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연수 이야기 - 1 <클라스가 다른 남자>
이 글은 제 블로그인
http://dubok.tistory.com 에서 좀 더 빠르게 연재 중입니다.
태사랑에는 한 3일에 한 편 씩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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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어문계열 학생이라면 어지간하면 한 번 씩은 다 간다는 연수를 드디어 이번 학기에 가게 되었다.
씰라빠껀 대학교로 가는데 와중에 베트남항공을 타서 경유가 가능한것을 안게 된 나는 스탑오버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시험 끝나고 며칠 안되어서 바로 나가야 했기 때문에 참 촉박하게 준비했고 덕분에 베트남 관련해서는 한국어로 된 지도 한장 캡쳐해둔 것과 EXK 카드로 인출할 경우 수수료를 물지 않는 ATM 종류에 대해서만 알아서 갔다.
그리고 얼마 뒤 경악스러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지만 아무튼 기껏 준비해뒀던 호치민이 아닌 하노이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보딩패스를 받고 게이트 앞에서 브릿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
자리가 다 찼다고 비지니스로 클라스 업!!!
일진이 꼬인다 했더니 이런식으로 풀리기도 하는구나 ㅠㅠ
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재앙이 될 줄은 당시에는 모르고 마냥 좋아했다.
어쨋든, 변경 된 덕분에 비지니스석 체험기를 남길 수 있게 되었다.
헤헤헤헿 이코노미 타세요? 헤헤헤헤헤헤
전 여기로 감!!! 크크크크크크크크
과연 비지니스와 이코노미의 차이는???????
그냥 좌우 앞뒤 간격이 겁나 넓다. 다리를 쫙 펴도 앞쪽에 아예 닿지 않는다. 내 다리가 짧은건 절대 아니닼ㅋㅋ 9자리 들어갈 곳에 6자리만 들어가니 의자도 더 넓다.
이 정도면 6시간이 아니라 60시간 비행해도 참을 수 있을것 같다.
거기다가 타면서 바로 음료를 권하더라......
"손님, 샴페인과 오렌지주스 사과주스중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샴페인......? 그 스포츠 우승하면 가장 먼저 뿌려대는 샴페인? 한번 먹어볼까?'
항상 고르는 사과주스를 버리고 바로 선택했다.
"여기 샴페인으로 주세요!!"
공복이었지만 샴페인은 왜인지 달달할 것만 같아서 기대했는데 승무원이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지나갔는데 그 이유는 얼마 안 되어 알게 되었다.
겁나 맛없다......
정말 이걸 시킨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맛없었다.
굳이 묘사하자면 안 익은 사과와 탄산수를 함께 갈고서 미지근한 소주를 섞은 맛 ㅋㅋㅋㅋ
'그래도 기내식은 다르것지...... 참자'
그리고 기내식 메뉴를 물어보러 온다.
이코노미랑 다른 점은 미리 메뉴판을 보고 고를 시간을 준다.
그 메뉴판을 공개하자면
오오 코스요리!!
평소 치즈를 미친듯이 좋아하던 나는 특히 엄선된 치즈에 눈길이 갔다.
'엄선된 거라면 평소 먹던 체다치즈 나부랭이와는 비교도 안되는 맛이겠군 후후.'
치즈의 실체는 밑에서 밝히기로 하고 우선 나는 서양식에 닭고기에 마늘 후추로 맛낸 태국밥을 선택했다.
잠시 후에 전채요리가 나왔다.
비행기 타면 무조건 선택하는 사과주스와 함께 카나페스러운데 밑에 크래커 대신 빵이 깔린것이 나왔다.
앞쪽은 연어+치즈+계란이 얹혀진 것이었는데 워낙 연어에 환장하다보니 맛있었다.
맛은 쫀득하고 짭짤한 연어에 적당히 짠 치즈 그리고 간이 안 된 계란이 어우러져서 정말 맛있었다!!
