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나 강의 뱃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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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나 강의 뱃사공~~

바라나시 1 868

2oo3년 12월 다시 찾은 인도는 여러모로 나를 힘들게 했다.

햇빛없이 흐리기만한 하늘...툭하면 떨어지는 빗방울..

날 지치게 만드는 하나밖에 없는 나의 일행..

크리스마스이브를 기차안에서 배고픔과 싸우며 보내고..(환전한 돈이 없어서...T.T)

25일 아그라에 도착했다.

타지마할을 보겠다는 일행을 먼져 내보내고..

하는일없이 타즈간즈를 걷다가 식사를 하러 들어간 식당에서 만난 한국인여행자...

겁이라는것에 대한 개념을 어디에다 팔아념겼는지..

그녀는 혼자서도 아주 씩씩하게 제대로된 여행을 즐기는듯...

혼자서 현지인집에 초대받아 놀러가기...기차안에서 현지인들에게 밥 뺐어먹기..

바라나시에서 오밤중에 혼자서 보트타러 나가기..

나로서는 도무지 상상할수 없는 멋있고 위험한 여행을 하던 그녀...

부럽기도하고..걱정스럽기도하고..

그녀의 유창한 영어실력과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다가가 친해지는 성격...

그런 그녀를 보면서 지금까지 내여행이 힘들었던 이유가 나로부터일꺼라는 생각.....

심한 경계심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나는 나의 경계심을인해 내가 지쳐버린꼴 이였다.

여튼...그녀와의 식사를 끝내고 나는 야무나 강가로......

첫번째 인도여행을 다녀와서 그 여행의 아쉬움을 잊지못해..여기저기 사이트를 둘러보고 다닐때..

나는 어느 인도여행 카페에서 한장의 그림을 봤다. 야무나 강가에서 그린 타지마할..

교과서에서 혹은 티비에서 보는 방향 위치 그래도의 타지마할을 보고 돌아온 후였고.

내 두번째 여행에서는 꼭 야무나강변의 타지마할을 보겠다고 아쉬움으로 훗날을 기약했었다.


슬슬 걷고있는데 릭샤 한대가 내 옆에 바짝 붙어선다...

삐쩍 마른 할배가 날보며 한마디 외친다..."파이브 루피"

걸어서 오분인데....싫다고 했더니..도무지 갈 기미는 보이질 않고..

그래 내가 타줘야 이사람들도 먹고 사는거다. 내비록 만만치 않은 무게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분명 이사람들에게 정당한 도움을 주는거다 라는 생각으로..

냉큼 올라타면서도 미안해진다..너무 말랐다...헉 한국같으면 욕먹었다..

젊디젊은것이 노인네 부려먹는다고..."

케이티엑슈를 능가하는 속도로 도착한 야무나 강변...

인도의 12월은 따땃한 햇빛이 비추는 한여름의 날씨가 아니다. 춥다~~~~아...T.T

그런데 그 강변의 칼바람(?)속에서 얇은 숄 하나만 두른 할배가 너무 불쌍해보여

돌아가라고 10루피를 내밀었더니 기다리겠단다. 괜찮은데...추울껀데....

그래도 누군가가 날 기다려 주겠다니 고마운일이 아닌가..

물론 이해타산의 관계에의 성립된거긴 하지만 그래도 썩 나쁘지는 않네...

야무나 강변은...

더럽다...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들...시커먼 물...그 위에 곧 가라앉을것같은 조각배 한척..

서울의 비둘기들조차 형님을 외쳐야할 씩씩한 까마귀들...

그래도 왔으니 고독 비스무리한거라도 씹어볼까해서 강가에 주저 앉아본다.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외국인 할배를 시작으로 현지인 아저씨들이 내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외국인 할배는 나에게 몇마디 시켜보더니 내 짧은 영어에 답답했는지 일어서고 다음타자 현지인

아저씨가 털썩 주저 앉더니 내 호구조사를 시작한다.

"어디서왔니? 남한 북한? 몇살이야? 결혼은? 직업은? 어디서 묵어? 나랑 결혼하자..까지는 안갔다 ....."

