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창대했으나 실행은 미약했던...2편 여행 첫 날, 진에어, 만다린 호텔
2014년 11월 18일 화
진에어 출발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오후 3시쯤 도착한다고 생각하면 서울역에서 2시에 공항열차를 타야하고, 첫째 아이는 어린이 집에 1시에 데리러 가야 한다.
하지만 만사가 생각처럼 되는 일은 드물다. 그렇기에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기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는 건 항상 우물쭈물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의미이고, 그래서 2시 30분에 공항열차를 탈수 있었다.
3시 20분쯤 진에어 카운터에 도착하니, 이미 수속 중이었고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드뎌 차례가 되어 예상했던 멘트.
"자리가 남아 있다면 유아를 위해 한좌석 블럭이 가능할까요?"
어제까지도 비행기 좌석표가 남아 있는걸 확인했으니 당연히 가능하리란 기대를 했고 기대되로 되었다.
자리는 비상구석 바로 뒷좌석에 3명, 2명 이렇게 5명이 쪼르르 앉을 수 있었다.
비행기 내에서 우려했던건 17개월된 둘째 아이가 징징거리는 것.
그런데 처음부터 불길한 조짐이 든다.
우리 앞자리에 있던 커플 중 여자가 아이를 안고 있는 집사람을 도끼눈으로 쳐다본다.
아직 아이가 칭얼거리지도 않는데, 아이를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는게 장난이 아니다.
그 여자와 나는 대각선으로 앉아서 나는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
설명을 하자면,
남자 남자 남자 여자 남자 빈자리
남자 첫째 나 모친 둘째 집사람
그런데 모친께서 착석시 앞자리 머리받침대를 손으로 짚으며 앉자, 바로 짜증만땅한 표정으로 뒤를 바라본다.
머리를 건드린 것도 아니고 힘주어 민 것도 아니며, 좁은 공간에서 몸을 돌려 앉는 순간 손을 짚은 것 만으로도 짜증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둘째는 앉자마자 젖을 물려 별다른 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 할까.
이륙하고 기내식을 먹을때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아니, 있었다. 모친께서 기내식을 먹기 위해 받침대를 내리는데 조임새가 뻑뻑해서 힘을 주자 그게 앞좌석 등받이를 밀친 모양이다.(나도 조임새가 뻑뻑해서 상당히 힘을 들였다.)
바로 또 찡그린 얼굴로 뒤를 돌아본다.
기내식을 먹고나자 바로 등받이를 뒤로 죽 밀친다.
둘째 때문에 집사람의 식사가 늦어져 있고, 모친 역시 아이를 돌보느라 역시 식사가 늦어져 있는 상태인데, 뒷사람은 생각도 않고 바로 젖히는 폼이 심상찮다.
어째 불안불안 하지만 좋은 기분 망치기 싫어 참고 가는데,식사 시간도 끝나고 지루한 비행 시간이 시작되었다.
경상도 사람인 탓인가, 탑승 전에 술이라도 한 잔 한 탓일까?
내 앞뒷 좌석에서 남자 여섯이 떠들기 시작하는데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애 땜에 시끄러 죽겠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어른 땜에 시끄러운 경험은 처음이군.'
걱정했던 둘째 아이는 얌전히 자고 있는데, 생각지도 않은 복병이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일이 터져 있었다.
앞사람이 좌석을 뒤로 밀친 탓에 모친의 식판과 몸의 공간이 극도로 좁아졌고, 모친께선 그냥 식판을 둔채로 졸다가, 둘째 아이가 잠에서 깨자 달래준다고 식판을 올리는데 앞좌석이 기울어진 채로 있으니 조임새를 조이기 불편하여 조임새에 힘을 주는게 앞좌석 등받이에 전달된 모양이다.
앞좌석의 여자가 갑자기 속사포로 뭐라뭐라 불평을 했는데 하도 말이 빨라서 뭐라 그러는 지 모르겠고 마지막에 '민폐를 주면 어떡하냐'는 말만을 간신히 알아들은 모양이다.
마찰이 있었던 당시에 난 현장에 없었으니 전해들은 말만을 들을 수 밖에 없었고, 또 처음부터 그 여자의 표정에서부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모친의 말을 믿는 편이었다.
더구나 애도 계속 조용했고, 모친은 계속 졸고 있는 걸 보면서 화장실에 갔으니 말이다.
솔직히 처음부터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내 앞뒤로 그렇게 떠들어대는 것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는게 용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일행이었던 것.
하지만 비상구석은 상당히 안락한 편이고 게다가 3자리를 2명이서 점유하고 간다면 조금 여유롭게 다른 쪽의 사정도 눈감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민감하고 부지런하다면(비상구석을 확보한 걸 보면), 그런 분이라면 차라리 돈 들여서 일반 항공을 이용해야지 저가 항공을 이용해서는 안될듯 싶다.
