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애비의 4인가족 자유여행기 - 6일차(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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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애비의 4인가족 자유여행기 - 6일차(완결)

주니애비 12 1415
여행지에서의 아침은 늘 일찍 시작됩니다.
그러나 오늘의 스케줄은 하루종일 쇼핑과 마사지로 되어있습니다.

간만에 느긋한 일정으로 인해 천천히 게으름을 피우며 일어나고 싶었으나 주니에미는 벌써부터 일어나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비닐봉투에 하나씩 주워 담으며 짐정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주부들은 여행가는 것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간만에 집안일에 해방되기 위해서 돈을 쓰며 여행을 옵니다만
역시 여행지에서도 똑같은 일을 하게 되니 말입니다. 먹을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 하나만 빼고 집에서 하는 일상적인 일과 여행 와서 하는 일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들 챙기고 세면도구 및 갈아입을 옷도 챙기고 또 트렁크 짐도 꾸리고...

저보고 짐을 꾸리라해도 들은척 마는척하기 때문에(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어요..) 속 터질 일 없이 스스로 꾸리는 것입니다.

저는 집안에서는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불량 남편임을 스스로 고백합니다.
벽에 못질 한번 안해주는 남편이며 이삿짐을 쌀 때에도 손 하나 움직이지 않는 남편이며 가구배치를 하기 위해 그 무거운 장롱을 옮길 때에도 그저 쳐다만 보고 있는 불량남편입니다.

이 모든 일은 주니에미가 혼자서 다합니다.
제 스스로 반성도 해보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제가 전생에 뼈가 빠지게 일만 했던 머슴이었기에 일하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모양입니다.

이스틴 호텔을 마지막으로 나오기 아쉬어 창밖 하이웨이가 보이는 창을 배경으로 온식구가 기념사진을 한 장씩 남깁니다.
삼각대가 없어 4명 모두가 함께 하는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제가 가격대비 제일로 치는 로얄벤자 호텔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이스틴호텔의 홀수 번호방의 전망입니다. 바로 옆에 하이웨이가 지나감으로 툭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오히려 로얄벤자 호텔보다 더 좋은 것 같았다는 총평입니다.
아침 조식 뷔페만 빼놓고....

짐 정리를 단단히 한 후 체크아웃하기 위해서 로비로 내려옵니다.
데스크 여직원의 상냥한 웃음과 함께 이상 없다는 말을 듣고 벨보이에게 짐을 보관시킵니다.
호텔을 나오자마자 택시잡기가 귀찮아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는 뚝뚝이와 흥정을 합니다.

마분콩까지 얼마에 갈래?
4명에 70밧 달랍니다.
50밧 주겠다고 했습니다. 선선히 응하는군요.

이리하여 마분콩에 도착하여 쇼핑에 들어갑니다.
주니에미 눈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몇가지 흥미있는 옷이나 장신구의 가격을 물어보더니 돌아가기 시작한 눈이 더 돌아갑니다.
지금 머리 속에는 이 모든 것들을 죄다 사 가지고 돌아가 장사할 생각으로 머리속에 복잡한 것 같습니다.
두 아들넘과 저는 그저 주니에미 뒤만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통역 및 흥정합니다.
2시간여를 그러고 다니니 지루하고 다리 아프고 죽겠습니다.
애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짜뚜짝에서 사지 못한 애들 선생님과 아이들 줄 나무젓가락도 사고 조그만 손지갑도 사고
1층부터 5층까지 누비고 다닙니다.
은목걸이 파는 한 상점에 들러 무려 30분여를 물건 고르고 흥정을 하는데 아주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가격을 흥정을 할 때에는 사도 그만 안사도 그만이라는 표정을 지어야
구입하는 측이 가격 흥정 주도권을 쥐기 마련인데 울 마눌 그저 맘에 든다는 표현을 종업원에 듬뿍듬뿍해대는 바람에 좀체로 흥정이 되질 않습니다.
모두 열가지에 3,500밧 정도 구입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싸게 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피곤하기도 하고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대강대강 흥정하고 지불해버립니다.

마분콩에서 거의 3시간여 쇼핑을 한 후 다음 행선지인 쓰쿰빗 플라자로 이동하기 위해 BTS 역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울 마눌 막내넘 훈이를 붙잡고 뭐라 수근수근 대고 있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저를 비난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막내넘에게 넌즈시 물어봅니다.

" 훈아 엄마가 뭐라 그러던?? "
" 별거 아냐..."
"말해봐 임마~"
"응.. 엄마 말이 그냥 택시타면 될 것을 돈 아낄려고 전철탄다고 뭐라 그랬어.."

하이고~ 복장 터질 일입니다.
오히려 4명이면 전철비가 택시비보다 더 나옵니다.
마분콩에서 쓰쿰빗 플라자까지는 교통체증이 극심한 곳입니다.
그래서 돈이 더 들고 조금 걷더라도 지상철을 탄 것인데 저를 아주 쫌생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마디 콱~ 해줄까하다가 마음을 추스리고 조용조용 설득합니다.

교통체증이 어쩌고 저쩌고... 시간을 벌기위해서 부득이 그렇게 한 것이고.... 주절주절....
음... 제 성질 많이 죽었습니다.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에는 성질 죽이는 것이 최고입니다.

아쏙역에서 내려 두 번째 코스인 로빈슨 백화점에 들립니다.
여기에서는 귀거리등 악세사리 몇 개 고르고 나니 더 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시장보다는 가격이 조금 비싸서 일겁니다.
배가 슬슬 고파지기 시작하여 쓰쿰빗 플라자 가보래 식당에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로 늦은 점심식사를 합니다.

