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014년 7월 여행기--센탄 삔까오/태국인들의 친절함
이번에 알게 된 일인데, 삔까오는 그야말로 태국 현지인들의 구역인 것 같습니다.
여행자들의 밀집 지역과 가장 가깝고, 교통 또한 아주 편리하게 이어져 있는 곳인데
제가 볼 때에는 이 현상은 정말 등잔 밑이 어두운 것과 진배없었습니다.
여기의 푸드코트에서 어쑤언을 주문했더니, 점원들끼리
[허어, 지금 저 외국인이 어쑤언 시켰다!]라는 표정들을 지으며 웃더군요.
이것은 방짝 이상의 동쪽 지역 현지인들도 보이지 않을 듯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어쑤언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간을 전혀 하지 않고 주더군요.
외국인이 이 어쑤언을 맛있게 먹기는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카오산 등지에 머무른다면, 백화점은 이 삔까오 센탄으로 올 것 같습니다.
나중에 사진 정리를 하면서 보니
이게 삔까오 센탄인지,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센트럴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던데다가
이곳은 [관광지 특유의 뻔지르르함]이 없습니다.
푸드코트의 가격도 저렴하고, 사람들도 더 친절하고
무엇보다도 민주기념탑 앞(복권청 쪽)에서는 거의 80%의 버스가 삔까오행입니다.
그러면 카오산으로 돌아올 때에도 아무 버스나 타도 되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늘 516번 에어컨 버스를 애용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16번은 삔까오 시네플렉스 앞에서 정차해서, 태사랑 방람푸 지도의 [A] 버스 정류장에 한 번 서고
그 다음에는 테웟으로 가거든요.
싼티차이쁘라깐 공원에서 바람을 쐬다가 푸아키에 가기 딱 좋은 코스입니다.
삔까오에서 516번 말고도 이런 경로로 가는 버스가 또 있을 거라는 짐작이 드네요.
삔까오 센탄은 또한 제게 아주 좋은 것 한 가지를 알려준 곳입니다.
1년 전에 센트럴 삔까오의 탑스 수퍼에서 병풀 주스의 존재를 알기 시작해서
(3)편에 이미 말씀드렸듯, 병풀 주스는 제가 목이 마를 때에 선호하는 두 번째 음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건, [병풀]에 해당하는 태국어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백화점에서는 보통 이것을 Centella asiatica라고 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이것은 병풀의 린네식 학명입니다.
현지인들 시장에서는 영어로 여쭤봐도 모자랄 판에,
[센텔라 아시아티카 주스 한 병 주셔요]라고 하면 [예, 여기 있습니다] 하실 분이 과연 계시려나요?
현지인 시장에서 만드는 병풀 주스가 훨씬 싸기 때문에
저는 시장에서 사는 걸 훨씬 좋아하는데요.
다행히도 저는 병풀주스 단골집을 하나 트고 있습니다.
한 현지인 시장의 연세 지긋하신 아주머님이신데
그 분이 참 놀라운 것이, 이번에 거의 넉 달 만에 찾아온 저를 보고 반겨 주시면서
[오, 왔네! 항상 먹던 설탕 없는 병풀 주스 줄까? 두 개 줄까?]
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좋아했고 늘 사는지를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여기에서 저는, 8년을 한결같이 새로운 손님처럼 반겨 주는
몬놈솟의 그 청년--아마도 몬놈솟 집안 경영후계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제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주문한 지 8년째인데
언제까지 제가 한국인인지, 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가 무엇인지 물을 작정인가요?
오히려 당신 할머님들은 이젠 저를 알아보는 눈치이시던데........
뭐, 제가 그 청년의 순한 인상을 하도 좋아해서 한 번 그냥 말해 봤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저를 새로운 사람 보듯 해도 괜찮아요. 그래도 갈 터이니)
이렇게 태국 여행 때에는 언제나 태국인들의 친절에 토닥토닥 쓰담쓰담 우쭈쭈를 받다가 오는 느낌이지만
그리고 이번 여행 때에 경험했던 친절의 최고봉은 저의 Adventure 편에서 말씀드릴 작정이지만
저를 또 깜짝 놀라게 했었던 친절 두 가지는 여기에서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가지 다, 센터포인트 터미널 21의 fitness center에서 있었던 일이었어요.
1. 수영장에서 수영을 신나게 한 저는, 사우나를 마치고 방에 올라가려다가
헬스장에 있는 저울에서 몸무게를 한 번 달아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중계는 꽤 구석에 놓여 있더군요.
이걸 찾아낸 후, 뭔가 도와줄 것이 있나 하고 저를 따라온 직원에게
[멀리 좀 가 주셔요. 체중을 잴 거니까]
라는 뜻으로 장난스러운 손짓을 했습니다.
(영화 [제 5 원소]에서 그 흑인 디제이가 하던 것과 비슷한)
헐, 그랬더니 그 곳에 계셨던 모든 직원들이 일제히 자리를 비우시더군요!
그런 뜻이 아니라, [여러분, 십 미터만 밖으로], 이 정도의 뜻이었는데.........
혹시 당신들, 모두 천리안이 장착된 분들?
2. 같은 날 저녁이었던 것 같습니다.
센터포인트 21이 얼음을 저장하는 곳이 fitness center 바로 옆이라는 것, 아셨나요, 여러분?
이곳에 투숙한 것이 벌써 세 번째이니, 안내책자나 꼼꼼히 읽어 볼까 하다가 이 대목을 발견하고는
저는 당장 아이스 버켓을 들고 7층에 내려갔습니다.
센터의 직원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저를 보고는, 버켓을 받아다가 직접 얼음을 떠 주더군요.
그러더니 저보고
[혹시 잃어버린 물건 있지 않으셔요?]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다니는 성격은 아닌지라,
여행을 다섯 번 다닐 때에 사소한 물건을 한 번 잃어버릴까말까 하는 저이거든요.
그랬더니, 데스크 아래쪽에서 너무나도 명백한 제 물건을 두 개 딱 꺼내 주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정말로 저는 이걸 잃어버린 줄도 몰랐어요!
이번에는 수영장에서 정말로 재미있게 놀겠다고 서울에서부터 챙겨왔던 물건이었는데!
(민율 톤으로: 소중한 누들인데~)
잃어버린 본인도 모르고 있던 것을, 그 많은 손님들 중 딱 알아보고 챙겨 준 센터포인트의 직원분들,
플러스 100점~
(직원분들 코러스: 아이고, 의미없다!)
그런데 물건을 꼼꼼하게 챙긴다고 이렇게 자신하던 제가
바로 이 호텔에 제 휴대폰 충전기를 놓고 왔습니다.
그걸 뻔히 보면서도
[오, 이 호텔에는 저 전화 옆에 충전기가 있었구나! 지금까지 몰랐네~]
이러면서 그냥 왔어요.
다행히도 컴퓨터를 통해 충전하는 전선을 하나 가져왔기에 망정이지
여행 내내 정말 큰일날 뻔했습니다.
이 충전기 하나로 충전할 것이 폰, 카메라 등등, 웬만한 건 다였거든요.
정말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