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삽질힐링여행 22 - 왕궁에 가면 안되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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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된 삽질힐링여행 22 - 왕궁에 가면 안되는 병

Robbine 71 3914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새벽에 일어나느라 모자란 잠을 보충하며 또 한 잠 잔 후에
또 다시 배가고파질 때 즈음 일어나서 슬슬 준비를 하고 나가보았다.
여행을 와서 그게 뭐냐,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하나라도 더 봐야지
라고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서 약간의 변을 붙이자면,
우린 그런 일정을 여행 초반 댕덤에 묵으면서 충분히 했기 때문에
후반부인 이 때에는 좋은 호텔에 묵으면서 빈둥거리고 쉬려고 일부러 일정을 이렇게 잡은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래도 명색이 '힐링'여행인데, 이 정도 느긋함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슬슬 준비를 하고 또 다시 위만멕을 향해 길을 잡았다.
역시나 왕궁 복장규정 때문에 코디는 어제처럼 원피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날 보석사기에 걸렸을 때에도 옷을 좀 갖춰 입어서 그랬던것 같다. 우린 돈이 많거나 그런 여행자는 아닌데, 그래도 왕궁 들어가려면 복장규정 맞춰주어야해서 원피스로 좀 깔끔하게 입었더니 돈이 좀 있어보였나보다. 카페인러버 처음 가던 날은 머리 감고 바로 나와서 슬리퍼 끌고 다녔던지라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 가지지 않았었다.)
 
택시를 타고 위만멕까지 갔는데,
친절한 기사님이 내 발음을 지적하고 고쳐주신다.
 
위만↗멕↘
 
이렇게 하는 거란다.
역시 성조가 들어가는 언어는 조금 새소리처럼 들린다.
큰 소리로 빨리 발음하면 성난 새 같기도 하고;;
(경상도 인이 할 소리는 아닌지도;;)
 
그렇게 위만멕에 무사히 도착은 했는데..
어제 내려주신 곳이랑 다르다;;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안내 부스도 없고, 비슷하게 생긴 공간 안에는 공사아저씨들 쉼터처럼 아저씨들과 연장만 있어서 물어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옆에는 커다란 전세버스가 줄줄이 가득 주차되어 있다.
조금 걸으니 안내 표지판이 보이긴 하던데, 어디가 어딘지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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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좀 헤매다가 찾은 어제 삽질했던 건물 앞에서
어제 와봤으니 한 번에 모든 짐을 다 사물함에 넣고 표를 보여주고 입장했다.
물론 이 때에도 우리가 들어갈 것 처럼 보이자, 얼른 표부터 내놓으라며 닥달 하시는 제복 여성분 계셨다.-_-
표 없이는 들여보내주지도 않을거면서 어련히 알아서 표 내놓을텐데 그걸 왜 닥달을 하는지;;
오늘도 입장부터 기분 상하기 시작한다.
 
뭐 대단한 것 있다고 카메라며 뭐며 전부 사물함에 넣게 하고들어가서 본 것은 별거 없었다.
심지어 내부 진열을 잘 해 놓은 것도 아니다.
되는대로 유리장 가져다가 대강 전시.
넓지도 않은 그 방 한 칸에서 제복입은 아줌마 두 명이 감시를 하나본데,
구석자리 시원한 곳에 퍼질러 앉아서 수다 삼매경이다.
 
한 바퀴 돌고 옆방으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마지막 한 면을 보려고 할 때 거기 앉아있던 아줌마가 막 짜증섞인 말투로
글로 가지말고 빨리 옆방으로 넘어가란다.
 
어이가;;
 
뭐 대단히 볼 건 없다만, 그래도 들어왔으니 이쪽 면도 좀 보고 넘어가겠다는데,
화살표가 이 방향이라면서 그 쪽 방향으로는 걷지 말라고 하며 상당히 까칠하게 다음 방으로 넘어가라고 도끼눈을 떴다.
 
슬슬 분노게이지 상승.
 
옆 방 가니 또 남자들 몇 명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
좁은데 별로 볼건 없고 후딱 스캔하고 다시 돌아오니, 우리가 가려던 방향으로 나가게 되어 있었다.
 
역시 그 면도 볼 건 없었다.
스캔하고 나왔다.
 
너무 빨리 나와서 그런지 입구에서 표 검사 하던 사람도 우릴 쳐다봤던것 같다.
 
