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모르겠다 하고 무작정 떠난 부부여행(6편 - 누군가에게는 다이나믹한, 누군가에게는 심심한섬 꼬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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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모르겠다 하고 무작정 떠난 부부여행(6편 - 누군가에게는 다이나믹한, 누군가에게는 심심한섬 꼬따오)

와조다 2 3718
앨범에 적은 비망록 (몰타섬에서)  

 -바이런-

 

 

차가운 묘비에 새겨진

어떤 이름이

길손의 발길 멈추게 하듯

 

그대 홀로

이 비망록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애수에 잠긴

그대 눈길을 끌지어다

 

세월이 흐른

그 어느 먼 훗날

 

어쩌다 그대

내 이름 한자 읽거든

 

죽은이 추모하듯

날 기억해 주시고

 

내 마음

여기 묻혀있다 생각해 주소서  

 

 

어쩌면 내가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을 좋아하는것은,

내 삶이,혹은 내 존재가 사람들이나 사회와 원활히 섞이지 못하고

마치 섬처럼 육지와 유리되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40여년을 외로운 섬처럼 살아왔었다.

그나마 내가 풀한포기 살지 않는 무인도로 남지 않을수 있었던건,어쩌면 지금의 아내를 만났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난 여전히 외로운 섬이다.

 

촘폰항을 떠난 배는 두시간 반만에 꼬낭유안에 도착한다.

낭유안은 세개의 아주 작은 섬이 삼각형 모양으로 모여있고 그 가운데에 벤츠자동차의 마크 모양처럼 해변이

삼각별 모양으로 연결되어있는 아름다운 섬이다.(섬입장료가 있다.100바트)

무인도인줄 알았는데 낭유안에도 리조트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몇 중국인 커플이 하차를하고,이내 배는 꼬따오를 향한다.

낭유안에서 따오까지는 불과 5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꼬따오라는 이름은 '거북이섬'이라는 뜻이다.

(*태국의 섬이름은 앞에 '꼬' 자가 붙는다. 정확한 발음은 '꺼' 발음에 가깝지만 아무튼 '꼬'는 태국어로 섬,

즉 우리나라 식으로는 '~도' 라고 생각하면 된다. 꼬피피,꼬따오,꼬사무이,꼬창,꼬사맫 등등 섬에는 '꼬'자가

붙는다.파타야나 후아힌은 섬이 아니므로 앞에 '꼬'자가 붙지 않는 이유다)

어느덧 비는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듯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둘러 짐을 챙겨서 매핫(따오의 선착장)에서 하차한다.

따오의 지리에 익숙치 않았기에 첫숙소는 매핫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로 예약을 해두었다.

약20분여를 헤매인 끝에, 어느 인상좋은 유럽 아저씨의 친절한 안내덕에 우리는 가까스로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

주인아주머니는 친절하셨지만,와이파이도 안되고(분명 인터넷예매 사이트에서는 된다고 했었다)

에어컨도 없어서 밤에 정말 더웠다.

더군다나 최악이었던 것은 침대에 베드버그가 있는지 온통 등에만 뭐가 물어서 등이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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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침대.다행히 아내의 침대는 괜찮았지만 내 침대는 베드버그가 있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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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풍기 하나로 무더운 따오의 밤을 보내야했다.오른쪽은 화장실)

 

짐을 푼 우리는 서둘러 따오섬 산책을 나서기로 한다.

배에서 멀미로 고생하던 아내는 따오섬이 마음에 들었는지 어느덧 쌩쌩해져 있다.

선착장에서 챙긴 지도를 펼치고선 오늘 가볼 루트를 정한다.

우리가 고른 첫번째 탐방지는 사이리비치 였다.

사이리비치는 따오의 가장 번화가이자 각종 숙소와 바(bar)등이 밀집해 있는 곳이었다.

마침 배도 고팠기에 산책을 하다가 전망좋은 레스토랑에 들러서 식사도 할 요량이었다.

섬은 정말 고즈넉하고 뭐랄까 작은섬이 풍기는 특유의 한적함과 아기자기함이 공존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다이버들의 섬 답게, 한집건너 다이버샵이 있었다.

부두에는 스쿠버들을 실어나르는 다이버샵의 배와 차량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우리처럼 그냥 섬만을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는 다소 심심할수도 있을,작은 섬이었다.

물론 나는 그런 섬에서의 심심함을 가장 좋아한다.

 

한 십여분여를 걸으니 라마5세 동상이 있다.

