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동안의 가을방학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2-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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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일동안의 가을방학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2- 하노이

시와11 3 2618

- 출국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김해공항에 도착하여 여행자보험을 들고, 폰정지하고, 수화물 수속 마치고 베트남 에어 항공기에 탑승. 

백업도 안한 폰을 소매치기당한 관계로 이쁘게 찍어놓은 남색의 항공기 사진은 없 ㅋ 음 ㅋ 

이륙한 비행기 안에는 아마도 패키지 투어를 가는 중년 남녀들로 그득했다. 
비행기 안을 가득 채운 경상도 사투리. 

그전에 비행기를 타본 적은 제주도 오갈때 (밤에...) 뿐이어서 아침 창밖으로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나는 풍경이 보고싶었으나... 창가 자리와 멀어서 요리조리 고개를 움직여서 흘끔흘끔 본게 전부. 

베트남 항공답게 승무원들의 복장은 레드와인색 아오자이. 

- 하노이 공항 도착 

입국수속이 처음이라서 미친듯이 긴장이 되었지만 
그냥 도장 쾅쾅 찍고 끝. 

"너 첫날 하루만 쓰고 안 쓸걸? 사지마"라던 태국행 선배형의 조언을 무시한채 샀던 복대. 
화장실에서 복대안에 귀중품을 죄다 넣곤 배에 차니까 배가 인위적으로 볼록했다. 
앞으로 멘 크로스백에 여권과 지갑을 넣으면서도, 산 복대가 아까워서 그 안엔 비자카드와 환전해놓은 바트와 달러를 넣어 착용했다. 

.......물론 그 형의 예언(?)대로 복대는 첫날만 하고 한번도 안 썼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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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바가지가 얼마나 극심했으면 올해판 론리 플래닛에서조차 공항버스 가격은 3달러(내국인 2달러, 외국인 3달러)라고 적혀있었지만, 왠일인지 내가 탈땐 버스요금을 2달러 밖에 받지 않았다. 
게다가 표지판에 조차 2달러라고 적혀있기까지. 
누군가가 신고를 한것일까, 아니면 하노이 공항 내부에서 자정을 한것일까.

버스에 탄지 이삼십여분이 지나자 버스는 만석이 되어 출발하였다.
창밖의 이국적인 풍경을 연신 바라보다 당도한 종점, 구시가지!

나는 여행전에 세워둔 몇가지 규칙이 있다. 
그중 하나는 "어떤 도시건 숙소까지는 택시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것.

수많은 호객꾼과, 도로위의 90% 점유율을 보이는 미친듯한 오토바이들을 뚫고 헤매고 또 헤매 아고다에서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하노이의 첫 인상은 "공기 드럽게 안좋네!" 
현지인조차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닐 정도로 매연이 심했다. 

그리고 공산 국가라 그런지 행인들보다 서비스직에 있는 공항 직원들이 더 무뚝뚝하고 싸가지가 없다는 것.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하노이-북부가 월남전에서 승리하였기 때문에 하노이 사람들이 프라이드가 대단하고 기가 세다고 한다. 
고위 공직자들은 대부분이 하노이 출신이라고...

조금 잘못된 지도 탓에 숙소 근처를 몇바퀴도 넘게 빙빙 돌다가,
영어 한마디 못하시는 베트남 할머니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 겨우 찾은 숙소. 

아,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부킹따위 안 할걸 그랬다만...
이미 하롱베이 투어 픽업도 예약해놓은 숙소 주소로 신청해두었기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찬물로 샤워하고 잠시 엎어져있다가 
첫날부터 이럴순 없지, 싶어서 얼른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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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의 첫끼는 당연히 쌀국수!

시장골목을 헤매다 아무곳이나 맛나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는데도, 역시 괜히 "베트남" 쌀국수가 아니었다. 
그후 태국에서도 여러번 맛나다는 곳에서 꾸어띠여우를 먹어봤지만, 베트남에서 먹은 이 쌀국수를 이길 수 있는 맛은 한 군데도 없었다. 