뭐 대단히 볼게 있는 것도 아니고,
친절하거나 시원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분들이 왕족인 것도 아니고
대체 왜 우리가 하대를 받아야 하고 짜증섞인 명령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기분이 더욱 나빠졌고,
급기야 왕궁 구경 마, 치아뿌자!! 이런 심정이 들어서 그냥 바로 터미널 21에 가기로 했다.
 
어제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던 보초병에게 목례를 하고 다가가서
여기서 가장 가까운 BTS 역이 어디인지 물었더니 아눗싸와리라고 가르쳐줬다.
처음에는 택시 타라고 하던데, 택시는 막힐거 같아서 안탈거고 BTS 탈거라고 하니 그렇게 알려주었다.
아마도, 얘도 영어가 잘 안되니까 쉽고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어서 택시를 권한거 같았다.
 
여튼,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고 위만멕을 빠져 나왔다.
위만멕은 앞으로 절대 안갈거다.
더불어 제복입은 사람 있는 곳은 좀 기피하게 될 것 같다.
 
화를 진정시키고 기분들 달래기 위해 터미널21 푸드코트에서 맛있는걸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택시를 타기 전부터 동생님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나는 걱정도 되고, 여행지에서 일행이 아픈 적이 없어서 어찌할 바를 몰라
 
"그럼 호텔로 갈까??"
 
이렇게 눈치를 보며 이야기 했는데
동생이 참아보겠다며 그냥 가자고 했다.
터미널21은 나보단 동생이 더 가고싶어했던 곳이었기 때문인거 같다.
 
근데 택시 안에서도 계속 아프시단다.
지금이라도 택시 돌려서 호텔로 갈까 고민하면서 안절부절 하니까 그래도 터미널21 가잔다.
 
약국가서 두통약 하나 사먹으면 나을거 같다면서..
 
그래서 일단 터미널21로 갔다.
 
시암센터나 시암파라곤 등도 그렇고 여기도 마찬가지로 입장시에 삼엄한 체크를 했다.
무슨 비행기 타는 줄 알았네;
빈부격차가 너무 커서 박탈감 느낀 사람들 중 일부 과격한 사람이 이런데 들어와서 테러를 해서 그런건지 뭔지
입장시에 그런 검사를 받는다는건 잠재적인 범죄자로 의심받는거 같아서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2년 전에 갔을 땐 지하철 탈 때에도 그런 검사를 했던거 같다.
 
여튼 입장.
사람들을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쭉~~ 올라가는데
여기 있다는 것 까진 알고 왔는데, 몇 층에 있는지를 모르겠다.
안내부스도 없고..
와이파이도 잘 안잡혀서 검색도 안되고..
 
스카이라운지 기분 내며 밥 먹을 수 있단 글이 떠올라서 일단 갈 수 있는 데 까지 올라갔다.
근데 또 어디가 어딘지@_@
지나가는 태국분에게 푸드코트가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 바로 저기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셨다.
 
아이스 몬스터를 지나서 푸드코트로 드디어 입장!!
이름은 Pier 21
 
그 와중에도 동생님은 계속 죽을상을 하고 힘들어하고 있다.
일단 앉혀놓고, 좋아라하는 타이 밀크티 한 잔 사다가 쥐어주고
마시면서 기다리라고 한 후에 약국을 찾아 나섰다.
 
푸드코트 돈 충전하는 곳에서 물었더니 처음 물어본 아가씨는 자긴 잘 모른다고 대답했는데,
옆에 있는 참한 아가씨가 1층에 있다고 알려주어서
1층으로 가서 약을 샀다.
비쌀줄 알았는데 12밧인가 밖에 안해서 오+_+! 이러고 받아왔는데,
나중에 보니 타이레놀이 아니고 이름모를 태국약이었다 ㅋㅋㅋㅋ
어쩐지 싸더라니..
 
