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영감 카오산 갔던 이야기 5 (나를 미워하는 처녀)
-칸차나부리 1일투어-
동대문 사장님이 내일 아침 7시에 내 숙소인 <람푸하우스> 마당에서 기다리면
픽업하는 차가 온다고 하셨기때문에 나는 숙소마다 픽업하러 다니나보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가까와오니 여기저기서 작은 배낭을 맨 동양 서양 사람들이 하나 둘
람푸하우스 마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대체로 보니 일본청년들이 두 그룹인데 합쳐서 6명쯤 되고 한국처자 두명
그외에 동서양 남녀들은 말을 들어봐도 어느나라인지 알수 없었다.
그런데...
일본 청년중에 내가봐도 뭔가 잘 생긴... 게다가 분위기도 있어보이는 청년이 하나 있었는데
문제는 한국처자중에 한명이 이 남자한테 완전 반해버린것이다.
반해버렸는지 어떻게 아느냐하면
사람이 뭔가에 홀리면 이성을 잃어버리는것인지
이 아가씨는누가봐도 표가 날 정도로 이 남자한테가서 들이대는데
영어로 해봤다가 서툰 일본말로 해봤다가 하면서 노력을 하는것인데
내가 옆에서 보기에는 이 일본남자는 이 아가씨한테 영 취미가 없는것 같고 가끔씩
자기 일행들을 보고 난처한 표정을 짓곤하면 그 일행들은 또 재미있다는듯이
잘해봐라는식으로 옆으로 피해버리곤 하는것이었다.
그런데 어쨋거나 조그만 봉고차 비슷한 차가 한대 오더니 사람들을 태우는데
희안하게 빈 자리없이 좌석이 꽉차는것이었다.
아마 좌석수에 맞춰서 손님들한테 차를 배정하는것 같았다.
나는 차를 탈때 어쩌다가보니 제일 먼저 타게되어 얼떨결에 출입문 바로앞에 좌석에 앉아버렸는데
내 자리만 혼자 앉게 되어있고 다른 좌석은 전부 두명씩 앉게되어있었다.
그런데 한참 차를 타고 가다가 무심코보니 어느틈에 그 한국처자가 아까 그 일본청년 옆자리에
앉아있고 그 처자의 일행인 한국처자는 혼자서 다른 사람과 뻘쭘하게 앉아있는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 두 처자는 원래 친구가 아니라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런데 차가 중간에 어디 들릴때마다 다들 내렸다가
출발할때는 다시 타곤하는데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기가 처음에 앉았던 자리에 자기 자리처럼 계속 앉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칸차나부리 투어를 다 마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후 이제 카오산으로 돌아가면 되는것 같은데....
차에 올라가니 내 자리에 난데없이 그 일본청년이 앉아서 완전 자는척을 하고 있는것이었다.
이럴수가!
그럼 나는 어디 앉으라고...
그런데 따지고보면 지정된 좌석번호가 있는것도 아닌데
그 한국 아가씨가 싫어서 도망온듯한 이 청년을 툭툭치고 내 자리 비켜라 할수도 없는것이었다.
나는 참으로 곤란해진것이 아직 사람들이 덜 올라타서 빈자리는 좀 있었지만
이 청년이 내 자리에 앉았다고해서 나도 아무자리에나 가서 앉아버릴만큼
그런 배짱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것이 뭐 그렇다면 나는 아까 니가 앉았던 자리에 가서 앉으면 되겠네
이렇게 생각하고 아까 그 청년이 앉아있던 자리에 가서 앉았는데
(나는 내자리가 이 청년에게 당첨된것은 내가 한국사람인듯해서 일것 같았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그게아니고
내 자리는 옆자리가 없기 때문인것 같았다.)
좀 있으니 자리가 다 차고 그 한국 아가씨가 뭔가 음료수캔을 두개 사서 손에들고 올라오더니
........
자기 옆자리에 유통기한 다 되어가는 한국 노인네가 앉아있고
그 일본 청년이 저 쪽에 앉아서 자고있는(척하는?) 상황을 깨달아버린것이다.
........
아......
그때부터 카오산까지 오는길은 참으로 힘들었다.
이 아가씨는 끊임없이 짜증을 내면서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기도하고 게다가 울기도 하였다.
나는 참으로 불편하게 앉아 있었는데 왜냐하면 이 작은 차는 둘이 앉는 좌석이라해도 좁아서
내 다리가 아주 조금만 자기 다리에 스치기만해도 화난 목소리로
"아저씨! 다리 좀 치워주실래요!"
하는데 아 시바 차 안에 외국인들이라 말을 못 알아먹어 천만다행이지
보통 이런식으로 젊은처자-늙은할배 이런 조합일때는 무조건
나이살이나 먹은 노인네가 젊은 처자 옆에 앉아서 자꾸 갖다대는구나 이렇게 되버리기 때문이다.
겨우 카오산으로 돌아와서 숙소에서 좀 쉬고
동대문으로 밥도 먹을겸 사장님께 잘 다녀왔다고 인사하러 갔는데
이 아가씨가 결국 일행인 다른 한국처자와 삐쳐버렸는지 혼자서 들어오는것이었다.
들어오다가 나를 보더니 또 다시 나를 째려보더니 뒤돌아서 휙 나가버렸는데
동대문 사장님은 뭔일인가하고 나를 쳐다보고....시바
밥 먹으면서 이 처자가 왜 죄없는 나를 그토록 미워하나 생각해 보았는데
그제서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다들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경향이 있기때문에
이 처자는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것이다.
"혼자인 저 한국노인이 나한테 추근대고 싶어서 먼저 내 옆자리에 앉아버렸을것이다.
그러니 나를 좋아하는 착한 일본 남자는 권리주장도 못하고
어쩔수없이 이 노인네의 자리에 앉을수밖에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영감탱이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