뒷줄 왼쪽은 허브 + 만다린 오렌지 + 참치가 얹혀져 있었는데 허브가 쑥맛이었다. 어쩌면 쑥이었을지도......
맛은 쑥과 오렌지를 함께 씹어서 씁쓸하고 달고 신 맛이 나는데 뒷맛은 참치마요네즈 맛이 나는 기묘한 맛이었다. 뭐 맛이 없진 않았으니 합격점을 주고 싶다.
뒷줄 오른쪽은 크림치즈 + 호두 + 허브로 쑥 같았던 위의 허브와는 좀 다른데 맛도 향도 없었다. 어쩌면 장식용으로 달아놓은걸 무지한 내가 먹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ㅋㅋ
크림치즈의 풍부한 고소한 맛과 호두의 고소한 맛이 섞여서 정말 고소하다. 참기름을 퍼먹는 줄 알았다. 그래도 사과주스랑 같이 먹었기 때문에 괜찮은 맛이었다.
다음은 두 번째 전채요리가 나왔다.
쇠고기 머시기인데 듣도보도 못한 음식이고 거기에 훈제 연어 한 덩어리, 빵 약간, 발사믹 소스 뿌려먹는 샐러드, 아스파라거스 스프가 나왔다.
쇠고기 머시기는 정말 맛있었다. 차라리 저걸 두 개 줬으면 좀 더 호의적으로 썼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연하고 간도 잘 된 쇠고기에 각종 아삭아삭한 야채가 어우러져서 월남쌈인데 소고기에 싸먹는 느낌이었다. 이날 최고의 음식!!
연어도 나쁘지 않았다. 레몬즙 짜서 쫙 뿌려서 먹는데 연어매니아인 나는 정말 행복했다. 맛있어서 눈물이 나더라.
훈제향이 산뜻한데 거기에 쫀득한 연어살이 적당히 짭짤하게 간 된 상태여서 전혀 저항감 없이 막 잘라 먹었다.
문제는 여기부터인데
아스파라거스 스프는 겁나 짯다. 나는 짜게 먹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내 입에 짠거면 정말 짠거다. 미친듯이 짠거다. 바닷물을 퍼마시는줄 알았다.
거기다 발사믹 샐러드는 겁나 비싸보이는 발사믹 식초를 뿌려 먹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내 입맛이 싸구려인지 진짜 샐러드를 발로 버무린 맛이 났다.
빠바 일할때 먹던 발사믹은 향긋하면서 신 맛과 발사믹 특유의 향이 전혀 저항감 없이 혀에 대면 녹는 것처럼 맛이 있었다면......
이건 거기서 신 맛만 남은 느낌이었다.
저 마늘빵은 누가 구운건지 돌인 줄 알았다. 스프에 찍어서 부드럽게 만든 후 해결!!
여하간 처음 먹었던 소고기 뭐시기에 연어만 맛있고 뒤로 갈 수록 맛없어졌다. 그래서 입맛이 영......
하지만 난 어떻게든 다 먹었다. 아침에 밥을 안 먹고 나와서 진짜 배고파 죽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저 물은 에비앙이었다......
에비앙맛은...... 그냥 물맛이다. 기대하지 말자.
네 다음 메인!!
저거 겁나 맛없다.
진짜 닭을 튀겨냈다는데 닭가슴살을 아무것도 안 찍고 물 없이 먹는 맛이었다.
청경채는 쓴 맛이 났으며 유일하게 밥만 먹을만 했다. 저기 저 땅콩같은건 마늘인데 좀 탄 맛이 나서 별로였다.
'으으 엄선된 치즈만 믿고 가는거다'
그렇다. 엄선된 치즈님이 오셨다.
의아한점 이라면 다른 비지니스석 분들은 대체로 다 유경험자 같았는데 아무도 치즈를 안시켰다.
우선 치즈를 소개하자면......
왼쪽부터 까망베르, 에멘탈, 블루치즈다.