여튼 총알같이 동생님에게 배달해서 약을 멕이고,
본격적으로 푸드코트 탐방을 했다.
동생이 아프든 말든 먹을 것만 생각하는 여자, 나란 여자, 그런 여자 ㅠㅠ
 
내가 적당히 사올테니 넌 앉아있으라고 한 후에 눈에 보이는 곳에 가서 아무거나 일단 두 개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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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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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음식 사진을 찍었던것 같은데 왜 사진이 없는지..;;
여튼, 이 두 음식을 후루룩 마셔버리고 이제 뭘하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대로 푸드코트를 떠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리고 우린 아무데나 앉았던지라 창가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는 생각에,
창가자리를 찾아서 스카이라운지 느낌 내면서 조금 더 먹어볼 요량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머리가 계속 아픈 동생님은 자리를 지키고,
먹는데 정신팔린 내가 돌아다니며 주문해서 음식을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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쏨땀 기본으로 하나 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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쏨땀 먹을 때에는 얘도 먹어줘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나 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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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어쑤언도 못먹어 봤으니까 어쑤언도 하나 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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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망고밥은 또 어떤 맛인가, 카오산이랑 얼마나 다른가
하나 시켜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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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기본 쏨땀
마~ 쏨땀~
(알아들으면 부산 사투리 전문가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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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 커서 부담스럽지만 닭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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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떼샷!!
 
오른쪽 빈 빨대 컵은 타이밀크티 잔,
이 음식을 먹는데 곁들인 음료는 생수 1 병
난 음료수를 좋아하지 않아서 콜라보다는 생수를 선호한다.
 
 
 
그렇게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고 먹기 시작했다.
동생은 자리를 지키고 있고, 내가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음식을 날랐더니
내가 지나다닌 길에 앉아있던 사람 중 일부는 계속 나를 주시했었다.
하늘거리는 여리여리 살구색 원피스 입은 여자가 자꾸 음식을 날라대니
대체 일행이 몇 명인가 궁금했던건지;;ㅎㅎ;;
 
일행은 나 포함 둘이었고, 음식은 네 접시였지만 ㅋㅋ
저건 거의 나 혼자 먹었다고 봐야 한다.
동생님은 여전히 두통으로 힘들어하고 있었고,
도착하자마자 먹은 돈까스와 쌀국수로 적당히 허기는 면한 상태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죄다 내 취향으로 주문한 것들이라 동생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었다.
굴 안먹는데 어쑤언 사오고,
쏨땀 그닥이라는데 쏨땀이랑 닭튀김 사오고 이러니..
 
동생은 망고밥만 먹었고, 나머진 내가 먹었는데
안타깝게도 어쑤언은 반 이상 남기고 ㅠㅠ
닭튀김도 반 정도는 남긴거 같다 ㅠㅠ
쏨땀은 20% 정도 남겼나..? 여튼 이건 채소라서 의무적으로 좀 먹어야 할거 같아서 억지로 많이 먹었다.
 
자취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취생은 신선한 채소를 먹기가 상당히 힘들다.
물론, 잘 챙겨먹는 사람은 제외.
채소, 생선 이런 반찬은 거의 안먹게 된다.
한 번에 적은 양을 살 수 있지도 않거니와, 조리도 번거롭고,
한 번에 다 먹을 수도 없어서 버리는게 80%는 되기 때문에
한 번 시도 해본다 하더라도, 이러한 경험 후에는 두 번째 시도는 없을 확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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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여기저기 있어서 피해서 찍을 수가 없어서 매장 사진은 이정도
대충 분위기는 알 수 있는 정도로 찍었다.
창가쪽은 밝고, 안쪽은 오렌지계열 조명 덕에 약간 어둡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난다.
우리나라 푸드코트와는 달리 테이블이 많고 공간이 넓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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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배부르게 먹고 나서야 들어오는 창 밖 풍경
이렇게 고층 건물과 낮은 건물, 울창한 나무가 한데 섞여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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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하늘도 볼 수 있는 창가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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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시도 끝에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여기서 찍은 사진 중에선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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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약발이 좀 들었는지 괜찮아 졌다는 동생에게 뭐라도 먹여보려고
들어오다가 아이스 몬스터 보이던데 그거 먹어볼래??
하고 꼬셨더니 가서 사오겠다고 하길래 보내고 사진놀이를 하고 있었더니
금방 사왔다.
 
토핑을 몇 가지를 얹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어쩌고 설명을 해주던데
모르겠고,
맛은 음.. 내 취향은 아님
동생은 괜찮다며 잘 먹었다.
 