그리고 사이리비치가 펼쳐진다.

해변앞을 점령한 각종 리조트와 식당들로 인해 해변이 그렇게 깨끗하지 않을거란 내 우려와는 다르게

역시 따오는 따오인지라,내 생각보다 해변은 훨씬 괜찮았다.

"오빠 우리 저기서 밥부터 먹자"

아내가 가르킨 해변가 식당,평소 내가 좋아하는, 음료하나 시켜놓고 쿠션에 누워서 마냥 시간을 보낼수 있을,

in touch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다.

앞으로 따오섬에서 있을 열흘남짓한 시간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찾게될 음식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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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리비치의 상가밀집지역 도로,이 도로가 약2~3km는 이어져 있는듯했다.왠지 정겨운 느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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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5세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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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5세 옆 일명 라마5세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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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5세 바위 옆으로 사이리비치로 가는 작은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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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다리를 건너면 라마5세 동상이 있고 해변쪽으로 나갈수 있도록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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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리해변,이때부터 내 아이폰이 서서히 맛이 가기 시작해서 사진이 잘 안나옴)

 

우리는 해변가쪽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우선 가장 먹고 싶던 땡모빤(수박주스)부터 시킨다.

그리고 각자 음식을 주문했다.

특이한건 따오섬에는 다른 동남아인들이 많이 정착하고 사는지,방콕등 본토에서 통하던 내 태국어가 잘 먹히지 않았다.

그냥 내 느낌으로 이곳에는 말레이시아나 미얀마,캄보디아 출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게 아닐까 여겨졌다.

무튼 음식이 나오는동안 우리는 땡모빤을 입에 물고 해변쪽을 향해 드러눕는다.

주변 유럽인들로 보이는 손님들도 죄다 우리처럼 누워서 책을 보거나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아...바로 이 느낌이었다.

내가 여행중 가장 느끼고 싶었던 여유로운 풍경.

이 순간만큼은 정말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발가락을 간지르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향긋하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수박쥬스의 시원함.

그리고 무엇보다 내 코끝을 간지르는 이국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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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ouch의 입구를 지나면 이렇게 해변쪽으로 테이블이 세팅되어있다.쿠션은 좀 지저분했지만,그러면 좀 어떤가, 여긴 꼬따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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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주문전. 생수는 편의점에서 사들고간 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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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땡모빤을 한잔 시켜놓고 아내는 가이드북을 뒤져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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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수있는,일명 태국비둘기라 아내가 별명지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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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난간에 발을 올리고 누워서 여유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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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쏨땀과 함께 주문한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공기밥,카우쑤어이.나비모양으로 모양을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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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쏨땀과 카우팓무,돼지고기 볶음밥)   

 

이곳에 머무는 손님들은 도대체가 자리를 뜰 생각을 않는다.

다들 누워서 책을 보거나, 카드를 치거나 음악을 들으며 유유자적이다.

종업원들도 그런 손님들을 당연하다는듯 대하는것이,이런 모습도 꼬따오의 또다른 매력같았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눕거나 기대서 두시간정도를 빈둥거리다가 어둑어둑 해지자 숙소로 향한다.

숙소에 들르기전 매핫입구의 세븐일레븐에 들러서 주변부리할것과 맥주를 산다.

방콕과 비교해서 물가는 조금 비싼듯했다.

가령 방콕에서 7~8바트 하던 생수가 따오에선 10~11받 정도 했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맥주를 몇캔 비우고나서 그대로 곯아 떨어지고 말았다.

역시 나이가 나이인지라,12시간이 넘는 고된 여정이 힘들긴 힘든 모양이었다.

 

이튿날 12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눈을 뜬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린다.

사실 난 태국에서는 비오는날이나 흐린날이 더 좋다. 물론 한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날이 맑으면 햇살이 너무 강해서 서너시가 넘어서야 슬그머니 나갈수나 있을까,장기로 와 있는 우리에게

태국의 햇살에 새까만 통구이가 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햇빛을 피해야 했다.

오늘은 사이리 해변에서 수영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어제 배멀미의 여파인지 아내의 컨디션이 안좋아서 우리는 세시가 넘어서야 주섬주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어기적 거리며 사이리쪽으로 향했다.

 

바다는 언제나 하늘의 색을 닮아 있다.

하늘이 맑으면 바다는 옥색이나 초록색을 띄고,하늘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바다도 잿빛으로 변한다.