자 이젠 어디로 갈까나....
사실 다음은 마사지가 예정인데 치빗 치바와 아마란스 둘 중에 어디를 갈 것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의견을 물어보니 준이넘 얼굴이 여드름이 더 심해진 것 같아 얼굴마사지를 받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는 아마란스에 가기로 결정합니다.
훈이와 저는 피부마사지는 관심이 없기에 뚝뚝이를 타고 쏘이 8에 있는 풋조이에서 발마사지를 받기로 했습니다.

아마란스에서의 피부마사지 만족도는 아주 높았습니다.
울 마눌의 표현을 빌자면 이번 태국여행에서의 최고 만족한 코스였다면서 칭찬이 대단합니다.
페이셜 트리트먼트 10 프로세스 90분 코스를 1인당 600밧에 하였는데 대만족했다고 하기에 팁은 1인당 150밧씩 주었습니다.
팁을 너무 많이 준 듯합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뒤에 오실 손님들께 누가 될까봐서 입니다.

뿌듯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월텟으로 향합니다.
이미 상당량을 쇼핑하였기에 월텟에는 뭐 그리 쇼핑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이제 국내에서는 한물간 나라야에 들러 주변 친지들에게 나눠줄 소품들을 몇 개 고른 뒤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립니다.
점심식사를 먹은 지 세시간여 지났지만 미리 저녁식사를 해두기로 합니다.

일식집 "젠"에 들러 돈까스 정식을 시킵니다.
한세트에 120밧....
국내에서는 3,600원에 돈까스 정식을 먹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돈까스가 더욱 맛있게 느껴집니다. 여기에서도 5,000원이면 먹을 수가 있으니 엄청스리 싼 것도 아니지만....

이제 호텔에 들러 공항으로 가야할 시간입니다.
한시간 정도 걸릴 것을 생각하고 택시를 탔으나 30여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돈므앙 공항에 도착하니 귀국하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5박 6일의 짧은 시간의 가족여행....
이제 막을 내려야 할 시간입니다.
4명 가족구성원 개개인의 느낌은 서로 다르겠습니다만 가족이라는 끈끈한 연대감을 새롭게 느낀 여행이었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을 할 것입니다.

언제 또다시 이렇게 온가족이 모여서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올런지는 모르고
이제 슬슬 물이 새기 시작하는 아파트화장실 욕조를 새로이 개조할 수 있을 만한 돈과
안방과 애들방의 낡은 침대 모두를 교환할 수 있었던 예산이 이번 여행경비로 날아가 버렸지만 서로의 가슴속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커다란 자산이 남아있으리라 생각하며 여행기를 마무리합니다.

허접한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좋은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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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entendu 2004.10.09 19:55  
  멋지시네요. 제가 읽어본 중 가장 멋진 가족여행.~~!
전 특히 앞 부분에서 말씀하셨던 '아빠, 엄마 골프칠때는 애들이 기다리고 애들이 놀때는 엄마,아빠가 양보하고..' 이게 제일로 맘에 들어요. 제가 옆에서 보았던 대부분의 가족은 부모 중심 아니면 아이들 위주.. 이 둘의 배합이 정말 어렵던데.. 하하.. 생전 처음.. 결혼 한 사람이 살짝 부러웠던 글입니다. 다음에 또 글 올려 주셔요.
몰디브 2004.10.09 21:59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참 행복한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담에도 즐겁고 행복한 여행하시길 기원합니다
IAN 2004.10.10 17:09  
  재미있게 다~~~ 읽었습니다.
주니애비 2004.10.11 08:32  
  entendu 님 그렇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행복한 가정이루시길 바랍니다.

몰디브님 무늬만 행복한 가정입니다.
남들처럼 갈등과 긴장이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가정이지요...감사합니다.

IAN님 감사합니다. 재미있었다니 올린 보람있네요...
ハŀㄹБع~☆ 2004.10.11 10:07  
  ㄴ ㅑㅎ ㅏ ㅎ ㅏ~☆
정말 가족여행으로 으뜸이라는...乃

멋진 여행기 즐겁게 보았습니다... 아쟈아쟈~☆
룰루랄라 2004.10.11 16:44  
  어쩜~~교통비 아끼는건 남자들 습성인가???울 남편도 여행가면 항상 버스 내지는 전철...난 힘들어 죽겠는데 꿋꿋하게 대중교통 탑디다~~항상 나오는 레파토리..길막혀..저 차좀봐...길에서 세월 보낼래??..할말 없죠뭐..시간 아끼겠다는거지 돈아끼겠다는게 아니라는데뭐..
정말 알차고 재미있게 다녀오셨네요.행복하세요~~~
건희아빠 2004.10.11 19:39  
  멋진 여행기 단숨에 잘 보았습니다.
언제나 처럼 차분하면서도 싱싱한 여행이셨군요.
저보다 연배가 높으시길래 항상 제 미래의 모습은 이러해야할텐데 하며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사모님사업은 잘 되시죠?
해가모 2004.10.11 22:15  
  고맙습니다^^아자!!
겨울남 2004.10.11 23:40  
  따뜻한 가족여행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도 가정을 꾸린다면 꼭 이런여행 가보고 싶네요...
행복하세요!!!!!!!!!
자유 2004.10.12 13:58  
  잘 봤습니다. ^^
가족 자유여행의 role model이 되시겠어요.
깔깔마녀 2004.10.12 16:03  
  저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정말 알차고 꼼꼼한 여행하셨네요.^^ 
별과시 2004.10.19 00:17  
  저도 와이프와 중1, 초3짜리 아들과 올 겨울에 자유여행떠날려고 돈 모으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근데 태국말은 전혀, 영어는 별로 할 줄 모르는데 잘 될려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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