 
 
그렇게 앉아서 이야기도 좀 하고 배도 좀 꺼뜨릴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좀 했는데도 배는 도통 꺼지지 않았다 ㅋㅋㅋㅋ
(당연한 이야기지만 ㅋㅋㅋㅋ)
그래서 걸어다니면서 배를 꺼뜨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나라 푸드코트처럼 자기가 먹은건 자기가 치워야 하는줄 알고 어디다 치우지.. 이러면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치우는 일을 하시는 할머니가 오셔서 치우셨다 ㅠㅠ
왠지 굉장히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학부때 점심 좀 일찍 먹고 교실에 앉아서 노닥거리는데 청소하시는 할머니가 들어오셔서
뒤에서 부터 청소를 하시는데, 바닥에 빈 캔이랑 우유팩 이런게 너무 많아서
내가 먹고 버린것도 아닌데 친구들이랑 다같이 주워담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 때랑 정확히 똑같은 미안함과 어찌할 바 모르겠음이었다.
 
 
 
그렇게 푸드코트를 떠나면서 마무리로 타이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한 층씩 아래로 향했다.
구경은 여기저기 했는데, 사진 찍지 말라는데도 많았거니와,
여행 막바지여서 사진에 큰 흥이 나지 않기도 해서 사진은 없다.
다른 분들 여행기에 터미널21은 많이 나오니까..
우리도 사진찍고 놀려고 했는데, 동생님은 아픔에서 회복된지 얼마 안됐고
나는 사진 찍히는걸 별로 안좋아할 뿐더러, 동생님이 나보다 더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찍어줄 마음도 없었고,
뭐 기타 등등 사진은 없다 ㅋㅋ
 
이런 류의 쇼핑몰은 이제 나는 별로 흥이나지 않는데,
본격적인 외국여행이 처음인 동생님에겐 상당히 재미있는 구경거리였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중간에 다리 아프다고 찡얼거렸는데,
동생이 나를 달래가며 1층까지 모조리 구경을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언니야, 내 아까 머리 아팠던거.. 왕궁에 가면 안되는 병인갑다. 이제 괜찮아졌다.
사실, 아까 호텔에서 나올 때 부터 쪼금씩 아팠는데, 그거는 좀 지나면 괜찮겠지 싶었더니 왕궁 가려고 해서 아팠던거 같다. 왕궁에서 나와서 시간 좀 지나니까 괜찮아진거 같다."
 
이런다 ㅋㅋㅋㅋ
 
그런 병이 어디 있겠냐 싶겠지만 진짜 그럴듯 하다.
우리에게 왕궁이란 그런 이미지였으니까.
입장료만 비싸고, 볼건 없고, 제복입은 직원들은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그런 곳.
 
 
 
가격은 동대문하고 비슷한데 질은 한참 떨어지는 여러 제품을 둘러본 후에 터미널21을 나와서 다시 숙소로 향했다.
BTS 라차테윗 역에서 호텔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이 택시 기사님이 조금 재밌었다.
 
아저씨라기엔 좀 나이가 있어보이시지만
할아버지라기엔 또 좀 미안한 감이 있는 그런 어중간한 우리 아빠같은 나이대였는데,
영어를 잘 못하셨다.
카오산이라 하고 일단 타긴 했는데, 카오산까지 가면 또 너무 걸어야 하니까 상세한 목적지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런데 호텔 이름을 말해도 모르시고, 호텔 명함을 보여드려도 잘 모르신다.
그래서 호텔 수영장이 파아팃 선착장이랑 바로 연결되는게 떠올라서 파아팃 피어라고 이야기 했더니
 
파아팃?
 
이러신다.
 
영어는 전혀 못하시는 듯 했다.
그래서 어디서 주워들은 걸로 (그래봤자 태사랑에 다 있는 글 중에서.. 다만 어느 글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뿐..;;)
 
"타 파아팃!!"
 
이렇게 말했더니
 
"아~ 타 파아팃~ 알았어 알았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물론 알았어 알았어는 내가 대강 감으로 알아듣고 찍은 말이다.
내가 엉터리 발음과 성조긴 하지만 태국어로 목적지를 이야기 하자,
기사님은 무언가 우리에게 자꾸 말을 거셨다.
혼잣말이라기엔 중간중간 대답을 요구하는 듯한 멈춤과 추임새가 있어서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렇다고해서 또박또박 천천히 이야기 해주는 것도, 큰 소리로 이야기 해주는 것도 아닌 중얼거림에 가까운 말을 하신다.
 
언뜻 '타이완' 뭐 이런 말을 들은거 같아서
 
"위 아 코리안" 이라고 대답했더니 역시 영어는 못알아들으신다.
"코리아" 해봐도 소용이 없다.
 