바다는 하늘의 거울이다.

비는 어느덧 그쳤지만 날씨는 계속 흐린탓에 바닷빛은 다소 우중충한 색깔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행이었다.

흐린날씨에 태닝을 하면 더 예쁘게 태닝이 되는 장점도 있었다.

우리는 오일을 바르고 방콕 아난타싸마콤 궁전 관람시 샀던 치마처럼 두르는 천을 바닥에 깔고 누웠다.

나는 간만에 읽어볼 요량으로 가져간 cosmos를 꺼낸다.

그간 50페이지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채 한동안 머물러 있던 책장을 펼친다.

그러나 몇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나는 또다시 그만 잠들고 만다.

공부못하는 사람의 특징이다.

"오빠,일어나. 한시간 넘었어..날씨 흐리다고 그렇게 맘놓고 누워있다가 홀라당 탄데이~"

아내의 목소리에 화들짝 깬다.

"아아함~~~ 벌써 시간이 그래 됐나.그럼 이제 바다에 들어가 볼까~"

물장구도 치고 못하는 수영도 연습하면서 노는데 커다란 검둥개 한마리가 물속으로 들어오더니 슬그머니 아내 옆으로 간다.

"아아악~~"

워낙에 겁이 많은 아내는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지른다.

머쓱해진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듯 저만치 있는 금발의 서양미녀 곁으로 슬그머니 이동한다.

겁이 없는 그녀가 머리를 만져주자 녀석은 좋아 죽는다.

그러기를 십분여.

잠시후 녀석은 또다른 여성을 찾아서 떠난다.

그렇다.

그 녀석은 이 해변의 최고 바람둥이 녀석이었다.

며칠을 지켜본 결과 수컷인 녀석과 암컷인 녀석이 있는데 수컷녀석은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에게만 접근하고,

녀석의 딸인듯한 암컷녀석은 서양남자들만 졸졸 따라 다녔다. 부전여전이다.

하지만 그녀석에게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인종차별 하는 녀석같으니라구...

 

"으아악~~이,이게 뭐고~??"

발밑의 물컹한 아주 기분나쁜 느낌에 나는 화들짝 놀란다.

물속에서 걸음을 옮길때마다 가끔씩 뭔가가 밟히는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물속을 들여다 보니 순대같이 생긴 뭔가가 있다.

해삼이었다.

그러고보니 바닷속에 해삼이 드글드글했다.

"놀래라...간 떨어질뻔했네."

그때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둘러 짐을 챙겨 in touch에 들러 바나나주스 한잔을 시켜서 마신후 숙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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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오의 해변들은 유난히 바위가 많다.비단 사이리비치뿐 아니라 두세군데 다른 비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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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린날씨의 해변.저 멀리 보이는 섬이 꼬낭유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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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에 이런 야자열매가 떨어져 있다.깨보려고 바위에 몇번을 부딪혀봐도 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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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이 문제의 그 해삼.정확히 해삼인지는 모르겠으나 건져올리면 꼬리부분에서 물이 뿜어져나온다)

 

숙소근처에 다다르자 갑자기 속이 출출하다.

가만보니 유독 노점한군데에만 손님들이 득시글한다.

가까이가서 보니 바나나 팬케익을 파는데 바나나 팬케익도 종류가 열가지가 넘었다.

꽤나 맛있는지 노점 주위에 서양인들과 중국인들이 뒤섞여 팬케익을 먹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리는 30바트짜리 계란이 들어간 바나나 팬케이크를 시켜서 나눠 먹는데,정말 맛이 있었다.

꼬따오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노점같았다.

숙소에 들러서 샤워를 마친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매핫의 식당에 들러서 근사하게 식사를 했다.

오늘도 꼬따오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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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따오에서 장사가 가장 잘되는 바나나팬케익 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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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따오의 흔한 해변식당)





2 Comments
쿨소 2014.12.15 16:29  
ㅎㅎㅎ... 누텔라보니 능판까로리 롯띠가 생각나서 잠시 웃었습니다..^^
참 한가롭고 좋은곳이죠... 물로 깨끗하고요...
사진만 보고 있어도 힐링되네요.. 잘보고 갑니다..
날자보더™ 2015.02.23 01:13  
인터치리조트 앞 해변은 싸이리에서도 비교적 해수욕하기 좋은 곳이랍니다. 식당가까이 자리 잡으면 운좋게 wifi도 사용할 수 있구요.
글머리의 바이런의 시...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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