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열여덟, 세가족 말레이에서 홍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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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기다란 쉼표 열여덟, 세가족 말레이에서 홍콩으로.

지지퍼그 8 1239


말레이시아, 빠이~! 하고 홍콩으로 떠나는 날 아침이 밝았다.
22일 긴 여정의 마지막 도시인 홍콩!
말레이시아와 태국에 대해서는 거의 달달 외다시피 정보를 입수해서 떠났지만 사실 홍콩에 대해선 공부한 게 전혀 없었다. 작은 도시니까 그냥 가면 다 어떻게 되겠지..막연히 생각하며 무대뽀로 쳐들어갔다.
그래서 당연히 여기저기 많이 다니지도 못하고 맛난 음식점, 멋진 쇼핑몰 다 놓치고 수박겉핥기만 하고 돌아온 것 같아 영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 공부하고 떠나야 제대로 돌아보고 올 수 있다는 진리. ^^;

암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식 먹고 (로얄빈땅은 다른 건 다 최고였는데 조식부페는 진짜 그저그랬다...) 공항으로 향한다.
어제 마인즈시티에서 호텔 돌아올 때 타고왔던 택시기사와 미리 약속을 해놓은 덕에 기다리고 있던 아저씨 택시를 바로 타고 출발!

말레이시아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말라카에도 가보고 근교 테마공원도 가보고자 했던 계획과 달리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만 뱅글뱅글 돌다가 그냥 가는 것 같아서...
다음에 말레이랑 홍콩이랑 다시 찾을 기회가 오겠지...올꺼야...와야지...쩝.

말레이 떠나는 아쉬움으로 사진 한컷 남긴다.
말레이 영어가 진짜 특이한(?) 게 많아서 볼 때마다 찍어뒀는데 그거 모은 거당.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것 같다. 아이스크림하고 바떼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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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이퍼시픽 타고 날아오른다. 비행기 이제 지겨울 것도 같은데 전혀 수그러들 기세 없는 고소공포증. 그래도 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것도 같다. 덜덜 떨며 긴장한 채 가는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비행시간이 짧아서 그런가.

skyair.jpg

홍콩 공항에 내려서 또 열검색을 하고...들어간다. 사스 때문인 것 같은데... 인상깊었다.

gum.jpg

그리고 공항을 나서며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 것은 바로 그 유명한 2층버스.
아! 홍콩에 왔구나!!
갑자기 들이밀어지는 한자에 당황! 버스도 택시도 모두 한자로 표기되어 있다.
태국과 말레이에서 영어에 익숙해 있다가 순간 적응 안되는 분위기.
^^

2sbus.jpg

2층버스 타고 숙소 근처에서 내린다.
처음 만나는 홍콩의 모습은 일단 항구가 아름다웠고,
버스에서 만난 홍콩 꽃미남의 나긋나긋한 핸드폰 통화 음성이 감미로웠고...(홍콩 젊은 남자들은 왜그리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가졌는지 모르겠다.. 분명 태국 레이디보이들은 아닌데.)
나의 고교시절을 온통 흔들어 놓았던 홍콩 르와르의 스크린 속에서 만났던 그 거리들이 그대로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나는 버스에서 내내 크랜베리즈와 마마즈앤파파즈의 노래들을 흥얼거렸다.

버스에서 내린 다음 곧바로 고행은 시작되었다.
우리가 도착하던 무렵 국경일과 유명한 콘서트들이 몰려있어 호텔 값이 두배 세배 뛰는 바람에 도저히 감당할 길 없어 값싼 한국인 모텔을 예약하고 갔는데...
홍콩 물가나 땅값 등등 고려해서 큰 기대는 안하고 갔지만,
역시나 정류장에서 숙소까지 어린애 유모차와 큰 가방 두개와 배낭까지 지고 가려니...덥고...힘들고...환장할 노릇이었다.
귀국할 때는 꼭! 반드시! 집앞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지. (택시값 장난 아니지만.)

songhg.jpg

어쨌거나 영화 속에서 수없이 만나온 그 거리와의 조우! 해피했다.
이쁜 혜교양도 곳곳에서 볼 수 있으니 기분 좋고.

