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삽질힐링여행 20 - 카페에서 밥먹고 툭툭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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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된 삽질힐링여행 20 - 카페에서 밥먹고 툭툭관광

Robbine 58 3935
동물원 구경을 하고 보니 꽤 시간이 지났다.
오후는 수영장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얼른 뭔가 먹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
 
동물원은 재미있었지만 (입장료에 비해 볼거리가 굉장히 많다!)
야외라는 특성과 무더위가 겹쳐져, 게다가 계속 걸어다니면서 구경을 한 덕에 꽤 피곤했다.
 
호텔 가는 길에 쌈쎈에서 우리가 발견한 카페인 러버에서 뭔가를 먹고 호텔로 들어가기로 했다.
동물원 앞에서 택시를 탔지만,
카페인 러버라는 쌈쎈의 카페를 아저씨가 알 리가 없었다.
일단 카오산 쪽으로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차가 달리는 중간에 가는 길에 있는 카페에 갈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거리 이름을 사진 찍어놓으면 뭐하겠나;
메모리 부족해서 죄다 넷북으로 옮기고 지워버려서 그 땐 알 수가 없었다.
꽤 규모있어 보이는 반대편 건물도 이름이 뭔지 몰라서 소용이 없었고 말이다.
 
그렇게 아저씨만 믿고, 카오산에서 내리면 걸어가지 뭐~ 이런 생각으로 가다보니
눈에 익은 건물이 보인다.
그 이름 모를 좋아보이는 건물이.
 
사거리 신호를 기다리던 아저씨에게
회색빛 쌈쎈의 꽃처럼 달려있는 분홍색 간판을 가리키며 우리 저기로 갈거라고 하니
급 우회전을 하시더니 길을 건너지 않고도 갈 수 있게 잘 내려 주셨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여기서 내려서 길 건너 가라고 내려주는 부산의 택시아저씨들과는 다른 세심함 ㅋㅋ
부산 아저씨들은 또 부산아저씨들대로 매력이 있지만 ㅋㅋㅋㅋ
 
그렇게 카페에 들어가자, 예쁜 언니가 우릴 아는척 해줬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동요 없이 말이다 ㅋㅋ
 
이번에도 비어 있는 지난번에 앉았던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메뉴를 봤는데,
이번엔 세트메뉴로 주문하기로 했다.
우린 여기에 밥먹으러 온거니까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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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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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주문한 셋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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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선택한 음료, 핑크밀크
역시 태국에선 발음을 또박또박 다 하면 안된다.
[핑.크.밀.크]라고 또박또박 여러번 이야기했더니
아~ [핑밀] 이러면서 알아들었다.
[타.이.밀.크.티.]가 [타이밀티]가 되는거랑 같은 이치.
 
맛은, 적색4호 시럽 넣은 우유 맛ㅋ
혹시라도 비쥬얼에 혹해서 맛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정보다.
특별한 맛은 없고 그냥 색소단맛이 첨가된 우유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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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비교샷
역시 커!
 
편의점 타이 밀크티 젤 큰 컵과 찍은 사진이다.
 
참고로, 편의점 타이 밀크티가 내가 태국에서 먹어본 타이 밀크티 중 제일 맛있었는데,
이유는 내가 얼음의 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운나라에서 먹는 음료인데 시원하긴 해야 하니
얼음을 한 층만 살짝 깔고,
나머지 공간은 전부 음료로 채우면
먹는 내내 시원하고 찐찐한 타이 밀크티 완성 ㅋㅋ
가격도 24밧 밖에 안한다 ㅋㅋ
 
거기에 햄치즈 크로와상 곁들이면.. 츄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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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세트에서 나온 메뉴
이름 뭐더라.. 소세지 까르보나라 파스타였나?
파스타 토마토 소스랑 까르보나라 소스로 선택도 가능했었다.
오랜만에 먹는 늬끼한 흰소스 국수, 맛있었다.
저렇게 소세지 넣어서 해먹는 방법은 몰랐는데 다음에 응용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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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은 녹차라떼
크기는 역시 큰 컵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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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으 햄치즈 크로와상!
확실히 편의점의 그것과는 퀄리티가 좀 차이난다. ㅋㅋ
 
