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 우연히 들은 저자 직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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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3: 우연히 들은 저자 직강

Cal 17 3410
저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여행의 마지막 날인 이 날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시암 지역에는 들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날은 온전히 시암에서만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국립 미술관을 시작으로(그런데 요즘 전시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MBK에 가려고 나와 보니 그 사이에 비가 왔더군요.
그것을 시작으로 그 날에는 정말 비가 많이 왔습니다.
다행히도 한 방울도 맞지 않고 다닐 수 있었지만요.
 
재미있는 일은 젠 백화점 앞에서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월드 트레이드 센터 근처에서 하는 사진전은 꽤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도 사진전 하나를 하고 있는 중이더군요.
제목이 [Very Thai]이길래, 가까이에서 구경하려고 스카이워크를 내려갔습니다.
색감도 좋고, 태국에 대한 진한 애정이 엿보이는 사진들이더군요.
하나하나 유심히 보면서, 그리고 마음에 드는 사진들은 제 사진기에도 담으면서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에 제 옆쪽에서 사진을 구경하고 있던 세 분의 서양인이 있었는데
그 분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이 곳?  이 곳은 치앙마이야]
저도 시선을 돌려서 그 분들이 보고 있던 사진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아, 그러네요.  이 곳은 치앙마이의 랏차담넌 로드이네요.  타마린드 호텔이 바로 여기 있고요]
 
저의 말에 그 분들은 반가워했습니다.
[당신도 이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네요!]
[아, 그럼요.  저도 이 곳에 있었으니까요]
[사실 이 사진들, 내가 찍었어요]
그 중 한 남자분이 이렇게 말씀하시길래, 처음에는 그 말씀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 말씀에 그렇게 당황하지 않았더라면, 제대로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저는 이렇게 태국의 애정어린 사진을 찍은 사람이 대체 누구인가 궁금했는데, 그 사람이 당신이군요]
대신에 제가 한 말은 이랬습니다.
[정말요?  세상에, 믿을 수가 없네요!  이 사진들의 Author를 만나다니 정말 영광이어요.  죄송하지만 당신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그 분께서 승낙해 주셔서 찍은 사진은 이 게시물의 맨 밑에 있습니다)
 
생김새만 보고는 독일인인 줄 알았던 이 분은 영국인이랍니다.
제가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니, 대뜸 강남스타일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파라곤 광장에 싸이가 오는 것을 알고 있느냡니다.
덧붙여서 재미있는 이야기 한 가지를 해 주시더군요.
 
[유튜브에 강남스타일 패러디를 가장 먼저 올린 나라가 태국인데요,
한국에서는 '강남'이 부유한 거주지의 명칭이라면서요?
태국어로는 '케난(그 분의 발음이 그랬는데, 태국어로는 어떻게 되는지 모릅니다)'이라고
한 마을의 촌장과 같은 존재가 있어요.
태국에서 만든 패러디는, 바로 그 '케난 스타일'이었죠]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른 채 이런 문화적 이야기만 하다 헤어지게 된 이 분의 사진전은
12월 6일까지 젠 백화점 앞에서 계속될 것 같습니다.
직접 그 저자를 만나고, 그 분의 품성이나 태국에 대한, 심지어는 우리나라에 대한 깊은 이해에 감동하지 않았더라도
다시 말해 저자에 대한 정보 없이 그 사진만 가지고 말하더라도 그 사진전은 상당히 좋아요.
젠 백화점을 들러가시는 분들은 한 번쯤 구경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남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한국인인 것을 안 사람들 중 반이 했던만큼
분명히 태국에 한류가 있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거센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여행 중 제가 가장 강하게 느꼈던 한류는. 단어 하나였답니다.
다름 아닌 [파이팅]이라는 말이었어요.
TV에도 그렇고, 티셔츠의 문구로도 그렇고
태국인들이 [파이팅]이라는 말을 갑자기 많이 쓰더라고요.
예전에는 분명히 아니었던 것 같거든요.
이건 제게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가요?
 
