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뻬] 너란 섬~ 그런 섬! (3)
꼬 리뻬는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는 섬이다.
아침나절에는 선라이즈 비치에서 딩굴거리다 저녁에는 맥주 하나 사들고 선셋 비치까지 터덜거리며 걸어가 사진작가의 작품 못지 않은 분위기를 안주 삼아 홀짝 거리며 여행을 음미하기 딱 좋은 곳이다.
여기서 우리 부부의 꼬 리뻬의 하루를 열거해 보면...
시차를 무시하는 마눌로 인해 아침 7시부터 부지런떨며 아침 식사를 한다. 전날 과음했다 싶으면 컵라면, 아니면 숙소 조식이나 비치 앞 맛난 카페에서 2시간여 즐긴다.
그리고 집에 와 씻고, 가방 챙겨서 비치로 간다. 그렇다고 햇살을 즐기며 이리저리 굴려가며 태우는 것은 아니고, 무난한 대한민국의 아저씨 아줌마처럼 그늘에 싸롱 펴놓고 유유자적한다. 이 때는 태양빛 아래냐, 나무 그늘 아래냐만 다를 뿐 서양 아이들과 비슷한 뒹굴거리기를 시전한다.
책 읽거나 멍 때리며 바다 보거나, 하늘 구름모양 보며 망상에 젖거나... 개인적으로 가장 여행 분위기를 즐기는 시간이다. 물론 아침부터 맥주 한모금 하는 것도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시츄에이션이겠다.
그러다 따분하면 집에서 들고간 스노클 끼고 바다로 들어간다. 한 손에 과자라도 들고 있으면 어디서 몰려드는지 고기들이 서로 달려든다. 어떨때는 피라냐의 공포가 느껴질 정도.
배고프다 싶으면... 가위바위보 해서 지는 사람이(대부분 이겨도 내가 가게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길거리에서 파는 까이양과 카우니여우 사와서 흥청망청하고. 기분 좀 내자 싶으면 비치 앞 식당에 들어가 100밧 넘는 음식을 시켜놓고 황제의 휴가를 만끽한다.
그러다 바다 경치가 싫증나면.... 그냥 15분 정도 걷는다. 그러면 또 다른 남국의 바다가 내 앞에 멋지게 펼쳐져 있다. 그러면 그 곳에 싸롱 펴놓고 바다 구경, 하늘구경, 지나가는 아이들 구경...
이게 우리 부부가 꼬 리뻬에 찾아온 이유이다.
선셋 비치에서의 일몰이다. 이번 꼬 리뻬는 날이 갈수록 멋진 날씨를 선물해 주었다. 첫날에 비해 둘째날이 좋고, 둘째날에 비해 구름 한점 없는 셋째날이 좋았고, 셋째날에 비해 남국의 뭉게구름이 저 멀리 피어 있는 넷째날이 좋았다.
이렇기에 일몰도 마지막날이 가장 좋았다.
함 감상하시길.. 비록 폰카로 찍었지만... 리뻬의 일몰이다.
참 많이도 찍었다.
이 날은 처음 찍은 샷이 마음에 들어 안 찍을라 하고 있으면 어느 새 더 멋진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도저히 안찍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30여분 동안 30여장 가까이 찍은 듯 하다.
좋은 카메라로, 삼각대 세워가며 찍는 사람도 있었지만 휴양지 가는 데, 무거운 출사가방 들고 가기는 그랬다. 뭐, 갈수록 폰카로 찍는 재미와 편리함이 더 커지고 있다.
보이시는가? 말로만 듣던 돛 새치다.
앞 바다에서 낚시로 잡았다는데, 1미터 넘는, 돛 새치 치고는 작은 놈이다.
20여명은 거뜬히 먹을 듯 하다.
워킹 스트리트의 흔한 식당
해가 삐죽 튀어 나오기 바로 전.
5일이 훌쩍 흘러 우리의 마지막 날도 밝았다.
와피 리조트 시뷰룸은 비치 바로 앞에 있기에 마눌은 새벽부터 해돋이를 본다고 설쳐댄다.
해는 언제나 뜨는 것인데 사람이 괜시리 의미를 갖다 붙이는 거라고 주장하는 나와 달리 마눌은 아직 소녀감성을 갖고 있다. 꼬 리뻬의 조용한 일출을 봐야 한다는 마눌.