우리는 사이좋게(라기보단 전략적으로)
저 크로와상을 반 나눠먹고, 스파게티도 같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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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나오는 마무리 메뉴
브라우니!
나는 아무리 만들어도 저런 식감으로 안되던데 어떻게 저렇게 찐득하게 만드시는지
이에 쫙쫙 달라붙는게 어우~ 맛났다.
근데 혀가 녹을만큼 달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나 그 외 다른 마말레이드가 들어가 있어서
씹는 맛도 있었고, 상큼한 맛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먹어 본 감상이다.
이 땐 너무 배가 불러서 이건 먹지 못하고 포장해서 나왔다.
 
진짜 마시듯 세트메뉴 두 개를 흡입하고 재빨리 카페를 나온 우리는 호텔을 향해 씩씩하게 걸었다.
좁은 쌈쎈의 인도에서 길거리에 평상을 꺼내놓고 작업하던 아저씨 둘이
우리가 지나가자 살짝 치워서 길을 터주었는데,
한 명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 부터가 시작같다.
 
뭐라고 말을 걸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이어서 그 아저씨는 우리에게 친절하게도 주변 관광포인트를 소개해주며
어제가 왕비 생일이었어서 오늘까지 입장료가 무료이니
얼른 가보라고 추천을 해줬다.
 
우리가 관심을 보이자 수첩에 적어주면서 네 개의 관광포인트를 알려준다.
1번은 무슨 절, 큰 부처님이 계신단다.
2번은 또 무슨 절, 여기 부처님은 소원을 잘 들어준단다.
3번은 무슨 공장. 보석공장이라는데 방콕에서 유명하고 왕실에서 보증하는 겁나 크고 좋은 곳이라고 했다.
4번도 무슨 절, 여기도 뭔 특징이 있었는데 잘 모르겠다.
 
여튼 이렇게 네 곳을 소개해주면서 툭툭 기사에게 이야기하면 40밧에 이 네 곳을 다 돌 수 있다고 했다.
한 곳 보면 툭툭이 기다려주고,
다 보면 다음 곳 데려가 주고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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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이유없이' 친절한 아저씨가 적어준 광광코스
 
 

처음엔 너무 배도 부르고 빨리 호텔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별 의심이 안들었다.
아저씨가 과도하게 친절하고, 길에서 그렇게 일하는 사람 치고(오해 없으시길.. 비하의도 없어요;) 영어를 너무 잘한다는 것도 의심하지 못했다.
자상하게 오래 설명해 주는데도 잘 몰랐다.
 
당시에 우리 머리 속에는
'오늘까지만 무료입장이라고?'
이 생각 뿐이었다. 적어도 나는.
근데 동생에게 가고싶냐 물으니 동생도 적극적은 아니었지만 '가보지 뭐' 이런 반응이어서
우리는 그 아저씨가 추천해 준 절에 가보기로 했다.
 
사실, 중간에 한 번 본능이 나를 말렸었다.
 
'왜 이렇게 길게 붙잡아두고 이야기 하지? 옆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은 어디갔지? 가게 문 벌써 다 닫고 정리 다했네'
 
근데 동생이 가고싶다고 했고,
오늘 까지만 무료입장이라는 말에 홀려서 우리는 툭툭을 타게 되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때마침 아저씨가 설명을 다 해 갈 때 쯤,
그리고 우리가 그거 해봐야겠다, 툭툭 잡아볼까 싶었던 그 타이밍에
코너를 돌아 우리 쪽으로 접근하는 툭툭이 있었다.
 
설명해주던 아저씨는 그 툭툭을 잡아 세우며,
노란 플레이트 툭툭을 타야 하는데 마침 저게 노란 플레이트라며 우릴 태워줬다.
아저씨가 적어준 수첩을 보여주자, 툭툭기사는 '아, 이거 맞아. 오늘까지야' 이런 말을 하면서 알아들었다.
 
