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방콕으로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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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방콕으로의 귀환

필리핀 8 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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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의 마스코트 장군이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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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국경 풍경. 우리나라의 60년대를 연상케하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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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쪽에서 본 국경 풍경. 멀리 앙코르 왓 구조물이 있는 곳부터 캄보디아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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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부근의 불법심야영업 술집. 퀴즈! 태국인과 한국인 구분하기

9월 9일-방콕으로의 귀환


웬일인지 이번 여행에서는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오늘만 해도 씨엠리업에서 국경까지 택시로 3시간 걸리는 길을 운전사가 엄청난 난폭운전으로 질주한 끝에 2시간 30분 만에 도착했다. 덕분에 10시 30분 발 방콕 행 버스를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방콕 행 버스는 10시 30분 이후에는 3시간을 기다려야 다음 버스가 있다. 씨엠리업에서 국경으로 오는 택시는 오전 5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새벽부터 이동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오전 7시 출발로 정했다. 그런데 국경을 통과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10시 30분 발 방콕 행 버스를 타는 게 아슬아슬할 것 같다. 그 버스를 놓치면 아무 볼 것도 없는 시골 마을에서 3시간이나 보내야 한다.
그런데 운전사가 우리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었다. 지옥의 랠리로 소문난 파리-다카르 자동차 경주처럼, 택시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비포장도로를 거침없이 달려갔다.
국경에 도착하여 캄보디아 출국수속을 하고, 태국 입국수속을 하고 뚝뚝을 타고 아란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 10분. 얼른 방콕 행 버스표를 사고 근처 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으로 족발 덮밥 한 그릇을 여유 있게 먹었다.
방콕 북부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2시 반.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이동하면서 숙소 구할 일이 고민되었다. 카오산의 괜찮은 숙소(비싸거나 시설이 좋은 숙소가 아니라, 요금이 저렴하고 시설은 무난한 곳)는 오전 11시 경이면 이미 만원이다. 지금 가면 그저 그런 숙소밖에 구할 수 없다.
한국인 여행자들은 유난히 숙소의 좋고 나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평생 헉헉거리면서 일해도 번듯한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데 조국의 현실에 대한 박탈감 때문일까.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인 나도 그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여행의 신이 우리에게 오늘 두 번째의 행운을 허락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카오산의 가장 괜찮은 숙소 중 하나인 람부뜨리 빌리지에 들렀는데, 팬룸이 하나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이번 여행의 첫날에도 람부뜨리 빌리지에 묵었었다. 그때는 에어컨룸이었는데, 적잖이 실망했었다. 많은 여행자들이 람부뜨리 빌리지를 괜찮은 숙소라고 칭찬하고 있지만, 나는 우선 객실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게 싫었다. 게다가 방은 아무런 장식도 없고 하얀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서 병실(그것도 정신병동)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카오산의 소음으로부터 적당히 떨어져 있으면서 카오산을 즐기기에 전혀 부담이 없는 최적의 위치와, 상당히 깔끔한 시설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비싼 에어컨룸 말고 저렴한 팬룸에서 한 번 묵어보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희망대로 팬룸에 묵게 된 것이다.
암튼 오늘 하루만 벌써 두 번째의 행운이 겹쳤다. 행운이라고 할 것 까지도 없는 조그만 사건이지만, 어쨌든 기분은 즐겁다. 여행에서는 이런 자그마한 사건들이 큰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남은 여행 기간에도 이런 행운들이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항상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터득한 인생의 법칙이다. 정호승 시인은 ‘인생은 내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고 했지만, 나의 경우 '인생은 내게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사실은 깨우쳐 주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다. 행운이 계속될 때는 조심해야 한다. 가불해준 행운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운명의 신이 인생의 길모퉁이에 남몰래 불행을 숨겨 놓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찍은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을 씨디에 굽고, 씨디 굽는 사람에 한해서 무료 제공되는 인터넷을 1시간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짜이디 마사지는 여전하다. 여전히 적당히 서투른 마사지 솜씨와 적당히 저렴한 요금. 가끔 이곳에서 마사지를 받고 나면 피로가 더 쌓이기도 한다. 마사지 학교를 갓 수료한 사람들이 실습을 하기 위해 거쳐 가는 곳 같다. 암튼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짜이디 마사지는 여자보다 남자 마사지사의 실력이 더 좋은 것 같다.
