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의 태국 S#1 : 담넌사두억, 그 아이러니
사실 가보고 싶은 곳은 태국이 아니고 따로 있습니다. 사막입니다. 모래와 자갈들로 이루어진 사막은 내가 지금까지 보고 경험했던 그 어떤 세상보다 다른 새로운 세상이기 때문이며 세상의 소음으로 부터 멀리 떨어질 수 있는 장소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낯선 세상을 찾아 떠나는 것 이라 생각을 합니다. 내가 발을 딛고 서있는 장소 와는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는 여행은 낯선 즐거움을 선사 할 수 있는 것이죠.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래서 상상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 대한 기대는 높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과는 완전한 단절이 된채 사막에서 뜨거운 걸음을 걷는 즐거움은 한번도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수상시장이라는 것은 꽤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가 되지요. 한국에는 운하가 없다 보니 직접 눈으로 보거나 경험을 할 방법이 없이 오직 사진이나 티비를 통해서만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에서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은 여행자에게 낯선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즐거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는 즐거움. 그 즐거움을 찾기 위해 담넌사두억을 향해 출발을 합니다.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을 가기 위해 이른 아침 눈을 떳습니다. 아침녘에 이루어진다는 현지인들의 수상시장은 사뭇 저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담넌사두억 수상시장 행 롯투에 타기 위해 아눗사와리라 불리우는 전승기념탑을 향합니다. 이른 아침이선지 길가의 노점상은 아직 많지 않고 이제 아침을 준비하는 상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꼬치를 굽거나 숫불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과일을 꺼내 손질하는등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로 손길이 바쁨니다. 정류장에 도착해 단넌사두억 행을 확인하고 180밧을 주고 두장의 표를 구해 차에 오릅니다. 담던사두억에 가는 일행은 우리와 태국인 남자 2명과 여성1명이 전부입니다. 그중 젊은이는 이른 아침에 피곤한 기색도 없이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식작합니다. 아들도 핸드폰을 꺼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기 시작하고 1명 타고 있던 여성은 잠시 나가더니 차가 출발하기 직전 탑승을 합니다.
우리를 태운 롯뚜는 새벽 방콕을 달립니다. 우기라 멀리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점차 밝아진 하늘사이로 짜오프랴야강을 건너 혼잡한 방콕을 벗어나 넓고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태국의 고속도로는 한국의 고속도로와 조금 다름니다. 그중 가장 다른 점은 중앙분리대가 콘크리트나 가드레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넓은 도랑으로 이루어 져 있고 간혹 그 도랑들 사이에 나무가 심겨저 있고도 합니다. 땅값이 공사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방법이겠지요. 새벽에 일어나서 부족한 아침잠을 보충하기 위해 졸다가 얻듯 깨어 창밖을 내다 보니 아마 염전으로 추측되어 지는 곳이 넓게 펼처 있습니다. 차에서 주마간선 격으로 살펴본 염전의 모습은 우리의 아기자기한 모습과는 사못 다른 거대한 염전들 입니다. 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넓은 염전들 넘어 어디에도 바다라 추측되는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바닷가 옆에 바짝 붙어 있는 우리내 염전들과는 사뭇 다르게 이곳의 거대한 염전들은 바닷가에서도 꽤 떨어진 곳에까지 넓게 펴져 있는 모양입니다. 풍경이 바뀌고 이번에는 코코넛 농장으로 보이는 곳들을 지나 갑니다. 일직선으로 심어진 나무들 사이로 조그만 코코넛 열매가 보입니다. 코코넛 농장 사이를 얼마나 지났을까? 운전기사는 어느곳의 마당에 차를 멈추고 우리를 하치시킵니다.