나 역시도 뒷좌석에서 등받이를 찔러대는 느낌을 수차례 받았지만, 고의도 아니고, 계속해서 그런것도 아닌데 그걸 뭐라 한다면 좁은 공간을 고려했을때 그냥 무심히 넘겼을 뿐이고, 그 시끄러운 잡담에도 여행에 들떴으니 지루한 시간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으니 말이다.
하여지간, 그 이후로는 별다른 일 없이 방콕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가지 인상적인건 둘째 아이를 유모차에 싣고 나가니, 출입국 수속을 패스트 트랙으로 변경해주는 공항의 서비스 탓에 빨리 마칠수 있었다는거.
태국에서는 아이들을 많이 귀여워해준다는 말을 들었는데, 단순히 귀여워해주는 것을 넘어서 특별한 대접을 해주는 것에 참 고마웠다.
사실 각 라인마다 10여명 정도씩 서 있어서 엄청난 시간 절감은 아니었지만, 사람 기분이 또 그게 아닌 것 아닌가?
인천 공항이 75세? 80세? 이상 노인에게 동반 2명까지 패스트 트랙 시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인천 공항 홈페이지에서 보았는데...유아에 대해서는 그런 혜택이 전혀 없고, 동반인 2인이라는 제한은 또 뭔가? 설마 패키지 여행에 20~30명이 노인 한 명 앞세우고 우르르 몰려들까 걱정하는 건가?
맨날 저출산 고령화 말만 많지,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부터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정책을 펴주는게 낫지 않을까?
택시는 짐과 인원을 고려하여 점보 택시를 타려했고 이 요금이 시내 무조건 700밧이라는 것을 태사랑 질문란에서 확인해 두었던 바...
어라? 택시 콜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이 안보인다?
어디지? 하고 두리번 거리고 찾고 있는데, 누군가가 택시? 이러면서 한쪽을 가르킨다.
그곳에 가니(혹시 바가지 아닌가 하는 긴장과 함께) 왠 여자가 목적지를 묻고 표를 뽑아준다.
이 와중에 요금은 700바트, 톨비와 서비스 차지 50밧이 포함된 것은 확인했고.
마치 마트 영수증처럼 길다란 종이에는 영어와 태국어로 뭐라뭐라 써있는데 이걸 들고 어찌할줄 모르고 있으니 43번으로 가란다.
택시가 오는게 아니라 택시가 정차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데 표에는 LANE NUMBER (내 경우는 43)가 표기되어 있어 그곳으로 승객이 찾아 가는 것이다.
택시 기사가 700밧? 하고 내게 요금을 확인하고 짐을 싣는다.
집사람이 "How long it will take to go to hotel? 묻는데 기사는 묵묵부답.
내가 물었다? "how time hotel?" 기사가 "포오띠 미닛" 하며 손가락 네개를 쫙 편다.
"마눌 봤지? 이게 생존 태국식 영어다."
사실 태국은 다섯번째이지만 방콕은 처음이다. 그간 방콕은 언제나 기착지였을뿐.
어느 정도 갔을까...MBK, 마분콩이 보인다. 이제 호텔에 다 온 모양이다.
마눌은 신기해한다. 처음 오면서 어떻게 아냐고 말이다. 태사랑 지도를 동선 공부하느라 보다보니 관련 부분을 저절로 다 외워버린걸 알면 어찌 생각할까?
만다린 매니지드 바이 센타 포인트 호텔(이하 만다린 호텔)은 자칭 4성급이다.
2013년에 리모델링을 마쳐 새 호텔이다.
사진과 사람들 평을 보았을때 3.5성급 호텔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로비는 화사하다.
내 이름과 집사람 이름으로 각각 방을 계약해서 여행 한달 전쯤에 두 방을 붙여서 해달라고 요청 메일을 보냈는데 묵묵부답이었던 호텔.
체크인을 하니 아니나 다를까 4층과 8층, 그마저도 빌딩도 달라 서로 찾아가려면 로비를 통과해서 별도의 엘레베이터를 타야한다.
엘레베이터는 카드키가 있어야 작동하는데 약간의 융통성이 있어서, 누군가 카드키를 가지고 타면 다른 이도 엘레베이터를 탈수 있다.
예를 들면 카드키를 엘레베이터에 꽂으면 8층이 목적지라도 3층이던 5층이던 아무 곳이나 눌러서 갈 수 있는 시스템.
프런트에서 체크인을 하며 방을 붙여달라고 요청하니 다음 날부터 가능하다하여 OK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지 잠깐만 기다려 달라며 계속 키보드를 두드린다.
5분 정도가 흘러도 계속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만 들여다 보고 있고, 지루해진 첫째는 목마르다고 물 좀 달라고 징징거린다.