이 때, 나는 툭툭 기사가 그런거 모른다고 할 줄 알았는데
역시 현지인이 적어준걸 보면 딴소리 안하는구나 싶었다.
툭툭요금 비싸게 받을까만 걱정했는데 그게 해결이 되어서 안심하고 툭툭을 탔다.
(바보같이)
 
툭툭기사는 우리를 첫 번째 절로 데려다 주고는
구경하고 오라고 했다.
자긴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천천히 보고 오란다.
근데 은근 길치에 감각 둔한 내가 이 사람을 못찾을까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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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툭툭은 사기 툭툭이니 타시면 안됩니다.
 
 
 
나는 마트나 백화점에서 주차를 한 후에도 꼭 위치 표시 번호를 사진으로 찍어둔다.
어디다 차 대놨는지 까먹어서;;
그런 습관때문에 이 사람 툭툭도 플레이트를 찍어두려 했던건데,
마침 기사가 안에 앉아있어서 이왕 찍는거 얼굴도 같이 찍었다.
 
당시엔 사기라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무섭지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기사도 나한테 당한거 같다.
내가 사진을 찍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근데 처음 간 관광포인트에서 사진 찍히는걸, 화를 내면 오히려 더 의심스러우니
싫다고도 못하고 그렇게 그냥 찍힌것 같다.
 
나중에 생각하니 이 사진이 내 안전을 지켜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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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부다
별로 예술성 있어보이진 않지만 일단 크기로 압도하는게 있어서 인상적이었던 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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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진 모르고 그냥 찍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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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돼 보이는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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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서 좋았다.
꽤 정교한 솜씨여서 공이 많이 들어간 것 같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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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안
부처님 사진이니까 소원 한 번 씩 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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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강 보고 나가려는데 보인 늘어져 있는 중생
서양언니가 열심히 보면서 사진찍고 +_+ 이런 표정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발을 조금 만지려고 하자,
깨우지 말라고 뭐라 한 것 같은데..
가볍게 무시 ㅋㅋ
고양이들 잘 때는 깨워야 제맛!
 
지금까지 매일 본 태국 고양이들과 달리
얘는 좀 집고양이 스러운게, 오동통하니 예뻤다.
물론 코트도 엄청 예쁘고 ㅋㅋ
 
우리집 야옹이들이 생각나서 발바닥 젤리를 살짝 만졌는데
실~ 눈을 뜨더니 뭔지 한 번 보고는
다시 잠에 빠져드시는 중생 ㅋㅋ
 
그렇게 만져도 계속 잠만 잤다.
저 위에서도 특히나 유인물 종이 위에 누워계시는거 보면
역시 우리 애들이나 얘들이나 다 똑같은 고양이구나 싶었다.
한 장이라도 더 깔린 곳에 눕더라고 ㅋㅋㅋ
 
 
 
그렇게 대강 첫 절을 보고 두 번째 절에 갔는데,
여기서 소원 빌라면서 우릴 어디로 데려가서 부처님 보여주더니
우리가 한참 소원빌고 다른 사람이 켜 놓은 촛불 꺼진거 불 붙여주고 나오니까
우릴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도 가보라며 툭툭기사가 우릴 안내해줬다.
'오, 안내도 해주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자기 편 사람한테로 유인해서 우릴 한 번 더 홀리려고 그런거 같다.
 
