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크라비-시밀란 일가족 여행기(8) - 크라비 홍섬투어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푸켓-크라비-시밀란 일가족 여행기(8) - 크라비 홍섬투어

jyn0726 2 4811
끄라비에서의 둘째 날. 역시 새벽에 비가 오고 흐린 아침이다.
걱정스럽다. 오늘은 홍섬투어 하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바다색깔은 90% 날씨가 좌우한다. 햇빛 쨍쨍해야 새파란 물색깔이 나오는데...게다가 흐린날은 스노클링할 때 너무 춥단 말이지....
하지만 뭐 걱정한다고 날씨가 바뀌길 하나....아침이나 먹으러 가야지...
 
안 가겠다는 딸내미까지 대동하고 다시 아침시장으로 가서 딤섬과 새우죽, 그리고 돼지갈비 국수를 먹었다.... 맛있다.... 근데 죽은 우리 죽과는 조금 다르다. 밥을 살짝 끓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식사 후엔 어제처럼 과일을 샀다. 파인애플과 망고스틴. 망고는 제외. 망고는 야시장에서 바로 사서 바로 먹기로.
8시가 투어 픽업시간이라 부랴부랴 숙소로 돌아왔다.
 
픽업차량이 각 숙소를 돌며 손님들을 픽업하면서 아오낭으로 이동한다. 아오낭에서 손님들을 투어 내용(홍섬이냐, 피피섬이냐, 스노클링이냐, 카약이냐...등등)에 따라 나눈 다음, 각 인솔자를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 배를 타도록 한다. 우리 가족은 인당 600밧의 홍섬투어를 선택했는데, 이 투어의 경우 긴꼬리배를 타고 2-3군데 포인트에서 스노클링을 한 후, 홍섬 비치에서 잠시 놀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당연히 점심식사 포함이다. 긴꼬리배가 아니라 스피드 보트를 탈 수도 있고, 씨 카약을 즐길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가격이 또 달라진다. (1200밧까지 오른다.)
 
2948617673_KAewgWsi_ED81ACEAB8B0EBB380ED9998_IMG_0744.JPG
 
우리 배는 우리 가족만 아시안이고 나머지는 다 유럽인인데 약간 남유럽쪽 분위기 풍기는(이탈리아쪽 말을 쓰는) 흑발의 늙다리 총각들과 노부부 2쌍, 젊은 커플 2쌍이다. 혼자 온 친구들이랑은 시간이 지나면 이런저런 얘기도 하게 되는데 커플이나 팀으로 온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기들끼리 떠들게 되니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기 어렵다. 그래도 수다스런 남유럽쪽 총각들 중 하나는 점심 먹을 때 우리 가족사진도 찍어주고 하더라....막 사진기 내놓으라고 그러면서...
 
배를 타고 나가면서 날씨가 개길 빌고 또 비는데 계속 약한 비가 흩날리는 데다가 바람도 분다. 이런..ㅈㅈ...그나마 배의 진행방향 쪽 하늘이 점점 개는 것이 보여서 다행스럽긴 하였다.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조그마한 섬 옆의 첫 번째 스노클링 포인트에 도착했는데 파도가 너무 세다.
수영 못하는 사람은 들어가지 말라고 가이드가 말해서 우리 부부는 그냥 앉아 있었다. 흑발 총각 하나가 용감하게 입수하고, 우리 딸도 풍덩 물에 들어가 본다. 할아버지 한 분도 입수...그렇지만 모두들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곧 배 위로 올라왔다. 파도도 세고 해파리도 있단다.
 
두 번째 정착지는 섬 이름은 모르겠고 파라다이스 비치(맞나? 가물가물하다..)라는 곳인데 여기서 간단하게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기고 점심도 먹었다. 아직까지 날씨는 쨍하게 개이지 않았고, 여기저기 투어손님을 싣고 온 배들로 그다지 크지 않은 비치가 꽉 차기 시작한다. 텅 비어 있는 작은 비치에 배 두어 척만 덩그러니 떠 있으면 참 아름다웠을 텐데 배들과 방문객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으니 별 감흥이 없다. 좀 복작복작한 분위기....아마 이곳이 모든 투어손님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곳인 듯하다.
 
