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동안의 가을방학 -5- 꼬따오에서의 스쿠버 다이빙
여섯째날
1. 꿩 대신 닭? 왓아룬 대신 왓포
느지막이 일어나 생수 큰거 한통을 봉다리에 담고는, 쪼리 끌고 아침을 먹으러 나섰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해서 간판에조차 한글이 적혀있는 "나이쏘이"에서 소갈비 국수를 먹었다.
종업원이 참 한국사람처럼 생겨서, 한국말로 주문을 해볼까 했는데 가만 보니 태국남자.
흠... 일부러 한국인같은 외모의 직원을 고용한걸까? 하하.
식사후 수상보트를 타고 왓아룬이나 갈까... 하던 것이 잘못 내리게 되어 도착한 곳은 왓포.
오색찬란한 화려한 불탑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음, 이거 사진빨이 영 받는데... 나중에 기억은 사진으로 하게되겠지?"라는 우려아닌 우려를 했으나 말끔하게 날려버린 아이폰 탓에 그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참 사람이 신기한 것은, 분실전에 여러번 사진첩을 들춰보아서인지 퍼뜩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영상은 사진으로 찍힌, 왜곡된 색상의 불탑들 ^^;;
론리 플래닛에 찍힌 사진과 똑같은 장식을 발견하고 왠지 기쁘기도 했고,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며 두런두런거리며 파노라마도 찍다가 왓포의 메인 볼거리인 황금 와불상을 보러 들어갔다.
실내화 주머니같은 것에 신발을 넣고서...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 탓에 실내는 DRLR 부대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서로의 앵글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불상을 찍는 사람들과 나.
그렇게 당신 한컷, 나 한컷 좋은 각도를 양보하다 이렇게 독사진을 번갈아 찍어주기도 하며
불상의 이모저모를 감탄하며 관람하였다.
길이 46M, 높이 15M의 거대불상임에도 표정은 매우 온화하게 잘 표현되어 있었다.
사리를 두른 전신부터 자개로 장식이 된 검은색 발바닥까지...
글을 써내려가며 그때의 감흥이 되살아 나는 듯 하다.
불상을 보고 ㄱ자로 꺾으면 108개의 동전을 시주하는 108개의 작은 항아리가 나온다.
20밧짜리 지폐를 작은 동전으로 교환한 후 릴레이하듯 시주를 시작하는데, 내 뒤에서 따라오는 태국 처자의 손놀림이 장난 아니게 빨랐다.
음... 무언가 경건한 마음으로 동전을 투척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나도 그 속도에 쫓겨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저렇게 바쁘게 동전을 던질거면 뭐하려고 이걸 할까... 이런 것도 정성으로 하는 것일텐데.'라고 툴툴대면서.
*입장료는 100밧. 작은 생수 교환권을 준다.
* 동으로 된 불상에 금박지를 붙이는 종교행사에 나도 참여했는데, 불교도는 아니지만 나름의 기원을 담아 정성스레 금박을 붙였다.
하지만 촛불에 불을 붙여 제단위에 세우는 것은, 초가 너무 가늘고 바람이 많이 불어 성공하지 못했다.
2. 하늘에 구멍이 뚫린 일요일의 차이나 타운
돌이켜보면 잃어버린 사진중 손에 꼽힐 정도로 아쉬운 풍경은,
다름아닌 차이나 타운의 좁고 긴 골목사진이다.
실로 다양한 먹거리와 실로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찬 시장 골목을 지나오자 차이나 타운의 메인(?)인 대로와 중국어 간판들이 즐비했다.
찾아오는 길은 우여곡절이 좀 있었는데, 길을 물어 탑승한 천장에 고물 선풍기가 달린 버스안에서 차이나 타운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제각각 답이 달랐다.
그러고 머지않아 중국어 간판들이 쏟아지기에 "여기가 차이나 타운 아닌가요?" 물었더니 아니란다.
