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삽질힐링여행 4 - 두근두근 설레는 첫 일정
여행 1일차
밤 비행기의 피곤함을 예상하여 첫 날 일정은 오전을 비우고 오후부터 잡았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점심부터 먹고
오후엔 요왕님이 잘 설명해두신 방꺽너이 운하 투어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10시 부터 잠이 깼다.
댕덤호텔 공사 관계로 아침부터 땅땅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통에
아무데서나 잘 자고, 별로 예민하지 않은 나도 깨 버렸다.
근데 정말 많이 피곤하긴 했던 모양인지 폰으로 시간 확인만 하고 다시 눈을 감았더니
다시 시간을 확인 했을 땐 1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 뒤로 또 다시 반쯤 잠들어서 뒹굴다가 12시 쯤 일어나서 동생을 깨우고 씻고 준비를 했다.
첫 일정이라 화장도 꼼꼼하게 신경을 많이 써서 했다. (동생만 ㅋㅋ)
그렇게 슬슬 호텔을 나서서
나에겐 처음이 아닌 푸아끼 식당을 향해 걸었다.
파쑤멘 요새로 가는 길은 한 번 와본게 전부지만 너무 익숙했다.
동생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니 신기하고 좋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내 예상만큼 표현해 주진 않았다.
카오산에서 파쑤멘 요새로 넘어가기 위해 통과할 사원 뒷골목
대낮의 첫 태국풍경이라 찍어 보았다.
사원 맞은 편에 있는 학교
그냥 정겨워서
사원 뒷문 나가기 바로 전에 있는 커다란 성황당 나무
너무 커서 놀랬다.
굉장히 크니까 소원도 잘 이루어 줄 것 같은 기분적인 기분!
그렇게 도착한 푸아끼 식당은 예전만큼 북적거리지 않았다.
점심피크가 지난 시간이어서 (2시 무렵) 그런가 싶은 생각을 하며 자리를 잡았다.
벽 쪽에 붙은 나무 의자에 앉고 싶었는데
점원이 권해주는 자리에 그냥 앉았다.
그 자리가 2년 전에 처음 갔을 때 앉았던 자리여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벽 쪽 자리보다는 그 자리가 더 시원해 보였다.
동생이 큰 기대를 했던 똠얌꿍과 전에 먹어보았던 새우볶음밥을 주문한다.
근데 좀 모자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태국에서의 첫 식사라 먹고싶은게 많았던지라 그린카레도 주문하고,
국물이 두 개나 되니 밥도 추가로 주문하고,
여긴 한국처럼 기본 물을 주지 않으니 쥬스도 각각 주문한다.
전 날 밤샘 + 댕덤 공사관계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나는 카페인이 필요하여 밀크커피,
동생은 그냥 레모네이드로.
2년 전 푸아끼에서 먹은 망고슬러시가 '갱장히' 맛있었는데
이젠 망고쥬스는 메뉴에 없었다.
안한단다.
왜죠?
여튼 그렇게 주문을 마치고 음료가 가장 먼저 나왔다.
커피는 쓴 맛이 좀 났지만 먹을만 했고,
레모네이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라임쥬스였다.
그리고 맛이 약간 비렸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음식과는 라임쥬스가 더 잘 어울려서 나는 동생의 음료를 같이 먹고
후식 겸 해서 마무리로 내 커피를 마셨다.
그린 카레는 그린이지 않았고,
똠얌꿍은 너무나 맛있었으며, 커다란 새우가 4마리나 들어 있었다.
새우볶음밥 역시 커다란 새우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국물 요리가 두 개나 되어서 각각 반 정도 밖에 먹지 못했다.
그린 카레는 저렇게 구수하게 생겼지만 꽤 맵다.
그렇게 태국에서의 첫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온 시간은 3시가 좀 못된 때였다.
요왕님 추천에 의하면 3시 30분에 출발하는 방꺽너이 운하 버스를 타라고 했기 때문에
여유있게 생각했던 시간이 갑자기 촉박해졌다.
그래서 파쑤멘 근처 유랑을 포기하고 재빨리 배를 타러 간다.
태사랑 지도에 나와 있는 파아팃 선착장을 찾아갔는데,
거기선 투어 예약만 받고 있었다.
