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하고 떠난 일가족 자전거세계여행(태국편) 5 우본에서 뜬금없이 카오프라위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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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하고 떠난 일가족 자전거세계여행(태국편) 5 우본에서 뜬금없이 카오프라위한을

허자비 12 3937
깐짜나부리에서 수판부리 아유타야를 거쳐서 카오야이 끝자락을 살짝 넘어 부리람까지 오는 데도 제법 여러날이 걸렸습니다.
유아가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초등 3학년 아들 공부시간을 확보해 준다고, 하루 50km를 기준으로 달리기 때문입니다.
문론 이 더위에 더 많이 달릴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명목상 딸아이로 인한 육아휴직인데 실제로는 아들녀석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니까요!(지금쯤 한국에 있었으면 인생의 황금기인(?) 유치원에서 신나게 친구들과 놀고 있을텐데 조금 미안해 지네요!)
게다가 숙소가 싸고 좋으면 하루 더 눌러 앉고, 60킬로를 초과하면 너무 많이 달렸으니까 힘들다고 하루 더,
바람이 너무 심한 날은 힘들어서 하루 쉬니......
 
2117도로와 2221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숙소를 떠나 수린을 향해 달립니다. 
햇빛에 서 있으면 살이 익을 듯 뜨거운 태양이지만, 버프 두르고 페달을 구르면 제법 바람이 시원합니다.
그 바람이 흐르는 땀을 다 말려 주지요!
대신 멈추면 바람도 멈추니 땀은 흐르지요!
아들도 달릴 만하다고 말하는 걸 보니 정말 달릴 만한듯합니다.
 
하지만 바람이 심해지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11시가 넘어가니 바람은 더욱 거세지는 듯합니다.
11월의 태국은 주로 북동풍이 부는 듯합니다. 조금 더 북쪽에서, 때로는 조금 더 동쪽에서 불기도 하지만
정말로 무심한 바람입니다.
 
태극기는 찟어질 듯 펄럭이고, 쉬고 있는 우리를 지나쳐가는 한 아저씨의 페달질이 안쓰럽기 그지 없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한 초등학교 영어선생을 따라 잠시 학교에 들러
종교수업(태국은 학교에 불교 시간나 있나 봅니다.)을 받는 것을 보기도 하고!
 
고속도로를 벗어나 작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작은 도로들을 달리는 기분은 참 좋습니다.
차도 별로 없고, 도로 상태도 아주 좋습니다.
나락이 익어가는 가을(?) 들판을 가로 질러 열심히 달리며,
길가에 널어 말리고 있는 볍씨를 까서 쌀알을 맛보기도 하고, 부처님 귀보다도 훨씬 더 길게 늘어진 귀를 가진 태국 소들과 대화(?)를 나누며 쉬엄쉬엄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가 보이거든요!
 
그리고 뜻하지 않게 발견한 저렴하면서도 좋은 숙소와 레스토랑은(때로는, 길거리 음식들도)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 주지요!
 
시사켓의 kanthararom에서 우본랏차타니로 가던날!
가격 대비 최고의 숙소에서 묵었다는 흐믓함과, 원어민 교사로 있는 영국인 부부와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그들의 출근길에 인사를 나누는 바람에 이름도 묻지 못하고, 아들은 떠나기 싫은 마음에 그들 핑게를 대보기도 했지만, 서늘한 날씨에 하늘을 덮은 구름, 이런 시원한 날 달리지 않는 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기에), 신나게 페달을 밟고, 10여킬로 달려 쌀국수집을 찾아 식사도 하고, 가뿐히 달리려는 순간 쏟아진 비!
 
아무리 기다려도 그칠 생각이 없는 듯, 잠시 소강 상태에 길을 떠났지만 또다시 쏟아지는 비, 어느 마을 입구에서 비를 피했지만...... 오늘은 우중 라이딩을 피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단단히 준비를 하고(그래봤자 불량 라이더인 딸아이 우의 입히는 것이 전부지만)
 
그래도 우본 직전에 비에 젖어 먹어던 쌀국수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쌀국수로 기억될만큼 맛있었습니다.
 
17일 러이끄라통! 태국의 축제를 본 기억이 없기에, 라오스 가는 길에 러이끄라통을 맞을 도시로 달의 강이 있는 우본을 정하고 느리게 느리게 달렸지요!
 
숙소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쓰리이싼 호텔, 호텔 정문 앞길에 야시장 열려서 더더욱 가족들이 흐믓해 했던 숙소 였습니다.
 
16일 아침은 전날 종일 내렸던 비로 인해 너무나 맑은 날씨였습니다.
정말 너무나 맑은, 이런 날 숙소에 있는다는 것은, 아무리 아들 공부를 핑게댄다해도 죄를 짓는 듯한, 수없이 감탄했던 하늘 보다도 더 푸른 하늘이, 점점이 구름이...... 이런 날은 야외로 나가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일이라는 생각에!
 