한참 더 가야한다고.
그래도 친절한 태국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내릴 수 있었는데, 이후 여행 후반기에 차이나 타운을 다시 갔을땐(두번째엔 걸어서.) 처음 당도한 차이나타운과는 사뭇 다른 골목골목, 그러나 중국풍의 상점들...
이전에 갔던 차이나 타운의 대로는 찾을 수 없었지만 이 또한 중국인 거리였으니...
아무래도 아주머니가 나를 안내해 준 곳은 가이드 북에 나오는 유명한 길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올라오며 태국식 주전부리와는 또 사뭇 다른 먹거리의 바다가 펼쳐졌는데...
매우 고민고민하다 사람이 북적거리에 선택한 음식점의 천막아래로, 앉은지 5분도 채 되지않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미친듯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이 나왔는데 오예! 정말 재수가 좋다며 씨익 웃었으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답게 그곳의 메뉴는 38일 여정 중에 손꼽을 정도로 맛이 없어 급속하게 우울해졌다.
그것도 30분도 넘게 기다리다 지쳐 종업원을 닦달해서야 나온 음식.
후에 알게된 그 음식의 이름은 면발이 푹 퍼진 채 나온 "랏나".
분명 이 음식점의 솜씨는 경상도 표현으로 니맛내맛도 없었다.
함께 시킨 동그랑땡 비슷한 음식도, 동그랑땡에서 무언가 2% 부족한 평범 미만의 맛.
비가 그친 후 좀 더 시장 골목을 배회하다, 꼬따오로 향하는 여행자 버스 시간이 가까워 왔기에 택시에 몸을 실었다.
3. 3인조 결성
짐을 싸들고 DDM 사장님 내외에게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며 간 곳은 홍익인간.
그곳에서 버스를 같이 타고 3박 4일동안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섬에서 동고동락할 일행 세명이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한살 터울씩의 비슷한 또래 나, C누나, 그리고 방콕입성 첫날에 보았던 K형.
사실 첫날 진중한 타입의 K형을 만나고, 떠들기 좋아하고 술마시기 좋아하는 나와 여행궁합이 잘 맞을까 사뭇 걱정하던 때였다.
어색할까봐 라기보단, 혹시라도 내 수다에 지치거나 나를 귀찮게 생각할까봐.
물론 나의 여행이 재밌고 알차야 하는 것이 내 여행의 첫번째 목표지만, 그 이전에 기본전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 것."이니까.
그런데 왠지 첫 느낌부터 좋았던, 맞장구 잘 쳐주고 잘 웃는 C누나의 합세로
"제법 잘 어울리는" 삼인조가 된 것이다.
처음 타보는 여행자 버스, 악명은 예전부터 들었기에 귀중품은 작은 크로스백에 모두 옮기고,
그래도 혹시나 미심쩍어서 짐칸에 실을 백팩엔 테이프를 둘둘 감았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시간이 1시간 남짓 남아 셋이서 가벼운 저녁 겸 맥주한잔을 하고 2층 버스 탑승.
한번 휴게소에 들른 것을 제외하곤 쉴새없이 버스는 남쪽으로 달렸다.
그리하여 새벽 어스름, 롬프라야 선착장에 도착. 티켓 대신 분홍색 롬프라야 여객선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패스워드가 버젓이 적혀있으나 연결은 되지않는 선착장 와이파이를 저주하고,
어느새 우리 곁에 나타난 누렁이와 장난을 치다보니 금새 동이 터왔다.
배가 출발할 시간까지 엽서에서만 보았던 느낌의 풍경에 감탄하며, 시원한 바닷바람에 섬에서의
3일간을 기대하며 우리는 떠들고, 장난치고, 사진을 찍었다.
4. 꼬따오 입성
전날의 태풍 영향 탓인지 꼬따오로 가는 뱃길은 무척이나 험했다.
3초마다 한번씩 바이킹을 타는 듯 했으니까.
