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기다란 쉼표 일곱, 휴식.
까따비치리조트 아침식사.
오늘 아침은 느긋하다. 특별한 계획도 없고...
내일이면 피피섬에 들어가야하니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놀러다닌 것두 중노동이라니깐. 헤헤.
야외 좌석에 앉아서 천천히 아침을 먹는다. 내가 차리지 않고 내가 치우지 않는 식사. 주부들에게는 이것도 여행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러고보면 결혼 하기 전에는 손하나 까딱않고 친정엄마한테 꼬박꼬박 얻어먹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돌아가면 내손으로 밥 한번 해드려야지. 아니, 이런 곳에서 이런 아침식사를 꼭 한번 대접해드려야지. 도무지 자식에게서 과일 한봉지 조차도 그냥 안받으시려 하는 부모님께 이런 식사 한번 대접하려면 무지 힘들 것 같지만. (보통은 대접해드리려고 나갔다가 오히려 대접받고 오게된다.)
생각해보니 시댁에 가면 식사 준비하고 치우고 하는 일들을 늘상 하는데 30년동안 나한테 밥을 해주신 친정에서는 아직도 날로 얻어먹기만 하고있다.
시댁에는 그래도 의무라고 조금씩 하는데 친정 부모님께는 내손으로 생신상 한번 못차려드려봤다.
내가 조금씩 철들어 가는 것일까. 부모님 늙고 병들어가시는 모습 보면서 자꾸 안타까워지는 것일까.
좋은 곳에 가고 좋은 음식 먹으면 꼭 부모님 생각이 난다. 함께 왔으면 좋았을텐데...하고.
식탁 주위를 맴돌던 새.
새는 참 맑은 소리로 지저귄다.
새소리에 잠을 깨는 일. 상상 속에서만 바라던 그일이 지금 내게는 벌어지고 있다.
갑자기 이 여행이 끝나고나면 어떻게 서울의 아파트 숲속에서 버틸 수 있을까, 두려워진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마저도 파도소리 한번 듣고나면 사라진다.
서울에서 그토록 머릿속을 어지럽게 떠다니던 생각들이,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들이,
이상하게도 여기에서는 모두 사라진다.
그냥 단순하게,
너무 즐겁거나 너무 따분하지도 않은 평상심을 유지하게 된다.
모두 이런 바람과 이런 바다와 이런 새와 이런 하늘, 이런 향기, 이런 나무들....덕분이리라.
그래, 내가 그래서 여행을 떠나왔지.
남들 열심히 모아서 집 평수 넓혀갈 때...
우리 가족은 덜 열심히 모아서 그나마 모은 거 여행에 투자했지...
오늘도 밥시간이 즐거워 춤추는 지퍼양.
배불리 먹고나면 양손에 디저트로 바나나와 빵한쪽을 들고서... 시키지 않아도 절로 우러나오는 덩실덩실 춤을 추는 지퍼양.
먹으면 즐겁고, 놀면 신나고, 자면 편안한 그녀의 삶.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할지어다 !!!
까따비치리조트.
아침바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맑은 바다.
아침을 먹고 밖에서 놀다가 방에 들어와서 또 뒹굴뒹굴 하다가 딸과 퍼그는 잠들고 나는 별러왔던 타이마사지를 받았다.
수영장 옆 정자에서 받았다. 허리랑 다리랑 부실한 나, 여행가기 전부터 태국가면 타이마사지 매일매일 받을테야! 하고 별렀었는데..히히.
방콕에서 받았던 것 만큼 시원하지는 않다. 하긴, 마사지사 실력에 따라서 다 다르니깐...
그래도 4.3키로 거구를 자연분만한 뒤로 뒤틀려있던 온몸의 뼈와 살들이 조금씩은 사이좋게 위로를 나눠받았다. 고마워서 팁도 주고나왔다.
방에 들어와서 식구들을 깨웠다.
커피한잔 마시고 나가야지, 하니 귀가 밝은 지퍼양, 얼른 일어나 엄마 커피 타느라고 부산을 떤다. 기특한 것.
두돌 된 딸에게서 벌써부터 커피를 받아마시니 아무래도 나는 내 친정엄마와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엄마 커피타는 지퍼양.
엄마가 매일 전용좌석인 살라에 앉아 티타임 즐기는 것을 눈여겨 봐두었는지, 커피한잔 마셔야겠다, 하고 혼잣말한 것에 귀가 쫑끗해져 커피와 잔을 살라쪽으로 가져와 직접 타준다고 호들갑이다. 역시 딸 낳기를 잘했어....
리조트 구석구석.
자고일어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나 뭐라나...
오늘도 어김없이 까따마마 출근도장 찍으러 간다.
내일이면 떠나야할 까따비치리조트. 구석구석 사진기에 기억을 남겨두고....
바나나팬케잌과 아이스크림.
바나나튀김을 시킨다는 게 순간의 실수때문에...팬케잌으로 변했다. 어쨌거나 맛있으면 되었지, 뭐.
까따마마도 오늘부로 안녕!이네...이렇게 싸고 맛있고 분위기 있는 식당을 언제 어디서 또 찾을수 있을까...까따비치에 오게될까? 언제쯤? 오잉~ 슬퍼지네. 대신 내일은 더 좋은 곳으로 가잖아, 이번 여행의 백미인 곳으로! 아자, 아자, 화이팅!
자느라고 늦어진 점심을 먹고나서 로터스에 가보기로 한다. 피피 들어가기 전에 장을 좀 봐야한다.
친절한 태국청년의 택시를 빌려서 갔다. 요기서 요기 갔다오는데 세식구 밥값의 두배인 택시비. 아유, 푸켓에서 어디어디 찾아다니는 거 점점 귀찮아진다.
로투스에 도착. 앞선 여행기에서 밝혔듯...마트안에는 에어아시아 티켓부스가 다 있다. 글구 반가운 오투액션! 하고 달려가서 보니, 이런..우리의 오투액션이 아니네.
로투스.
한그릇에 천원정도 하는 볶음밥.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었다. 둘이서 밥 먹고 음료수 마시고 했는데 총 3천원도 안들었다. 택시비는 서너시간 빌려서 왕복하는데 1만8천원 돈. 갑자기 허무해진다. 내가 지금 모하는 짓이냐...
어쨌거나 구경 잘~하고, 피피가서 먹을 아이우유랑 간식이랑 어른맥주랑 사고 돌아왔다.
닭신앙???
푸켓 곳곳에서 발견되는 닭상(?)들. 닭을 숭배하는 신앙이 있나...??? 몰까아...갑자기 되게 궁금해진다. 아시는 분 답변 바랍니다...닭상이 의미하는 바를.... -_-;;
야식시간.
장봐온 것들로 야식을...
태국 새우깡과 맥주들과 초코우유...
내일 아침이면 다시 출발이다. 만 3년만에 다시 찾는 피피섬.
설레이고 또 설레인다.
많은 그리움을,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는 추억속의 그 섬으로. 그 리조트로....
이제는 둘이 아닌 셋이 되어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