4성급이라면 웰컴 드링크는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게 없다면 물 정도는 과도한 요구가 아니라 생각해서 물을 요청하니, 물 없다고 나가서 사먹으란다.
호텔 입구에서 왼쪽으로 쭉 2분만 가면 패밀리 마트가 나온다고 친절히(?) 안내해준다.
체크인을 기다리기 지루해서 첫째는 내 손을 잡고 나갔다.
2분을 가도 아무것도 안보이고 겁이난 아이는 호텔로 가자고 한다.(3,4분 정도 걸어야 한다. 이상하게 가게와 좀 떨어져서는 간판이 전혀 안보였다.)
그래서 혹시 오른편을 왼편으로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 오른편으로 걸어가니 쌈얀역과 절인지 사당인지가 나오고 구걸하는 사람, 향을 사르며 절하는 사람, 예물을 바치는 사람, 예물을 파는 사람, 조금더 가니 사탕수수 주스를 파는 사람과 팟타이와 꿔띠여우를 파는 사람이 나온다.
팟타이가 워낙 인기 있어서인지 12시가 다 된 시각인데도 줄이 줄어들질 않아서 사탕수수 주스만 3병(30밧/병) 사서 돌아왔다.
첫째는 난생 처음 먹어보는 사탕수수 주스에 신기해하며 만족했고, 그 사이에 체크인을 마쳤다.
첫째는 모친께 맡기고 집사람과 둘째가 같은 방에 투숙했다.
씻고 나서 아까 봐둔 팟타이와 꿔띠여우를 사러 나갔다.
나가는 길에 한국인 두 가족이 체크인을 하는데, 아이가 꽃을 보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려 한다. 나도 가짠지 알았는데, 향기를 맡아보니 진짜다.
아이 엄마가 아이와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한국인이세요?" 라고 묻다가 어이없는 질문이라 생각했는지 베시시 웃는다.
이 두 가족도 방이 떨어져서 옮겨 달라 이야기 하려는데 의사 소통이 안되는지 내게 도움을 청한다. 역시 내일 해주겠다는 약속을.
이 글을 읽고 영어 어느 정도 하는구나 오해 하실지 모르는데, 예전 글에도 썼지만 영어 고수는 아니다.
그냥 말하기 전에 먼저 웃자.
말을 하는 사람도 긴장하지만 말을 듣는 사람도 긴장한다. 태국인이나 한국인이나 영어가 모국어 아니긴 마찬가지. 서로 긴장을 풀기 위해 의식적으로라도 씩 웃으면서 시작하자.
내가 사용한 단어는 "Our rooms are separated. Can I get serial rooms? For example, rooo 1&2 or room 4&5 like this."
여기서 serial과 get 이란 단어가 적절한지 모르겠다. 그러나 상대를 이해시키고 내 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하다.
그분들과는 무앙보란에서 카트를 타고 마주쳤으나 순간적으로 스쳐서 그분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듯 하다.
12시 30분쯤 된 시각이라 혹시 장사 마쳤을까 걱정하며 가니 마지막 한 그릇 팟타이만 남아 있다. 팟타이(50밧)와 쌀국수(30밧), 두유 2병(14밧/병) 사서 호텔에서 먹으니 꿀맛이다.
다만 쌀국수는 10분 정도 시간에 다 퍼져서 떡이 되버린건 함정.
그렇게 첫날은 팟타이와 쌀국수로 빵빵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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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린 호텔은 여러 블로그에 소개되어 있어서 일부러 사진을 안찍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다음 url로 확인하시길.
http://blog.naver.com/ajrqhwlsdk/220076538301
http://blog.naver.com/ajrqhwlsdk/220082597772
요약.
저가 항공은 싼만큼 열악합니다. 서로 이해하는 태도로, 문제가 있을때는 승무원을 통해 해결하도록 합시다.
점보 택시는 방콕시내 톨비, 서비스 차지 포함 무조건 700밧입니다.
만다린 호텔은 밤엔 물도 안줍니다. 패밀리 마트는 2분이 아닌 3,4분 거리에 호텔 왼편으로 쭉 가면 됩니다.
혹시 물을 줄지도 모릅니다. 머무는 동안 *** 매니저에게 컴플레인을 했거든요.(직책이 생각 안나네요.) 니네 4성급이라며? 라고 대놓고 불평했으니 개선했을 수도.
만다린 호텔 오른편으로 5분 가면 쌈얀 역이 나옵니다. 그곳에서 사탕수수 주스를 경험해 보시길 권장합니다.(태국에서 별로 찾아 볼수 없어서 경험 못해보신 분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만다린 호텔은 카드키로 엘레베이터를 통제합니다만, 자신이 투숙하는 층 외에도 자유롭게 갈 수 있습니다. 손님 중 한 명만 키가 있으면 아무나 엘레베이터를 탈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