처음에는 원래 험한 뱃길인줄 알았지만, 돌아올 때의 뱃길은 무척이나 평온했으니까.
우리는 멀미와 어지럼증 사이 즈음에서 저조한 컨디션으로 할 말을 잃었다.
선착장에서 미리 예약해놓은 부다뷰 리조트로 향하는 픽업차량을 탔다.
먼지바람을 일으켜가며 달리는, 오픈된 썽태우같은 구조의 차량 뒷좌석에서 우리는 섬 안쪽의 숙소까지 가는 길 풍경을, 그리고 남쪽의 꽃들과 나무들을 구경했다.
도시완 다른 휴양지 섬의 상점들과 비탈길의 풍경을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10분여를 달리자 도착한 숙소.
스쿠버 다이빙을 예약해두었기에 강사분과 조우하였다.
우리 세명의 강사는 그레이스 쌤.
다이빙을 하면 제공되는 숙소가 4박까지 공짜이기에 첫날은 쉬면서 섬구경도 하고
둘째날부터 다이빙을 하려했으나, 오픈워터 자격증만 따고 짧은 휴가를 마쳐야 하는 C누나의 스케쥴이 빠듯해서 점심식사후 바로 수업에 돌입했다.
조망은 끝내주지만 맛은 그저그랬던 뉴 헤븐.
꼬따오는 섬이라 그런지 방콕보다 물가가 더 비쌌다.
심지어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생수도 1.5배 정도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테라스 너머의 바다풍경과
이 오묘한 잡종무늬의 개냥이를 만나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점심이었다.
기후탓일까? 태국의 고양이들은, 길고양이건 집고양이건 도도하고 시크한 고양이들이 별로 없고
대부분은 사람에게 잘 다가왔다. (일명 개냥이.)
이 녀석 또한 너무 귀여웠으나 한가지 애로사항은 털이 너무 잘 빠진다는 것!
점심식사후 첫날은 이론수업만 진행되었다.
한국어인데도 생소한 단어탓에 고개가 자꾸 꾸벅꾸벅 내려갔다.
급기야 나중에는 졸지않으려고 서서듣기까지...
힘겨운(?) 수업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리조트 측에서 나누어준 맛집 지도에 적혀있던 뚝따!
원두막처럼 지어진 야외 테라스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식당 주변을 둘러보니
허름한 가정집, 빨래줄에 널린 세탁물들, 그리고 커다란 개들과 풀어놓은 닭,
마치 우리나라의 양은 냄비처럼 생겼던 개밥그릇.
어릴적 외할머니댁의 풍경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곧 나온 우리의 메뉴들.
태국 스타일 해물탕과 묽은 닭고기 커리, 그리고 마늘과 소스로 양념을 한 돼지 불고기로 차려진 저녁은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혹시 꼬따오에 가게된다면 이 집을 찾아보길.
하지만 처음으로 도전해본 쌩쏨+소다수는 정말 맛이 없었다.
후에 마시게 된 쌩쏨 버킷은 내 스타일이었지만, 그냥 소다수와 라임만 넣은 쌩쏨은 향도, 맛도 내 취향관 거리가 멀었다.
방콕에서는 밥을 주문하면 1인분씩 나왔기에 자연스럽게 3인분을 주문하려 했으나
뒤늦게 메뉴판의 "Pot of rice"라는 문구를 보고 일단 하나만 시켜보았다.
등장한 밥은 실로 어마어마한 양.
3인분을 주문했을때 반문도 하지않고 주문을 접수했던 종업원이 이상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만약 서둘러 취소하고 1인분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하 -.-;;
숙소로 돌아와 추천받은 마사지샵(위치를 오해해서 잘못된 곳으로 가긴 했지만.)으로 가 각자 마사지를 받고
(나는 오일마사지를 받았다.)
미지근한 차를 마시고 있으니 어떤 서양남자가 들어와 우리에게 마사지 잘 받았느냐며 인사를 건넸다.
