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미콘피셋.. 그리고 이야기 part.1 프롤로그
이 여행기는 수없이 다녀왔던 여행 중 비록 하나에 불과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하고만 싶은 여행이기에 기록해 봅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대부분 가명으로 하고, 그들의 사생활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싣지 않을 지언정 거짓으로 꾸미지 않겠습니다.
가능한 한 느낌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경어체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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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난 여행을 참 좋아한다.
2003년 우연히 떠난 중국여행을 시작으로 매년 3~5개월은 배낭 하나 짊어 매고
이곳 저곳을 대부분 혼자 떠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러다가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2010년 7월 말, 여동생과의 방콕을 끝으로 나의 여행은 기억의 저편에 아주 달콤했던, 하지만 기억조차 희미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쉴새없이 살아왔었다.
2012년 12월 말
[카톡, 카톡]
오늘도 여느 때처럼 출근하여 화면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연달아 카톡이 왔다.
친구였다.
친구[방콕이다 ㅎ]
나 [진심 부럽다…]
친구[ㅎㅎㅎ 졸좋다]
나 [언제간거야]
친구[화욜, 26일 ㅎ 수욜이네]
[넝렌이 대세다 ㅎ 2일째 ㅎ]
나 [난 이제 방콕보다 그냥 조용한 푸켓이나 구석에 있는 섬이나 가서 쉬고싶어]
[언제와]
친구[일욜]
나 [그냥 아무것도 안해도 좋으니 방콕 공기라도 맡고싶다ㅠ]
친구[여기 날씨 좋네 ㅎ 하나도 안더워. 날씨 괜춘]
나 [원래 방콕은 12월 1월이 대박이야. 습도도 낮고 놀기 딱]
친구[반얀트리 묵는데 괜찮네 ㅎ]
나[거기 좋지 ㅎ 내친구 거기서 일해 ㅎ]
…
앞서 얘기했듯이 난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특히 태국을 사랑한다.
오죽하면 여행 중에 찡족(도마뱀)에게 이런 말도 했었다.
“넌 좋겠다. 태국에 살아서…”
그런 나에게 갑자기 친구에게서 온 연락은 한바탕 뒤흔들어놨고,
꼭 가고야 말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다.
누구랑 가지? 내 여동생은 결혼준비와 회사일로 바쁠 때라서 힘들 것 같고..
고민하다가 얼마 전 유럽 출장을 갔다온 절친한 남동생 승훈이에게 연락을 했다.
나 [방콕갈래? 나 안가면 정말 스트레스에 미칠 것 같아]
승훈[언제?]
나 [1월중으로… 2월은 시간도 그렇고 바쁠때라서;]
승훈[ㅇㅋ 가자 방콕 잘 아는 형따라 가야 재밌게 놀수 있을 것 같아 ㅎ]
나 [그래 꼭 가는거다 ㅎ 딴말하기 없기]
승훈[회사에다 일단 얘기 해야 되. 그런데 특별한 일 없어서 갈수 있을거야 ㅎ]
그렇게 우리는 가기로 약속을 잡고, 몇번의 만남을 갖고 여행계획도 세웠다.
여행 D-10
아침
나 [회사에 얘기는 했어? 빨리 허락받고 이제 슬슬 티켓 구해야하는데;;;]
승훈[오늘 회식이니까 분위기 봐서 부장님께 꼭 말해볼게 ㅎ]
나 [그래 꼭]
연락이 없다…
여행 D-9
아침
나 [어제 회식때 얘기했어?]
승훈[어제 분위기 별로여서 오늘 저녁에는 꼭 얘기해야지]
나 [그래 오늘까지는 꼭 확답주라. 안가도 좋으니까 확실하게 답을 줘.]
[그래야 혼자서라도 계획잡지]
승훈[응]
밤
나 [어떻게 됐니?]
연락이 또 없다…
여행 D-8
아침에 출근하여 오전일 간략하게 마무리하고 카톡을 봤다.
분명 승훈이는 카톡을 확인했는데 답장이 없다.
살짝 열이 오르면서 ㅎ 네이트온에 로그인한 승훈이에게 말을 걸었다.