기사가 가서 보라는 곳 법당 올라가는 계단에서 어떤 태국 아저씨를 만났는데,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사람이 우리 뿐이라 다른 사람한테 말했겠지 하고 못들은 척 무시할 수가 없어서 인사를 받아줬더니
이 아저씨가 점점 말을 건다.
사실 이 아저씨 이야기는 첨부터 듣기 싫었는데,
나는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인지라 '아, 관심없는대요' 이러고 끊을 수가 없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이 아저씨가 한국인 친구도 있다고 하고 막 한국에 호감을 많이 보인다.
그냥 그런 사람도 있나보다 하고 계속 듣고 있는데,
너 투어 하는 모양이지? 이러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태국에서 보석 유명하다면서 보석공장 가면 뭐 하나 사라고 했다.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인가? 뭐 세 가지는 꼭 사라고 그랬는데,
덧붙인 말이 자기 한국인 친구도 여기서 2천밧에 사서 서울가서 만밧에 팔았다면서
니가 안가지고 있고 팔아도 이익이니 꼭 사라고 걱정해주었다.
 
순간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본능의 신호가 내 인식세계를 예리하게 파고들었고
나는 '보석만 안사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괜히 붙잡고 오랫동안 시간 끌어준 아저씨에게 속으로 고맙게 생각하면서 슬슬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
 
계속 시계를 보았고,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4번째 절까지 다 가려면 촉박해서
아저씨에게 시간이 없어서 좀 보러 가야겠다고 하자
어, 그렇네 하면서 얼른 보라고 우릴 놓아주었다.
안에는 정작 볼건 별로 없었다.
게다가 뭔가를 하는지 공사중인 물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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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법당이라 이거 하나 찍었다.
이게 소원부다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소원 빌어보세요~
 
 
 
그렇게 두 번째 절도 보고 나서 보석공장으로 갔다.
공장이고 크다고 하니까 꽤 멀려나 싶어서 조금 불안했는데
왠걸, 별로 멀지 않았고, 공장도 아니었다 ㅋㅋㅋㅋㅋ
 
툭툭기사는 매 번 다음 스팟으로 갈 때 마다 나에게 수첩을 보여달라고 했고,
다음 곳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갔다.
이게 그들 사이에서도 코스가 여러 개라서 헷갈려서 그런건지,
아니면 리얼하게 하기 위해서 개발한 자기만의 연기 스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매번 보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보석공장으로 갈 때에는 엄마 선물 사도 된다면서 농담도 던졌고,
어차피 내가 뭘 사지 않아도 가스쿠폰 한 장은 기본으로 받을 수 있으니까 부담가지지 말라고 했다.
내가 뭘 사면 가스쿠폰 10장 받는다고 하더라구..
 
여튼, 난 이게 보석사기란걸 눈치 챘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 번째 스팟에 내리기 전 달리는 툭툭 위에서 대사관 비상전화로 통화를 해서
발신전화 최신 목록에 번호를 올려두고
여차하면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할 생각으로 준비를 단단히 해뒀다.
 
그렇게 어딘가에 내려줬는데, 들어가니 공장이 아니고 그냥 가게다.
우리를 따라 붙은 유니폼 입은 점원아줌마는 한국인이라고 하자
한국말 많이는 아니고 조금 할 줄 안다면서 친한척을 했다.
 
이렇게 저렇게 구경하면서 오바해서 예쁘다고 했는데
아줌마가 이것 저것 권하면서 "이건 안비싸"라는 짧은 한국어를 했고
보석사기를 당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아줌마, 그렇게 하대하면 누가 사겠어요'라는 생각을 하며
하나도 안사고 구경만 잘 하고 한 바퀴를 끝내니
이 아줌마가 표정 싹 바꾸고 우리한테 이제 문 닫을 시간이라서 너희 사고싶어도 못사니까 나가달라고 했다.
 
사실 이 때 이 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안사면 안내보내주면 어쩌지 싶었는데 말이다.
어딘가 들어갔는데, 거기에 우리 둘 뿐이고, 점원이 바짝 따라 붙어 있고
커다랗고 두꺼운 문이 굳게 닫혀있는 상황에서 안내보내주면 큰일이니까.
 
