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태국여행 (미션: 초저가로 여행하기)
태국이 좋다며 여행하기를 7번째...
덧붙여 8월과 12월에도 발권한 상태
올해만 연거푸 3번을 다녀올 계획이니 때마다 미션을 주고 컨셉을 정하기로 했다.
그래, 이번 7월의 컨셉은 '초저가로 여행하기'로 정하자!
1. 대중교통 활용하기
2. 노점 음식 먹기
3. 쇼핑 자제하기
초저가에 걸맞게 항공권은 에어아시아 프로모션으로 왕복 15만원대로 구입
숙소는 카오산의 저가 게스트 하우스도 많지만, 택시이동비 등을 감안하면 시내쪽이 낫겠다.
아속역 2분 거리에 아속 몬트리 호스텔 여성전용 도미토리로 3박에 4만원대 초반,
그리고 마지막 날은 오전 일찍 체크인 해야하는 관계로 노숙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마리 호텔 1박 38,500원 결제 완료.
아무리 생각해도 아름다운 사전결제가 완성되었다. 이제 방콕 가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
돈무앙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택시 대신 A1 리무진을 타고 모칫 역으로 이동하여 BTS를 타고 아속역에 도착했다. (항공 도착 시각은 8시 40분이었는데 시내 숙소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었다. 재빠름으로 예상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일찍 도착.)
아속몬트리 호스텔은 마지 태국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놓은 듯, 모든 분위기가 가정집 같았다.
그리고 6인 도미토리에 사람이 없는지 운 좋게 혼자 독방처럼 쓰게 되었고,
공동욕실도 룸 바로 옆에 있었고, 실제로 혼자 사용했기 때문에 공동인지 개별인지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토록 모든 것이 완벽했던 나의 여행은 다음날 무참히 깨지게 되었다.
점심때 노점상에서 무양과 쏨땀을 먹고, 120밧짜리 발 마사지를 받을때까진 계획대로 미션이 이뤄지는 듯 했다.
그토록 그리워 하던 방콕의 냄새도 너무 좋았다.
길거리의 톡 쏘는 향신료의 향인지, 열대의 찌는 여름 무더위의 냄새인지, 마사지 가게에서 풍겨지는 허브 향인지, 매케한 연기를 뿜는 오토바이의 매연의 냄새인지, 오묘한 자스민 꽃의 향 같기도 하고, 꼬리한 젖국 냄새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땀 냄새와 이 모든 것들이 뒤 섞인 냄새, 방콕의 냄새...
그런데 냄새에 취했는지, 방콕의 형용색색의 택시와, 주황색의 조끼를 입은 오토바이 기사와, 여기 저기 바베큐를 굽는 연기와, 여기 저기 오고 가는 차량들과 사람들에 취했는지....
결국 있어야 할 게 없었다.
바로 신용카드! 단 한개 신용카드가 없어진 것이다.
신용카드가 없어진 걸 안 후 모든 것을 할 의욕이 사라져버렸다.
먹고싶지도 않았고,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말소리는 소음이었고, 방콕의 무더위의 땀이 짜증이 났다.
물론 환전한 현금이 있었지만, 뭐랄까... 분신을 잃은듯한 느낌...
부랴부랴 카드 정지 신청을 하고 그 길로 숙소에서 우울한 낮잠을 잤다.
그리고 둘째 날도, 셋째 날도, 그냥 숙소앞 서성이다가 숙소로 오곤 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택시 한 번 타지 않았고, 레스토랑도 안갔고,
쇼핑은 커녕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날 아마리 호텔에서는 조식 명단에 없다며 식당에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먹는 것에 감정이 상한다.
나중에 공항에 이미그레이션을 통과 한 후 깨달 것은,
바우처에 조식포함이라고 분명히 표기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과
체크인 할 때 직원이 방을 바꾸면서 나의 체크인 영수증 룸 번호를 임의로 바꿨는데 그 과정에서 조식 명단에 누락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것 또한 나의 여행이다.
신용카드를 분실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미션을 수행하지 못했을 수도...
그 덕에 길거리에 앉아(실제로 너무 더워서 밖에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현지인처럼 있어보기도 하고,
현지인처럼 밥 먹고...느긋하게 낮잠도 자보고...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랄지....궁상이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또 태국을 꿈꾼다. 이거 태국에 미친거 맞지...!
다음 미션은 럭셔리로 해볼까?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