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영감 카오산 갔던 이야기 6 (마지막회-국제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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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영감 카오산 갔던 이야기 6 (마지막회-국제 호구)

bomnalcafe 21 4797

일진이 안 좋은 날이 있나보다 

새벽부터 카오산 메인로드 바로위에 식당많은 골목에 가서 40밧쯤 되는 경제반을 사먹고

내가 다먹고나니 왕새우도 먹었자나 뭣도 먹었자나 하면서 마구마구 우격다짐을 하는바람에 

어쩌지도 못하고 200밧을 털렸는데 

택시도 타니 거스름돈 50밧 안주고 배째라고 버팅기는 바람에 못 받고...

호구도 이런 호구가 따로 없다.

말레이시아에서 호구노릇 하다가 이제 태국까지 와서 호구노릇을 하고 있으니

이제 좀만 더 있으면 국제 호구라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을까 싶으다.


울적한 기분으로 람부뜨리 거리를 걸어가는데 토스트와 과일주스 같은걸 파는 가게가 있어서 

나는 토스트와 커피를 한잔 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바로 옆 자리에 왠지 안면이 있는듯한 한국 아가씨 두명이 앉아있었다.

그런데 이 아가씨들이 핸드폰을 손에쥐고 팔을 쭉 뻗어서 자기 얼굴을 사진찍고는 화면을 들여다보고

또 팔을 뻗어 얼굴 사진을 찍고 또 들여다보고....그러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자기 얼굴 뭣하러 자꾸 찍어서 들여다보나 집에가서 거울을 보면 될텐데...

생각하고 있는데 이 아가씨들이 나를보고


"아저씨! 안녕하세요?  동대문에서도 보고 카오산에서 자주 보네요. 

이제 이 근처에 있는 유명한곳은 다 가보셨겠네요"


라고 하였는데 나는 왠지 풀이죽어서

"그게....왓포밖에 못가봐서...."

라고 조그맣게 대답했는데


이 아가씨들이

"예? 왓포요? 그쪽에 가셨으면 왕궁을 들어가 보셔야지

왕궁은 안 가보시고 왓포에 뭣하러 가셨어요? 거긴 볼것도 없는데요"

하는것이었다.





시바.....


나도 왕궁에 갔었다고...

그런데 어쩌다가 길을 잘못들어서 왓포에 들어가버렸다고.....

그런데 왓포에 뭣하러 가셨냐고 물으면 낸들 알겠냐고....


옛날부터 나처럼 왜 오는지 모르고 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사원 이름이 <What for?>가 된거 아니겠냐고....







간다고!

가면 될꺼아냐!

왕궁에 가면 될꺼 아니냐고!!!!


나는 가게를 나와서 왕궁을 향해 걸어갔다.

지난번에 말했던 그 무시무시한 도로가 또 내 앞을 막았지만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무식하게 도로로 발을 내딛었다.


시바!

내가 니들이 무서워서 호구노릇 한줄아나?

바로 며칠전에 내 손 꼭잡고 이 길 건너준

그 태국할배 때문에 말 한마디 안하고 니들이 달라고 하는대로 줬다. 어쩔래?


시바!

나 건너간다고!

나를 칠테면 치어보라고!

내 나이가 얼마인데 지금가도 호상인데 무서울것도 없다고!


나는 어제 카오산에서 산 티셔츠를 오늘 아침에 입고 돌아다녔더니 몸에서 땀이 많이 나니까 

옷에서 물이 빠져 몸에 초록색 물감이 묻어나서 요즘 세상에도 물빠지는 옷이 있구나 

내가 점점 파충류가 되어가네 어쩌다 간혹 이런 옷이 있을텐데 하필이면 나한테 당첨 되었을까 

나는 정말 되는일이 없어 하는 생각에다가

오늘 호구 노릇 많이한 울적한 마음까지 겹쳐져서

왠지 모르게 분하고 슬픈 마음이 되어 울먹울먹하면서 왕궁을 향해 도로를 건너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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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노인네의 재미없는글

참고 읽어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디 꿈을 이루소서



21 Comments
캠프리 2015.03.16 10:09  
시즌2가 곧 연재 되길 기대해봅니다 재미난 글 감사합니다
앙큼오시 2015.03.16 10:38  
그래도 여자분들이 먼저 말걸어줫다는거에서
저보다 나은점이.....잠시 눈물좀 닦고...ㅡㅜ
Robbine 2015.03.23 14:1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아저씨라고 부르면 승질 낼거면서 ㅋㅋ
짤짤 2015.03.16 10:39  
내 나이가 원, 투, 쓰리도 아니고...
지금 가도 호상이라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근디 <님을 위한 행진곡>은 백기완의 시가 원전이라는 거 아세요?
jbrother 2015.03.16 12:11  
글을 통해서 느껴지는 봄날님이 재미있었는데,

갑자기 연속극이 종영되네요

다음편 고대합니다
날자보더™ 2015.03.16 12:11  
이렇게 급마무리 지어버리시는거...반칙아니에요??! 섭섭ㅠㅠ
아유타야 에피소드도 아직 안 써 주셨는데...
나중에 한가해지시면 아직 다 못다한 얘기 또 써주세요~
ReinaB 2015.03.16 18:58  
이러시면 안됩니다 ㅠㅠㅠ
꾼이야 2015.03.16 19:12  
끝이....

2부를 기다릴게요...연재해주세요..ㅠㅠ

너무 재밌어요
diggingformore 2015.03.16 21:05  
지금 가도 호상이라니 ㅋㅋ 자학개그에만 가능한 어휘네요..
남한테 썼다가는;;
울먹울먹 뛰어가신 뒤가 궁금하네요.ㅋㅋ
독자랑 밀당하기 있습니까??
lyrawoo 2015.03.16 22:09  
벌써 끝이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쵸파슥하 2015.03.17 00:45  
아.... 이렇게 끝나서 제가 울먹울먹합니다. ㅜㅜ
쵸파짱 2015.03.17 08:13  
아쉬워요.............
근데 왜...또 ㅋㅋㅋㅋ시골영감 이라면서 ㅋㅋ 글이 올라올것만 같은 기분은 뭐지요...?ㅋㅋㅋ
지금까지 올리신글 너무 잼있게 ^^^다 잘읽고갑니다~~~
동동이21 2015.03.17 14:34  
제목이 너무 웃겨요~~ㅋㅋ
참새하루 2015.03.17 15:42  
이런 절단신공이....

혹시
후속편은 곧 출간되오니
돈주고 사보소서...
이러는것 아니신가요?

책으로 출간되면 돈을 주고서라도
꼭 사보고 싶은 여행기입니다

부디 꼭 시즌2 이어주세요
보라tour 2015.03.17 17:19  
남 들 야그 가 아닐 듯 합니다
잔챠 2015.03.18 13:19  
아니 이리 중요한 순간에 ㅠㅠ
다음편을 올려주시지요 ^^ 예 ^^
시즌 2 를 기다리겠사옵니다 ^^
Robbine 2015.03.23 14:17  
급 마무리에 웃다가 잠시 서운해지네요.
시즌2 곧 나오죠?
하울링링 2015.04.02 15:35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웃겨요 .. 시즌2 어서주세요 ~~~국제호구라니요 ㅠㅠ하하
남피 2015.05.03 06:51  
말레이시아 이야기도 적어주세요. 더 디테일하게 나올 듯 한 느낌이예요^^
숨좀쉬자 2015.06.01 11:52  
재밌게 잘 보았슨니다, 후속작도 기대하겠습니다
기원전 2015.09.07 06:07  
what for...........ㅋㅋㅋㅋ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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