그 쪽에서 딴에는 "고객님, 이게 마지막 한 장 이에요. 이 제품 이제 구하려고 해도 못구해요"수법을 쓴거겠지만
홈쇼핑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니고 한국인을 그렇게 얕잡아보면 곤란해요 ㅋㅋ
 
퇴근을 방해해서 미안하다며 얼른 밖으로 나온 우리는
약간은 실망한 표정의 툭툭기사를 보았다.
다음은 어디인지 확인하던 툭툭기사는
이제 공장에 간다고 하면서 또 엄마 선물 사라고 했다.
물론 절대 부담 가지지 않아도 된다며 안사도 상관없다고 하기도 했다.
 
'내가 니 놈 머리 꼭대기에 있다, 임마'
 
싶었지만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했다.
 
그렇게 또 어딘가에 내려줬는데,
거긴 연미복 입은 아저씨가 우릴 데리고 들어갔다.
공장이라더니 여긴 세공하시는 분들 한 너댓명 앉아서 일하고 있더라.
보석을 보면서 꺅꺅 거리며 이것도 이쁘다 저것도 이쁘다 오바 했지만
장사꾼들이 장사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딱 보면 각 나오는지 ㅋㅋ
아저씨가 우리에게 기념품 10% 할인 쿠폰을 주면서 보석 진열장 중심부로는 아예 데려가지도 않고 기념품 가게로 우릴 넣어버렸다 ㅋㅋㅋㅋ
 
기념품은 꽤 여러 종류가 있었고
가격도 카오산보다 훨씬 저렴한 것도 많았는데
짜뚜짝을 아직 가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를 산다는건 좀 후회할 확률이 높다는걸 알기 때문에 뭘 사진 않았다.
 
그렇게 또 그냥 나오니 이번엔 툭툭기사가 똥 씹은 표정으로 굳어서
이제 시간도 늦었고 (오후 5시 반) 비도 오니 (한 두 방울 떨어지는 정도) 호텔로 바로 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넘 늦어서 네 번째 절은 문을 닫았을거라고 했다.
무슨 절이 5시 반에 문을 닫냐 싶긴 했다.
서로의 목적을 파악한 이상 툭툭기사는 헛수고하기 싫었던 것 같다.
나도 아무 일은 없었지만 이 사람들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던지라
아량있는 척 그렇게 하자고 하고 바로 호텔로 갔다.
호텔 바로 앞도 아니고 어정쩡하게 호텔 근처 호텔 맞은 편에 세워주고
40밧을 받아서 그는 가버렸다.
 
물론 호텔로 오는 중간에 가스 충전도 했다.
중간에 충전해도 되냐길래 그러라 했는데
이게 아마도 주인이 맘 바뀌기 전에 쿠폰 써버리려고 그런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고,
조금 쉬고 들고다니던 브라우니를 내려놓고 우산을 챙겨 나가서
저녁으로 댕아저씨의 국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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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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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셋에 계란 추가
 

 
저녁은 이미 카페인 러버에서 먹어놓고 또 먹냐 싶겠지만, 그게 아니다.
우린 무시무시한 보석사기에 걸려들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했으므로
살아나가기 위해 내 머리는 재빨리 회전해야했고,
카페인 러버에서 획득한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
게다가 운동을 하면 젖산이 나와서 근육이 피로해 지듯이
머리를 써도 피곤하긴 마찬가지!
그래서 회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보충해줘야 한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서는 맛있는걸 먹어줘야 하는 법이니
우리의 이런 일정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비 오는 저녁에 댕아저씨 국수를 먹고 (여기도 국물 맛있었는데, 역시 난 어묵보단 소고기가 좋더라)
다시 호텔로 돌아와 수영장에서 놀았다.
비 오는데 수영하니까 좋더라.
비 와서 나가도 되겠나 싶었는데 동생이 비 오면 더 좋지, 글고 수영하면 어차피 젖는데 뭘 ㅋ
이래서 나갔는데
진짜 비 오니까 모기도 없고 좋았다.
 
비가 오든 안오든 짜오프라야의 밤은 아름다웠다.
 