아래 주황색은 당근, 녹색은 샐러리 줄기, 거봉은 씨가 있었으며 크래커는 아무 맛도 안난다.
속으로 내심
'후후 이런 이름난 치즈들은 정말 맛이 있겠지??? 먹어보고 맛있으면 더 달라 해야지 헤헤헤헤헤헤헤'
이런 생각을 했는데 두 번 먹었다간 기내에서 바로 다 토했을꺼다......
우선 맛 있는 순으로는 까망베르>>>>>>>>>>>>>>>>>>>>>>>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에멘탈>>>블루 이다.
아마 까망베르 부터 먹었다면 훨씬 맛있게 먹었을 테지만 불행하게도 난 에멘탈 부터 입에 댓다.
에멘탈 치즈의 맛을 묘사하자면
'소나무 뿌리를 치즈와 씹는 느낌'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겉은 딱딱하고 안쪽은 탄력있는 식감인지라 언뜻 이야기를 듣기엔 맛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향이다.
소나무 뿌리가 상한 향이 입에 넣으면 코로 나온다.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샐러리를 집어 먹었더니 샐러리 특유의 그 향이 합쳐져서 더 거지같다.
'아 이러다 토한다......'
재빨리 스프라이트를 삼킨다.
스프라이트에서 소나무 뿌리가 썩는 맛이 난다.
미칠 것 같다.
'그래 블루치즈가 치즈의 왕이라고 했지...... 빨리 블루치즈로 이 난을 진압하는거다!!!'
다시 블루치즈를 한 입 넣고 음미하는데......
와 진짜 미칠 것 같다. 돌아버릴 것 같다. 몸 전체가 썩어들어가는 맛이 난다. 진심 성경에서 말하는 사탄이 바로 이 치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한 맛이다.
급하게 스프라이트를 마셔보지만 스프라이트 블루치즈맛이 출시된 것인지 정말 정신사나운 맛이 난다.
정신을 붙잡고 간신히 크래커와 함께 먹는다. 겨우 넘겼다. 이게 1/4입 먹은 효과다.
까망베르를 먹어본다. 근데 에멘탈치즈와 블루치즈를 합친 맛이 나서 미쳐버릴 것 같다. 우물우물 하다가 그냥 스프라이트랑 넘겨버렸다. 비싼 치즈들 가지고 내가 뭐하는 짓인지 싶다.
한숨을 쉬고 다시 치즈들을 하나씩 먹어본다. 진짜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다. 역시 사람은 남들이 하는대로 가야 한다.
그래도 근성으로 다 먹었다. 물 달라고 해서 물도 마셔봤는데 블루치즈 맛이 난다. 정말 미칠 것 같다.
다시 비지니스 태워줘도 절대 안먹어야지 싶다.
진짜 너무 힘들어서 의자를 부여잡고 울뻔했는데 계속 버티다 보니 어느새 노이바이공항 도착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더워서 숨이 턱 막히는데다가 황당한 광경이 펼쳐진다.
입국장으로 스트레이트로 연결된 게 아니고 버스타고 입국장으로 보내준다...... 너무 더워서 정신이 나갔는지 '비지니스는 시내로 태워주기도 하나보네??' 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럽다.
비지니스석은 앞에서 내리고 이코노미석은 뒤로 내리라고 승무원이 제지했다...... 아마 버스가 다르기 때문인듯
승무원들은 봉고차 타고 온다. 남자는 정장 차림인데 반해 여자는 아오자이를 유니폼으로 입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항공사 국적과 정체성을 나타내주는 좋은 유니폼인 것 같다.
내 님은 어디에......
짐을 찾으면 본격적인 베트남 여행의 시작이다.
참고로 노이바이 공항은 정말 거지같다. 인천의 무제한 와이파이와 쑤완나폼의 1시간 무료 와이파이를 생각하면 여긴 정말...... 떠나는 날에 또 와이파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만들고 떠나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