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미의 꿈을 그려간 14일간의 베트남-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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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미의 꿈을 그려간 14일간의 베트남-9편

산바람 3 1326

9. 티켓 그리고 샌달


참 고놈의 날씨!

몇 일째 해를 못 보고 비에 젖고 있습니다. 숙소 근처 Brown Eyes Cafe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왕릉투어를 갑니다.

비오는 거리를 걸어서 어제 봤던 그 강가까지 가이드를 따라 갑니다.

아 차 차 티켓이 어디 있지? 어디 갔어?

돈이 문제가 아니고 하루가 그냥 없어지는 게 아닌 가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안 되면 택시 렌트해가지고 하루 돌지 뭐로 생각을 맺고는...

이걸 어째 못 타게 하면 어떻게 하나? 안절부절 하던 순간이
보트트립 가이드가 담에 확인하자는 말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바라미 호주머니 한번 확인하고 몇 만원 벌었네!

아니었으면 바라미가 택시렌트 비용을 몽땅 물어야 할 판인데 말입니다.

OK 휴 ~우! 이게 전주곡이었습니다.

강에서 모래를 퍼 올리는 사람들 이 비에 몸을 맡기고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들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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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옷을 입은 여인들이 얼래 같은 것을 감아 바닥의 모래를 퍼 올립니다.

그리곤 이렇게 퍼 올린 모래를 팔러 가는 모양입니다. 그것도 배가 물에 잠길 듯이 어떻게 배가 가라앉지 않고 갈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바라미 전에 가졌던 “너 왜사니?” 에 대한 물음이 다시 떠오릅니다.

빚을 지고 이 땅에 태어나서는 그 빚의 정도에 따라 탄생지가 결정이 되고, 나의 빚을 다 갚았다 생각되는 순간 편안하게 쉬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라미의 사이비교주 정도의 엉뚱한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게 하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무엇이 이들에게 삶의 무게를 실어주고 살아가게 하는 걸까요?

이들의 삶의 무게가 예수의 십자가에 비해 무엇이 덜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흐르는 배에서 생각에 잠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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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이렇게 타고가다 잠기면 ...


잠시 후 “티엔무사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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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무사원 탑의 모양이 낯설지 않습니다. 혹시 중국의 탑이 저런 모양 아니었던가?

사원엔 호치민이 생전에 타고 다녔고, 차에서 테러를 당해 차와 함께 불타 아직도 호치민의 심장이 있다는 그 차를 모셔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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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은 아담하고 한국의 사찰로 말하자면 대웅전 앞엔 분재들이 많이 있는데, 날씨가 덥고 습해서인지 아주 작은 분에 커다란 나무들이 한 그루씩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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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의 심장이 남아 있다는 그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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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뜨덕 왕릉입니다. 왕릉을 해놓고 인부들을 모두 죽였다죠! 보물을 훔쳐 갈까봐 그리고 현재의 자리가 아니고 어딘지 모르는 곳에 묻어 놨답니다. 관심이 있는 분은 삽과 괭이라도 가져가 보시던가요.

배에서 내려 뜨덕 왕릉까지 쎄옴 왕복요금을 그냥 주고 말았습니다. 왕복이니 돌아 와서 줘야 하는데!

그러네! 어쩌지 아이그 머리 나쁘면 뭐가 고생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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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착한 쎄옴 아저씨 바라미 태우러 왔습니다. 팁이라도 주고 올 껄 정신이 없어 그냥 와서 후회했습니다. 베트남에 가서 바라미는 착하지 않은 분 딱 한분 뵈었죠. 그것도 할아버지였고, 많은 금액이 아니라서 웃고 넘어갔죠. 3,000동 짜리 생맥주 먹고 나서 화장실 찾았는데,

화장실(소변)이용료를 글쎄 5,000동 받으셨던 호이안 할아버지! “너무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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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덕 왕릉 앞에 있는 입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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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과 코끼리 상


세 번째 Hon Chem 입구에서는 작은 규모이고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가이드 말에 밖에서 놀다 그만 미끄러운 이끼가 낀 돌을 밟아 샌달 끈이 나가고 다리에 상처까지...

오늘 왜이래? 계속되는 실수입니다.

어쩔 수 없이 돌 돌 돌 터 턱 턱....

이소리가 뭔 소린지 아시는 분...

우비에서 실을 꺼내 신발을 묶고는 이제부터 어떻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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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트립 점심식사입니다. 보트트립 55000동 중 투어비가 25,000동이고 나머지 30,000동이 점심식사비 였답니다. 이투어에서 식사비를 5만동짜리와 7만동짜리가 있었습니다. 어쩐지 배 뒷편에서 하던 요리가 일부 나오지 않아 언제줄까? 김칫국을 마시고 있던 바라미 ㅋㅋㅋ
다시 카이딘릉 도착해서 또 쎄옴타고 “릉”을 가야 한다는 가이드 말에 안가! 동네 구경이나 할 거여!