 
 
 
 
<오늘의 지출내역>
 
날짜 사용내역 사용금액 (THB) 비고
08월 13일 나이쏘이 (아침) 120 피셋 *2
오렌지 쥬스 30  
택시비 (수르야ㅡ>위만멕) 60  
두싯 동물원 입장료 *2 200  
타이 밀크티 24 동물원 내 편의점, L사이즈
택시비 (동물원ㅡ>카페인러버) 50  
카페인 러버 (점저) 233    
  세트1  99 햄치즈 크로와상+음료+브라우니
  세트2 119 파스타+음료+브라우니
  추가금 15 음료를 아이스로 바꿔서
툭툭 40 보석사기였음
댕아저씨 국수 (저녁) 107    
  피셋 50 댕아저씨 국수집
  피셋+계란 57
팟타이 (계란) 30  
망고 쉐이크 35 위생모자 팟타이집 옆 과일쥬스
땡모빤 35
콘파이 25 맥도날드
싱하 36 편의점
창 *2 84
호텔 팁 20  
1129
 
 
 
===============================================================================================================
 
혹시나 40밧으로 저렴하게 관광 잘했다고 따라하실 분들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위험한거래요.
저는 또 조상님과 천지신명님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빠져나온것 같습니다.
 
처음 길거리에서 아저씨가 말 걸때 부터 이상하다 싶었지만,
지난 번 택시기사님을 오해했던 전적이 있는지라,
죄책감 때문에 애써 의심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해서 저렇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사람들이에요.
길거리 수첩 아저씨, 툭툭기사, 두 번째 절에서 만난 아저씨 등등
꽤 조직이 큰 것 같습니다.
 
태사랑에서 이야기 해주시는
1. 모르는 사람이 친절하게 말 걸어오면 의심하라
2. 영어를 잘하면 의심하라
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였습니다.
 
교육수준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분들이 영어를 굉장히 잘 하시더라구요.
 
세상엔 내 맘 같은 사람은 없는건데, 또 당할 뻔 했네요.
모두 조심해서 즐거운 여행 합시다~
 
 
===============================================================================
 
생각해보니 수영장 가서 놀다가 나가서 국수 먹고
(댕아저씨 국수집은 저녁 9시 까지 영업합니다. 호텔 들어갈 때 물어보고 들어갔어요. 수영장도 9시에 닫아요)
카오산, 람부뜨리에서 안주일체 구매 후 호텔로 돌아와서 또 먹었네요 ㅋㅋ
가계부 안적었으면 하나도 생각 안났을거 같네요 ㅋㅋㅋ
 
 
 
58 Comments
Robbine 2013.08.28 23:37  
같이 놀아요~ 히히히
앙큼오시 2013.08.29 01:02  
같이 놀아요~~~♡
구리오돈 2013.08.30 19:01  
태국가면 실컷 먹어야지 했는데, 가계부 보면서 우리 3부자 패닉상태에 빠졌습니다.
언제 이렇게 올랐는지...
태국 가서도 쌀 사다가 밥해먹고, 찰밥에 망고 얹어서 먹고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엉엉엉~~~
Robbine 2013.08.30 19:11  
카오산 계란 팟타이가 있잖아요! 근데 진짜 20밧 30밧 소소하게 쓰니까 금방 큰 돈 비더라구요. 물가 많이 오른거 같아요.
유령냥이 2013.11.06 23:26  
우와.. 냥이 너무 예뻐요. 고등어다.. ㅎㅎㅎㅎ

그리고 보석사기.. 저 같으면 무서워서 절대 못따라갔을 것 같아요.
여행기 너무 재미있어요. 다음 글도 얼른 읽어야지.. ^^
Robbine 2013.11.06 23:58  
재밌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고양이는 진짜로 너무 이뻤어요. 묘하게 섹시하기까지 했었어요 ㅋㅋ
까만콩2 2014.03.30 21:08  
가격이... 올랐네요 5월에 갔을때 나이쏘이 피셋50밧, 꾸댕 피셋이45밧이었는데.. 자꾸 오르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Robbine 2014.04.08 19:48  
재밌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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