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열셋, 잃어버린 삼촌을 만나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굵고 기다란 쉼표 열셋, 잃어버린 삼촌을 만나다.

지지퍼그 12 1488


팡아만 투어 가는 날이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 마치고 미니버스를 기다린다. 나같은 늦잠대장이 놀러나간다는 날은 용케도 일찍 일어난다. 미스테리 지지....

투어는 두종류가 있다. 배를 타고 나가서 카누잉을 마니마니 하는 것과 버스를 타고 가서 카누잉을 쪼끔만 하는 것. 우리는 물론 23개월 딸의 컨디션을 고려해 버스 이동을 선택했다.

미니버스를 기다리는데 우리를 찾아온 것은 초대형 버스였다. 투어가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나???

우리가 초대형 버스를 타고 출발해보니 지정된 주유소겸 휴게소에서 푸켓 각지에서 모인 다른 미니버스들을 만나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미니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리의 위풍당당 초대형 버스에 합류한다.

버스는 드디어 팡가베이(우리 가이드가 이렇게 부르던걸...)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동안에 채식주의자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행렬을 만난다. 축제의 기원과 의미에 대해서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을 듣는다. 선량하게 생긴 태국총각. 무지 친절했다. 여동생이 있으면 소개해 주련만....

투어 중 첫번째로 들른 곳은 트래킹 장소.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고무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원숭이들의 재롱을 감상시켜준다.

a1.jpg
바나나랑 털고르기를 좋아하는 원숭이. 언젠가 수상시장 투어에서 사진 한장 찍혀주고 옴팡 바가지를 씌우던 그 원숭이.

a2.jpg
코끼리쇼.

코끼리 트래킹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코끼리쇼를 보여준다. 그동안 본 여러 코끼리쇼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코끼리가 관람객들을 마사지해주는 장면에서는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그중에 호주에서 신혼여행온 남자가 있었는데 코끼리가 자꾸만 신혼의 남자에게 위험한(?) 짓을 가하려 해...(상상에 맡김...) ㅋㄷㅋㄷ
코끼리쇼 끝난 후에 바나나를 사서 먹여주고 (딸 교육상, 절대 안빼먹음..)...
가이드는 친절하게도 모든 관람객에게 기념촬영을 해준다.

a3.jpg
자, 이제 코끼리 트래킹이다.

푸켓에서 초반에 당한 사기 트래킹에 비하면...너무나 재미있고 성실한 일정이다. 가이드가 한국말도 잘한다. 우리 딸을 위해서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노래도 불러주었다. 참, 그런 노래까지 어디서 배웠는지....왜 태국이 관광대국인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그들의 노력이 정말 가상하도다.

가이드는 사진도 많이 찍어준다. 남는 게 사진이라는 한국인들의 기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 기점을 돌아 오려는데 퍼그더러 코끼리 머리 위에 앉으란다. 사진 찍어준다고. 저런저런....퍼그 겁 되게 많은데...큰일났다.
퍼그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코끼리 머리 위에 옮겨 앉아서 사진 한장을 찍었다. (위에서 찾아보시라..)

그런데 다음은 지퍼양 차례!!!
가이드는 지퍼양을 코끼리 머리 위에 데리고 앉았다.
나는 그 순간 두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무섭다고 울어버릴 줄 알았던 지퍼양이 헤죽헤죽 웃으며 좋아라한 점이었고,
두번째는,
드디어 지퍼양을 안고 우리를 향해 사진찍으라고 포즈를 취한 가이드의 드러난 얼굴이...
바로 잃어버린 지퍼양 삼촌이었기 때문이었다!!!

a4.jpg
코끼리 정수리에 앉은 가이드와 지퍼양.

아래 사진들의 두사람 표정을 잘 비교해 보시라~ 그 가이드는 지퍼양의 잃어버린 삼촌이 틀림 없었다. 두사람이 어찌나 닮았던지...^^

a5.jpg
잃어버린 삼촌을 만나다.

우헤헤.
버스에서 배로 갈아타고 다시 출발~!
팡가베이 수면을 달려 무슬림마을이자 수상마을인 우리의 점심식사 장소에 도착했다.

a6.jpg
친절한 태국총각 가이드.

a7.jpg
수상마을. 무슬림마을. 약간 떨었다. 테러괴담 때문에. 바보.

