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태국 방콕 헬기서 보니
걸산(杰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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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9 20:34
`반정부 시위` 태국 방콕 헬기서 보니
관광지 한산…환전소 썰렁
여행업계 "이젠 끝냈으면"
관광지 한산…환전소 썰렁
여행업계 "이젠 끝냈으면"
기사입력 2013.12.19 17:27:31 | 최종수정 2013.12.19 17:35:54
상업지구가 밀집한 방콕 시내 시암 주변에 위치한 "에라완 사원" 주변. 외국인 관광객이 꼭 들러야 할 방콕 명소지만 최근 사원 인근에서 반정부 시위가 자주 일어나자 외국인 관광객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오른쪽은 유로콥터 신종 헬기 EC 175 탑승을 준비하는 이경진 기자. [방콕 = 이경진 기자]
잉락 친나왓 총리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태국 방콕의 하늘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국만큼이나 짙은 안개에 쌓여 있었다.
기자는 지난 17일 한국의 수리온급 규모의 유로콥터 신종 헬기(EC 175)를 타고 방콕 상공에서 도시 곳곳을 둘러봤다. 내년 세계 시장에 본격 출시되는 EC175는 해상 유전ㆍ가스전 인력과 물자 수송, 응급환자 수송, VIP 수송 등에 활용하는 다목적 헬기다. 최대 탑승 인원은 18명이며 수리온 설계에 도움을 준 유럽 최대 헬기 회사 유로콥터가 제작했다. 헬기는 황금빛을 뿜어내는 왕궁, 차오프라야 강, 국립운동장과 상업지구 위 수백 m 상공을 45분간 비행했다. 하지만 창문을 통해 내려다본 도시는 생기를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반정부 시위 장기화 여파로 방콕의 핵심 산업인 관광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최대 관광 성수기이자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불구하고 방콕 거리는 한산했다.
헬기에서 내린 다음날인 18일 시암ㆍ칫롬 등 상업지구에서 체감한 경기는 더욱 좋지 않았다. 역 주변의 환전소는 텅텅 비었고 관광안내소에서도 관광객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환전소에서 만난 경비원 퐁씨는 "바트화를 환전하려는 관광객 수가 많이 줄었다. 반정부 세력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외국 손님들이 방콕을 외면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시암역 인근 국립경찰청 앞에서 소규모 반정부 시위가 재개됐다. 무리를 이끄는 타원 센니얌 민주당 전 의원의 연설에 군중들은 박수와 호루라기 소리로 답했다. 잉락 친나왓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방콕을 찾는 관광객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시위대 결집 장소 인근 `에라완 사원`에서 만난 영국인 소피아 카터 씨는 "나라에서 태국 방문을 주의하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여행을 감행했다. 그런데 시내 중심에 떡 하니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으니 불안하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날 대형 쇼핑몰을 잇는 지하철 고가 보행로 `스카이 워크`는 시위대 집결로 폐쇄됐다.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인기가 좋은 상점 `시암 파라곤` `센트럴 월드` 등도 한산했다.
도시에 생계 기반을 둔 사람들의 불만도 쌓여 가고 있다.
손님 수송 오토바이를 모는 수랏 씨는 "정권의 운명이 벼랑 끝에 내몰렸든 어떻든 우리 같은 사람이야 사태의 수습을 바랄 뿐"이라고 한탄했다.
제조업 기반이 없는 데다 관광객까지 줄어들면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미국 달러화 대비 바트화 환율도 18일 32.33바트를 기록하면서 평가절하 행진을 지속 중이다. 윳타차이 순스론라타나밧 태국여행협회장은 "12월 들어 현재까지 방콕 관광객 수는 30만명으로 예상된다"며 "정치적 상황으로 당초 예상보다 8% 감소한 수치"라고 최근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태국 수텝 투악수반 전 부총리는 오는 22일 대규모 시위를 천명해 긴장감을 다시 한번 고조시키고 있다.
[방콕 = 이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