest rally in Bangkok, Thailand, Tuesday, Dec. 3, 2013. A firebrand opposition leader vowed Monday to escalate his campaign to topple Thailand's government, and ordered his followers to storm Bangkok's police headquarters after they fought all day with riot police protecting heavily barricaded key buildings. (AP Photo/Vincent Thian)
권력 다툼 반복으로 개혁 회의적 시각 많아
(방콕=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 태국이 반정부 시위사태로 인한 정국 위기를 맞아 정치권은 물론 군, 경찰, 사법부 등의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태국은 이전에도 군부 쿠데타, 반정부 시위 등으로 인해 여러 차례 정치 위기를 겪었으며, 그때마다 민주화 개혁 논의가 가열됐으나 실제 개혁은 이루어지지 못했거나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시위사태도 정국 혼란과 정권 교체를 초래하는 데 그치고 민주화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8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사면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포괄적 사면 추진을 계기로 지난달 초부터 본격화된 반정부 시위가 한달 반 가까이 지속됨에 따라 또다시 유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 위기가 심화되자 학계, 언론계 등은 인명 사상을 막기 위한 대화와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이번 사태를 광범위한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를 이끄는 보수 야당인 민주당 출신의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지난달 24일과 지난 1일에 이어 오는 9일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결전'을 다시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4일과 지난 1일 각각 10만여명이 시위에 참여했으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생일이었던 지난 5일을 전후에 시위 참여자는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수텝 전 부총리가 9일 시위에 100만명 참여를 촉구하고 시위 참여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더 이상 시위를 벌이지 않고 경찰에 자수하겠다고 선언해 9일 시위가 또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국은 지난 2008년에도 반 탁신 진영이 총리 청사를 3개월 동안 점거하고, 방콕 수완나품 공항을 1주일 점거하는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벌여 친탁신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당 정권을 출범시킨 바 있다.
이후 친탁신 진영인 이른바 '레드셔츠'들은 지난 2010년 방콕 중심가를 3개월 동안 점거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여 아피싯 웨차치와 당시 총리로부터 조기총선 약속을 얻어내고, 지난 2011년 현재의 잉락 정부를 출범시켰다.
군과 경찰이 지난 2010년 방콕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90여명이 숨지고, 1천700여명이 다쳤다.
반탁신 진영과 친탁신 진영은 지난 2008년과 2010년 각각 대규모 반정부를 시위를 벌이면서 공히 정치 개혁과 민주화 추진을 주장했으나, 정권을 잡은 뒤에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잉락 정부와 친탁신 정당인 집권 푸어 타이당은 집권 후 기회만 있으면 탁신 전 총리의 사면과 귀국을 추진해 민주당과 반 탁신 진영의 반발을 초래했다.
탁신 전 총리는 지난 2006년 19억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회사 주식을 싱가포르 테마섹 그룹에 팔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으로 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친탁신계의 부정부패는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푸어 타이당은 농민층의 지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고가의 쌀 수매 정책을 지속해 수조원대의 재정적자를 초래했으나, 이를 수정하지 않는 등 반대 진영의 여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민주당 역시 2008년 집권 뒤 약속했던 개혁을 실천하지 않아 이번 시위 사태로 정권 쟁탈에 성공하더라도 현재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민주화 개혁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번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수텝 전 부총리는 남부의 거대 고무농장 소유주 출신으로 한때 탁신과도 연락이 닿는 등 군부를 포함해 광범위한 정치 진영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995년 저소득 농민을 위한 토지개혁을 이용해 부유한 토호들에게 토지소유권을 부여한 혐의를 받아 사퇴한 전력이 있다.
수텝 전 부총리는 이번에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하면서 선거를 통하지 않고 과도 의회인 '국민회의'를 조직하겠다고 밝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국왕이 총리를 임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학계와 언론계는 정치권, 정치에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군부와 경찰, 사법부가 개혁되지 않으면 몇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는 대규모 시위와 정국 위기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태국은 삼권분립 원칙 아래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군은 물론 경찰 역시 정치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국민이 선출한 의원과 정당을 사법부가 집단으로 자격 정지시키거나 해산을 명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학계와 언론계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권력 투쟁, 정권 다툼의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되며 태국의 민주주의를 한걸음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국 위기로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짧게는 한달, 길게는 3~4개월 지속되다 유혈사태로 이어지곤 하는 반정부 시위 사태가 개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