식사는 너무너무 훌륭했다. 다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서울에 분점을 내지?
그런데 지퍼양 그 시끄러운 배안에서 잠들더니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이 맛나는 음식들을...지퍼양 무지 잘먹을텐데...

a8.jpg
가이드의 제안으로 테이블 위에 뉘여진 지퍼양. 누워 잘만한 곳이 저기밖에 없었다...^^;;

종업원들이나 관광객들이나 모두 지퍼양에게 시선집중이다. 저 상태로 무지 오래 잤다. 참, 지퍼양은 성격두 좋아~

a9.jpg
수상마을 풍경.

지퍼양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식사가 끝나고 떠날 시간이었다. 돈도 별로 없던 우리는 (투어에 다른 비용이 들지 않을 것 같아 200밧만 덜러덩 들고 출발했는데 아침에 휴게소에서 야쿠르트랑 물한병 사니깐 벌써 50밧. 가만....가이드 팁도 줘야하고....코끼리 밥도 사주고...돈이 모자랐다...) 여기서 점심을 먹이지 못하면 쫄쫄 굶겨야한다는 절박함에,
먹다남은 음식 아무거나 좀 달라고 종업원 한명을 붙잡고 부탁했다. 그런데 파인애플 밖에 안남았다며..흑흑....지퍼양은 파인애플 1/4통을 앉은 자리에서 다 드시고 뭔가 부족한 듯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우리의 구세주, 태국 가이드 총각이 나타나 아기가 아무 것도 안먹었지? 하며 도시락 하나를 준다. 그 안에는 내가 알기로는 태국 음식명이 "꿍쯥팻텃"인 새우튀김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야호!!! 살았다!!

a10.jpg
지퍼양, 제임스본드섬 가서 섬구경엔 관심도 없고 가이드 총각이 준 새우튀김 먹느라 정신없다.

a13.jpg
제임스본드섬. 못섬.

007영화에 나와서 유명해진 제임스본드섬 구경에 다들 정신이 팔려있건만, 우리 딸은 늦은 점심 먹느라 바쁘고 먹고나선 또 응아하시겠다고 고집을(?) 피워 그 작은 섬 비좁은 뒷간에 신체에서 나온 일부를 기증하고...
없는 돈에 지퍼양만 쿠우~ 한팩 사주고 어른들은 목말라 죽겠는데 기냥 하늘 한번 땅 한번 쳐다보며 꾸욱 참고... (다른 분들은 이 투어 도중에 많이 더우니까 물이나 돈을 넉넉히 가져가시길...T.T)

a11.jpg
엄마, 왜? (우물우물) 저거이 유명한 섬이래? (우물우물)

a12.jpg
시원~한 자연 동굴.

a14.jpg
기념품 샵. 조개껍질로 만든 발이 이뻤는데 돈이 없어서 못샀다.

다음 코스는 고대하던 카누잉. 여기서 배 운전대 잡은 가이드도 무지 한국말을 잘했다. 퍼그보고 형님, 원빈 닮았어요..하질 않나...(한국말을 쫌 잘못 배운것 같다.) 누나, 이뻐요~! 하질 않나...ㅋㅋㅋ
역시 이 가이드도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다. 아마도 한국 4,50대 아줌마 아저씨들을 태웠으면 기백불의 팁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아보였다. 그만큼 한국말도 열심히 배워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였고, 성실하게 재미있게 서비스해주었다. 저기좀 보세요, 게 있어요, 저기좀 보세요, 코끼리 닮았어요, 등등...친절한 설명.
우리 딸은 지금도 이 가이드를 기억하고 있다.
아저씨가, 누우세요~ 하고, 일어나세요~ 하면서 통통 배 태워줬다나??? ㅋㅋㅋ 낮은 동굴을 지나갈 때는 배에서 완전 누워야 통과할 수 있다....

a15.jpg
팡가베이 카누잉.

a16.jpg
가이드들이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성의껏 사진을 많이도 찍어준다.

a17.jpg
가이드와 퍼그가 찍어준 사진들.