"저분은 사장님인가요?"
마사지 샵의 아주머니에게 여쭈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아뇨, 우리 남편이에요."
꼬따오가 너무 좋아 이곳에 정착했다는 미국인 아저씨.
그 둘 사이 사랑의 결실인 혼혈 꼬마아이가 무척이나 귀여워서 더 인상깊었던 곳.
한가로운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왔지만 생각해보니 둘째날까지 해가야 하는 숙제가 산더미!
우리는 그제야 현실을 깨닫고 서로 열심히 정답을 주고받으며 밤늦게 폭풍 필기를 하였다.
일곱째날
1. 벨기에의 에로지지
둘째날은 수영장 입수와 바다입수가 함께 있는 날이라 새벽같이 일어났다.
잠이 덜 깬 부시시한 얼굴로 세븐일레븐에서 토스트를 구워 아침을 먹고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맥주병인 나에게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도전.
우선 오전은 풀장에서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속에서 유의해야 할 다이빙 수칙들과 몇가지 기술들을 습득했고 점심시간은 30분 남짓, 아주 급하게 먹은 후 오후에 바로 배를 타러 나갔다.
배멀미에 대비해서 강사분이 강권(...)한 멀미약.
나는 멀미를 하지않기에 먹는 척 하면서 바닥에 버렸고,
C 누나는 "이거 삼키면 효과 없고 꼭꼭 씹어먹어야 되요."란 강사의 진지한 농담에 넘어가 노란색 혓바닥으로 배에 탑승하는 비극이...
(훗날 나는 빠이에서 같은 수법을 시전하여 성공한 바 있다. 크크.)
첫날 우리를 픽업하러 온 그 차량에 다시 탑승하여 항구로 고고씽!
이날 같이 탑승한 일행중 기억에 남는 사람은, 벨기에에서 온 에로지지 아저씨.
"벨기에에서 오셨어요? 저 듀벨 맥주 짱 좋아해요!"
"오, 리얼리? 나도 듀벨하고 후!#$#를 좋아해."
"후... 뭐요?"
호가든의 네이티브 발음은 "후르가든"이란 걸 알게된 날이었다.
본인이 직접 "에로지지"라는 별명으로 자신을 소개한 이 아저씨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여자 다이버들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강사분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
몇달째 다이빙을 하면서 꼬따오에서 체류중이라는데,
"스쿠버 다이빙은 섹스보다 즐거운 일."이라는 명언을 남기시기도 했다.
2. 바닷속 첫경험
첫날이라 얼떨떨하긴 했지만, 다이빙은 퍽 즐거운 일이었다.
다만 첫날은 태풍의 영향으로 바닷속 시야가 좋지는 않았다.
고글을 꽉 잡고 다이빙하지 않으면 코로 물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체험한 첫 다이빙. ㅠ.ㅠ
첫 다이빙 포인트는 Laem thian.
12미터 수심에서 35분간 다이빙 시도.
요것과 비슷한 산호바위를 본 기억이 나는 듯 하다.
시야가 흐리긴 했어도 보일 건 다 보였다.
다이빙은 간단하게 1. 입수 2. 조끼에 공기넣기. 3. 바닷속으로 닻을 내려놓은 밧줄을 잡고 조금씩 수면 아래로 잠수하기 4. 스쿠버 다이빙으로 나뉘어졌다.
중간에 일행인 C 누나가 보이지 않아 '너무 신이 나서 무리를 이탈해 폭풍수영중이군...'이라고 생각했으나
알고보니 첫 잠수에 당황하여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후문.
귓속의 압력을 계속 제거해 가면서 다이빙을 하였는데, 어찌 된것인지 나의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딴에는 열심히 발로 물장구를 친 것 같았는데 강사님 말로는, 바닷물 속에서 뒤뚱뒤뚱 걷는 자세였다고...