마사지를 받고 저녁을 먹기 위해서 동대문으로 향했다. 내일은 해변으로 떠날 예정이므로, 그전에 저렴한 해물을 잔뜩 먹어둘 작정이다.
동대문에서 세계일주 중인 39세의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여행을 시작한지 6개월 되었고, 앞으로 2년은 더 여행할 거라고 한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무척 당찬 여성이다.
여행은 때를 잘 만나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2번 정도 세계일주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속세의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떠나지 못했다. 만약 3번째의 기회가 온다면 나는 모든 걸 내팽개치고 떠나리라.(아니. 모든 걸 내팽개칠 각오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녀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을 여행했고, 이제 유럽으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나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호주-뉴질랜드 루트를 권해 본다. 유럽은 너무 비싸다. 유럽에서 거지처럼 하루를 살 돈이면 동남아에서 1주일을 거뜬히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미 여행을 했단다. 이번에는 인도-네팔-터키-유럽의 루트를 권해본다. 그렇게 여행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기분이 잔뜩 업그레이드된다. 내일 당장 세상의 바다 위를 떠도는 조각배가 되어 어디론가 둥둥 떠날 것만 같다. 맥주가 술술 잘도 넘어 간다. 탁자 위에는 빈병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태국은 오전 2시가 넘으면 식당과 술집을 비롯한 모든 가게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 상점에서 술을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이미 발동이 걸려 버린 우리들은 멈출 수가 없다. 1시간 가까이 카오산 거리를 헤매고 다녔지만 끝내 술파는 집을 찾을 수가 없다.
아쉽지만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구세주를 만났다. 동대문에서 일하는 여자 종업원 하나와 조우한 것이다. 예상대로 그 애는 불법영업을 하는 술집을 알고 있었다. 그곳은 카오산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했다. 걸어가기에는 약간 멀고 뚝뚝을 타야 한단다.
5명이 뚝뚝 한 대에 타려니 약간 비좁다. 그때, 세계일주 중인 여성이 “그동안 뚝뚝을 보면 이 자리에 꼭 한번 타보고 싶었다”고 하면서 운전사 옆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그리곤 아예 운전사의 팔짱을 꼈다. 젊은 뚝뚝 운전사의 얼굴이 수줍음으로 금세 발갛게 물들었다. 그녀의 엉뚱한 행동에 모두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운전사는 낯선 한국 여성에게 팔짱을 끼인 채로 복잡한 밤거리를 잘도 달려 갔다.
잠시 후 뚝뚝은 쌈쎈 거리의 어두침침한 골목 앞에 정차했다. 술집은 그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손님들은 현지인 일색이었다. 간혹 눈에 띄는 외국인도 현지인과 함께 온 경우였다.
위스키를 1병과 얌운센(태국식 샐러드)을 시켰다. 다시 술판이 벌어졌다. 내게 독주는 쥐약이다. 위스키 몇 잔을 들이키니 서서히 맛이 가기 시작한다. 얌운센은 현지인 입맛에 맞추었는지 너무 매워서 먹을 수가 없다.
잠시 후 동대문 종업원의 친구라며 한 남자와 합석했다. 그는 자기가 경찰이란다. 엨, 경찰이 불법영업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니! 하긴, 이런 집이 경찰의 빽 없이 어떻게 장사를 할 수 있겠는가. 어디에나 변칙과 요령과 꼼수와 야합은 존재한다. 그것이 세상이다. 빌어먹을 세상 같으니라구!
시계는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어제 새벽에 씨엠리업의 숙소에서 눈을 뜬 후 거의 24시간을 깨어 있는 셈이다. 술도 오르고 무척 피곤하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뚝뚝을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거의 기다시피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 위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나에게 술을 권하는 카오산이 지겨워지고 있다.
8 Comments
ankor 2004.11.18 11:35  
  필리핀님 글을 보니 카오산에 가고 싶읍니다...
그냥 아무 할일없이 카오산 중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면서 생맥주 한잔 마시면 정말 좋겠는데...
필리핀 2004.11.18 12:38  
  떠나는 그 순간부터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곳...
그곳이 카오산이죠...
재석아빠 2004.11.18 13:44  
  그 다음날 오가 결근 했다는...[[우울]]
요술왕자 2004.11.18 14:02  
  ㅋㅋㅋ 나중에 오한테 어딘지 물어봐야겠다...
곰돌이 2004.11.19 00:55  
  퀴즈 답안 제출합니다.
콘타이, 콘까올리, 콘타이, 콘까올리....맞나요??
필리핀 2004.11.19 12:19  
  네, 곰돌이님 정답입니다. 짝짝짝...(축하박수)
당첨상품으로 태국왕복항공권..........을
담을 수 있는 봉투를 드리겠습니다.  [[고양땀]]
곰돌이 2004.11.19 13:15  
  감사합니다.봉투는 빠른등기로 아래주소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1234번지 56호[[으힛]]
재석아빠 2004.11.19 23:37  
  ㅋㅋㅋ
장군 멍군 하셨네요~~
요왕님 그집 저도 알아요~~[[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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