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랏(Trat) 탐방기 2: 어리다고 얕보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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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랏(Trat) 탐방기 2: 어리다고 얕보지 말아요

왕소금 2 2616
지도에 이름조차 표기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이름없는 호수라서 그럴까?
약간 외진 곳이기는 했지만 뜨랏 시내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니건만, 호수 주변에는 나 말고는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사람이라곤 눈을 씻고봐도 없었다. 다만, 호숫가 옆에 자리잡고 있는 한 작은 식당에서 한 명의 여종업원만이 텅빈 식당 홀을 무료한듯 홀로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는 분명 뜨거운 남국의 하늘 아래이건만, 마음속으로는 우리나라 동해안의 어느 이름없는 겨울 바닷가에서나 느낄 법한 쓸쓸함과 적막함이 밀려들어왔다.
 
그러나 이곳의 석양만큼은 다른 어떤 유명한 일몰 포인트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탁 트인 시야 사이로 하늘과 호숫물을 붉게 물들이는 장관에 감탄하면서 난 한참동안 그곳에 머무르다가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즈음에서야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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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중국 사원을 잠시 구경하고, 그 옆에 있는 화교가 운영하는 작은
구멍가게에 들러 음료수 한병으로 갈증을 해소한다. 주인 아저씨가 약간의 영어가 가능하길래 마침 가게
안에서 놀고 있던 귀여운 손자와 중국 사원을 화제로 삼아 잠시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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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숙소인 팝게스트하우스(Pop GH)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당이 아주 넓은 맞은편 게스트하우스 안의 어디에선가 마치 싸움을 하는듯 퍽퍽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던가?
 

호기심에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맞은편 게스트하우스 안쪽으로 들어가봤다. 뜻밖에도 그곳에는 태국의 국기(國技)라는 무에타이 도장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앳돼 보이는 어린 소년 둘이 링 위에서 대결을 하고 있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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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모습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한 중년 여성이 내 옆으로 다가와 빙그레 웃는다. 자신이 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고, 자기 남편이 이 무에타이 도장의 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내가 구경하면서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하신다.
 
링 뒤 쪽으로는 몇몇 사람들이 샌드백도 두드리고 발차기도 하며 무에타이를 수련하고 있었는데, 그때 도장 한쪽 구석에서, 웃통을 벗고 수련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흰색 반팔 티셔츠에 단발머리를 한 앳된 소녀가 눈에 확 들어온다. 겨루기 연습을 하고 있는지 때마침 중년 남성인 상대방에게 멋진 발차기를 날리는 순간 이 모습을 놓칠새라 급하게 셔터를 눌러본다. 그러나, 카메라도 오래된 똑딱이고, 움직이는 대상을 찍는 사진 기술도 크게 부족해서 사진이 흐린 것은 어쩔 수 없는 나의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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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루기 연습을 마치기를 기다려서 이들에게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 좀 취해 줄것을 요청하자 쑥쓰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꺼이 포즈를 취해준다. 웃통을 벗은 중년 남성이 바로 이 도장의 관장님이시고, 관장님과 소녀 사이에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분은 나중에 알고보니 이 소녀의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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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모들만 자식 교육에 유난히 유별을 떠는줄만 알고 있었는데, 이 태국인 아버지도 우리나라의 어느 극성적인 부모들 못지 않게 자녀 교육에 극성적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소녀가 대련을 마치자마자, 이 소녀의 아버지는 쉴 틈도 없이 이 소녀를 샌드백으로 앞으로 데리고 가더니 자신이 직접 샌드백을 잡고 소녀에게는 지정된 횟수만큼 쉬지 않고 발차기를 시킨다. 퍽, 퍽, 퍽, 퍽... 이 소녀의 발차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그 세기와 빠르기가 장난이 아니다. 한번 발차기를 할 때마다 샌드백을 꽉 잡고 있는 아빠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발차기를 쉬지 않고 연속으로 날린다. 그렇게 발차기 날리기를 수십차례한 뒤에 드디어 아버지가 지정한 횟수를 다 채웠는지 발차기를 멈춘다. 한국 남성들이여, 태국에 가서 태국 푸잉들 보거들랑 여자라고 결코 얕보지들 마시라! 태국은 무에타이의 나라이므로, 아주 어리고 갸녀려 보이는 소녀들도 이렇게 무에타이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는걸 항상 잊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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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 연습을 마치고 가뿐 숨을 내쉬던 소녀가 안정을 찾았을 즈음해서 소녀와 소녀의 아버지에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포즈를 요청했더니 역시 흔쾌히 포즈를 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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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2 Comments
공심채 2013.10.11 22:45  
구글맵을 찾아보니 호수 이름은 Sa Sisiat이라고 되어 있네요. 뜨랏 병원에서 불과 1km 밖에 안 떨어져 있으니 뜨랏에 머물게 되면 꼭 해질녘에 가 봐야 겠습니다.

and... 소녀.. 아주 순하게 생겼는데.. 무섭군요.. ^^;
왕소금 2013.10.11 23:14  
아, 네. 게스트하우스에서 준 대략적인 지도에 이름도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이름 모를 호수라고 했는데, 이름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시내에서 1km인가요?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래도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소녀... 저렇게 앳되고 순둥이로 생겼어도 얕보시면 큰코 다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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