수상버스를 타려고 한다고 하니 투어 예약 받는 사람이 자기 손님이 아니라서 귀찮았는지
더 아래로 내려가서 타라며 종이에 ORANGE라고 적어서 보여주며 대강 이야기 한다. 이거 타라고.
수상버스 타는 곳 까지 정처없이 내려가는 길
그래도 좋다.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 지점에서 사람이 많이 모여 있었다.
여긴가 싶어 지나가려고 하는데 큰 개가 우리 길을 막고 섰다.
"야, 좀 비켜주지?? 응?"
이러면서 개한테 말을 걸고 있는 나에게
작은 책상을 두고 앉아있는 주황색 조끼를 입은 아줌마가 표를 사라고 한다.
읭? 여기 통행료 있는거야?
이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거기서 수상버스 표를 사야한다는걸 알게 되기까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목적지를 말하고 버스비를 지불한 후 표를 받고나서야
그 개는 길을 터주었다.
문지기였냐? ㅋㅋ
덩치가 큰데도 제법 귀여웠던 문지기 개
우리가 개에 정신을 잃고 너무 이뻐라 하자
표 파는 아줌마 옆에서 안전요원의 역할을 수행하는 듯한 유니폼 입은 아저씨가 우리를 의식하면서
대놓고 개를 마구 이뻐하며 이름을 불렀다.
근데 뭘 노리고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맨날 보는 외국인일텐데 우리가 좀 특이했나?
여튼 그렇게 개 사진 찍고 노는 동안 배가 도착했다.
타창까진 금방이었다.
거기서 내린 후 표 파는 사람에게 가서 나는 방야이를 가겠다고 표를 팔라고 이야기하자
그 사람이 그 배는 5시에 출발한다고 가서 기다리란다.
5시 출발은 알겠는데, 나는 표를 사고싶다니까~
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시키는대로 기다리기로 했다.
요왕님이 3시 반이나 4시 반 출발 배를 타라고 했는데 5시라니 일몰은 다봤군. 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일단 밖으로 나가 시장을 구경했다.
과일, 신발, 모자, 반찬, 채소 등등 안파는게 없다.
예쁜 밀짚모자를 하나 살까 했지만 200바트가 갑자기 너무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지시장을 이용할 경우 배송비까지 해서 15천원은 줘야 하는걸 알고 있는데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의문이다.)
모자 예쁘면 뭐하나, 짐만 되겠지 싶어서 선뜻 사지지 않았다.
물론 내 눈에 딱 들어오는 것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ㅋㅋ
(생긴건 그렇게 안생겨서 은근 까다롭다.)
시장에서 파는 것들 중 일부
시장 아줌마들은 여기나 거기나 비슷한 옷차림을 하시는 듯 하다.
아줌마의 피곤한 표정에서 느껴지는 생활의 무게
나도 늘 느끼는 거지만 여행지에서 만큼은 해방될 수 있는 그 무게
짚으로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노점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아저씨가 표정을 일그리며 찍지 말라고 했다.
이건 아저씨가 눈치채기 전에 찍어둔 것.
이런 가게가 여기만 있는건 아니었다.
신기한 재주고 재미나서 좋았지만 왜 그렇게 사진 찍는걸 싫어하는지는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여행자라고 멋대로 사진을 찍어도 되는건 아니기도 하니
찍히는 사람이 싫다고 하면 안되는 거겠지.
그렇게 시장 구경을 하다가 재미난걸 발견했다.
악세사리 노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듯이
나는 동생을 불러세워 너 좋아하는게 요기잉네 라며 구경하자고 했다.
가격이 엄청 저렴한 것도 매우 유혹적이었기에
여행지에서의 일탈을 시도했다.
"하나 사~"
평소라면 내가 잘 하지 않는 말이다.
평소에는 "너 그런거 많잖아. 가자" 라고 말한다.
식당에서도 다 시키자는 나를 어색해 하는 동생이
이번에도 사라고 하자 조금 놀라면서 그러겠다고 본격적으로 고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산 반지
파란건 20밧, 까만건 40밧
이런걸 전문용어로 이렇게 말한다
득템!
나는 미처 가져오지 못한 난닝구를 하나 샀다.