내가 아는 베트남 말은 "신짜오"가 전부인 상황에서, 
구시가지 길거리 식당은 영어로 표기된 메뉴판조차 없었기에 대충 바디랭귀지로 주문을 하고 들어가 
식사중인 아주머니에게 합석을 요청했다. 

쌀국수를 먹으며 이미 식사중인 아주머니의 그릇을 봤더니 고기며, 두부며 토핑이 나보다 화려하다.
자기 그릇과 내 그릇을 번갈아 가리키며 "좋아하니? 너도 먹을래?"라는 듯 바디랭귀지를 쓰는 아주머니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베트남 말로 뭐라뭐라 주인 할머니에게 주문이 들어간후 내 쌀국수에도 토핑이 얹어졌다!

...만, 첫날부터 그후로 태국, 캄보디아에서도 주구장창 느낀 거지만 동남아의 중국식 tofu는 질기고 영 맛대가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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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찍고, 숙소 카운터 직원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거리를 하릴없이 배회하다가...

한번쯤 타보고 싶었던 씨클로 기사가 나에게 다가와 호객행위를 했다. 

"20달러!"

어디서 약을 파는가... 

no, no를 연발하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여 콜! 했더니 
터무니없이 짧은 거리를 주행하고 다시 내려주더라. 

돈 몇푼이 아깝다기 보단 하는 행태가 참 치사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는 핸드폰에 메모해두었다.

"앞으로 절대, 네버, 두번 다시 호객행위하는 사람에겐 눈길 주지말자."
물론 그 다짐은, 그 이후 여행에 매우 유용했다. 
먼저 호객행위한 사람 중에 정상적인 가격을 부른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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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저녁 블라블라 바에서 만난 러시아 친구. 
어디서 태어났냐는 질문에 지금은 사라진 USSR, 소련에서 태어났다고 대답한 이 친구는
나와 음악취향이 비슷했다. 몇잔의 건배가 오고간 후, 이 친구가 신청한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chop suey를 함께 신나게 열창했다. 

여행을 다니다 하노이에서만 6개월 넘게 체류중이라는 그의 말. 
하노이에서 대체 어떤 매력을 느낀 것일까? 

맥주를 좋아하는 나는 종류별로 베트남 맥주를 하나씩 다 시켜보았다. 
333맥주가 맛있다는 블로깅 결과에 333을 주문하였으나

"하노이 사람들은 그런(?) 맥주 먹지 않는다"는 시크한 대답을 하던 여사장. 
그런 맥주는 호치민 사람들이나 먹는다는 말에 어렴풋이 호치민과 하노이의 사이가 좋진 않겠구나 하고 느꼈다 ^^;;
남편과 이혼했다는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한 그녀는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보이더니 아직 미성년자인 자기 두 딸에 대한 자랑을 그득그득 늘어놓았다. 

"한국에서도 여자 혼자 세 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해요."
"어디에서나 혼자 힘으론 힘든 법이죠. 베트남은 더 힘들어요."

그리고 이제 스무살을 넘긴지 얼마 안되었다는 여종업원은 어느정도 즐겁게 대화를 하다 
호의로 팁을 좀 주고나니 자기가 아는 한국노래를 선곡리스트에 총동원해주었다.
(정작 나는 그 아이돌 음악들을 처음 들어봤지만 -.-;;)

11시 즈음 넘어 피곤하여 숙소로 가는 길에 먹었던 음식은 찐밥에 간장을 조금 끼얹고 으깬 고구마와 고기를 얹은 음식이었는데 무척 맛있었다. 이름은 모른다. 

* 첫날 지출의 절반은 가격을 오해하고 시킨 레인보우 칵테일 값으로 써버렸다.
2만5천동인 줄 알고 시켰더니 무려 25만동...
메뉴판에 분명히 25만동이라고 써놓았으나 뒷자리를 축약해 놓아서 내가 오해한 것.
바가지를 씌운 것도 아니니 할말이 없었다.

