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영감 카오산 갔던 이야기 6 (마지막회-국제 호구)
일진이 안 좋은 날이 있나보다
새벽부터 카오산 메인로드 바로위에 식당많은 골목에 가서 40밧쯤 되는 경제반을 사먹고
내가 다먹고나니 왕새우도 먹었자나 뭣도 먹었자나 하면서 마구마구 우격다짐을 하는바람에
어쩌지도 못하고 200밧을 털렸는데
택시도 타니 거스름돈 50밧 안주고 배째라고 버팅기는 바람에 못 받고...
호구도 이런 호구가 따로 없다.
말레이시아에서 호구노릇 하다가 이제 태국까지 와서 호구노릇을 하고 있으니
이제 좀만 더 있으면 국제 호구라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을까 싶으다.
울적한 기분으로 람부뜨리 거리를 걸어가는데 토스트와 과일주스 같은걸 파는 가게가 있어서
나는 토스트와 커피를 한잔 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바로 옆 자리에 왠지 안면이 있는듯한 한국 아가씨 두명이 앉아있었다.
그런데 이 아가씨들이 핸드폰을 손에쥐고 팔을 쭉 뻗어서 자기 얼굴을 사진찍고는 화면을 들여다보고
또 팔을 뻗어 얼굴 사진을 찍고 또 들여다보고....그러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자기 얼굴 뭣하러 자꾸 찍어서 들여다보나 집에가서 거울을 보면 될텐데...
생각하고 있는데 이 아가씨들이 나를보고
"아저씨! 안녕하세요? 동대문에서도 보고 카오산에서 자주 보네요.
이제 이 근처에 있는 유명한곳은 다 가보셨겠네요"
라고 하였는데 나는 왠지 풀이죽어서
"그게....왓포밖에 못가봐서...."
라고 조그맣게 대답했는데
이 아가씨들이
"예? 왓포요? 그쪽에 가셨으면 왕궁을 들어가 보셔야지
왕궁은 안 가보시고 왓포에 뭣하러 가셨어요? 거긴 볼것도 없는데요"
하는것이었다.
시바.....
나도 왕궁에 갔었다고...
그런데 어쩌다가 길을 잘못들어서 왓포에 들어가버렸다고.....
그런데 왓포에 뭣하러 가셨냐고 물으면 낸들 알겠냐고....
옛날부터 나처럼 왜 오는지 모르고 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사원 이름이 <What for?>가 된거 아니겠냐고....
간다고!
가면 될꺼아냐!
왕궁에 가면 될꺼 아니냐고!!!!
나는 가게를 나와서 왕궁을 향해 걸어갔다.
지난번에 말했던 그 무시무시한 도로가 또 내 앞을 막았지만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무식하게 도로로 발을 내딛었다.
시바!
내가 니들이 무서워서 호구노릇 한줄아나?
바로 며칠전에 내 손 꼭잡고 이 길 건너준
그 태국할배 때문에 말 한마디 안하고 니들이 달라고 하는대로 줬다. 어쩔래?
시바!
나 건너간다고!
나를 칠테면 치어보라고!
내 나이가 얼마인데 지금가도 호상인데 무서울것도 없다고!
나는 어제 카오산에서 산 티셔츠를 오늘 아침에 입고 돌아다녔더니 몸에서 땀이 많이 나니까
옷에서 물이 빠져 몸에 초록색 물감이 묻어나서 요즘 세상에도 물빠지는 옷이 있구나
내가 점점 파충류가 되어가네 어쩌다 간혹 이런 옷이 있을텐데 하필이면 나한테 당첨 되었을까
나는 정말 되는일이 없어 하는 생각에다가
오늘 호구 노릇 많이한 울적한 마음까지 겹쳐져서
왠지 모르게 분하고 슬픈 마음이 되어 울먹울먹하면서 왕궁을 향해 도로를 건너가기 시작하였다.
****************************************************
지금까지
노인네의 재미없는글
참고 읽어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디 꿈을 이루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