이건 면이라 땀 흡수도 잘 할거 같고 ㅋ
카오산에서 지나가다가 사려고 보니 하나에 200밧을 달라는데 그건 좀 아니지 싶어서
깎아달라고 했다가 퇴짜 맞고는 기분 상해서 안샀는데
타창 시장에서 더 질 좋은거 79밧에 득템
그렇게 시장 구경을 하고도 4시 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대기실에 앉아서 쉬면서 지도도 다시 보고 수첩도 체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강가 대기실이라 풍경도 좋고!
사원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대기실에서 찍은 건물
그냥 보고 있기엔 너무 예뻤는데
사진으로 공간을 한정해버리니 좀 별로네.
내 실력이 별론것도 있겠지만 ㅋㅋ 그건 굳이 언급하지 않음
슬슬 5시가 다 돼 가는 4시 20분 쯤 되어서
일찍 가서 앞자리 앉으라는 요왕님의 친절한 설명대로 배를 찾아 나섰다.
수상버스와는 달리 작은 나무배가 하나 떠 있었고,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관리일을 하는 듯한 아저씨들에게 나 방야이 갈거라고
"방야이! 방야이!" 했더니 그 배 타란다.
타고 있는 승객들에게 다시 한 번 방야이가 맞는지 확인을 한 후 배를 타려고 하는데
이건 뭐.. 좀 난감하다.
어떻게 타지??
앉아있던 남학생이 옆으로 비켜주면서
물 튀는걸 막아주는 용도인 듯한 비닐 가리개를 손으로 잡아서 내려줬다.
아, 이렇게 타는거구나..
아무 생각없이 학생이 내려주는 곳에서 탔다가 앉으려고 보니 제법 뒷자리다.
요왕님이 젤 앞에 앉으랬는데..
앞으로 가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어렵게 젤 앞으로 갔다.
동생이 그냥 앉자고 했으나, 이건 내가 조사를 한거고 확실한거니까 고집을 좀 부린다.
그렇게 살짝 소란스럽게 앞에서 3번째 자리 까지 가서 거기에 앉았다.
사진도 찍고 부채질도 하고 그렇게 기다리니 어느 새 사람들이 제법 타고 배가 꽉 찼다.
곧 배삯 받는 사람이 와서 돈을 걷는다.
나는 미리 요금을 알고 갔기 때문에 동생을 가리키며 100밧을 주고 잔돈을 기대하지 않았다.
아, 이 세련된 매너 ㅋㅋ
세련세련~
서서히 배가 출발하여 운하로 들어갔고,
그 때 부터 사진기를 꺼내 들었던 내 손은 튀는 물방울에 얼마 안나가지만 애끼는 사진기가 망가질까봐
고이 가방속에 넣어두고 눈으로만 모든 풍경을 감상했다.
커다란 잿빛 왜가리도 엄청 많이 보고,
무섭기도 한 떼거지 부레옥잠도 많이 보고,
코모도 도마뱀도 보고,
갖가지 양식으로 제각각 멋을 뽐내는 주택들도 보았다.
사원은 질리도록 나왔고,
부처님도 강가에 제법 서 계셨다.
어떻게 신호를 주고 받았는지 모르지만 내릴 사람이 있으면 원하는 곳에 배를 세워 주었다.
그렇게 별거 없어보이지만 굉장히 만족스러운 운하투어를 한 시간 하고나니
어느 새 배엔 사람들이 줄어들고 우리를 비롯한 몇 사람 밖에 남지 않았다.
정신을 잃고 강가를 구경하는데 배가 출발하지 않고 어디에 세워져 있고
동생이 내릴 준비를 하는걸 보니 여기가 종점인가보다.
아저씨가 내리라고 한걸 난 못듣고 동생은 들었나보다.
배를 한 시간이나 탔는데도 아쉬움을 남긴 채 방야이에서 내렸다.
선착장에서 올라가니 바로 시장이 나온다.
주변 사람들은 왠 외국인이 여기까지 왔담? 신기한 놈들일세 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본다.
그런 표정에 나는
아, 여긴 외국인이 잘 오지 않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투어를 하길 잘했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뿌듯해 했다.
