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타이랜드] - 나 진짜로 자전거 타고 태국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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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타이랜드] - 나 진짜로 자전거 타고 태국가는 거야?

와삭 6 3095
몰랐었다.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타고 태국여행을 갈 거라고 큰 소리를 칠 때도, 저렴한 가격에 눈이 뒤집혀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을 때도, 비상약들을 살 때도, 짐을 싸는 그 순간까지도, 그런데! 막상 자전거를 들고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아, 내가 정말 자전거를 타고 태국 여행을 가는구나.’
‘내가 정말 그 짓을 하는구나.’
 
비로소 실감이 났다. 자전거를 타고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걱정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사실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지?’ 였는데. 방법은 간단했다. 비행기 문을 연다. 자전거를 싣는다. 비행기 문을 닫는다. 다소 곤란한 점이 있다면, 자전거를 박스 포장한 상태로 넣어야 한다는 것인데. 것도 큰 문제가 아닌 게 핸들 바와 앞바퀴 정도만 분리하면, 인천공항에 있는 택배회사에서 깔끔하게 포장을 해주신다는 말씀. 그런데 가격이 45,000원이라고요? 에어까지 넣어서 그런가. 그렇다고 해도 45,000원이라니!! 다음부턴 동네 자전거샵에서 박스 구해서 미리 포장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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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20분 만에 말끔히 포장되어 나온 자전거.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크다. 분명 분리를 했는데, 어떻게 하기 전보다 더 커 보이지? 게다가 내가 타는 이스타 항공은 비행기가 크지 않아서, 수화물 규정이 210cm 이하여야 된다고 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너무 큰데, 비행기에 실을 수 있을까요?” “접이식 자전거가 아니면, 대부분 이정도 크기에요, 그동안 다른 분들은 잘 실으시던데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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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나. 출국 수속 때부터 문제가 된 내 자전거는 일단 수속은 됐지만, 비행기에 안 들어가면 그땐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이. 에에? 결국 비행기 탈 때가 돼야 알 수가 있다는 말인가요? 만약에 그때 돼서 안 된다고 하면 전 어떻게 되는 건가요?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공항까지 마중 나와 준 친구의 얼굴이 나보다 더 사색이 있는 걸 보고는. “여차하면 박스 잘라서 다시 포장하면 되지 모. 혹시 모르니까 들어갈 때 청테이프 사갈게.” 큰 소리를 쳤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난 절대 이런 위기상황에 침착할 수 있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었다. 결국 혹시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서둘러 탑승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그때! 친구가 내민 봉투 하나. 그 안에는 비상금과 함께 짧은 메모가 들어있었고 -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 길 잃어 버렸을 때, 좋은 숙소 묵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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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자식.. 이런 짓을 하면.. 내가 그만 눈물이 나와 버리잖아.. 난 결국 눈물을 흘렀고,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그 모습을 포착. 내 굴욕적인 모습은 길이길이 녀석의 핸드폰에 남아, 앞으로 날 협박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로 사용될 것이다. ‘아쭈, 내 말을 안 들어? 그렇담 이 사진을 애들에게 뿌리며 말하겠어. 넌 돈 받으면 운다고.’
 
어쨌든 우려와는 달리, 자전거는 무사히 비행기에 실리고. 아홉시 반쯤, 드디어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 오버사이즈 짐들을 관리하는 곳에서 자전거를 찾고, 이리저리 조립하다 보니, 어느새 밤 열한시가 넘은 시간. 이대로 자전거를 타고 밤거리를 헤매기는 위험할 것 같아, 오늘 밤은 공항에서 노숙 결정! 잠자리를 찾아 공항을 어슬렁거리다, 나처럼 인적 없는 벤치를 찾아 헤매는 일본인 여행자 토시와 눈이 마주쳤고. 설마. 하는 눈초리를 날리는 토시, “너 지금 자전거 타고 태국에 온 거야?” “응. 비행기타고 오늘 넘어왔어. 해 뜨면 출발하려고.” “미쳤구나. 한국 사람이니?” “응.” “내가 만난 한국 사람들은 다 크레이지 해.” “응?” 그러면서 토시는 자신이 찍은 한국인 여행자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분은 오토바이에 삼십 리터짜리 물통을 싣고, 사막을 횡단하는 중이셨다고. 아.. 그래. 좀 크레이지 하긴 하구나. 그렇지만 멋지다. 자, 그럼 늦었으니 이만 자볼까? “근데 토시야. 생각보다 공항이 춥다.” “너 담요 없어?” “응.” “침낭이나, 잠바 같은 건?” “없어.” “크레이지~” 그렇게 연신 크레이지를 토시와의 동반노숙으로 태국에서의 상콤한 첫날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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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그냥요그냥 2013.08.07 14:54  
얼른 얼른 다음이야기 해주세요~~~~~
와삭 2013.08.13 15:49  
하하. 네~~
와조다 2013.08.07 19:38  
ㅎㅎ자전거를 싣고가는 방법이랑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랑 같군요!
흥미 진진한 여행기네요
와삭 2013.08.13 15:51  
그렇더라구요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피줌마 2013.08.21 15:18  
어~~허 방콕 한인 숙소에서 머물렀는데 어떤 젊은이 자전거(아주 귀여운)를 가지고 왔더라구요.  근데 말은 못 해 봤어요.  낮에는 자고 밤에만 다시더라구요.  자전거 여행길 부디 조심하시고 대단하네요.  부럽구요.  우리아들 자전거 타고 여행간다믄 여행비 보태줄 자신 있는데 방콕(방에 콕박혀) 하고 있으니~~
와삭 2013.08.24 00:02  
핫! 멋진 어머님이시군요.. 여행비를 보태주신다니~
저희 어머니는 오셔서 제 여행비만 탕진하고 가셨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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