그녀의 바램대로 마지막 리뻬의 선물은 황홀한 일출이다.
마눌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산에 올라간다거나, 바다까지 찾아가는 수고없이) 해돋이를 감상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가 다시 멀고 먼 극동의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다시 말하면 5일전 우리가 했던 교통편을 그대로 거꾸로 타고 가야한다는 말!
와피 리조트 시뷰룸. 시뷰룸 앞에 비치프론트 룸이 있고, 시뷰룸 30미터 뒤에 정원을 끼고 앉은 가든뷰가 있다. 가격은 알다시피 바다 가까이 갈수록 비싸다. 와피리조트를 이용한 한국인이 꽤 되는 듯 많은 포스팅에 소개된다. 주인은 프랑스 남자와 태국인 여자 부부인 듯 하다. 식사는 소소하고, 바로 옆 식당이 오히려 맛난 음식으로 소문나 있다.
짐 다챙기고 마지막으로 사진 한번 찍어주시고...
리뻬에서 나갈 때는 대부분 9시-9시30분 배를 탄다. 1시도 있는데 아마도 기차 타는 사람들만 타는 듯 하고, 오후 뱅기타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아침 배를 탄다. 와피에서는 선착장인 파타야비치까지 무료택시로 데려다 준다.
들어올 때 탔던 페리를 공교롭게도 나올 때 한번 더 탔다. 올 때 2시간이 안 걸린 기억에 11시 전에 빡빠라 도착을 예상했지만 아뿔싸~
파도가 장난 아니다.
와피에서 느낀 건데 아침에는 안다만쪽 바다에 바람이 심하게 분다. 오후에는 없어지는 바람인데, 그로 인해 파도가 높아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덕분에 물보라 쳐대는 바다길을 바이킹 타는 기분으로 달려오고, 도중에 따루따오 섬까지 들리는 바람에 2시간이 훌쩍 넘는다. 리뻬서 함께 탄 서양애 커플이 내리던데, 리뻬도 모자라 따루따오에 가는 것일까...
사진에 보이는 표지판 대로 2시간이 넘는 뱃길 끝에 빡빠라에 도착했다. 시속 30킬로로 온 것이니 그리 늦은 것은 아닌가?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5시간 정도. 6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이다. 요거 때문에 고민을 하기는 했는데, 방콕행 뱅기(에어 아시아)를 5시 40분으로 했더랬다. 원래 계획은 11시 배를 타고 오면 대충 맞을 줄 알았는데, 11시 배가 없어지고 1시 배로 바뀌며 일정이 틀어진 것.
빡빠라에서 바로 공항으로 가면 아무것도 없는 공항에서 4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핫 야이까지 들어가자니 겨우 1시간여 남는다...
그래서 우리... 모험을 한다.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새로운 루트 개발에 나선다.
빡빠라에서 핫 야이 공항까지 가려면 핫 야이보다 100밧 더 내야 한다. 핫 야이는 나중에 내림에도 더 싸고... 그래서 우리 부부 핫야이까지 가기로 했다. 핫 야이 시내가 아닌, 1편에서 소개했던 롯뚜 터미널까지...
롯뚜 터미널은 공항과 핫야이 시내 사이에 있어 비용도 그대로이고, 공항에서 10분 거리라 시간 부담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그 곳에서 남는 시간을 때우기로 한 것은... 테스코가 있기 때문이다.
테스코에서 밥도 먹고, 쇼핑도 하고, 커피를 먹으며 시간을 즐기려 한 것이다.
그런데... 태국 운전자 아저씨가 테스코를 못 알아 먹는다.
분명히 빡빠라 여행사에서 출발할 때 시내가 아니라 롯뚜 터미널에 내려달라 했는데...
"아저씨(나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지만) 테스코 알죠? 롯뚜 터미널 옆에 있는 테스코! 거기 갈거에요"
"뭐?(영어 못한다. 태국어로 얘기한다) #$^&>>^#@#$%롯뚜?"
롯뚜만 알아듣겠다. 롯뚜 터미널이 태국어로 뭐라하는지 모른다. 롯뚜 터미널이라 헷갈리나 싶어 나 역시 테스코만 연발한다.
"아니, 테스코! 테스코! 마트! 빅씨 같은거! 테스코!"