역시 어디서 주워들은 확신하지 못할 태국어로 "코 까올리"라고 이야기 하자
또 기사님이 "아~ 까올리~" 이러면서 또 한참을 중얼거리셨다.
 
나는 알아듣지는 못해도 혼자서 일하면서 누군가와 대화가 하고 싶으셨겠구나 싶은 마음에
으흠~, ㅇㅇ, 오~ 등등의 추임새를 넣어가며 맞장구를 쳐드렸다.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기사님은 차가 신호에 걸렸을 때 보조석 콘솔박스(맞나? 앞에 문 열면 뭐 넣는 곳..)를 열어서
2리터 짜리 생수병 두 개 중 굳이 안쪽에 들어있는 하나를 꺼내서 목을 축이셨다.
두 개가 원래 모양대로는 다 안들어가니까 물을 반쯤 먹고 병을 반쯤 찌그려서 납작하게 만들어서 넣어 놓으셨었다.
굳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이유는 하나는 물이 아니라 소주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오래된 물이라 맛이 변해서 안드시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지금 든다.
찌그러진 물병 두 개 에서 또 다시 느껴지는 삶의 무게..
그게 아침이었을 조그만 빵 하나 드시면서 우릴 태우셨던 기사님도 생각나고 그랬다.
 
여튼, 말은 안통했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옆집 아저씨 같기도 하고, 큰삼촌 같기도 한 기사님과의 여정이 끝나고 호텔에 도착했다.
 
하루만에 맥주병에서 개헤엄을 깨친 나는 수영장에 재미가 들렸는데,
동생님은 몸이 안좋으니 그냥 쉬시겠단다.
그래서 혼자 내려가서 디너크루즈 배가 지나다니는것도 구경하고,
수영장에 들어가서 어푸어푸, 파닥파닥 거리면서 개헤엄도 치고,
밖으로 나와서 썬은 없는 저녁이지만 썬베드에서 셀카도 찍고 놀았다.
가로등이 주황불이고, 수영장 조명도 톤을 맞춰서 비슷한 색인데다가,
전통배 조명도 그런 색으로 뒤덮여 있어서 셀카가 막찍어도 잘 나왔다.
 
하지만 혼자 놀기는 아무리 재밌어도 겨우 한 시간 이었다.
동생이랑 같이 수영장에 들어갔을 때에는 수영도 못해서 걸어다녔어도 재밌었는데
혼자서는 개헤엄을 해도 재밌지가 않았고, 셀카도 몇 장 찍으니 질리고,
디너크루즈 배 구경도 두어척 하니까 다 비슷비슷해서 그 놈이 그 놈이었다.
 
올라갔더니 동생은 자고 있었다.
뭐 좀 사러 나가자고 동생을 깨웠더니 또 벌떡 일어난다.
로띠는 한 번 밖에 못먹어봐서 이 날은 로띠를 꼭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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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부뜨리거리에 있는 로띠 장인
 
이 집이 맛있다.
만드는 모습을 잘 보고 있으면 나름의 리듬이 있는거 같았다.
버터를 바르는 것,
반죽을 치대는 것,
반죽을 굽고 바나나를 썰어 넣는 것,
반죽을 접어서 뒤집어 굽는 것,
다 만들어진 로띠를 접시로 옮겨 자르는 것,
그 위에 연유를 뿌리는 동작까지
전부 나름의 리듬에 의해 꾸준히 진행되는 작업이었다.
 
이런 리듬 덕분에 이 분이 진정한 로띠 장인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한 가지 일을 오래하면 나름의 규칙과 리듬이 생기고,
그 리듬에 탄력을 받으면 속도와 작업의 질이 향상된다.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로띠를 구웠을 것 같은 엄청난 내공이었다.
 
 
 
내가 본 로띠는 아유타야 은행에서 큰 길 건너면 있는 큰길가의 로띠집과 이 집 둘 뿐이었는데,
큰 길가 로띠집은 같은 아저씨가 팟타이랑 로띠를 같이 파신다.
근데 여긴 로띠는 맛났는데, 팟타이는 맛이 영~~ 아니올씨다다.
게다가 내가 팟타이 만드는 모습, 그러니까 국수 볶는 것만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카메라를 들자 국수를 볶다 말고 두 발 뒤로 물러서시더라고.
얼굴을 찍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거 찍으면 무슨 비법 훔쳐가는것도 아니고..
카메라 들이댄 내가 무안해지고 무슨 잘못을 저지른것 처럼 느끼게 만들어서 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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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콜렛 얹은 로띠를 먹고싶었는데,
동생이 이번엔 기본을 먹어보자고 해서 이렇게 주문했다.
나는 초콜렛 얹은게 더 좋다.
 
