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삽질힐링여행 5 - 두근두근 설레는 첫 일정 (이어서)
친절한 차장총각 덕분에 무사히 타남에서 내리고,
강 건너는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들어갔다.
역시, 태사랑 정보대로 4밧을 준비해서 냈는데 아줌마가 한 사람당 3밧이란다.
또 올랐구나. 알았어용.
요금을 내고 들어가니 바로 배가 있었다.
배에 앉아서 정신을 차리고 밖을 보니 일몰까진 아직 시간이 좀 남은것 같았다.
늦게 출발했는데도 일몰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곧 배가 출발했고, 3밧인 요금만큼 빨리 배에서 내려 주었다.
수상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물고기들
어찌나 큰 물고기들이 많은지 난 여기 용왕님 사시는 줄 알았다.
사람들이 식빵도 많이 주던데 그래서 더 큰건지도..
곧 수상버스를 탔고, 거의 종점이었는지 텅텅 빈 버스에서 우리는 맘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었다.
운하버스랑은 풍광이 다르지만, 수상버스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좋았다.
수상버스에서 일몰 기다리며 찍은 사진
가운데에 일자로 뻗은 구름이 마치 용이 지나간 자리 같아서 상상력을 자극했다.
일몰 지나기 전에 뭐든 찍으려고 마구 셔터를 눌렀는데 얻어걸린 사진
하늘의 사자가 해가 지니까 하늘 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가려는 듯 달리고 있는것 같았다.
아니면 그냥 수상버스랑 달리기 대결을 한 건지도 ㅋ
논타부리에서 파아팃까지는 제법 멀었다.
일몰 사진도 다 찍고나자 밖을 구경하는 일 밖에 없었는데,
배가 멈췄다가 달렸다가 하면서 일어나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는 것도 꽤 기분좋은 경험이었다,
출발과 도착신호로 보내는 찢어지는 피리소리도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 동안 해는 져서 하늘은 검어졌고,
우리 대체 언제 내리지? 이러면서 선착장 간판을 주시하다가
낯익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방콕을 가보지 않은 사람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되는 유명한 다리
라마 8세 다리
이거 보려고 거금주고 디너크루즈 탔었는데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디너크루즈에서 보는것 보다 딱 백만배 더 좋았다.
거긴 서서 사람들에 치이면서 봤는데
이번엔 버스에서 앉아서 치이지 않고 봤으니까.
사진을 찍어대는 촌스러운 관광객도 우리 뿐이었고 ㅋ
그렇게 곧 파아팃 선착장에 배가 정차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잡았다.
일단 저녁을 먹어야 했다.
파아팃 선착장에서 가까운, 방콕 최고의 쏨땀집이라는 쏨땀욕크록을 찾아갔다.
가는 길에 연두색 간판이 특징적인 댕아저씨 국수집도 봤는데
그건 나중에 갈거니까 마음으로 미리 인사를 해두고.
지도와 길을 비교하면서 찾아갔더니 정작 쏨땀욕크록은 문을 닫았다.
8시가 조금 못된 시간이었는데
이 집이 7시에 문 닫을 줄은 그 땐 몰랐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고 배는 고프니
태사랑에도 표시되어 있으니 괜찮겠지 싶은 마음으로 바로 옆 APPLE에 들어갔다.
조명이 붉고 뭔가 분위기는 맘에 안드는데 배가 고프니까 일단 주문을 한다.
점심때 푸아끼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소량만 주문.
푸아끼보다 메뉴의 가격이 비쌌던 것도 이유이다.
하지만 카오산에서 찾기 힘들다는 에어콘 나오는 식당이니까 만족하기로 한다.
메뉴엔 다른게 들어간 걸로 나왔는데, 우리가 이 카레 새우 든걸로 바꿔줄 수 있느냐고 묻자
친절한 점원청년이 물어보고 오더니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거기에 쏨땀욕크록은 못갔지만 아쉬운 마음에라도 쏨땀을 시키고, 밥을 하나 시켜서 먹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태사랑도 하고
내 폰으로 지 사진 찍은 동생이 자기 폰으로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하면서 잘 이용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었는데 친절한 점원총각이 조심스럽게 또박또박
"nine nine"
이라고 하길래 나는 폰에 99를 찍어 넣었다.
근데 점원이 계속
"nine nine"
이러길래 대체 9가 몇개야 이러면서 계속 9를 찍어 넣었다.
그렇게 9를 4개 넣고 계속 점원을 바라보았는데 점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nine nine"
또 이런다. 음.. 이거 비번 맞아? 이런 생각이 드는 찰나에
뒷 테이블에 있던 한국인 커플 여행객 쪽에서 쪽지가 왔고,
점원이 그것을 갖다주었다.
거기에 적힌 비밀번호는 999999999
점원은 내내 진심으로 9가 9개라고 나에게 이야기 했지만 나는 계속 99로 알아들어버렸다ㅋㅋ
한국인 커플이 우리에게 한국말로 하지 않고 점원을 통해 쪽지를 준 것으로 보아
우리가 말을 거는건 좋지 않을거 같아서 간접적으로 점원에게만 감사를 표시하고
인터넷을 열심히 했다.
2년 전엔 폰 없이도 여행 잘 했는데 이번 여행은 왜 이렇게 인터넷에 목말라 했는지 ㅋ
이게 다 태사랑 때문이다.
계속되는 생존신고 및 댓글 확인 ㅋㅋ
정작 댓글이 엄청 달려있는건 아니지만
되게 소중한 알짜 정보를 달아주시는 경우가 많아서 꼭 확인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
물론 정보가 아니라도 댓글은 소중하다. (ㅎㅎㅎ)
밥이 나왔다.
