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타이랜드] - 잊지 못할 나콘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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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타이랜드] - 잊지 못할 나콘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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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콘싸완(Nakhon Sawan)에 왔다. 일찌감치 숙소에 짐을 풀고, 어제 고장 난 자물쇠를 새로 사러 나가려는데, 뭐지? 이 공원은? 그 동안의 다른 공원들과는 달리, 유독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어라. 그러고 보니 공원 내에 자전거 도로까지 따로 있구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수다 떠는 사람들, 단체 체조를 하는 사람들까지. 한 눈에 봐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공원의 모습에 나는 단숨에 호감을 느꼈고. 그래, 이 곳이라면 용기를 내어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무슨 얘기를 하지? 사람들이 당황하면 어쩌지? 고민하다가, 벤치에 자전거를 들고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고. 마침 자물쇠도 사야하니, 저 사람들에게 근처에 자전거 샵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기로 결정! 그런데, 심장이 왜 이렇게 두근거리지? 아, 나 진짜 소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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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 응?
- 근처에 자전거 샵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은데.
- 잠깐만, 에이! 일루 좀 와봐. 여기 영어로 말하는데?
- (에이가 와서는) 무슨 일이에요?
- 저기.. 근처 자전거 샵이 있나요? 자물쇠를 새로 사고 싶은데.
- 있긴 한데. 찾아가기가. 잠깐만요. 내 친구가 자전거 가게를 하거든요. 조금 있다가 여기로 오기로 했는데, 올 때 가져오라고 할게요.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180바트라는데 괜찮아요?
- 네. 좋아요.
 
그렇게 자전거 가게를 한다는 에이의 친구를 기다리며, 이름은 뭐냐? 어디서 왔냐? 혼자 왔냐? 어디로 갈 거냐? 여기는 어떻게 알 거 왔냐? 등등내가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고민할 틈도 없이 먼저 이것저것 물어봐주는 사람들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하지 않았고, 그러다 에이가 물었다.
 
- 우리 이따 라이딩 갈 건데, 같이 갈래요?
- 좋아요~
 
오늘 이미 100km넘게 달렸지만, 그게 대수라. 처음 해보는 단체 라이딩에 나는 한껏 흥분해 있었고, 라이딩 시간이 가까워오자, 점점 모여드는 사람들. 그런데? 어라? 뭐가 이렇게 많지? 정신을 차려보니, 난 어느새 스무 명이 가까운 사람들과 공원을 돌고 있었고. 공원 밖으로 나가자, 점점 몰려드는 사람들. 이거야, 원. 서른 명은 족히 되겠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어쩌지? 난 전조등도 없는데. 그래도 다행히 장비를 제대로 갖춘 이들이 주위에 함께 달려준 덕분에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렵지 않았고, 게다가 리더로 보이는 사람들의 수신호에 맞춰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록 나이도, 복장도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의 이런 식의 라이딩이 얼마나 익숙해져있는가를 알 수 있었고. 한 시간쯤 달려 다시 타운으로 돌아오자, 합류할 때 그랬듯 자신의 집 근처에서 유유히 사라지는 사람들. 난 마치 꿈을 꾸는 듯 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다시 공원 근처에 가까워졌을 때, 애가 물었다.
 
- 송! 토요일에만 열리는 야시장이 있는데, 가보고 싶지 않아?
- 나야 당연히 좋지!
 
그렇게 남은 여섯과 함께 야시장으로 출동! 쾌활한 애는 끊임없이 나에게 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내가 처음 보는 음식이 있으면 언제 사왔는지도 모르게 가져와 권해주고는 했다. 그리고 언제나 젠틀한 미소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오. 나에게 촘푸라는 태국 식 이름을 지어주었던 슈퍼맨, 수줍은 듯 다정한 잇, 두건 쓴 모습이 멋진 파오, 초콜릿을 좋아하던 귀여운 막내 플룩까지. 난 그동안 야시장이라고 하면, 다른 지역의 상인들이 와서 물건을 파는 걸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야시장 곳곳에서 그들의 친구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고, 그들에게 한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라며 나를 소개해주는 사람들. 그때마다 엄지손가락을 들어주는 사람들 덕에 어찌나 부끄럽던지. 그렇게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어느새 인형이며, 열쇠고리, 과일, 음료수 등을 사와서 내 손에 안겨주는 사람들. 것도 모자라 나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고는 직원에게 자전거를 안에다 들여놓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아.. 정말 그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쉬움에 발 길이 떨어지지 않는데, 애가 물었다.
 
- 송! 나 내일 라이딩 가는데, 같이 갈래?
- 좋아! 근데 나 느려서 방해될 지도 모르는데.
- 괜찮아. 내일 새벽 다섯 시 반까지 숙소로 데리러 올 게. 알았지?
- 그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정말 고마워. 얼마나 달리는데?
- 한 네 시?
- (아.. 그 정도면 전조등이 없어도 되겠다) 알았어. 그럼 내일 보자. 오늘 정말 고마웠어.
 
그렇게 방으로 돌아오고 나니, 그제야 얼떨떨했던 일들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난 그저 자전거 가게가 어디냐고 물어볼 정도의 용기를 냈을 뿐인데,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준비해 온 엽서에 태국어로 내일 그들에게 전해 줄 짧은 메시지를 적어.. 아니, 그려 넣고는 아까 야시장에서 받은 선물을 꺼내보는데, 아, 슈퍼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전거 여행자에게 인형 선물이라니요..  어떻게 들고 다니라고.. 게다가 이 인형, 표정도 뭔가 건방진 것이. 그래도 정말이지.. 당신들을 만나서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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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helenah 2014.01.22 01:21  
저도 여행가고 싶습니다 ㅠㅠ부러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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