인도 어딜가나 내가 현지인과 할수있는 영어는 여기까지다...T.T

여기까지 이야기하는데도 한참 걸린다. 짧은 가방끈, 짧은 영어, 짧은 지식, 짧은 목(?), 짧은 다리..

서로의 짧은 영어로 대화가 끊기자 영업모드로 돌아서는 아저씨..배를 타보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여기 보트가 어딧어...설마...저..저..저...조각배?"

그래 저것이 나의 보트야 멋나지...으쓱~~~하는듯이 씨~~익 웃는 아저씨..

가라앉을꺼같은데...저게 뜨기는 뜨나...

"배를 타고 건너가면 블랙타지마할이 있어 (아~~블랙타지마할...들어봤다..) 그거 보러가자"

살랑살랑부는 겨울바람에 스산한 강변..거기에 씹던 고독까지 더해지니..가봐야겠다는생각이

내 머리를 때렸고 인도여행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흥정도 없이 배위에 올라타버렸다.

허름한배위에 허름한 돗자리를 펴고 내 전용 뱃사공과 그의 조수를 태우고 내 야무나강의

투어가 시작되는 순간이였다.....ㅎㅎ...(생각하면 지금도뿌뜻~~~)

강 건너편에서 강위로 비치는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씹던 고독을 마져 씹고 있는데..

저 너머로 가면 블랙타지마할이 있다고 가자는 아저씨가 순간 날 긴장 시킨다.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인지..아니면 거기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인지 현지인들은 모여드는데...

그때 내 머릿속의 필름들은 기가 막힌 영화를 재생시키고..

(뭐 날 끌고가서 내 돈을 뺐는다던지..날 팔아넘긴다던지..뭐 이런....T.T)

두눈가득 불안을 담고서 돌아가자고 뱃사공에 이야기를 했는데.

돌아오는 배에는 조수가 타질 않았다.

이젠 배에타니 또 다른 레파토리의 영화가 상영된다.

(날 강 한가운데서 밀어버리는거지...그리고 내가 뜰때를 기다려 돈을 챙기는거야...T.T)

상영되는 영화를 보면서 살수있는 방법을 모색하느라 정신이 없을때..

하늘을 향해 퍼지는 노랫소리...

누군가가 그랬던가..어느 책에서 봤던가...

인도인들은 영적으로 맑아서 그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현재 감정의 상태를 읽을수가 있단다.

이사람이 슬픈지..아픈지..무서운지..두려운지..

창피하고 눈물이 났다. 기쁘고 고마웠다.

야무나강은 아주 멋진 야외무대였고 뱃사공은 단 한명의 배우이고 나는 단 한명의 관객이였다.

혼신의 힘으로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서

이제 그만 불안하고 웃어보라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듯했다.

단 10분의 무대였지만 세상어디에서도 찾을수 없을것이다.

나는 뱃사공 눈에서 무지개를 찾을수가 있었고 뱃사공의 노래에서 그사람의 행복을 엿볼수가 있었다.

얼마되지도 않는 돈때문에 순간 이사람들을 의심하고 오해했던 내 자신이 너무 창피스러웠다.

무대가 끝나고 뱃사공에게 100루피를 내밀면서 이야기했다.

50루피는 배삯이고 나머지 50루피는 당신 무대에대한 입장료입니다.

마지막으로 어깨동무에 V자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찍고 그날의 무대는 끝이났다.

난 100루피의 입장료를 내고 그보다 다섯배는 더 비싼 타지마할보다

더큰 감동은 얻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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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인데 누구에게도 이야기해준적이 없네요. 혹시 가시는분들 그 아저씨 찾아보세요.

집에가면 사진이 있을껀데...기념사진...찾아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배가 아직도 떠다니는지 궁금하네요...

1 Comments
sylvia 2006.09.28 18:43  
  글 속에 등장하는 그녀는 참 대단하신 분이네요~ 정말 여행을 즐기시는.. 그러기 위해서는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데~~ 전 안전을 더 택하는 쪽이라서 ㅋㅋ
저는 경계심이 너무 강해서 인도 현지 사람들과 많이 접해보지 못한 것 같아요. 다가 오는 사람은 다 무섭게 느껴지고 그래서 눈도 거의 안 마주쳤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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