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교통체증, 아, 정말 어쩔 수 없나?
태국의 수도 방콕의 차량 등록대수가 850만 대를 넘어섰다.
하루 통행량은 1천700만 대고,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18km도 안되고 있다. 900만 명인 방콕 인구수를 곧 추월해 2029년에는 차량 등록 대수가 1천만 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된다고 한다.
"날씨 좋고, 음식 맛 좋고, 마사지 좋고" 하며 '태국 찬양가'를 부르던 외국사람들도 방콕의 교통이야기만 나오면 두 손 두 발 다 번쩍 든다.
교통체증이 심각하니 방콕시와 태국 정부는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내놓고 있다. 얼마전 스쿰판 방콕시장은 "자동차를 사려면 주차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사견을 내놓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앞서 한 경찰 부국장은 "고물차가 고장 나 서 있는 바람에 차가 막히니 10년 이상 된 차는 지방에서나 운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격론이 일었다. 태국 토지운송국에 따르면 방콕시 등록 차량 중 580만대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최근 방콕시는 최대의 교통혼잡 구간인 아속에 우회전과 U-턴 금지지역을 확대했다. 이 뿐만 아니다.중앙선 곳곳에는 기둥을 촘촘히 박아 불법회전을 하지 못하게 했다.
현재까지로 볼 때 방콕의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아이디어는 시스템 개선이 아닌 대부분 개인의 차량사용을 제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방콕의 교통체증은 한마디로 정책의 부재와 미래에 대한 단견에서 비롯됐다.
방콕 사람들이 앞다퉈 차를 소유하려는 것은 멋도 아니고, 유행에서도 아닌 듯 하다.
한마디로 꼭 필요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른바 대중교통 미비 때문이다. 급여 50만~60만원의 직원이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것이 처음엔 이해가 안됐다.
방콕의 면적은 1,568.7㎢로 605.2㎢인 서울보다 2.5배 크지만 지상철2개 노선과 지하철 1개 노선 뿐이다. 버스를 포함하더라도 그 넓은 지역에 교통이 원활하지 하는 곳이 너무 너무 많다. 그러니 모두 차를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차가 없으면 오토바이라도 사야살아갈 수 있다.
여기에 정부는 차량 구입시 엄청나게 많은 세금을 부과해 차량 구입값이 한국에 비해 두배 정도는 높다. 공립학교 20년 경력의 교사가 1500cc 새 승용차를 사려면 한 푼 안쓰고 10년은 모아야 될까말까다.차를 사면 굴러가지 않을 때까지 타야하는 이유고, 낡은 차 고물차가 그렇게 도로에 넘치고 넘치는 까닭일 게다. 자동차 정기검사 들어본 적 없고, 폐차시키는 차를 보지 못했다.
고속도로를 제외하곤 중앙분리대가 없는 방콕시내 도로는 허다하다. 특히 이면 도로에선 차량은 물론 보행자, 오토바이가 한데 뒤엉켜 '거북이 걸음시합'을 한다. 차들은 아무 곳에서나 삐죽 머리를 내민다.좌회전, 우회전, 길 잘못 들면 심지어 후진까지 안 되는 곳도 없다. 보행자들은 아무 곳에서나 길을 건너고, 오토바이들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이쯤되면 교통이 정체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이 통에 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하루 42명, 연평균 1만2천명에 달한다. 동남아에서 제일 높다.
도심 요지에 속속 들어서는 쇼핑센터도 교통체증의 원흉이 아닐까? 몇년 전 세워진 대형백화점 시암패러건은 하루 5만-10만 명이 이용한다. 하지만 그 앞 도로는 백화점이 있었을 때나 없었을 때나 한결같은 편도 2차선이었다. 여기만 이런가? 태국에서 20개나 되는 센트럴 백화점 앞 도로가 대부분 그렇다.최근 동네에 센트럴 이스트빌 백화점이 생겼는데 그 뒤 이면 도로 왕복 2차선 도로 500미터를 주파하는데 주말엔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방콕 시내 백화점의 주차장에 차 끌고 들어갔다간 2-3시간은 통로에 갇혀 있을 준비를 해야 한다.
차를 사기전에 주차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말 대신 결정적인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이들 대형업체 들에겐 교통체증 유발금을 부과하고, 그것으로 육교를 짓거나, 중앙분리대를 만들거나, 도로를 확장하거나, 교통전산화에 쓴다면?
부과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백화점들이 들어선 이후에도 교통과 관련 된 것은 하나도 바뀐 것은 없고 차만 더욱 꽉꽉 막힐 뿐이다. 스쿰윗 메인도로 좌우로 시암패러건을 시작으로 센트럴엠버시, 엠콰티어 등 수년내 대형 쇼핑몰이 셀 수 없이 들어섰다.
교통법칙금 온라인 납부도 활성화 해야 한다. 불법주차, 신호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태국은 면허증을 압수한다. 하루 뒤 범칙금을 납부하면 면허증을 돌려주는데 이도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큰 주범이다. 하루 뒤 일부러 경찰서를 찾아가야 하니 더 막힐 것이고, 이것이 귀찮다 보니 경찰과 위반자들이'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타협을 한다.
경찰에게 주는 작은 돈을 뇌물로 생각하지 않은 태국인들의 문화적 풍토도 문제. 처벌이 가볍다 보니 아무데나 주차하고, 끼어들어 체증을 유발하는 게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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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안받는 모범경찰 포상제를 실시하려다 하루 만에 상금이 바닥나 취소를 하고만 해외토픽감 웃음거리 정책 대신 뇌물을 받는 경찰관 신고 포상제 같은 것을 실시해 근절해야 한다. 교통법칙금 납부의 전산화가 이뤄지면 교통이 시속 몇 킬로는 빨라지겠다는 생각이다.
방콕 시내 곳곳에 있는 수로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하기만 하다.
방콕은 지반이 약하고 물이 많아 지하공사를 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곳곳에 수로가 있다. 홍수 때는 이 수로들이 범람해 곤욕을 치른다. 그러나 평상시 많은 수로는 오염된 물과 악취를 풍기며 방치되어 있다. 주인 없는 개들도 머리가 아픈지 그 옆 길로는 안 다닐 정도다.
하천을 정비하고, 나무를 싶고, 배가 다닌다면 교통체증도 해결되고 관광자원도 될텐데 하는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최근 태국의 정부는 홀수 짝수 날을 정해 이면도로의 주차를 통제하고 있고, 소소한 법률을 엄격히 지키도록 하는 등 다소 달라진 모습도 발견되고 체험한다.
하지만 교통정책과 관련해선, 경찰 오토바이 앞세워 늘 뻥뻥 뚫린 길로 다니는 사람들에게 맡기지 말아야 한다. '교통정책 대 공모전'이나 전문가를 초빙한 '교통체증 해소 세미나'나 또는 '교통정책 특별 위원회'라도 구성해 봄이 어떨까?
중앙선에 말뚝 몇 개 세우고 회전 못하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방콕교통 체증을 해소하는 彌縫策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