나 [뭐 어떻게 된거야. 어제 카톡보냈는데 답장도 없고]
승훈[형 미안; 어제 술을 넘 마셔서 정신없었어]
나 [여행은 어떻게 하게]
승훈[부장님이 급한일 생길 수 있다고 당분간 얌전히 한국에 있으라고 하시네]
나 [그래]
솔직히 이때 정말 짜증이 확 났었다 ㅎ
가고 못가고는 중요하지 않은데, 전날 연락하고 확인을 했으면 출근길에라도 답장을 줘야지.
티켓도 못 구하고 며칠 동안 내내 그 애 연락만 기다린게 짜증나고 무책임하다고 느꼈다.
가뜩이나 극성수기라서 표구하기도 힘들데 말이다.
일단 못 가는건 못 가는 거고 나는 꼭 가야했기에 또 다른 남동생 쭌이에게 오랜만에 전화해본다.
쭌이는 2010년 7월 초에 쌈센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남동생이다.
그 친구도 마침 혼자 여행중이었고, 나도 혼자 여행중이었기에
우리는 호텔룸을 쉐어하기로 하고 아속 근처에 있는 호텔로 옮겨서
낮에는 쇼핑, 밤에는 클러빙을 하며 엄청 재밌게 놀았던 사이다.
그 당시 우리는 가는 곳마다 서로 게이커플인 것처럼 행동을 해서 여자 접근없이
참 재밌게 놀았었다.
나 “요새 뭐하고 지내?”
쭌이 ”공부해요”
나 “형 담주에 방콕가는데, 생각있니?”
쭌이 ”방콕가시게요? 또 게이들이랑 노실려고 ㅋㅋ”
나 ”게이는 니가 게이고 ㅎ 어떻게 갈 수 있겠어?”
쭌이 ”못갈거같아요 ㅎ 이번에는 또 어떤 게이랑 다니실려고요? ㅎㅎ”
나 “너 때문에 나까지 게이오해 받은거야!!!”
젠장, 얘도 못간다.
또 다른 남동생 기한이에게도 카톡해본다
아 아이에 대해서는…
2006년 초반 쌈센에 있는 한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며 알게 된
형님, 누님, 아우들과 함께 클럽을 다니며 친해졌었고,
한 형님과는 RCA에 있는 I-HOUSE 콘도까지 렌트하며 몇 달을 클러빙을 했었다.
그 형님은 호주 쪽 호텔에서 쉐프로 근무했었고, 나도 고등학교 때 취미로 취득한
한식과 양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었기 때문에 버너 달랑 하나 있는 방콕 콘도에서 우리는
매일 매일 감자탕, 새우튀김, 스파게티 등을 직접 원재료부터 손질하여 만찬을 즐겼었다 ㅎ
그 요리들을 먹으려고 매일 아침 카오산에서 RCA까지 오던 동생들 까지 있었다. ㅎ
이야기가 잠깐 옆길로 샜다. 그때 같이 클럽을 다녔던 멤버 중 한 명이 바로 기한이었다.
기한이 역시 여행을 좋아해 틈만나면 중국, 티벳, 인도, 태국 등등을 다니는 멋있는 아이다.
이 아이를 만나는건 한국에서보다 외국에서가 더 많다. 이번에도 혹시나 방콕에 있을 것 같아서 전화보다는 카톡을 했다.
나 [잘지내? 어디야 ㅎ]
기한[저 한국이에요]
나 [왠일로 ㅎ 나 담주에 방콕가는데 같이 갈래? ㅎ]
기한[형님 저 백두산갔다가 어제 들어 왔어요 ㅎ]
나 [그래 많이 추웠겠다… 또 언제 갈 생각없니? 나중에 가게되면 연락해 나중에라도 가자 ㅎ]
기한[네 형님. 잘 다녀오세요 ㅎ]
뭐 이렇게 된 이상, 혼자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그동안 일로 너무도 지쳐있었기 때문에 무작정 쉬고 싶은 생각만 있었다.
푸켓을 갈까? 더 들어가서 피피나 끄라비에 갈까? 고민했지만 포기했다.
예전에 방콕을 여행하다가 혼자 푸켓에 간 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구정연휴기간이었고
너무 외로워서 한국사람이랑 맥주라도 한잔하려고 방나로드를 뒤지고 뒤져도
푸켓에서 한국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커플이나 가족단위 여행객뿐이었다.