세 번째 정착지가 오늘의 주목적지인 홍섬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비치, 맑은 바닷물....이쯤에서 날씨도 화창해져서 제법 쨍하니 햇볕이 났다. 처음 도착했을 땐 우리 팀밖에 없었는데 점점 팀이 많아지기 시작해서 곧 비치가 사람들로 버글버글해졌다. 그래도 뭐....부산 해운대만큼은 아니잖아....
스노클과 구명조끼를 받아서 스노클링을 했다. 물위에서 본 풍경은 아름다웠으나 물속의 산호는 거의 다 죽어있고, 그저 띄엄띄엄 작은 흔적만 보일 뿐이다. 사람들이 많으니까 물고기도 잔챙이들만 있을 뿐이고 절벽 쪽으로 바짝 붙어서 봐야 조금 큰 고기들이 보인다. 난 10여년 전의 환상적인 홍섬을 생각하며 마음이 안타까운데 그래도 우리 남편과 딸아이는 물놀이가 마냥 즐겁기만 하단다. 그래, 식구들이라도 즐거우면 됐지...기억력이 너무 좋아도 탈이야....
 
홍섬의 비치에서 나와 마지막으로 섬 위쪽의 라군으로 갔다. 섬 가운데에 커다란 호수 같은 공간이 생겨서 얕은 수심에 맹그로브 나무가 자라는 신기한 곳이다. 홍섬의 홍이 방(ROOM)이란 뜻인데, 이 라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2948617673_Tz0gJmZG_ED81ACEAB8B0EBB380ED9998_IMG_0760.JPG
 
 
배에서 내리니 흙이 퇴적되어 물이 발목까지밖에 안온다. 내려서 여기저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어머나.....바닥이 불가사리 천지다. 하얀 모래밭 위에 크고 하얀 불가사리들이 떼지어 엎드려 있다. 신비로워 보이기도 하고...좀 징그럽기도 하다. 짓궂은 사람들은 불가사리를 십여 마리나 잡아 차곡차곡 포개놓기도 하고, 부메랑처럼 던지기도 한다.
 
2948617673_iIqoXtlA_ED81ACEAB8B0EBB380ED9998_IMG_0769.JPG
 
 
 2948617673_q4svJKk0_ED81ACEAB8B0EBB380ED9998_IMG_0767.JPG
 
 
십여 년 전에 이곳에 와서 어린 딸아이(그때 4살)는 가이드와 놀고 나와 남편은 카약 타는 연습을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워낙 바다 위에서 카약을 잘 못 타니까 가이드가 이리로 데리고 와서 연습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곳이 그곳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때는 훨씬 더 라군 공간이 좁았던 것 같고, 물도 허리까지 찼었다. 물 깊이야 조수시간에 따라 늘 왔다갔다 할 수 있긴 하지만....물색도 훨씬 더 신비로운 녹색이었던 것 같고.....
다시 한번 느끼는 건데 추억은 현실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다. 우리의 머리 속에서 찬란하게 윤색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첫경험의 충격....생전 처음 보는 풍광의 강렬한 느낌....그것 때문에 한 번 찾았던 곳을 다시 찾았을 때 실망하지 않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오늘의 내가 딱 그렇다.
 
홍섬투어와 비슷하지만 약간 저렴한 것으로 4섬투어가 있다. 말 그대로 배를 타고 크라비 인근의 4섬을 돌면서 중간중간에 스노클링을 하고 비치에 내려 식사도 하고 해수욕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홍섬보다는 육지에서 가까운 섬들로만 다녀 가격이 저렴하다. 아무래도 물색이나 비치 상태도 홍섬보다 못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1년도에 4섬투어를 해보고 올해 2012년 홍섬투어를 해보니 4섬투어도 가격대비 썩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어린 자녀 동반한 가족들은 배 오래 안 타도 되고, 스노클링보다 넓은 비치에서 물놀이하는 것이 더 나을 테니 오히려 4섬투어가 나을 수도 있다. 4섬투어 마지막 기착지는 바로 서라일레이 비치 옆의 유명한 프라낭 비치다.
 
홍섬투어를 하실 분들은 씨 카약을 함께 하시길 강추한다. 카약을 타고 섬 주위를 빙 돌면서 아름다운 홍섬의 자연을 훨씬 더 깊이 있게 즐기실 수 있다.....물론, 힘들다....하지만 나같은 아줌마도 했는데 뭘... 힘 내시라.
그리고 홍섬이 아름답지 않고 별거 아니라는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 마시길....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인구밀도에 따라, 본인 컨디션에 따라 홍섬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게다가 나는 10년 전의 홍섬과 지금의 홍섬을 비교하고 있으니 게임이 안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홍섬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꼭 만나고 돌아오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한다. 만약 그렇지 못했던 분들이 계시더라도 한번보고 ‘별거 아닌데...’하시지 않기를....
2 Comments
BigBang 2013.05.27 12:14  
6월에 끄라비에 가는데 홍섬투어를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글보고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생강생강 2015.08.17 01:48  
홍섬투어랑 선셋투어중 고민중인데 참고할게요 감사합니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