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AP통신 2010-4-22 한국시간 오후 8시경 (번역) 크메르의 세계
방콕의 집회장에서 목격한 레드셔츠 그 이상의 무엇
More than just red shirts in Bangkok protest zone
| (사진) 집회구역 내에서 팔리고 있는 붉은 색의 각종 물건들. |
| (사진) 온 몸에 붉은색 의류를 착용한 시위대 노인의 모습. |
(기사작성) JOCELYN GECKER
(방콕) — 이제 태국의 시위현장에서는 기존의 레드셔츠(UDD: 반독재 국가민주연합전선)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사람들이 "레드셔츠" 시위에 합류하고 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붉은 차림새를 한 반정부 시위대를 위해, 야구모자에서 필립플랍(문양장식의 합성수지 슬리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판매되고 있다. 캐치팝(Catchy pop) 스타일로 작곡된 운동가요들이 울려퍼지고, 새로운 문구들이 태국어 회화에 도입되고 있다.
방콕 한복판의 바리케이트 뒷편에서, 하나의 전면적 붉은 문화가 출현하고 있다. 수많은 시위대가 방콕의 상업중심지를 3주째 차지하고 앉아, 아피싯 웻차치와(Abhisit Vejjajiva) 총리에게 즉각적인 의회해산과 새로운 총선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시위대를 진압할 시기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태국 정부는 4월 10일의 유혈사태 이후 새로운 폭력에 대해 우려하면서, 현재도 진압을 시도하기엔 너무도 많은 군중들이 있다고 말한다.
상당한 손실을 입으면서 대부분 휴업에 들어간 럭셔리한 호텔들과 화려한 쇼핑몰들 사이로, 하나의 완전한 기능을 가진 마을이 탄생했다. 시위대는 음식에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오락거리, 그리고 방대하게 진열된 의류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시골에서 올라온 주부인 다라니 빠라나(Daranee Parana: 42세) 씨는 "빨간색 옷을 입으면 자랑스러움을 느낀다"면서, 붉은 모자와 붉은 스카프, 붉은 티셔츠를 차려입었다. 붉은 신발과 붉은 선글라스는 집에 두고 왔다고 한다. 그녀는 "붉은색은 저로 하여금 민주주의에 대한 결의를 갖게 만듭니다. 저는 이런 제 모습을 타인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3 Km² 면적의 집회장으로 들어가려면, 방콕 중심부의 혼잡한 교통량을 차단한 대나무를 엮어만든 중세시대 스타일의 바리케이트를 넘어가야만 한다. 전경들과 군인들이 더 이상 이 지역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지만, 레드셔츠 사수대원들이 교통정리 및 보행자들을 인도해, 이제 "방콕의 레드 존"(Bangkok's Red Zone)이라 불리는 집회장으로 안내해준다.
무대에서 시위대 지도자들이 열띤 연설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레드셔츠 운동가요와 댄스가 펼쳐진다. 그러한 노래들 중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가 <사랑하라, 레드셔츠여!>(Love the Red Shirts)란 곡이다. 일렉트릭 기타와 키보드 반주로 고조를 시키는 이 곡은 "우리는 고통을 기억할지니, 용서하지 않으리라"로 시작하여, "아니야, 우린 그렇지 않아. 우린 물소가 아니라 인간이니까"로 이어진다. 태국에서는 어떤 이를 두고 어리석다고 말할 때 "물소"(water buffalo)라고 표현하며, 이는 욕설에 가까운 표현이 된다.
이 곡은 수많은 시골지역 풀뿌리들을 레드셔츠의 저항운동과 태국사회에서의 보다 많은 평등을 주창하는 데 참여시키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은 태국의 정치적 갈등을 전통적인 기득권층에 대한 시골지역 빈곤층의 저항으로 묘사하여 계급투쟁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사랑하라, 레드셔츠여!>는 "레드셔츠는 인내하리니. 우리는 인내해야만 하나니, 우리 생명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그대들은 전력으로 우리를 미워할 수 있지만, 도둑들의 지지자가 되진 말지어다"란 가사로 끝을 맺는다.
태국은 지난 몇년간 "2006년 쿠테타"로 물러나 현재는 징역 2년형의 선고를 피해 해외에 체류중인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를 둘러싼 갈등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다. 탁신 전 총리의 부정부패 혐의에도 불구하고, 레드셔츠는 그를 지지한다. 탁신 전 총리의 정책들이 빈곤층의 요구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레드셔츠의 반대파인 옐로우셔츠(PAD: 국민민주주의연대)는 탁신 실각 쿠테타를 지지했고, 이후에도 시위를 통해 선거로 출범했던 친탁신계 정부가 2번이나 물러나거나 해산당하는 데 일조를 했다.
레드셔츠들은 친탁신계 정부에 대해 사법부가 2번이나 부당한 해산결정을 내린 사이, 군부의 지원을 등에 엎고 정계개편을 통해 집권한 아피싯 총리 정부는 비합법적 정권이라고 믿고 있다.
가두시위는 진압됐지만 새로운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복잡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태국의 정치적 갈등은 사회를 양극화시켰고, 군과 경찰 내에서도 분열이 발생하게 만들었다. 최근에 등장한 신조어 "수박병사"(watermelon soldier)는, 병사들이 비록 겉에는 푸른 군복을 입었지만 마음만은 "레드"라는 현상을 빗대서 만든 말이다. 반면 그 반대의 정치적 성향을 가진 군인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노랗다"고 하여 "파인애플 병사"(pineapple soldier)란 말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경찰들에 대해 "토마토"(tomato)란 말까지 사용된다. 이는 겉에서부터 속까지 철저하게 "레드"(붉다)란 의미이다. 태국 경찰은 대부분 시골지역 출신이 많고, 전직 경찰이었던 탁신 전 총리를 광범위하게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단어들은 태국인들에게 중요한 식품재료들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말들이다. 현재 시위대가 장악한 지역에서는 카레, 국수, 매운 파파야 샐러드, 치킨 사테이, 여타 케밥류, 다양한 종류의 과자들이 팔리고 있고, 그 옆에선 기념품들을 파는 노점상들도 있다. 붉은 의류들뿐만 아니라, 휴대폰 충전기와 여성들의 속옷까지도 팔고 있다. 최근에 가장 잘 팔리는 물건 중 하나는, 바닥에 아피싯 총리의 얼굴이 그려진 필립플랍(슬리퍼)이다.
카니발 축제 부스와 같은 코너들에서는 아피싯 총리의 얼굴이 그려진 목표물을 맞춰서 쓰러뜨리는 게임도 진행된다. 쓰러뜨린 사람은 "의회해산"이란 문구가 새겨진 배게를 부상으로 얻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올해 40세의 여성시위대 워라차사 깐사리(Worarjsra Gansaree) 씨는 "우리가 비록 이런 게임을 즐기긴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가 휴가를 즐기러 온 건 아니다"면서, 자신의 사촌동생이 아피싯 총리의 얼굴을 명중시키자, "우리는 민주주의를 바라고 싸우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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