시장 구경을 좀 할까 했으나 배가 5시 출발이었던지라
타남(혹은 논타부리?)에서 파아팃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몰을 보려면 서둘러야 했으므로
시장 구경은 포기하고 타남행 버스정류장을 찾아 나섰다.
근데 요왕님이 잘 그려주신 지도를 따라 그려와서 보면서 걷는데도 까씨꼰 은행이 어딘지 모르겠다;
보라색 은행 간판은 저~~~기 멀리 보이긴 하는데
거리상 거긴 아닐거 같고..
마침 보이는 편의점에서 댕덤 호텔에선 제공하지 않는 미용티슈를 하나 사고 물어보기로 했다.
외국인 상대는 드문 일이었는지, 계산 해준 점원이 옆에 있던 좀 더 경력이 돼 보이는 점원을 불러서 뭐라뭐라 이야기를 한다.
경력자 점원이 간단한 영어로 건너편 버스를 타라고 이야기 해줬는데
버스엔 아무도 없고, 주변에도 물어볼 사람이 없다.
아무래도 믿음이 안가서 왔던 쪽으로 되돌아가며 물어볼 사람을 찾다가
또 다른 버스가 정차해 있는 것을 보고 기사님께 물으니 이거 타란다.
그 옆에 초록색 간판이 있었고, 동생이 그걸 보면서 "농협 아니가? 농협같다 ㅋㅋ" 이랬는데
그게 까씨꼰 은행 간판일 줄은 몰랐다.
은행간판이면 영어도 좀 적혀있고 그럴 줄 알았지;;
후에 카오산에서 찍은 그 간판
태국 사람들은 누가 뭐 물어보면 몰라도 대충 가르쳐 준다더니
편의점에서 그렇게 당할 줄이야 ㅋㅋ
안물어보고 차에 타서 앉아 기다렸음 큰일 날 뻔 했다 ㅋㅋㅋ
일몰도 못보고 말이지 ㅋㅋ
그렇게 차에 앉아서 기다리니 다른 사람들도 타고
기사님도 타고 차가 출발했다.
젊은 청년 차장이 와서 돈을 받는데 내가 당당히 12바트를 내고 지갑을 닫자
14바트라고 말해준다.
아, 좀 올랐나보네
이러면서 2바트를 더 내고 표를 받았다.
수상버스 표였는지
타남행 버스표였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여튼 표.
차비를 내면 표를 끊어서 저렇게 찢어서 준다.
타남행 버스를 타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난 타남이 어딘지도 모른다.
어디서 내려야 할 지 조금 걱정이 되어서 차장 총각에게 이야기 한다.
"나 타남 갈건데 어디서 내리는지를 몰라. 나 어디서 내려야 할 지 말해줄 수 있어?"
이렇게 길게 영어로 부탁했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지 차장 총각이 부끄러워하면서 고개만 끄덕거린다.
차분하고 조용한 사람인거 같았다.
또 다시 마음을 푹 놓고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한다.
이건 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찍어오면 다른 분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찍어둔 것.
의미 없나?
그렇게 또 정신을 놓고 구경을 했고,
조용하고 차분한 차장 총각이 우리에게 이제 내리라고 하는 말을 세 번 쯤 했을 때서야 나는 그걸 들은것 같다.
물론 동생이 첨에 들었던 것 같다.
이래서 나는 혼자 여행은 절대 못한다.
한 번 정신을 놓으면 조심성이 사라져서;
여기가 타남
혹시라도 가실 분들 참고 하세요.
타남 사진 가운데 중간에 보이는 물체의 실체
그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선착장 입구 계단 한복판에서
대자로 뻗어서 숙면중이신 멍뭉이님
타일 계단이 시원해서 그런건지 몸을 딱 붙이고 자고 있었다.
근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저런 장면이 가능한거겠지.
그저 부럽
그렇게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타남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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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투어 끝까지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힘드니까
읽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일단 한 번 끊고 갈게요.
여행기 쓸데없이 많이 길어지는거 같은데;;
잡생각도 많고 쓸데없는 소리도 많으니 적당히 패스 하면서 읽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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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오류를 지적해 주어서 약간 수정했습니다.
기억력이란 믿을게 못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