속소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말 좁고 시설도 우리나라 모텔에 댈 것이 아니었지만
그 가격이면... 가족적인 분위기와 열심히 청소해주시는 장춘 아줌마, 퀄리티가 대략 떨어지지만 정성껏 준비해주시는 한식 아침식사. 마음껏 쓸 수 있는 인터넷 등등....
단점 보다는 장점이 많은 곳이었다.
위치도 버스 내려서 짐 들고 올 때는 죽갔더라니만 막상 다녀보니 편하고 좋았다. 지하철역도 가깝고.
무엇보다도 3주 가까이 한국 떠나와서 이리저리 떠돌던 우리에게 한국말로 편안하게 수다 떨 수 있는 집이 생겼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장춘 아줌마도 정말정말 좋으시고 젊은 총각사장님도 좋으시고... 내 집같은 편안함! 이것이야말로 그 어떤 고급 호텔과도 비교할 수 없는 따뜻한 장점이었다. 지금도 우리 딸은 홍콩 아저씨랑, 홍콩 이모랑 같이 밥먹었지...하고 회상하며 마치 일가친척이 홍콩에 살고 있는양 군다. 흐흐흐.

그랬다. 홍콩에 있는 친척집에 가서 머물다 온 기분, 딱 그랬다.

bangiya.jpg

한국인 모텔에 왔음을 증명해주는
우리나라 이불과
때밀이 수건과
아무리 좁아도 꼭! 갖추어놓는 타이니 욕조,
옷걸이와 진로소주 달력,
절대 안빠지는 벽시계 등등....

gpbang.jpg

집에 온 것 마냥 편안한 자세의 지퍼양. 여행에 이력이 붙는다. 이제. 아무래도 커서 여행가가 될듯...
전혀 정보도 없이 확! 들어와버린 홍콩에서 어디를 둘러봐야하나...고민중이신 지퍼양.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공항에서 잔뜩 집어온 안내서들 중에 오션파크 블로셔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흠...팬더곰도 있고...물개쇼도 있고...여기를 꼬옥 가봐야겠군....

hongbook.jpg

우리처럼 아이가 있는 가족여행객이라면 이 한권만으로 충분하다!
가족여행객이 들러야 할 곳, 먹어야 할 것, 사야할 것...모든 것을 한눈에 보기쉽게 열거해 놓은 책자.

자, 그럼 어디 떠나볼까?

streetgp.jpg

짐 풀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날이 저문다.
이 꼬마 여행자는 어디로 저렇게 열심히 걷는지. 발길 닿는대로 가시는지. 여기가 어딘지 알기나 하는지. 처음 만나는 홍콩의 거리를 거침없이 누비고 다니신다.
하긴, 그러고보니 이 꼬마여행자의 위에 열거한 자세야말로 진정한 여행자의 자세 같기도 하다.
여기가 어딘지 무엇이 중요하랴, 발길 닿는대로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걷는 저 자유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행복 아닐까.

todai.jpg

걷는 것도 좋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숙소에서 가까운 곳중에 유명한 식당으로 찾아갔다. 토다이 일식부페.
입구에 긴 줄이 얼마나 잘되는 음식점인지 한눈에 보여준다.
역시 음식도 장난 아니게 많고 맛나고 이쁘다. 친절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비싸다! 허걱! -.-;; (허접한 숙소에 대한 자격지심이랄까... 홍콩에서 먹는 것은 절대! 네버! 안아꼈다.)

hotel1.jpg

비싼 음식들로 배를 가득 채우고 나와서 스타의 거리로 향한다. 매일 밤 펼쳐진다는 레이저쇼도 구경하고 그 유명한 홍콩 야경도 맛보러.
역시 바다 쪽으로 다가갈수록 멋진 고급 호텔들이 쭈욱~~!!
값이 두배세배 뛰지만 않았어도 어케 한번 시도해볼 수도 있었는데...쩝.
홍콩 호텔 값은 시즌에 따라서, 행사일정에 따라서, 주말이냐 주중이냐, 그리고 방에서 바라보이는 뷰에 따라서 값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꼭! 이 멋진 호텔들 중에서 한 곳에 들어보리라. 아주아주 값이 내려가는 시즌에....언젠간 꼬옥~ ㅋㅋㅋ

yast.jpg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태국, 말레이와는 또다른 도시만의 매력에 포옥 빠져든다. 여기서는 냄새가 나니까, 사람 사는 냄새가.

bamguri.jpg

스타의 거리에 왔다. 야경, 헉! 죽인다. 가슴이 탁! 막혔다가 뻥! 뚫린다.
이래서 홍콩야경 홍콩야경 하는구나.
덥고, 복잡하고, 딤섬 외에는 별 먹거리도 마땅치 않고, 그리 볼거리도 없는 홍콩이라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는가? (실은 내가 그랬다, 허허~)
그러나 홍콩은 바로 이 야경 한가지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곳이다.
야경 한가지 만으로도!
푸켓에서 열흘동안 신이 만든 아름다움에 중독되어 있다가 이제 홍콩에 와서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경탄한다. 간사하다.

hobak.jpg

할로윈 시즌이다. 난리난리...