두번째 다이빙 포인트는 Aow leuk.
7.3미터 수심에서 44분간 다이빙 시도.
바다속에서 나오기 전에는 항상, 잠수병을 예방하기 위해 줄을 잡은 채 수면 아래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바다 다이빙이 끝난 후 돌아오는 길, 신랄한 브리핑을 들으면서도 기분이 크게 나쁘진 않았다.
사실 첫 경험(?)의 여운 탓에 마냥 얼떨떨했달까.
그날 밤, 침대에 누웠을 때도 내 몸이 붕 뜨는듯한, 바닷속의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3. 점쟁이라 불러다오
숙소로 돌아와 다이빙 장비를 해체, 반납한 후 녹물이 나오는 열악한 리조트 욕실에서 대충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카레가 맛있다는 그 곳의 이름이 지도에는 구수한 한국말로 "인양"이라고 적혀있었기에 "혹시 사장이 한국인인가?"
고개를 갸우뚱하였으나 도착해서 간판을 보니 음양을 뜻하는 영어 "Yin Yang"
두 일행은 추천을 받은 마사만 커리, 그리고 나는 태국 오기전부터 유명하다 하여 먹고싶던 그린 커리를 주문하였다.
그리고 간단하게 한잔하러 술집을 가려다 귀찮아서 그냥 그 자리 그대로 맥주를 한잔.
낮에 잠깐 뵈었던 다른 팀 스쿠버 분을 만나 잠시 합석을 했다.
대구에서 온 그녀와 호구조사 없이 이야기를 10분쯤 했을까, 내가 물었다.
"혹시 직업이 사회복지사나 카운셀러 아니세요?"
아니나 다를까, 사회복지사라고 하신다.
지인중에 사회복지사가 몇명 있는데, 직업병이라고 해야할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와 표정, "응, 응, 응, 그래요."를 연발하는 습관이
그들과 똑 닮았으니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이번엔 같은 배를 탔던 또 다른 일행이 인사를 건넨다.
이제 신혼 8개월째, 깨가 쏟아지는 두분은 100일 기념으로 인도여행을 갔을만큼 여행을 즐기는 부부였다.
가게 옆의 마사지 샵(어제 잘못 찾아간 샵의 옆옆집. 원래 우리가 가고자 했던 샵.)에서 마사지를 받으러 왔다가, 사람이 꽉 차서 대기하는 가운데 우리와 합석해 한잔이 두잔되고 두잔이 세잔이 되어가며
여행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들게되었다.
이때, 그후로도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주구장창 들었던 네팔과 미얀마에 대한 찬사를 처음 듣게 되었다.
"기회되면 네팔 꼭 가봐요. 가면 진짜 좋아할걸?
근데 우기때는 가지마. 정글에서 거머리가 우수수 떨어지는데 정말... 고생 많이 했지."
작은 샵 규모탓에 2명씩 번갈아가며 마사지를 받느라 내 차례의 마사지가 끝났을 때는 이미 자정이 지난 시간.
1시간 이상 마사지를 받으면 꼭 잠이 쏟아진다.
출국 8일째
오픈워터 마지막날인 셋째날은 오후 바다 다이빙만 있기에 둘째날에 비해 좀 널널했다.
오전엔 최종 필기테스트를 했는데, 그날 배운 부분의 페이지를 펼치시기에 그쪽만 문제를 푸는 줄 알고
풀어놓고 쉬고있는데 알고보니 장수가 10장 남짓이었다!
뒤늦게 폭풍 문제풀이를 하다보니 어이없이 틀리는 문제들도 속출하여
점심식사를 하면서 혼자 이론집을 붙잡고 있어야했다.
마요네즈를 한통은 족히 썼을, 어이없는 맛의 퀘사딜라.
하지만 빛깔은 정말 좋아보인다.
비록 휴양과는 거리가 먼 일정이었지만 사진만큼은 커피나 아이스티 CF처럼 평화롭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