이 기본 로띠는 장인의 가게에선 20바트,
대로변 로띠집은 25바트로,
맛도 가격도 더 훌륭하니 이 곳에서 드시길 바란다.
물론 추가되는 초콜렛이나 누텔라 로띠는 가격이 동일했다.
 
 
 
로띠를 샀는데, 동생이 콘파이를 살 때 봐뒀는지
맥도날드 트리플 치즈버거가 먹고싶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이니 꼭 먹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럼 나도 먹어보고 싶어지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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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나오길 기다리며 찍은 태국 맥도날드의 특수메뉴
이런 것도 있구나.. 괜찮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자 마자
아.. 팟타이는 30밧 밖에 안하는데 좀 비싸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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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런치타임을 생각하며 멍하게 그냥 주문해버린
트리플 치즈버거 셋트 2개
 
둘 다 햄버거만 먹고 콜라 반 쯤 마시고 감자는 거의 손도 못댔다.
너무 배가 불러서 ㅋㅋㅋㅋ
 
 
 
그렇게 이 날도 엄청 먹고 기분좋게 잠들 수 있었다.
 
 
<오늘의 지출내역>
 
날짜 사용내역 사용금액 (THB) 비고
08월 14일 망고 3키로 60 방람푸 시장 (아침)
두리안 1.5키로 150
돼지고기 덮밥 *2 30
패션프룻 주스 25
닭다리 구이 15 호텔 맞은편 노점
코카콜라 17 편의점
햄치즈 크로와상 25
택시비 (수르야ㅡ>위만멕) 63  
택시비 (위만멕ㅡ>아눗싸와리) 65  
BTS (아눗싸와리ㅡ>아속) *2 74  
터미널21 푸드코트 272    
  타이 밀크티 30 터미널21 푸드코트 <Pier 21>
  돈까스 28
  오리고기 국수 32
  닭튀김 30
  쏨땀 30
  망고밥 35
  7
  어쑤언 50
  타이 커피 30
두통약 12  
아이스 몬스터 65  
BTS(아속ㅡ>라차테윗) *2 62  
택시비 (라차테윗ㅡ>호텔) 70  
트리플 치즈버거 셋트 *2 360 맥도날드
바나나 로띠 20 한글 팟타이 옆 로띠가게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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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부뜨리 로드의 스티키라이스 청년의 망고밥도 맛있었지만
터미널21의 푸드코트인 피어21의 망고밥이 조금 더 맛있었어요.
조금 더 비싸지만, 아무래도 망고가 좀 더 상품이었던 듯 합니다.
 
 
 
71 Comments
Robbine 2013.09.10 22:12  
저 망고밥 맛이 기억이 안나는걸 보니........ 하루 빨리 다시 가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텔라 2013.09.10 22:39  
어쑤언 허이라이 잘못먹으면 진짜  영혼까지 쏟아내요.. ㄷㄷㄷ
 
폭.풍.설.사.
Robbine 2013.09.10 22:44  
그 이름도 무서운 ㅍㅍㅅㅅ.. ㄷㄷㄷㄷ
누텔라 2013.09.10 22:54  
아... 왕궁가면 안되는병......

저는 출근하면 안되는 병..... 

아침에 몸이 안좋아서 오늘 하루 쉰다고 하고 안나갔는데..