그렇게 혼자 밥먹고 맥주마시고 일주일 넘게 조용한 푸켓에서 보내다 보니
휴양지는 절대 혼자가는 곳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ㅎ
‘그래. 만만한 방콕이나 갔다오자.’
매일 아침 출근하면, 이곳 저곳 땡처리항공권이 나왔나 확인하며, 타이밍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구하려고 하니 티켓이 택스포함 60~80만원은 줘야겠더라.
혼자가는 여행이라 호텔도 혼자쓰고 택시도 혼자타고 게다가 짧은 일정으로 가려하니
비행기 티켓값이 넘 아까웠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마일리지…
최적의 일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잠복의 나날들이 흘러갔다.
여행 D-2
오늘도 출근해서 아시아나 스타얼라이언스 좌석부터 조회했다.
가는 좌석(인천-타이페이-방콕)을 있었지만 오는 자리는 아무리해도 자리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은 방콕(타이항공)-홍콩(2시간경유)-인천(아시아나항공)으로 예약을 하고 55,000 마일리지 결제를 했다. 넘 아까웠지만 이렇게라도 갈수밖에 없었다 ㅡㅜ
일정은 금요일 오후 5시 30분 인천출발- 월요일 오후 6시 30분 방콕출발이다.
여행 D-1
내일이면 드디어 출발이다!!!
이제 티켓도 예매했겠다, 태국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연락을 돌려봐야지.
난 태국 친구들이 많다.
그 중 한 친구(여자아이) 애니는 태국사람으로 3년 전 알게 되어서 지금까지 카톡을 주고 받으며 연락하고 있다. 제작년에 한국남자와 결혼하여 한국에서 살고 있는데 추운 한국 겨울날씨 탓에 아기가 감기에 잘 걸려 남편 없이 단둘이 12월부터 방콕 친정 집에 두 달 예정으로 머물고 있다. 미스 타이랜드 출신으로 은행에서 변호사일을 하던 아이인데 이 아이는 성격도 참 착하고 술도 전혀 입에 안대고, 클럽조차 가지 않는 바르지만 재미없는 친구다 ㅎ 뭐 같이 맥주 한잔도 마셔본 적이 없어서 만나면 주로 음식점, 커피숖에서 만나서 수다떤다.
나 [뭐해]
애니 [엄마집에서 공주(아기)랑 놀아]
나 [나 방콕간다 ㅋㅋㅋ]
애니 [언제? ^^]
나 [내일 ㅎ]
애니 [낼 몇시 도착이야? 데릴러 갈게. 숙소는 정했어?]
나 [밤 11시 5분 ㅎ 아냐 괜찮아 안와도 되 ㅎ 숙소도 알아보는 중야]
애니 [엄마 집에 방 많으니까 여기로 와]
나 [아냐 가면 낮에 만나서 밥이나 먹자]
애니 [그럼 공항으로 데릴러 갈게]
나 [진짜 괜찮은데…]
예전에도 다른 친구들 집에서 숙식도 많이 해결했었고
친구들이 고맙게도 공항픽업도 많이 해줬었지만 이번만은 내가 이렇게 극구 사양하는 모든 이유는 단 한가지다.
‘짧은 일정’
낮과 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도착하자마자 혼자서 클럽에 갈 것이고,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게까지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친구 집은 민폐이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장기여행이라면 ㅡㅜ 땡큐 감사하고 갔겠지만 말이다…
이제 호텔을 예약할 차례.
승훈이랑 간다면 전에 여동생이랑 묵었던 매리엇 서비스 아파트먼트(쏘이 24)로 생각했는데,
혼자 묵기는 돈 아깝고 해서 이때부터 호텔 구하는데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한동안 헤맸었다.
좋은 곳은 가격이 비싸고, 가격 싼 곳은 별로고 ㅎ
다 가격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카오산갈까? 라고 잠깐 고민했지만, 카오산엘 간다면 나의 짧디 짧은 여행은 카오산의 분위기에 정말 축 늘어져서 시체놀이 할 것이 분명했다.
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은 호텔 예약을 못했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