 
 
그 동안 그렇게 태국에 자주 드나들지도 않았지만, 오랜만에 여행기를 올려야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번 여행은 하나도 더하거나 뺄 것도 없는 너무나 완벽한 여행이었고
제가 미처 바라지도 않았던 것까지 제게 듬뿍 주어졌었는데
거기에 제 계획이나 노력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아서입니다.
그렇게 공짜로 받은 것은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누군가의 여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여행기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분의 뒤에 있는 사진이, 이 분과 말을 튼 계기가 된 바로 그 사진입니다)
17 Comments
호키포키 2012.11.29 06:49  
여행기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부지런한 여행을 하시네요. 저도 아주 오래전 젊었을 때 부지런한 여행을 했었다고 생각했으나 기행기를 읽어보니 전 너무도 게으른 여행을 하였네요. 항상 여행 속에서 행복을 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요술왕자 2012.11.29 08:13  
오~ 베리 타이... 저도 갖고 있는 책인데...
책에 있는 저자 사진과 이미지가 좀 다르네요...
암튼 글 잘 봤습니다~
요술왕자 2012.11.29 08:19  
깜난 스타일
http://youtu.be/eBQz4AZrNuk
하늘구름 2012.11.29 21:27  
태국의이름난 관광지가 아닌 일상을 보는것 같아 색다르고 좋았어요^^.
동쪽마녀 2012.11.29 23:55  
태국 방콕에서 사진전을 갖는 영국인이라니 흥미롭습니다.
흠 . . .  ^^

오랜만에 만난 Cal님의 여행기라서,
집에 오자마자 씻고 참 정갈한 마음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맛있는 음식 한 입 한 입 감사하면서 먹듯 감사하며 읽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에 계시지 아니하셨었구먼요.
못하셨던 태국여행 이제 종종 하시고
조근조근한 여행기 자주 들려주세요.
다시 뵈어서 반갑고 또 고맙습니다!^^
Cal 2012.11.30 00:02  
여기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깜난 스타일이 저런 것이었네요, 요술왕자님께서 올려 주신 동영상, 잘 봤어요!

와스디님, 이 영국인요, 굉장히 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더라고요.
함께 이야기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정말 즐거웠어요.
오래 전의 사람을 이렇게 기억해 주시고, 여행기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사실 2011-12년은 저희가 뜻하지 않던 곳에 있으면서 여러가지 경험을 많이 하게 되어 정말 감사했었어요.  우리나라에 돌아온 다음 이렇게 태국에 가 볼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행기를 통해서 와스디님과 다시 댓글로 대화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하늘빛나그네 2012.11.30 13:27  
재밌는 여행기 잘 봤습니다.
참 오랜만에 여행기를 열심히 읽은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Cal 2012.12.01 23:14  
하늘빛나그네님이야말로 이런 여행기에 그렇게 댓글을 정성껏 많이 달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늘 즐거운 여행 하셔요!
냥냥 2012.12.01 22:47  
여행기 잘 봤습니다.
다음에도 또 즐거운 여행하시길 바랄게요. ^^
Cal 2012.12.01 23:14  
냥냥님, 감사합니다.
똑같은 축복이 냥냥님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황선생 2012.12.05 15:27  
cal님 글 하루에 한두개씩 읽으면서 소소한 기쁨을 누렸습니다. 혹시 블로그 하시나요? 더 많은 글들을 보고 싶은데. 알려주시면 이웃하고 싶어요^^
Cal 2012.12.05 17:34  
이런 여행기를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블로그를 하지 않습니다.  별로 그럴 주제가 못 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쿨소 2012.12.06 10:49  
영국인의 미소 또한 아릅답네요..^^
Cal님의 여행기가 한동안 폭폭하고 건조했던 생활에 새로운 기운을 주신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이젠 민기님이 올려주신 깜난스타일 바로 보러 갈랍니다..
여행기 즐거웠습니다..^^/
핫산왕자 2012.12.06 12:57  
우리나라의 면장級 벼슬아치를  태국에서 '깜난'이라 부르지요~
혜은이 2012.12.12 15:58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매끔하고 깔끔하게 쓰셨네요..
님 글을 읽고 치앙마이에, 그것도 베란다 라는 곳에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기차 타고..
올해 그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방톡과 치앙마이의 교회를 알려주신 것도 고맙습니다
(태국 가면 늘 널부러져 있느라 주일을 지킬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K. Sunny 2012.12.25 19:49  
한국인이 항상 하는 응원의 말인 "파이팅!"이 태국인들에겐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지나 보더라고요.
우리나라의 외래어 발음이 본토어와는 많이 다르고 강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반대로 예를 들자면 Album 을 태국에서는 '알라밤' 이라고 하는 것처럼요.
한국인을 따라한다고 하며 '파이팅!'하는 태국인들을 많이 봤어요.. ㅎㅎ

13일 일정의 여행기, 참 잘 읽었어요.
성시경의 잔잔하고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며 섬세하고 따스한 문체로 쓰여진 여행기를 읽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싸나이 2013.07.29 18:27  
얼마전 치앙마이를 다녀왔는데,, 저 사진에 나오는 곳에서 마사지를 받았어야 했는데 ;;;
아쉬운 기억이 다시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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