전화끊고 딱 1시간만에 극~뽀옥~  -ㅅ-;;;;;;
Robbine 2013.09.10 22:56  
그 병은 저도 있어요. 일요일 저녁 개콘만 끝나면 머리가 아파오더라구요 ㅋㅋㅋ
앙큼오시 2013.09.10 23:18  
저도 출근하면 아프다가 회사만 나오면 낫는 심각한 병이있습니다...ㅋㅋㅋ
Robbine 2013.09.11 00:53  
피곤하고 몸 안좋고 감기몸살기운 돌고 그러다가도 태국만 가면 컨디션 최고로 바뀌고 막 그러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국가면 새벽에 일어나서 밤늦게자도 다음 날 또 그런 생활 할 수 있고 막 ㅋㅋㅋㅋㅋㅋㅋ 그러죠잉 ㅋㅋ
heyjazz 2013.09.11 09:47  
그리고 한국으로 오는 뱅기안에서 파워 엥꼬....ㅠ.ㅠ
여행할때 가장 슬픈 순간이죠...ㅋㅋㅋㅋ
Robbine 2013.09.11 11:39  
파워는 엥꼬인데, 새벽비행기 안에서 잠도 안오고 말이죠 ㅋㅋ 괴롭더라구요 ㅋㅋ
heyjazz 2013.09.11 14:37  
맞아요...ㅋㅋㅋㅋ
거기에 최악은 월욜 새벽에 도착해서 바로 회사로 출근....ㅠ.ㅠ
그날은 아주 듁음이죠......
Robbine 2013.09.11 16:41  
일주일 지나고 주말 내내 밖에 안나가고 잠만 자줘야 겨우 80% 정도 회복되지 않나요? 저는 진짜 새벽도착, 바로 출근은 못하겠더라구요
앙큼오시 2013.09.11 19:03  
저는 하루라도 더잇으려고 아침에 공항도착하면 바로 짐들고 출근을 합니다....
그렇게라도 하루 더있고 싶었어요....ㅠㅠㅠㅠ
다니엘2 2013.09.12 12:32  
여행기 너무너무 재미있개 읽었습니다. 구수한 사투리도 한번씩 사용하시는 글솜씨에 단숨에 일게되어서 다른일을 못할정도였습니다. 저가 카오싼에서 마지막으로 로티 (예전에는 바나나팬케익이라고 많이 했죠) 를 먹었던때가 가격이 10바트였는데 세월이엄청흘렀는것같습니다. 그때가 2002년월드컵때 첫한국전을 월택에서 요왕자와여러회원들이 모여서 응원했던 이후 카오싼에 가본적이 없고 계속 시내쪽에 머물었습니다. 5년정도 방타이못하다가 11월방타이를 준비하면서 너무 좋은 여행기라 다시한번 카오싼에 가보고싶군요. 감사합니다.
Robbine 2013.09.12 12:43  
주저리주저리 재주없이 적은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많이 (여행)선배님이시네요ㅋ
저는 첫 방타이때 애따스 호텔에 묵었던지라(대사관 많은 동네요.) 카오산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갔었는데 아침무렵에 갔을 땐 여기가 왜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관광지인거지? 싶기도 하고, 투어 마치고 밤에 다시 도착했을 땐 술에 취한 사람들과 시끄러운 음악소리, 뭐가 뭔지 모르겠는 복잡하고 수 많은 노점상과 호객행위 하시는 분들로 무서운 동네라는 인상까지 받았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며칠 묵으면서 지내보니 카오산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 알겠더라구요. 지내봐야 알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카오산은 그런 의미에서 '진국'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2년이면 진짜 제가 꼬꼼화 일 때 였네요ㅋ 그 때의 광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네요.
구리오돈 2013.09.22 08:27  
여행기 읽으면 안되는 병!!!
밀린 여행기 쓰려고 카오산 DDM에서 방콕 하고 있는데요...
하나 읽기 시작하면 계속 읽을까봐, 하나 쓰고 하나 읽기로 스스로 타협 했습니다.^ ^.
먼 곳에 있을 때에는 먹방을 보면서 무지하게 땡겼는데, 지금은 왜 안땡기는지 모르겠습니다.
Robbine 2013.09.22 12:28  
방콕 들어가신거에요? 벌써? 방콕생활은 디디엠에서 하신다니 조금이나마 편하시겠네요^^ 아이들 위주로 해주세요~ 아이들이 고생이 많았을거 같아요
구리오돈 2013.09.22 12:38  
두 녀석 모두 방치되어 있습니다.
찬영이는 만화책 보고있고, 주영이는 스마트폰 속에 퐁당!
오늘은 주영이 생일인데, 저녁에는 피자 먹으러 가게 될 것 같아요.
Robbine 2013.09.22 12:50  
오오! 피자+_+ 저도 먹고싶네요. 주영이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ㅋㅋ
구리오돈 2013.09.22 13:19  
디디엠 옆집이 피자 파스타 맛집이예요.
어제도 줄이 엄청 길던데...오늘 우리도 줄 서야 합니다.
Robbine 2013.09.22 13:46  
꼭 여행기에 남겨주세요~ 다음엔 저도 가보고 싶어요^^
바셀 2014.01.31 12:30  
디디엠옆 피자집이 맛있군여 들려봐야지 줄서야겠네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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