차에서 내린 나는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며 이곳이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이 이 맞냐고 재차 물어보는데도 운전기사는 맞다고 하는 겁니다. 다가온 여자한데 제차 확인을 하는사이 롯뚜는 제갈길을 가버리고 마당에는 저와 아들과 예의 그 여자만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조금 얼떨떨한 상태를 벗어나 상황을 파악해 보니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에 보트투어를 하는 곳이더군요. 지난번 아유타야를 여행할 때와 같은 상황이 재현이 된 겁니다. 롯뚜 기사는 우리를 우리가 원하는 장소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우리를 버리고 자신의 길로 가버린 겁니다. 순간 일크러진 여행의 일정에 너무 짜증이 밀려 왔지만 여행이라고 하는 것이 어찌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까요.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보트를 한번 타보기로 하고 가격을 물어 보니 2시간 동안이었나 3시간 동안이었나 기억이 가물해서 잘 모르겠지만 800밧을 달라고 하더군요. 실재 보트투어 비용이 얼마 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차피 보트를 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나와 버렸습니다. 그 조그마한 태국 여자가 마당을 가로 질러 나가는 우리의 뒷꼭지에 대고 400밧을 외침니다. 가격은 순식간에 400밧이 내려갔지만 그녀의 외침을 무시하면서 나와 버렸습니다. 배를 타지 않은 것은 400밧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 운전사가 괘씸하고 아침 댓바람부터 원하지 않는 상황을 연출하게 하는 그 여자가 괘씸해서 나와 버린 겁니다. 보트 타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코코넛 나무가 일렬로 세워진 곳을 바라 보면서 길가에 주져안자 핸드폰으로 우리의 현재 위치를 파악해 보니 대충 15~20분 정도 걸으면 수상시장이 도착을 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비록 아들은 걷는 것을 싫어해도 아버지인 제가 좋아하니 군소리 못하고 따라 옵니다. 길을 걷자니 여전히 개가 다가오고 도로로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자동차가 지나가고, 길가 어느 집의 나무에서는 자주색의 예쁜 꽃들이 좁은 보도 블럭에 떨어져 있고, 태국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하얀색의 향기가 참 좋은 꽃도 떨어져 있습니다. 얼마를 걷다 보니 수상시장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나옵니다. 이제 확실히 걱정을 덜어버리고 걸어가는데 어느덧 나타난 갈림길에는 따로 이정표가 없습니다. 어느 길로 갈지 고민을 하다가 마침 담소중인 아저씨들에게 물어봅니다. 어느 길이 수상시장을 가는길이냐? 그랫더니 마당 안쪽을 가리키며 보트를 타고 가라고 하더군요. 아니다 난 보트를 탈 생각은 없고 그냥 수상시장만 가고 싶다고 했더니 한분이 자신의 오토바이를 가리키며 타라고 하더군요.
노머니 노머니
사실 조그마한 오토바이에 두명이 탄다는 것에 살짝 망설였고 노머니라는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들은 옆에서 한국말로 저놈도 사기꾼이냐고 하길래 아니고 아저씨가 수상시장까지 태워다 준다는 소리다고 했더니 아들은 조금은 멋적은지 그래~~하더군요. 결국 그 아저씨의 조그만 오토바이 꽁무니에 커다란 두명의 한국인이 올망졸망 매달린 상태로 휘청 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수상시장에 도착 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시계를 보니 이제 7시 50분입니다.
오른쪽을 돌아보니 국왕부부의 사진과 함께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에 잘 왔다는 글자가 보입니다. 방콕에서 일찍 출발했는지 관광객은 우리 뿐이고 현지인들만 걸어다닙니다. 아직 개장을 하지 않은 상점들도 있고 해서 오토바이 꽁무니에 매달려 오면서 본 다리로 올라가 수상시장을 쳐다 봤습니다. 수상시장을 바라본 첫인상은 그냥 조그만 도랑에 불과 한것을 그리도 요란하게 선전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위 사진빨에 속아 버렸구나하는 사이 아들놈은 옆에서 이게 뭐야 하면서 그 투덜거림을 시작합니다. 아까 사기친 롯뚜 운전사를 거들면서 이걸 볼라고 여기까지 왔냐고 볼맨소리를 해 대는데 저역시 따로 할말이 없습니다. 우리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고 하는 것은 때로는 실망을 하고 때로는 더 큰 환희로 다가 오기 마련입니다. 거창하게 무슨 사진이론들의 이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이미지라고 하는 놈은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현실을 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이상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는 다른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겠지요.