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좀티엔 수영장...(사건일 : 8월 20일 오후 3시경..)
7박 8일의 여정이 보름으로 연기된 사연....
각박한 서울 생활에 시달리던 우리들(민정이와 지숙)은 태국의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에 한껏 취해 좀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지요.
날짜를 며칠 연장해도, 공항에서 스탠바이를 하면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말에
에라~가자!! 무대뽀정신으로 이틀을 연장했답니다.
출발하기 하루전,
아쉬운 마음으로 좀티엔 해변쪽에 있는 한가한 수영장을 찾았지요.
사람들이라곤 우리일행과 뱃살 두둑한 외국인 할아부지 두어분...
순간 효도 온천관광에 온 느낌이 들었지만,
예쁜 수영장을 보니 마냥 즐겁기만 했어요.
수영장이 옥상이라 아름다운 해변 경관도 바라보고,
남은 필름으로 포즈도 취해보고
마지막 선탠이라 생각하고 정성들여 이리저리 자세도 바꿔보고..^^
너무 더워 마지막엔 수영장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어설픈 수영실력이지만, 그나마 단거리 자유형, 배영은 되는데
왜 개구리 헤엄만을 안되는 걸까요..
이번엔 한 번 성공해보리라.
발을 한 번 힘껏 박차보았습니다..
바로 그..때..
무언가 발에 찌르는듯한 통증이 왔습니다..
'어? 어?'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모두들 신경안쓰고 재밌게 놀길래
저도 우아하게 웃으며 풀장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왠일입니까..
오른쪽 엄지발가락 살이 반쯤 떨어져나가고 없는것 아닙니까...
그 기분 아실랑가요.
전쟁터에서 열심히 싸우다 오른팔이 잘려나간걸 나중에 알았을때의 그 황당함...(쫌 과장했나?^^)
어디가서 살댕이를 찾을 수도 없고, 피는 계속 흐르고, 너무 아프고,
이상해진 내 발가락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알고보니, 원인은 수영장 바닥의 깨진 타일...ㅜㅜ 수영하시는 분덜, 조심하셔요~)
일단, 솜으로 틀어막고 파타야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갔죠.
처음간 병원에서는 상태를 보더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거예요.
그때부터 겁이 더럭! 혹시 덧나서 발가락을 절단해야하는건 아닌지 별의 별 상상에 맘이 약해져서
언니로서의 체면이고 뭐고, 눈물만 났습니다..
두번째 간 병원에서의 옆집아줌마같이 인자해보이던 의사선생님.
보기와는 달리 얼마나 우왁스럽던지,
지혈제는 안뿌리고 소독약만 들이붓더니 피 멈추라고 반창고로 칭칭~
발가락이 골프공만해졌습니다..
남의 속도 모르고, 그걸보고 우리일행들 어찌나 즐거워하던지~
다음날 아침.
첫비행기부터 스탠바이 할 생각에 밤을 꼬박 새고 새벽 6시반에 파타야를 떠났지요.
그러나 왠걸,
여행자들이 빠져나가는 시기라 이미 저희보다 일찍와서 명단을 올린 사람들이 수십명이나 있는거였어요.
다행히 아는 가이드분을 만나 이리저리 알아보고, 태국직원들에게 뒷돈도 쓰고,,
공항에서 일하는 태국인이 밤 10시반까지 오면 확실히 보내주겠다고 하기에 한시름 놓았죠.
그래서 남는 시간동안 시내에서 맛사지도 받고, 쇼핑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아무래도 발가락이 자꾸 걱정이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서울에서 치료받을 수 있겠거니하고, 간단한 드레싱을 위해 약국에서 붕대와 소독약을 샀습니다.
그런데, 이 붕대가 살과 피와 하나가 되어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칼로 째는듯한 통증이 찾아오는 거예요ㅠㅠ
생각해보세요. 방콕시내한가운데서 풀다만 붕대를 발가락에 달고 울고 있는 여인네를요..
이런~
급한 맘에 약사가 갈쳐준 큰 병원의 응급실로 택시를 타고 갔어요.
입구에서부터 휠체어를 타고(재밌었슴다^^) 응급실로 가니, 의사들이 번갈아 상태를 보더니 다섯바늘을 꼬매야 된다는 거예요. (살이 날라갔는데, 우찌 꼬맨다는건지, 원~)
여행자보험도 안 들고 온데다, 그냥 영 미덥지가 않아서 붕대로 대충 감아달라 했습니다.
피만 멈추면 서울가서 치료할 셈으로요.
근데, 여기서도 지혈제는 안쓰고 붕대로만 피를 멈추려니 제 발가락은 더 커져서 스머프 발가락처럼 되어버렸답니다. 부상~
그래도 이젠 서울에 갈 수 있단 희망에 공항으로 서둘러 왔습니다..
발이 아파, 짐을 나르는 카트에 타고 공항을 누비니 사람들이 제 얼굴한번, 발 한번 쳐다보더군요.. 이히~
태국 사람을 만나기로 한 10시 반이 되었습니다..
30분,,, 31분,,, 40분이 다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거예요.
순간 맘이 급해져 절뚝거리며 여기저기 뛰어다녔죠.
저희 말고도 스탠바이를 기디리는 한국인들이 무지 많았습니다.
결국 11시 20분에 쌀쌀맞은 여직원이 좌석이 다 찼다고 담날 새벽 5시에 다시
오라더군요...황당...
서울귀환의 야무진 꿈은 좌절되고, 아까 발가락이나 꼬맬껄..걱정하며 이제 어떻게 하나 망연자실 앉아있는데..
다행히도 공항에서 만남의 광장 하대장님을 만났습니다.
절 보자마다 "야, 너 발가락은 왜 그모양이냐?"하시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일단, 카오산으로 가자"는 말씀에 짐을 주섬주섬 챙겨 따라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봉고차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데, 첫날 택시를 타고 카오산을
찾아가던 기억이 나더군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공항에 나가 새벽부터스탠바이를 해야 하느냐,
아님 OK사인이 날때까지 태국에 머무르느냐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결론은??
물론 태국에 더 머무르자! 였죠.
그래서 다음날 아침, 바로 파타야에 다시 내려왔는데,,
만남 식구들, 엄청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이왕에 다시온거, 가는날까지 즐겁게 놀아보자,,,다짐했죠.
물에들어가는거 빼고는 절뚝거리며 무지하게 쏘다녔습니다..
(마지막날에는 유혹을 못이기고 수영장에 다시 들어갔다가 쫌 덧났지만요.ㅎㅎ)
아프고 힘든일도 있었지만,
그로부터 일주일간을 더 머물면서 인생에서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고이후 내내 괘안타!를 연발하며 병원에 동행해준 부산 사나이 상민이, 그리고 언니의 엄살을 말없이 받아준 민정이.
유창한 태국말로 병원에서 바가지 안쓰면서 치료 잘 받게 도와준 엄용오빠,
그밖에 걱정해준 많은 만남식구들 넘넘 고마와요~~
감사한 마음 잊지 않을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