이런... 어디론가 전화까지 걸어 바꿔주는데, 이 양반도 테스코를 알아 먹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공항에 서양애들 내려주고 시내로 향하는데, 분명히 빡빠라 가던 길에 지난 길이니 핫 야이갈 때도 지나쳐 갈거라 생각한 나. "에이. 모르겠다. 어차피 지나가면 그 때 내려달라고 하지 뭐. 아무리 못해도 핫야이 시내밖에 더가겠어?"라고 내심 위안을 하지만...
나의 레이다는 쉴새 없이 창 밖을 내다보며 긴장하고 있다.
결국...차가 오던 길과 다른 길로 간다. 아무래도 전화로 얘기하던 사람이 다른 장소를 알려준 듯 하다.
안돼!!!
핫 야이 시내까지 들어가려는 찰나! 내 눈에 저 멀리 테스코 간판이 보인다. 그 때 운전자에게 간판을 가리키며 테스코를 다시 연발한다. "테스코! 저기 테스코! 유 노 테스코?"
결국 차 돌려 테스코에 도착한 우리.
고맙다고 고맙다고 남아 있는 승객과 운전자에게 컵쿤캅을 외쳐대는데 운전자 아저씨가 한마디 시크하게 날린다. 아~~~ 미안했다.
"테스코가 아니라 테스코 로터스라고 해야 해!"
진짜 내가 잘못한 건지, 아닌지...어쨋든 그들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테스코 입성!!!
MK수끼가 있기에 맛나게 먹어주시고(처음보는 한국인가보다. 다들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배고픈 우리는 세트로 시켜 처묵처묵, 죽까지 만들어 먹으며 처묵처묵) 호랑이기름(타이거밤), 피스타치오 등 요거조거 샤핑하며 남는 시간을 알뜰히 즐긴다.
요기가 한때 우리가 즐겨 찾던 테스코 푸드코트. 끄라비, 치앙마이 등 장기여행할 때 우리에게 시원함과 맛난 밥을 주던 곳이다.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그리고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여기는 버스가 없다. 썽태우도 안 지나다닌다.
그래서 어쩔 수 있나 테스코 센터에 부탁해 택시 불러달라 했지. 그랬더니 역시 태국인들의 친절이 엄청나다. 우리를 위해 전화 걸어준 직원이 직접 문 밖까지 나와 게이트맨에게 택시오면 우리 태우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이래서 우리가 태국을 좋아한다.
택시는 미터가 아니라 공항까지 정해진 250밧이다. 이 요금은 핫야이 시내 어디에서나 정해진 요금이라고 하는데, 10분 가는 거리에 250밧... 비싸긴 하지만 공항서 시간 보내는 것보다 나은 듯...(하긴 같이 미니버스 타고 공항에서 내렸던 서양애 커플이 우리랑 같은 뱅기 타더라. 공항에서 시간 보내느라 힘들었을 텐데...)
돈무앙에서는 셔틀버스 타고 50여분 만에 수완나폼으로 온다. 새벽 1시까지는 아직 4시간여 남은 시간. 카운터도 안열려 있기에 1층 푸드코트로 향한다. 도착할 때 먹어 줬으니 갈 때도 먹어줘야 한다는, 쏨땀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겠다는 나의 일념이 빚어낸 참사다.
보이시는가... 위 사진이 쏨땀이라고 시킨거다. 원래는 오리지널 파파야 샐러드를 시켰는데, 순간 내 눈에 들어온 '파파야 샐러드 핫 크리스피'. 내 생각에는 쏨땀과 크리스피 튀김이 함께 나올 줄 알고, 돈도 10밧이 더 비싸기에, 당당하게 시켰는데, 파파야는 없이 쏨땀 소스를 과자같은 튀김에 얹어 준다. 제길슨~~~
수완나품의 전경.
이번 여행의 정리.
1. 꼬 리뻬는 가기 힘든 곳이더라.
2. 그럼에도 꼬 리뻬는 더 늦기전에 가야하는 곳이더라.
3. 하지만 한번 더 같은 코스로 꼬 리뻬를 가라면...음... 랑카위쪽으로 오겠다.
4. 태국은 올수록 편하고 정이가는 나라더라.
5. 마느님과 함께 하는 여행...역시 좋고 편하더라.
6. 하지만 밤 뱅기는 점점 힘에 붙이는 나이가 되었더라...ㅜ.ㅜ
여러분에게도 멋진 여행과 추억이 넘실대길 빕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