소주잔같은 작은 7개의 잔에 각기 다른 색의 칵테일을 부어주었는데, 맛은 그다지 없었다. 
물어보니 베트남은 수입 리쿼 가격이 비싸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래도 많이 마셨다고 몇달러 깎아주더라.

* 공산주의 국가라 처음엔 긴장했는데 오히려 치안은 더 좋은 듯 했다.
물론 호치민과 하노이 사정도 다르고, 오래 체류한 사람과 나처럼 단기체류한 사람 말이 다르긴 하지만 그저 내 느낌으로.
자정이 되니 경찰차가 돌아다니며 가게들 문 닫으라고 확성기 틀어놓고 소리를 지르는 게 신기했다.

*배낭을 메고 목이 마른 상태에서 마셨던 베트남 커피는 과연, 무척이나 맛있었다! 
이후로도 3박을 하면서 커피를 여러잔 마셨다. 

- 2,3일 하롱베이 투어 

다음날 일찌감치 체크아웃을 하고 픽업올 여행사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30분이 지나도 차는 오질 않았다.
프론트 직원이 워낙 친절하여서, 팁을 좀 주고 싶어서 10달러 자리를 좀 바꿔달라고 했는데 잔돈이 없다고 한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2달러 주려던 것을 1달러만 주게되었다.
(여행 초기 조금은 팁에 후했는데, 지나고나니 1달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지..) 

그랬더니 함박웃음을 짓는 이 친구, 갑자기 태도가 달라져서 30분동안 암말도 안하더니 조식을 먹으러 가란다. 
30분전에 차 시간때문에 한번 거절했었는데, 이번엔 "괜찮다. 차 오면 내가 알려주겠다."며 숙소 맞은편의 식당으로 나를 안내한다. 

아아, 팁의 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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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여행사에서 투어를 끊었기에 막연하게 한국인 가이드가 붙을 줄만 알았는데 내가 탑승한 차에는 온통 서양인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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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좀 어색하였으나 하롱베이로 향하는 3시간 남짓의 시간이 너무 지겨워 영국과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왔다는 옆자리 여행자들과 열심히 떠들었다. 
영국식 영어는 그나마 귀에 좀 박혔지만 미국식 버터 발음은... 아아... 

네이티브 스피커의 말하는 속도야 워낙 빠르니 원활히 대화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즐겁게 (초집중하며) 시간을 떼울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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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위, 땡볕아래 서양 친구들은 모두 선탠을 했다. 
태국 해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볼때마다 햇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서양인은 피부의 민감도가 동양인과 다른 걸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롱베이 투어의 느낌은, 괜찮긴 하지만 CF에서 본것처럼 절경까진 아니라는 느낌. 
(거제도도 안 가본 내가 하롱베이라니... 괜히 반성하게 되었다.) 
외려 나는 동굴 체험이 더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동굴은 몇번 가본 적이 있지만 하롱베이의 동굴은 조금 스케일이 달랐다. 같이 간 서양친구들도 하롱베이보다 동굴이 더 인상깊었다며 나와 생각을 같이 했다. 

카약킹은 꽤 재미가 있었다. 은근히 근육을 쓰는 레포츠라 다 하고나니 벤치프레스 운동이라도 한 듯 두 팔과 가슴이 뻐근했다.
우리가 타고온 배보다 꽤 낮은 높이의 카약을 타고 바라본 하롱베이의 풍광은 또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카약킹을 마치고 향한 다음코스는 해수욕장.
전망대를 맨발로 올랐다 내려와서 1시간동안 섬 해변에 몸을 담갔는데, 아무래도 물이 깨끗하진 못해서 미끌미끌 기름진 느낌이 들어 말 그대로 "몸을 담그기만" 한 채 투어일행들과 이야기만 나누었다. 
내가 이제 곧 가게될 태국 남부의 해변부터 캐리비언 해변까지, 다양한 해변에 대한 여행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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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삼성 갤럭시가 최고" 라며 나의 아이폰과 사진배틀을 벌였던 폴란드 부부, 

