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달 부탁드립니다. (포카라, 카주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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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달 부탁드립니다. (포카라, 카주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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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꼭꼭 숨겨둔 비상금을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도무지 찾을 길 없어 허탈해지거나,

첫눈에 반해 버린, 오가며 자주 마주치는 사람을
곁눈질로 훔쳐보며 말이라도 한 번 붙여 볼까 가슴 콩닥거리거나,

사이가 매끄럽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뜻밖의 선물을 받고
속 좁은 자신을 탓하며,
간이라도 빼줄 것만 같은 턱없이 너그러운 마음이 된다거나,

우연히 만나,
며칠 동안 동행이 되어 떠돌다가 헤어진 이국의 여행자로부터

Hi, How are you? 로 시작되는
쮜리히 소인이 찍힌 안부 엽서를 받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우체국으로 달려가거나,

책갈피 속에서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빛바랜 사진속의 친구들을 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가슴이 따뜻해지거나,

더럽고 못사는 후진국, 인도같은 나라에는 왜 그렇게 자주 가냐는
어리석은 물음에 딱히 그 이유를 꼬집어 설명할 순 없지만,

두고 온 인도인들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거나,

한 번 쯤은 기다렸는지, 지금도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잊어버리거나 귀찮아서가 아니라

지킬 수가 없어서 지키지 못했던 약속 때문에
안타깝고 미안해 질 때, 그럴 때......

그럴 때가 있다.


지금의 내가 꼭 그렇다.
조금은 안타깝고 조금은 미안하다.

지키지 않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지킬 수가 없어서 지키지 못 한 약속 때문에.

처음에는 잊지 않았었고,
나중에는 몇 번 쯤 잊어버렸고 가끔씩은 생각이 났다.

다음에 가게 되면 그 때, 다음에 가게 되면.......


2004년 여름, 포카라. 네팔.
2005년 겨울, 카주라호. 인도.

떠나 올 때는, 곧 다시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리운 곳.
하지만, 다시는 되돌아가지 못하고 어느새 2007년 겨울이 깊었다.

영어 잘 하던 포카라 소년,
그는 아직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

리어카 노점상에서 버너로 짜이를 끓여 팔던
카주라호의 할아버지 같았던 아버지와 손자 같았던 아들은?

그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지킬 수 없어서 지키지 못한 내 약속을.

* * * * *

여행에서 돌아와, 약속했던 사람들에게 모두 사진을 보냈으나
어쩐일인지 위의 두 곳에서는 주소불명으로
소포가 반송되어 왔습니다.

보내줘야 하는데 하다가 잊어버리기도 했고
또 언젠가는 이 게시판에 글을 남기기도 했지만
지금껏 사진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 몇 장과 자그마한 선물을 혹시 전해주실 분 안계신지요?

네팔, 포카라.
인도, 카주라호.

두 곳입니다.

오래가지고 다니시면 번거로우실테고
네팔로 바로 들어가시는 분과
델리 in 하시는 분들 중,

가능하신 분은 메일 주시거나 답 글 좀 부탁드립니다.

선물이 부피 때문에 부담스러우시다면,
현지에서 직접 사주셔도 됩니다.

(어쩌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물 비용과 식사 한 끼 함께 할 비용은 제가 드리겠습니다.
참, 사진은 몇 장 되지 않습니다.

laosbo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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