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의 첫 이미지는 머리속에 그렸던 그것과의 많은 괴리로 인해 실망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일단 시장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일단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뭔가로 막아버려서 더이상 진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반대 방향으로 다시 가보았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아 뭔가 요깃거리를 찾고 있는데 마침 시장에 일찍 도착해 배위에서 바나나튀김을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바나나 튀김을 50밧 어치 사서 한입 배어 무는데 튀김의 맛이 푸켓에서 먹던 그 바삭한 맛이 아니라 뭐랄까 물컹거리는 맛이라고 할까 아무튼 별 맛이 없습니다. 10년 넘게 아내에게 엄마는 왜 할머니 처럼 김치찌게를 만들지 못하냐고 투덜거리는 미식가 아들은 한입 배어 물고는 손에 쥔 바나나 튀김 한개를 겨우 먹습니다. 배가 고플지 모르니 한개만 더 먹자고 해봤자민 자기는 배가 고픈 걸 택하지 이 바나나튀김을 먹지는 않다고 단호히 선언합니다. 저도 그냥 의무적으로 바나나 튀김을 우물거리면서 걸어가는데 현지인이 형식적으로 배를 탈 거냐고 물어 보자 전 그냥 손으로 타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서 걷다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 저쪽에 운하를 건너는 다리가 펄럭이는 깃발들과 함께 보입니다. 태국국기와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색의 그 깃발들이 함께 펄럭이고 있습니다. 다리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수상시장이 처음에 내려서 본 후 실망했던 그 부분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진에 나오던 수상시장은 기다란 운하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이제 힘이 납니다. 엉뚱한 곳에 내려준 운전수도 800밧을 얘기하던 그 여자도 다 잊어버리고 오토바이에 두명의 남자를 태우고 수상시장까지 태워다준 그 태국 아저씨만 생각하며 다리에 만들어진 의자에 않아 아침 시원한 강바람을 맞고 여행에 대한 의지를 불태웁니다. 우리 앞으로 꽉 끼이는 청바지를 입은 여자가 지나갑니다.
한손에 바나나 튀김 이 들어있는 검정색 비닐봉투를 휘휘 거리면서 운하의 바닥이 보이는 나무 널빤지 사이를 걸으면서 혹시 이거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오버도 해봅니다. 누군가 향을 피웠습니다. 정식 제단이 아니라 그냥 조그만 항아리 처럼 생긴 향꽃이에 향 몇개와 유리컵에 갈색의 음료수를 떠서 강쪽에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가난한 자의 제단. 황금색의 커다란 제단이건 그냥 조그만 생활의 그릇을 이용해 만든 제단 이건 기원의 혹은 바램의 뜻은 모두 같을 겁니다. 누구나 윤회를 걱정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생각 할 테니까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누군가를 위해 걱정하고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는 행위들 만큼 아름다운 것들도 없을 겁니다. 난간에 놓은 향을 보고 있자니 요란한 모터소리와 함께 두명의 관광객을 실은 배가 지나갑니다. 혹시 아까 내가 잘못 내렸덧 그 곳의 배가 아닐까?
다리를 건너 걷다보니 운하는 삼거리가 되고 어느쪽 으로 걸어볼까 생각을 하지만 조금 좁은 운하쪽으로 그냥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더군요. 넓은 쪽 보다는 좁은쪽을 선택한 것은 아마 골목길을 좋아 하는 습성이 아닐까 합니다.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 해본것은 명동이나 신촌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다 없어져 버린 산동네를 걸어보리 만치 골목길을 좋아하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도 되도록이면 걷다 보니 고생은 아들이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다른 여행객들 처럼 배타고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고 편안히 방콕으로 돌아가면 쉬울텐데 알지도 못하는 길을 무식하게 걷고 있습니다.
좁은 운하에 들어서니 이른 아침이라 관광객은 없고 상인들만 복작거리던 그곳과는 대조적으로 한적하니 새소리에 찰랑거리는 물소리에 때로는 삐걱대는 나무소리가 좋습니다. 그렇게 몇미터를 걸어가는데 반대편에 갑자기 자전거를 탄 아저씨 한분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좁은 곳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자니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갑자기 나타난 자전거를 탄 상황이 우습기도 합니다. 이런 운하에 위치한 집들도 당연히 땅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고 그 자전거를 탄 아저씨고 어딘가에서 아침 일거리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죠.