나와 2인 1조로 카약킹을 함께 한 프랑스인, 나, 

서양인 나이가 잘 가늠이 안되어 막연히 나보다 형인줄 알았지만 이제 스무살? 스물한살?이라고 대답했던 영국인 동생, 


그리고 풍부한 여행경험을 지닌 미국친구. 

(주드로를 닮은 것 같다고 말했더니 "너는 좋은 눈을 가졌다"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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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타임이 지나고 하노이 비어를 실컷 마시다가 미국인 일행이 베트남 숙소에서 선물받았다며 가져온 현지 와인.

맛은... 진로 포도주가 더 맛있다고 표현하면 대충 감이 오실런지. 

여행사의 실수로, 혼자 신청했는데 2명 신청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더블 베드방을 나혼자 썼다. 
이날 밤은 자리에 눕자마자 곤히 잠들 수 있었다. 

*캄캄한 밤에 바다위에 정박한 배를 둘러싼 하롱베이 섬들. 
빙하에 부딪치기 전, 타이타닉의 한 장면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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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 밝고, 날씨는 여전히 좋았다. 

쪼리는 방콕에서 구매하려고 사지 않았는데, 그 전날 운동화가 바닷물에 다 젖어버려서 

할롱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쪼리 구입. 


돌아올 때는, 같은 배였으나 식사때는 다른 테이블을 써서 투어도중엔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던 

국인 커플과 미니밴 같은 줄에 탔는데 

10여일 정도의 긴 중국명절이라 휴가를 왔다고 한다. 

과연, 그후로도 며칠 방콕엔 중국사람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저녁은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보고 싶었으나 영어 메뉴판이 없어 

랜덤으로 고른 메뉴가 하필이면 첫날 저녁에 먹은 찐밥과 동일했다. 게다가 첫날것보다 맛도 훨씬 없었다.

베트남 길거리 음식중 꼭 먹어봐야 한다는 몇가지를, 부른 배를 붙잡고 아쉬워할 수 밖에 없었다. 


호엔끼엠 호수 근처까지 걸어가서, 이번엔 호객행위를 하지않는 시클로를 잡아타고 호수를 한바퀴 돌았다.

영어는 good과 bad조차 모르는 기사 할아버지였지만, 풍경이나 이쁜 여자가 지나갈때마다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이것봐라" "쟤 이쁘지?" 

굳이 입으로 말하지않아도 충분히 뜻을 알 수 있었다. 


이날은 피곤해서 일찍 숙소에 도착했으나 베트남 커피를 진하게 2,3잔이나 먹어서인지 새벽 2시 반이 지나도록 잠이 오지않았다. 


겨우 잠이 들고 얼마 지나지않아 드디어 태국으로 향하는 아침!!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가는 길에, 안개처럼 매연이 아침노을을 가리며 뿌옇게 층을 만들고 있었다. 

하긴, 저녁에도 가로등 불빛에 매연이 비칠 정도이니까. 


수속을 마치고 베트남 에어 항공기에 탑승. 

이번에도 창가자리가 아니었으나 친구와 같이 앉고싶다는 스코틀랜드 처자의 부탁에 자리를 옮겨 실컷 창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1시간 50분 뒤면 나는 방콕에 도착해 있으리라. 



3 Comments
웰리 2013.11.19 14:08  
ㅎㅎ 혼자 여행하는데 외롭지 않게 잘 다니셨네요~
고노도로 2013.11.25 13:36  
글 솜씨 좋으시네요
로사나 2013.12.02 17:08  
불친절한 건 싫지만.. 프라이드 가질만한 나라라는 생각이 드네요^^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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