야경에 정신 놓고 있다가 나는 갑자기 깜짝 놀란 듯,
참! 여기 스타들의 손도장이랑 뭐 그런거 있다고 하던데..?
하면서 얼른 아무데나 다가서서, 여기 장국영 일것 같아... 했다.
깜깜해서 바닥이 보이 않았지만 그냥 왠지 느낌이 그래서 고른 곳이... 대번에 들어맞았다. 장국영이다. 텔레파시?
나, 고교시절 장국영 광팬이었다. 모은 사진들, 화보집, 영화비디오들이 얼마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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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지금은 애엄마 되어서 열정이고 뭐고 다 식었지만 그래도 추억속에 소중한 사람으로 남아있는 장국영님.
나와 내 딸아이의 신발 옆으로 흔적만 남아있는 명배우여~
고이 잠드소서!

sesaram.jpg

멀리 홍콩섬 배경으로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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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를 가지고 나갔는데도 습관이 그렇지 않아 내버려두고 그냥 무대뽀로 들이대고 찍었더니 사진이 영 구리다.
내일부터는 꼭 삼각대 놓고 퍼그가 세미전문가 실력으로 찍는다.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길 없었던 홍콩의 야경사진이다. 허접....

teddy.jpg

지나가는 길에 테디베어킹덤... 들어가진 않고 밖에서 사진만 찍었다.

treet.jpg

속소로 돌아오는 길....
롤렉스 있어요, 사장님 가짜시계~! 를 외치는 참으로 귀여운 아저씨들을 뒤로하고...걷는다. 홍콩은 계속 걷는다. 가뜩이나 잘 걷는 우리 가족, 진짜 지치고 지치도록 원없이 걷는다.

osadda.jpg

에스프리 아울렛에서 3천원, 5천원 주고 산 티셔츠 두장.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옷을 입어도 영~ 폼이 안나네, 쩝. 컨츄리 꼬꼬 아줌마 같다.

계속됩니다....


8 Comments
클클 2004.12.21 06:43  
  이쁘세요~~!!^^*  오늘도 멋진 여행기 잘 봤습니다~ 참, 위에 묵으신 숙소 위치 좀 알려주세요~!!! 가격두요~
겨울남 2004.12.21 11:57  
  이제 여행기가 후반부를 향한거 같네요.......
넘 아쉬워요!!!
여행기 보는 재미로 사는데...........쩝
키씨 2004.12.21 12:45  
  살이 좀 빠지신거 같네요 먹자 여행인것 같은데 ^^;
넘 재미있게 보고있어용
gg 2004.12.21 13:07  
  지금 다시 쪄서 떼굴떼굴 굴러다녀요, 호호. ^^
스컬리 2004.12.21 13:36  
  이번여행기는빨리 올려 주셨네요~^^ 홍콩~~기대가되네요~^^
동미 2004.12.22 01:27  
  오오~
이제 홍콩으로..ㅎㅎ
어머나. 지퍼양 원피스 넘 야해요~~ ㅋㅋㅋ
봄길 2004.12.22 09:53  
  지지님 여행기랑 가면님 여행기는 대조적이면서 참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따뜻하고 여유있는 가족 여행... 좋은 모델이 될 거 같애요. 편안해요. 감사... 나도 이런 여행해 봤으면...

근데 아무래도 취향들이 다소 다른거 같죠. 지지님 여행기에 리플다는 님들이랑 가면님 여행기에 리플다는 님들이 상당히 다르다는게 ㅎㅎㅎ 난 다 좋은데요.
낭만고양이 2004.12.27 21:01  
  지퍼양이 첨보다 많이 큰거같아요..원피스도 넘 이뿌고..님의 보조개도 참 이뿌네요,,, 여행기 계속 기대하고 있습니다..근데, 푸켓에 큰피해때문에 가슴이 아푸네요. 님처럼 그리 여행을 떠나보려 했는데...[[그렁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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