지어진지 제법 오래되어 삭아버린 나무들이 삐걱대는 집들. 그 삭아버린 나무들 사이로 반들거리는 마루에 앉아서 두런대는 주름이 가득한 어르신들. 좀더 걷다보니 오래전 그러니까 70년대 후반에나 보았음직한 허름한 구멍가게가 나타납니다. 이름모를 태국말로 써있는 조악한 몇가지 물건들, 과자로 보이는 비닐에 싸인 작은 봉투, 어김없이 선반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코카콜라. 조그만 물거들 사이를 지키고 있는 냉장고. 그 사이에 난닝구 만 걸친 할아버지가 의자에 앉아 뭔가를 오물거리면서 지나가는 이방인을 한가롭게 지켜보는 장면은 너무나 사진적인 모습에 촬영하고 싶었지만 차마 카메라에 손이 가지가 않습니다. 자꾸 그 분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지만 그 것은 나만의 욕심 같아서 그냥 걸어가는데 저 모습을 한방 박으면 좋은 텐데 하는 미련이 100미터를 지나도 뒷꼭지에 달려 있습니다. 미련은 언제나 끈질깁니다.
할아버지 두분이서 담소를 나누다 우리가 나타나니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 합니다. 먼저 웃음을 건내지 못해 그만 멋쩍게 웃음과 목례를 건너는데 한쪽 구석에서 쪼그리고 있던 개도 유유하게 꼬리를 흔듭니다. 이곳에 개들은 대부분 주인이 없는 개들 같은데 다들 참으로 느릿하게 움직입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아니면 이곳 사람들의 특성을 닮아서 그런지 그냥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지나가는 길손을 맛이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치앙마이에서도 방콕의 쌈쎈에서도 짓지않는 개들이 신기해 했는데 다만 예외적으로 개들이 몇 번 짓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그 대상이 복장이 불량하면서 비닐 봉다리에 뭔가를 들었던 사람들 같았습니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은지 알 수 가 없으나 왜 그들에게 짓어 대는지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치앙마이의 한적한 어느 작은길을 걸을 때 조금은 더러운 복장을 하고 한손에 비닐 봉다리를 들고 있던 그 사람은 작은 사원의 문옆에 숨어서 개가 나오길 기다리다 개가 나오면 왕 하면서 개를 놀리고 그럼 개는 그에 대답이나 하듯이 그 느릿한 행동으로 멍멍 하는 행동을 반복하더군요. 그냥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행동들 말이죠.
이번에는 어디선가 고양이가 나타 납니다. 운하 건너편에 있는 예의 그 허름한 집을 촬영하느라 멈춰 서있는 사이 이 녀석이 아들 발에 다가와 머리를 문질러 댄 모양입니다. 고양이가 머리를 문질러 대는 행위가 뭔지를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녀석이 배가 고픈 모양이리라 지래 짐작을 하고 먹다 남은 바나나튀김을 한조각 내어주는데 이 녀석은 그 바나나튀김은 쳐다도 보지 않더군요. 고양이 입이 참 고급입니다. 아마 주인이 맛있는 뭔가를 아침으로 준 모양인데 하찮은 바나나 튀김을 내어준 아들의 손이 멋쩍어 버립니다. 어쩌면 고양이는 바나나 튀김같은 것은 먹지 않을지도 모르고. 생각해 보면 어릴적 한번 고양이를 기른적이 있는데 그 녀석은 남은 밤에 물을 말아서 먹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가끔씩 어머니가 남은 생선 대가리를 발라 그 녀석에 주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무슨 수가 틀렸는지 그냥 집을 나가 들고양이가 되어 버렸던 녀석. 아무튼 아들은 그녀석이 귀엽다고 연신 소리를 치고 이 녀석은 자꾸 자신의 머리를 아들놈 발에 문질러 댑니다. 머리를 문지러 댄다는 것은 아마 녀석의 행동으로 보면 적대적 행동은 아닌것 같은데 참으로 사교성이 대단한 녀석 같습니다. 태국에 들어와서 돌아다니다 보면 고양이나 개나 혹은 새나 심지어 도마뱀 마져도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서로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월 지나가든 당신이 지나가든 내 알바 아니라는 듯 그냥 덤덤히 소 닭 보듯 하는 모습들이 경쟁이 치열하기만 한 곳에서 살아온 나에게는 신기 하기만 합니다.푸켓에서는 이른 아침 잠도 오지 않고 해서 새벽바다나 보자고 오토바이를 끌고 카론뷰포인트에 올라간 적이 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어두침침한 상태라 그냥 하릴없이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면서 카메라나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오면서 어느정도 빛이 모여들어서 카메라를 누르고 있는데 갑자기 발아래가 물컹하는 겁니다. 너무 놀라 펄쩍뛰어 도망가 보니 느릿한 두꺼비(태국에도 두꺼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두꺼비와 너무 닮은 모양이었다.) 한 마리가 아까부터 내가 서있던 자리에 그렇게 덩그러니 있다가 밟힌 것었다. 다행이 샌들 밖으로 삐져 나온 엄지 발가락에 밟힌 거라 그놈이나 나나 서로 놀라기만 했을 뿐 별다른 이상은 없었죠. 그러니까 15분전부터 내가 그 자리에서 그렇게 움직여도 그 녀석은 그냥 굼뜨게 자리만 지키고 있었던 겁니다. 날씨가 더우니 동물들도 천천히 움직이는나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죠. 야생의 동물이라면 꽤나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두꺼비란 동물이 원래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라 해도 그냥 한자리에 있었던 것이죠.그렇게 다시 걷기를 시작합니다.