하필 호텔 앞에 택시가 딱! 그것도 개인택시데 새차!
왜 그랬을까라며 아내와 두고 두고 이야기했지만, 카오프라위한이 열려있냐고 물었고, 숙소 여직원에게 확인까지 받았고, 아저씨와의 흥정은 시작되었고, 결국 1600밧에 가기로 결정하고 급하게 아내에게 통보하게 되었습니다.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3번째 우본을 지나면서 항상 미련을 가졌던 곳이니, 단지 사원에 들어가보지 못했을 뿐!
절벽에서 바라본 캄보디아의 광활한 들판과 군용망원경을 통해서 바라본 건너편 사원!
 
태국명 카오 프라 위한! 컴보디아명 프레아 비히어, 뭐 우리말로 하면 조금씩 다르게 발음되겠지만!
망원경과 망원렌즈를 통해서 바라본 결과, 캄보디아 땅을 통해서만 관광객이 발을 디딜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듯합니다. 아직까지는요!
 
깨끗한 택시에 친절한 기사, 차창에 펼쳐진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어지럼증이 있어서 택시나 버스보다는 자전거가 더 편한 아내와 아들에게는 저만큼은 즐겁지 않았겠지만, 충분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11월 17일, 우본의 러이끄라통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운치있고 즐거웠습니다.
라푼젤을 좋아하는 딸애의 소원인 풍등을 두 개나 날렸고, 태국 아가씨들이 날리다 실패한 풍등까지 잡아서 날렸으니 이제는 라오스로 떠나도 크게 미련이 없을 듯하네요!
 
 
 
 
 
 
 
 
 
12 Comments
본자언니 2013.12.03 19:31  
우와~ 오래 기다렸어요..^^;; 하도 글이 없으셔서 무슨일 있나 싶기도 ㅎㅎ 다들 아픈곳은 없으시죠 ㅎㅎ (직업병이네요 ㅎㅎ) 애들이 잘버텨 주는것 같아 참 다행이네요...저번에도 얘기했지만...ㅎㅎㅎ 존경 스럽습니다. 화이팅!!!
허자비 2013.12.05 03:02  
별 말씀을요, 사진 올리고 간단한 정보 및 여행기를 쓴다는 맘으로 시작을 했는데, 글이 주가 되는 여행기를 쓰려고 하니, 재주가 부족하네요. 라오스 넘어오니 인터넷도 맘대로는 안 되기도 하고! 그래도 걱정해 주시는 분이 계셔 감사하네요! 그런데 아직 여행 중이신가요?
뉴조에 2013.12.05 11:02  
아, 아쉽네요. 저는 우본에 살고 있고 깐타라롬에서 사역하는데 아마 만나셨던 영국부부는 저희교회 나오시는 분 같네요. 만났더라면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대접했을 텐데..
영국인 부부는 요한과 마레나 입니다.
허자비 2013.12.05 15:10  
네, 아쉽습니다. 만나뵜더라면 저희도 주일에 행복했을텐데요! 설마 그곳에 사역하시는 분이 계실 줄이야!
펀낙뺀바우 2013.12.05 17:51  
진짜 대단하시네요.^^
라오스에서도 무탈한 라이딩이 되도록 기원합니다.
허자비 2013.12.07 23:22  
감사합니다.^^
구리오돈 2013.12.06 22:54  
대단하십니다.
태국의 국도 폭이 좁고 위험해서 저희 삼부자는 버스로 점프했거든요.
끝까지 안전한 여행이 되시기 바랍니다.
촉디 나 캅.
허자비 2013.12.07 23:29  
고속도로는 넓습니다. 물론 국도를 자주 탔지만요. 전 가족 안전조끼 걸치고 붉은 가방 메달고 다니니 눈에 띄어 그런지  크게 위험한 적은 없었습니다.
동유럽에 비하면 태국은 도로가 황홀한 편이라, 특히 차량 통행이 많은 국도로는 다닌적이 거의 없어서요! 하지만 통행이 많을 때는 갓길로 추월하는 차량도 있어 위험하더군요!^^
온가족도전 2013.12.15 01:11  
라오스 입성하셨군요 계속 건강하시고 도전하세요
허자비 2013.12.15 23:56  
라오스의 자연을 특히 좋아해서, 우정의 다리를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clareMSK 2014.01.14 12:25  
와 대단하세요 ^^ 저는 요한, 마레나 선생님이 계셨던 깐타라롬 스쿨에 한국어 선생님으로 있어요 ^^ 지금은 영국으로 가셨어요
저희 동네 지나가셨다고 하니 느낌이 새롭네요 ~!
허자비 2014.01.22 23:04  
그분들과 만남이 너무나 짧았었는데, 급할 것도 없는 일정에 너무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많이 아쉽네요! 당시 한달 동안 동포를 못 보고 다니던 때라 뵜으면 엄청 반가웠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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