샌달은 엉망이고 비는 내리고 또 쎄옴 뒤에 타고 왕릉구경 가는 건 포기하고...

동네 구경이나 하지 뭐! 그런데 목이 마르네!

먼지만 가득 쌓인 시골동네 가게에 생수가 있습니다.

하우 머치?

아주머니 표정이 꼭 이럽디다. 뭐시라고?

바라미 긍께요! “바오 니에우 띠엔” 이거요?

갑자기 가뭄에 단비 만났다는 듯 아줌씨 얼굴이 환해지더니 베트남 말을 막 쏟아 내는데 이제는 바라미가 난감합니다.

뭐시라고요? 아줌씨

역시 만국 공통어 바디~쥐가 최곱니다.

손가락 비틀고, 꺽고, 흔들어가며

으~잉 긍~께 8천5백동 이었구마 ~잉 ?

여기까지 성공하고는 바라미 1만동 내밀고 500동 때문에 또 한바탕 가게가 시끄러워 집니다.

음마 이걸 또 어쩐다냐~잉 환장 허것네!

오케이 2천동 준거 내가 500동 손해보고 그냥 1,000동 가져요 아줌씨!

안된답니다. 500동만 꼭 내노라고 헙니다. 워매! 환장 허것네~이

글믄 워쩌자고요. 뭐시라고 해볼라 해도 이건 말도 안 통허고 워쩐~댜

그러다가 아줌씨 오히려 바라미에게 천동 쥐어주고 그냥가랍니다.

알었슈! 미쳐불것네 그려. 미안함이 가슴에 꽉 찹니다. 내가 주고 와야지 이게 뭔 꼴~여

음마! 일행이 몽땅 워대로 간 거셔 시방. 여그서 어찌고 찾으라고...

달달거리는 샌달 끌고 일행 찾으러 헤매다 겨우 겨우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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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갔구마~잉

수업중인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몇 마디 나누고 소개 받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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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님 사진 찍자는데 엉뚱한 곳을 보고 계시네! 맘에 드셨나

담에 만약 여기 오게 될 때는 학용품이라도 꼭 사오겠다 생각하며 다시 배에서 내려준 곳으로 향합니다. 바라미가 언어를 좀 알면 인사라도 하고 갈수 있었을 텐데 오로지 써먹은 단어가 “안녕”하고 “이거 얼마니”이것 뿐이니 서운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베트남에 오기 전엔 좀 공부 좀 해서 몇 마디라도 현지인과 얘기를 나눠보자며 열심히 외우고 따라 했는데, 육성조인지 요것을 어찌 못해 바라미가 말을 해 봐야 알아듣질 못합니다.

또 그들이 말하는 말을 알아들을 재주도 없고... 좀 천천히 또박또박 말 좀 해주지 !

오면서 다시 가게에 들러 동행인들에게 500동짜리 동전을 얻어 주고 환하게 웃고 인사를 하고 옵니다. 고마웠어요. 아줌씨 행복하게 사~슈 담에 혹시 올 땐 분이라도 한통 사다 줄께요~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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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민망왕릉을 돌아봅니다. 민망 왕릉까지 가는 길은 비포장에 걸어서 가야 한답니다. 샌달이 버텨 주려나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는데 끝까지 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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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왕릉의 건물과 주변경관의 운치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만큼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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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샌달 끈이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다는 생각마저 잊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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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오늘의 모든 실수가 끝나는 순간입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현지인들이 바라미 실로 묶어진 샌달을 보며 정말 재밌게 웃어 줍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발을 묶어 놓은 끈이 반은 끊어져 끌리고 겨우겨우 바라미 걸음을 유지하고 있으니 웃음도 날입니다.

숙소 근처에 와서 250,000동 달라는 가죽 샌달을 깍고 또 깍아 150,000동에 하나 사 신고서 저녁식사를 하러 갑니다.

하노이에서 시티투어, 하롱베이, 닌빈-땀꼭 이 세 투어를 소화하기 위해 거금 59$/1인을 들여 국내선을 이용해 하노이로 가기로 되어 있습니다.

자 공항으로 갑시다.

택시가 훼 공항으로 가는데 미터기 요금이 우리가 낼 요금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워쩌! 또 더 줘야 하는 거 아녀

이번에도 아무 탈 없이 공항에 들어섰습니다.

3 Comments
인도지기 2007.04.05 22:37  
  바라미님의 글은 소설 같습니다.
진짜 책 쓰셔도 되실거 같은데요..^^
산바람 2007.04.05 23:40  
  언감생심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지기님
소쿠리는 나중에 여행가서 돌려 드릴께요
ㅋㅋㅋ
유리따 2007.04.09 13:50  
  몇년전 프라하에서 샌들이 끊어져 조카랑 번갈아 가며
신던적이 생각나네요. 나이키매장에 들어가 빨간 슬리퍼를 샀는데 맞는사이즈가 없어 큰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닌적이 엊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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