팡가베이 투어에서는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다. 처음에는 서로들 한국인인 거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있다가 이 투어 하면서 지퍼양 귀엽다고 많은 언냐들이 아는 척을 해줬다. 역시... 만나면 좋은 친구~~ 한국 사람들이 반가웠다.

a18.jpg
맹그로브 정글.

특이하게 생긴 맹그로브 정글... 여러 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뱀도 있나?? 하고 혼잣말 하니..가이드가 냉큼 알아듣고는 가까이 배를 대어 저기 뱀 있어요~! 한다. 지퍼양이 좀더 크면 정글 트래킹, 뭐 이런거 한번 도전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a15-1.jpg
셀카질.

a19.jpg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스탬프 놀이로 시간 떼우기.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는 거대한 쥬얼리 샵에 들렀다. 시원한 곳에서 공짜로 주는 음료와 커피도 마시고 뭐, 보석에는 관심 없지만 잘 쉬었다.

버스에 지퍼양 신발을 두고 내렸는데 가이드 총각이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주었다. 끝까지 점수를 많이 딴 가이드총각. 열심히 살아가는 태국 젊은이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a20.jpg
홀리데이인 씨브리즈 카페 해산물부페.

저녁은 호텔 식당에서 먹었다. 이 해산물 부페는 소문대로 싱싱한 해산물과 다른 음식들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동반자녀는 무료인 곳이니 가족 여행객들이 한번쯤 가볼만 한 곳.

그런데 지퍼양, 멋진 칵케일 쥬스 시켜주자마자 홀라당 엎어버리고, 밥먹다말고 비가 내리고 (야외석에 앉아있었다.) 내 기분이 좀 엉망인 채로 식사를 해서 좀 그랬다... 어린애랑 다니다보면 그정도 쯤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인데도 어떤날은 한번씩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 딸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한다. -_-;;

a21.jpg
오늘의 여행후기 끝!

계속됩니다....
12 Comments
지퍼팬 2004.11.29 19:35  
  아싸 오늘은 내가 일뜽!!!!!!!!!!!!!!ㅋㅋㅋ
지퍼야~~~~~~~~~ 이뿌게 이뿌게 크렴...
지지퍼그 부부님들도 행복하세요....
뚜리 2004.11.29 21:15  
  요즘은 지지님 여행기를 기다리는 낙으로 사는것 같에요. 매일 태사랑에 출석도장 찍으면서...오늘도 아름다운 여행기 잘봤습니다...
리노 2004.11.30 01:54  
  [[원츄]]
클클 2004.11.30 02:17  
  귀여운 지퍼양 오늘 또 보네요^^  어쩜 저리 깜찍한지. 마지막 부분 보며 동감이 가요. 전 미혼인데 잠시 사정이 있어 여덟살 다섯살 조카 둘 보고 있는데 다섯살 아가는 하루에 우유를 몇 번이나 엎지르는지 몰라요. 그럴 땐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더라구요 ^^;; 어쨌든 지퍼양이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고 건강해서 너무 이쁘네요^^
아부지 2004.11.30 04:16  
  좋은 가이드 만나셨네여. 좋으셨겠어여~ ^^ 지퍼양의 삼촌~ ㅎㅎㅎ
동미 2004.11.30 12:27  
  홍홍~
지퍼양의 잃어버린 삼추과의 사진 보고.
웃겨서 히히히~ 키득키득 막 웃었네요 ^^
닮았네~ ㅎㅎ

스컬리 2004.11.30 15:50  
  가이드가 지퍼양을 잘 챙겨줘서 고맙네요~^^
거기에가면 2004.12.01 05:20  
  오! 멋진 사진입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백언니 2004.12.02 09:51  
  다음 편!
빨리 빨리!!![[으힛]]
나도가야지 2004.12.07 12:11  
  지퍼가족분들 보면서 여행계획 세우고 있습니다.
가셨던 코스 한번 따라해볼랍니다.
지퍼양 너무 예쁩니다.
귀엽당~ 2004.12.09 07:52  
  지퍼양 너무 귀엽구 이뻐요~~
마지막 사진은 뽀얗던 피부가 갈색으로 변했네요~
정말 너무 귀여워요~~
gromit 2005.04.20 03:01  
  우헤헤헤~ 넘 잼나여~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