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수쿰빗 soi 11의 얼로프트/MOCA
이번 여행을 막 계획하고 있을 당시에, 제게 좋은 일이 하나 생겼었습니다.
태국 호텔 숙소 예약을 통해 단골이 된 회사로부터
얼로프트 2박 무료 숙박권을 선물받은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뜻하지 않은 횡재가 생기면 너무나 감사하는 마음이 되고
여행 내내 너무나 기분이 좋아지게 됩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사장님!)
바로 이 날부터 이틀 동안이 얼로프트에 있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번 여행 이전에는, 제게는 나나역 주변은 [VASU 환전소가 있는 곳]이었고
그 이상의 정보는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얼로프트 호텔 덕분에 수쿰빗 soi 11에 대한 인상 자체가 좋아졌습니다.
얼로프트는 젊은이들을 겨냥해서 만든 호텔이라서 모든 것이 젊은 분위기이고
내부의 여러가지 시설이 참 편안하게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조식당 Crave('e"에 치아로 씹은 자국이 나 있음)에서 아침부터 진짜 crave하고 다녔습니다.
식당이 아늑한 카페 분위기에, 음식맛도 정말 좋았거든요.
게다가, 이 호텔에는 하도 재미있는 시설들을 곳곳에 많이 해 놓아서
2층에 있는 그네의자같은 것은, 아침에 사람 없는 틈을 타서 한참 타고 놀았습니다.
숙소 방이 정말 편하고, 음식 맛있고, 재미있는 게 곳곳에 많으니
원래 클럽 같은 곳에 관심이 없는 저도 이렇게 마음에 들어하는 곳일진대
그 근처의 클럽들을 자주 가시는 분이라면 얼로프트가 최상의 숙소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이 날은 내내 벼르고 벼르던 MOCA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dongle님의 정보,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일단은 나나역에서 모칫 역까지, 내내 꾸벅꾸벅 졸면서 가고 있다가 모칫 역에서 팟 하고 눈을 떴는데
주변의 태국인들이 매우 걱정되어 마지않는다는 듯이 저를 보고 있더군요.
내려서는 모칫역 도로의 왼쪽 버스정류장에서 510번을 탔습니다.
제가 요금을 내면서 미술관에 간다고 했더니, 버스의 안내양 이하 모든 분이
'이 버스의 행선지에 미술관이 있어?'라고들 하시면서 웅성웅성 토론들을 벌이시더군요.
심지어는 어떤 승객은, 제게 자기 스마트폰을 주면서, 원하는 곳을 찍어 보라고 하시더니
진짜 MOCA가 화면에 뜨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다행히도 제 바로 뒤에 앉았던 학생이 MOCA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모든 승객들이 안심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진짜로, 내릴 때에는 앞에 서서 모든 분들께 인사하고 내렸습니다. -_-;
(그렇게 안 하면 배은망덕했을 분위기)
저는 태국인들의 이런 친절에 늘 감동받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입장료 180밧은 제게 좀 센 금액이라서
(이때까지는 여행 중에 그 무엇을 했어도 한 번에 100밧 이상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슬쩍 안을 들여다보고, 별로면 그냥 나오자고 생각했었는데
웬걸요, 그곳에 세 시에 갔다가 여섯 시에 나왔습니다.
그것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몇 번을 들락날락했다가 겨우 돌아왔습니다.
여기에 좀 있다가 짜뚜짝 구경도 좀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하도 이곳에서 오래 지체하고 에너지를 소진해서, 도저히 짜뚜짝에는 갈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미술관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건물 자체였습니다.
이것이 개인이 지은 것이고 개인의 소장품이라니
진짜 어마어마하고 훌륭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때에는 길을 좀 복잡하게 건너서 다시 510번을 타고 모칫 역으로 돌아와 귀가했습니다.
(가 보시면 아실 일인데, 택시를 타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중앙 가로분리대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정말 붐비는 버스라서 승객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는데, 안내양분께서 안전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자리를 권해 주셔서 또 한 번 감사했습니다.
다음날은 너무나 피곤이 쌓이기도 하고 할 일도 있어서 내내 방에만 있다가
얼로프트의 셔틀 툭툭을 타고 터미널 21에 밥을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일기를 읽어보니, 그때 딱 한 번 밖에 나갔었네요.
이날의 기록을 다시 쓰다 보니, 그때의 피곤이 또 한 번 몰려오는 것 같네요.
일단은 좀 쉬었다가 다시 여행기를 써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