기본 물을 안주니까 창 탄산수도 하나 시키고~
조명이 안좋아서 사진 색이 좀 그렇지만 나는 초보 찍사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카레는 저렇게 보여도 속에 엄청난 새우가 들어있다.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맛있었다.
밥을 다 먹고 나와서 처음으로 즐기는 카오산과 람부뜨리 밤거리에서 먹을것에 정신을 빼앗기고
혼미한 상태로 사진도 찍지 않고 먹어치운 것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사진이 없으니 들통이 났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먹고, 바나나 로띠에 초콜렛도 얹어서 먹고 (이건 길에서 그냥 먹어버림. 호텔로 가져갈 것도 없었음)
동생이 그렇게도 먹어보고 싶다던 스티키라이스(망고밥을 우린 이렇게 불렀다. 정확한 의미는 아니지만)를 사고, 오렌지 쥬스도 한 병 사서 호텔에 가져다 놓은 후
낸시에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낸시는 2년 전 첫 방타이때 유명해서 아무 생각없이 갔다가 처음 받은 마사지 가게인데,
나중에 여러 곳 마사지를 받아보니 정말 잘하는 가게구나 뒤늦게 깨닫게 된 곳이었다.
슬렁슬렁 해주는데 아프지 않고 다 받고 나면 굉장히 시원하고 근육통이 풀려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카오산에서 낸시를 가장 먼저 찾았다.
여기서 만난 친절하고 세심한 마사지사 아저씨 이야기는 따로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마사지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올 때 내렸던 아유타야 은행 맞은 편 노점 팟타이도 하나 샀다.
(로띠도 그 옆에 있는 아저씨한테서 사먹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 두 집은 맛이 좀 별로더라. 하지만 당시엔 맛났음! 뭘 먹어본 기준이 없으니 당시로는 최고 맛나는 팟타이집이고 로띠집이었지 ㅋㅋ)
동생은 머리를 땋고싶다고 했는데
역시나 평소대로라면 "만다꼬~" 했을 내가
"그래라" 했다.
나름 머리를 써서 두 가닥을 땋았는데, 지나치게 머리를 쓴 결과로 위치선정이 좋지 못해 땋은게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추가로 한 줄 더 땋았다.
레게용사도 아니고 이상할줄 알았는데, 예뻐서 놀랬다.
한 줄에 50밧, 카오산 먹거리 물가에 비교하면 비싼 편이었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단 훨씬 싸니까~
머리땋는 언니는 손가락이 안보일 정도로 빠르게 휙휙휙 땋았다.
진정한 달인~
그렇게 머리를 땋고 빗을 써야 하는데도 챙겨오지 않은 동생이 편의점에서 빗을 사고,
댕덤에서 주는 기본 물은 물병을 재활용하는지라 위생상태가 좋지 못함을 느껴
(물 맛이 많이 이상하고 비렸다 ㅠㅠ 댕덤 샤워꼭지에서 나오는 물의 비린 냄새를 맛으로 느끼면 그럴 듯!)
1리터 짜리 물을 하나 샀다.
그리고 숙소로 오는 길에 3장에 100밧으로 파는 끈 난닝구를 마주쳐서 그걸 샀다.
검정1, 흰색2
넘 싸서 좋아하면서 낮에 타창 시장에서 괜히 비싸게 샀다면서 약간 후회했는데
입어보니 역시 비싼게 좋더라.
싸게 산건 바느질이 단단하지 못해서 금방 튿어지더라.
그렇게 호텔로 돌아가서 망고밥과 팟타이를 안주삼아 맥주 오렌지 쥬스를 한 잔을 걸치고
우리의 하루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 날 맥주를 사지 않았군요. 역시 기록을 해둬야 정확한 법이네요.)
<오늘의 지출내역>
날짜 | 사용내역 | 사용금액 (THB) | 비고 |
08월 07일 | 푸아끼 (점심) 270 | ||
새우볶음밥 | 55 | 푸아끼 | |
돼지고기를 넣은 그린카레 | 60 | ||
똠얌꿍 | 80 | ||
밥 | 25 | ||
아이스 레모네이드 | 25 | ||
아이스 타이커피 | 25 | ||
코코넛 음료 *2 | 40 | 길거리 | |
수상버스 (파아팃ㅡ> 타창) *2 | 30 | ||
반지 두 개 (20, 40) | 60 | 타창 시장 | |
면 난닝구 | 79 | ||
방야이 운하버스 *2 | 100 | ||
크리넥스 여행용 휴지 | 19 | 편의점 | |
버스비 (타남까지) *2 | 14 | ||
강 건너는 뱃삯 *2 | 6 | ||
수상버스 (타남ㅡ>파아팃) *2 | 30 | ||
APPLE (저녁) 215 | |||
새우가 든 카레 | 95 | APPLE | |
쏨땀 | 80 | ||
밥 | 15 | ||
탄산수 | 25 | ||
코코넛 아이스크림 | 40 | 길거리 | |
바나나 로띠, 초콜렛 얹어서 | 30 | ||
망고밥 | 30 | ||
오렌지 주스 1병 | 35 | ||
타이 마사지 1h *2 | 440 | 낸시 마사지 | |
마사지 팁 *2 | 100 | ||
팟타이 (계란) | 30 | 길거리 | |
동생 머리 땋기 *3 | 150 | ||
물 | 14 | 편의점 | |
빗 | 16 | ||
끈 난닝구 *3 | 100 | 길거리 | |
계 | 1848 |
==========================================
생각해보니 구 아홉개는 영어로 nine nines가 맞는것 같습니다.
내가 못알아들은게 아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