파란색 바탕에 꽃무늬가 새겨진 잠옷을 입은 아주머니는 아침 먹은 그릇을 들고 나와 운하에 설것이를 합니다. 수도 시설이 빈약하던가 물값이 비싸던가 아니면 그냥 오래된 습관 일지도 모르죠.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발도 담그기 함든 더러운 물이지만 그들 에게는 그냥 문박에 흘러가는 일상의 물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대충 접시에 묻은 음식을 털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는 있을 겁니다. 겨우 몇분 걸어본 내가 그들의 사정을 어찌 알수 있을 까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할머니가 운하 물에 설것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들에게 운하의 더러운 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더러운 물과는 조금 다른 뭔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는 그냥 그들을 짐작만 할 뿐이죠. e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세계테마기행이었던가 아니면 다른 프로그램이었던가 아무튼 여행프로그램 중에서 이곳이었는지 암파와 였는지 운하에서 즐겁게 수영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집앞 길가에 앉아서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어떤 어머니의 표정이 생각이 납니다. 아마 한국의 부모들은 이곳 물에서 자식이 물놀이를 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아니 나는 어떻게 행동을 할까?
천지부모(天地父母) 어느집의 입구에 새겨진 글입니다. 마친 현판에 글을 새겼는데 빨간 바탕에 글자가 써있는데 누군가 하얀색 물감을 글자 위해 부렸습니다. 천지가 부모인지 부모가 천지인지 모르겠지만 어느쪽이든 부모에 대한 심정이 절절이 묻어납니다. 하얀색 제단위에 꽃병이 좌우에 있고 가운데는 향을 꽃을 수 있는 향꽃이가 있는데 향꽃이에는 꺼진지 오래된 향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물잔에는 물인지 음료수인지 모를 액체가 조금 들어 있는데 오래된 듯한 컵에는 물 때가 껴있습니다. 제단이 있는 집은 붉은색 나무로 가림막이 쳐 있는데 집을 떠난지 오래 되었는지 잘 확인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떠나간 자라에 남아있는 천지부모는 여전히 부모님을 그리워 하는 마음에 이억만리 타향으로 여행을 떠나온 저의 마음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킵니다. 나이가 먹어 갈수록 부모님의 절절한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은 오늘도 반복을 하고 있고 천지부모라는 한문을 읽을 수 있는 아들은 그냥 눈만 껌벅거릴 뿐 아버지가 왜 이 자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지 알지를 못합니다. 그냥 어색한 것을 느꼇는지 다른곳을 처다보면서 두리번 거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나무길이 없어지고 시멘트로 만들어진 좁은 운하의 길이 시작이 됩니다. 나무 보다는 시멘트로 만들 길이야 말로 그곳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는 관리가 힘든 나무로 만든 길보다는 훨씬 편리한 집앞 길이 될 겁니다. 그러나 국외자인 내가 보기에 시멘트길은 삭막합니다. 더구나 제대로 만들어진 시멘트길이 아닌 엉성하게 만들어진 그 길은 그간의 흥휘를 깨트리기에 충분합니다. 조급함. 엉성함. 조악함. 다급함. 그리고 삭막함.
시멘트길의 삭막함을 대신하는 것은 아름다운 화분들입니다. 알수없는 열대의 꽃들과 열대의 관상식물들이 삭막한 시멘트의 모습을 대신합니다. 매일 물을 주어야 하는 화분의 꽃들과 나무들을 나무길은 받춰 줄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