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학생들의 퍼레이드/ 삔까오의 병풀주스/푸아끼
아침에 일어나서 제 할 일을 하다가 문득 창 밖으로 시선을 주니
학생들이 대거 무단 횡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태국 학생들은 퍼레이드를 정말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날은 다니면서 내내 학생들의 퍼레이드를 많이 만났습니다.
제가 이곳에 있을 때에 이런 것을 해 주다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방콕에 자주 오다 보면
'한 번쯤은 저기에 가 봐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 하나 둘씩 생기기 마련입니다.
제게는 그 중의 한 곳이 삔까오 지역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왕궁에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왓 아룬, 왓 프라깨우도 안 가 봤습니다.
절을 싫어해서는 아닌 것 같은 게, 치앙마이의 도이수텝에는 시간과 비용을 상관하지 않고 두 번이나 갔었거든요.
처음 방콕에 갔었을 때에, 저도 물론 왕궁에 가 보려고 하긴 하려다가
'왕궁 오늘 닫았다'란 분도 만나봤었고, 또 그렇게 더운 날 제 복장이 inappropriate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왕궁 쪽에는 별로 흥미를 못 가진 것 같습니다.
삔까오는 한 번쯤 가 보고 싶었던 것이
일단 강을 건넌다는 것이 흥미가 있었고
더운 낮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다니지 않아도 버스가 데려다 준다는 것이 좋았고
관광지가 아닌 외곽 지역의 방콕에 대한 흥미가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삔까오 자체는 제게 특별한 감흥을 주지는 못했지만
삔까오의 슈퍼마켓에서 알게 된 정말 좋은 것이 있었습니다.
목이 말랐던 저는, 주스판매대에서
가장 건강에 좋고 맛이 없을 것 같은 녹색 주스 하나를 골랐고
점원 아가씨의 오랜 설명 끝에, 이것은 설탕도 안 들어갔다고 하니 정말로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가지고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맛은 나쁘지 않았고, 기대했던 대로 건강에는 무척 좋은 것 같더군요.
그때에는 이 주스 통에 영어로 설명이 붙어 있지 않았는데, 나중에 다른 수퍼마켓에서 찾아낸 결과
이 주스를 만든 풀의 학명은 centella asiatica이고, 우리나라 말로는 [병풀]이랍니다.
혈행을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고, 예전에는 뱀에 물렸을 때에도 사용했었다는군요.
요즘은 화장품 재료라든지로 많이 쓰이고 있답니다.
하여간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주스라서, 이번 여행 때에는 꽤 많이 애용했습니다.
이 날 점심은 제가 좋아하는 푸아끼에서 팟키마오를 먹었습니다.
가게를 돌보시는 분들 중 나이가 꽤 있으신 할아버님께서 두 분 계시는데
그 중의 한 분께서 제 팟키마오를 가져다 주시고, 제가 먹는 것을 끝까지 보시더니
남김없이 싹 비우는 것을 보고 '컵쿤캅폼'이라고 하시더군요.
외국인이 이런 것도 먹나 싶으셨나 봅니다.
사실 푸아끼의 팟키마오는 다른 곳보다 상당히 매운 편입니다.
저야말로 맛있는 것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삔까오에서 푸아끼까지 올 때에는
'내가 버스를 타고 강을 건너 왔으니, 다시 강을 건너는 버스 정도는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렸고
516번 에어컨 버스가 앞에 [테웻]이라는 표지판을 달고 있길래
저건 아마도 쌈쎈의 북쪽을 말하는 것이겠지 하고 그냥 용감히 타고 왔습니다.
이 버스가 딱 카오산 근처에서 서더군요.
그런데 버스 안내양께서, '저 외국인은 대체 알고 탄 거야, 모르고 탄 거야?'하는 얼굴로 계속 저를 보고 계시긴 했습니다.
제가 [쌈쎈]이라고 했더니 그런 곳은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셔서(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냥 테웻에 간다고 해 버렸습니다.
올 때에는 87번 무료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저번 여행 때에 아주 우연히, 이 87번이 참 쓰임새가 많은 버스이고 게다가 무료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제가 버스에 탔더니, 이번에는 버스 운전기사분과 안내원 및 버스 승객들까지
'저 사람은 대체 이 버스에 대해서 알고 탔나?'라는 표정들을 하고 계시다가
제가 목적지에 내리니 겨우 안심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