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센탄 에어포트와 토요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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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센탄 에어포트와 토요시장

Cal 8 2708
아침부터 따뜻하게 비추이는 햇살이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저는 좀 덥더라도 이렇게 햇살이 강렬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는 이 곳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먹어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시안 스타일 아침식사를 골랐는데
닭죽과 삶은 계란 두 개, 토스트 한 쪽과 버터, 딸기잼, 주스가 나왔습니다.
어제 내내 님만의 명물들을 먹었는지라 빵하고 버터, 잼만 먹고
계란 두 개는 가방에 싸고, 주스는 먹는 둥 마는 둥했지만
이런 아침 식사가 있는 것이 역시 고마웠습니다.
이 때에 싸 놓았던 계란은 나중에 센탄에 가기 전 방에서 있을 때에 비상식량으로 아주 잘 먹었습니다.
 

체크아웃을 한 후에, 이제는 다음 숙소까지는 어떻게 갈까 조금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일단 길부터 건너서, 5분 정도 기다린 끝에 썽태우 하나를 잡았습니다.
(승차거부를 하신 분들이 한 두 분 정도 계셨던 기억입니다)
그 아저씨께서 40바트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승낙했는데
이 아저씨가 좀 못된 것이, 우알라이 로드 중간에서 저를 보고 내리라고 하더니
좀 더 가 달라는 제 부탁에 마지못해 다시 운전을 하시고
결국에는 제가 내민 50바트 지폐를 거슬러 주지도 않고 그냥 가 버렸습니다.
뭐 그러려니 하였습니다.
사실 이 분이 처음부터 약간 기분이 나쁜 상태인 것 같아서 걱정을 했지만
제가 이 분의 차를 타게 된 제가 모르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아저씨 눈치를 보느라, 내려야 하는 곳에서 한 30미터 전에서 내렸기에
약간 걱정하면서 수트케이스를 끌고 걸었더니 제가 예약한 아파트가 금방 나타났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체크인을 할 때에, 약간의 사건 두 가지가 있었는데
일단은 제일 높은 층의 아주 좋은 방을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방에 들어와 보고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깜짝 놀랐을 정도였달까요?
이 방도 어제에 이은 남향인데, 높아서 그런지 햇볕이 더 따스했습니다.
두 번째의 사건은, 제가 인사하는 방식 때문에 리셉셔니스트가 저를 태국 사람으로 알았던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자기 동료에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 분이 사와디 카라고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하길래, 태국인인 줄 알았지 뭐야]

하여간 이 곳을 예약한 것은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사했습니다.
늘 이런 분위기의 방에서 살아도 참 좋겠다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빨리 에어포트 플라자에 구경도 가야 하는데
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내일도 오래 있고 싶긴 한데, 내일은 아침 일찍 예배가 있습니다)
 
이 곳의 딱 하나 불만족스러운 것은 수영장인데, 뭐 괜찮습니다.
나이가 드니 수영이 그렇게 언제나 막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설교를 들으면서 침대 위에서 햇볕을 즐기다가 낮잠까지 드는 등 여러 경황 끝에
결국 의지력을 발휘하여 세 시 반부터 다섯 시 반까지 센탄에 다녀왔습니다.
한 가지 제가 간과한 사실은, 그 때까지 그냥 문만 닫으면 저절로 잠기는 호텔 문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 곳은 열쇠인데도 그냥 문만 닫고 다녀왔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다녀오고도 방이 너무 멀쩡한 채로 있어서 아무 것도 몰랐었는데, 잘 생각해 보니 제가 그랬더군요.
태국인들에 대한 신뢰가 있기는 하지만, 너무 해이해져서 다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센탄도 여전했지만, 님만을 다시 볼 때의 느낌은 없이 대체적으로 좋기만 했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망고 주스 하나를 사서 백화점 전체를 아주 샅샅이 구경하고
지하 식품부에서 쏨땀, 닭고기밥을 포장해 가지고 왔습니다.
망고 주스부터 시작해서 참 모든 것이 맛있더군요.
망고 주스는 제가 보는 앞에서 직접 망고를 썰어서 얼음과 같이 갈아 주는 것인데
이것이 20바트밖에 안 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고 좋았습니다.
포장해 온 음식들이 모두 수준급의 음식들이었습니다.
 
한참 후, 이번에는 토요 시장까지 갈 차비를 끝내고 7시쯤 다시 한 번 방에서 나왔습니다.
(전에 나올 때에는 문을 안 잠그고 갔었던 것을 이 때에 깨달았습니다)
이번에는 다이소와 유기농 슈퍼마켓까지 들렀다가 센탄으로 갔습니다.
오후에 보니 센탄의 도이 창이 말도 안 되게 붐비고 있었는데
8시가 조금 넘어서 제가 방문했던 그 때에는 젊은 직원들이 다들 의자에 그로기 상태로 뻗어 있더군요.
너무 기운들이 없어서, 혹시 벌써 문 닫았느냐고 제가 물어봤을 정도였습니다.
커피는 여전히 맛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토요 시장의 구경을 시작합니다.
로빈슨 백화점 앞에서 손님을 내려 주는 썽태우를 잡아서 치앙마이 게이트까지 30밧에 왔습니다.
내리자마자, 이번 여행에서 새롭게 맛을 들인 오징어 꼬치를 하나 샀는데
이것에 바르는 소스가 정말 상상을 초월하도록 맵더군요.
지금까지 한 번도 소스를 찍은 적이 없었는데, 조금만 달라고 해 봤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한동안 길에서 불을 뿜고 다녔습니다.
그 다음에는 쏨땀을 샀는데, 이것도 숙소에 싸 가지고 와서 먹어 보니 낮에 먹었던 그 맛있는 쏨땀과는 달랐습니다.
뭐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 이후에는 석쇠에 구운 옥수수가 맛있어 보여서 여러 군데에서 가격을 계속 물어보고 다니다가
청소년 형제 두 명이 굽고 있는 옥수수 하나를 20밧 주고 샀습니다.
그것도 와서 먹어보니 맛있더군요.
청소년 형제가 그렇게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장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마침 제 쪽을 보고 있던 동생이, 다른 곳을 보고 있던 자기 형의 몸을 손으로 돌리면서 사진 찍는 나를 보라고 하는 것이 귀여웠습니다.
그리고 쏨땀을 살 때에, 저는 늘 [아오 마이 펫]이라고 하는 편인데
낮에도 그렇고 밤에도 그렇고, 태국분들은 그 말을 하는 외국인이 무척 신기한 모양이었습니다.
아주 제대로 말하고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이 저로서도 기분 좋았습니다.
저녁 때의 쏨땀 아주머니는, 치앙마이에 얼마나 더 있느냐고 제게 물으시더군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과연 토요 시장이 다시 구경할 만한 것일까 의구심을 가졌었고
숙소를 정할 때에도 토요시장보다는 센탄에 주안점이 있었지만
막상 치앙마이 게이트의 북적이는 분위기와 토요 시장을 보니 제 기분도 덩달아 들뜨더군요.
생각보다 물건들도 꼼꼼하고 재미있게 구경하고, 사진도 여러 장 찍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이 곳에 온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옥수수 팔던 소년들)
8 Comments
동쪽마녀 2012.11.29 23:28  
센탄 지하 푸드코트 주스는 참 맛이 있지요.^^
저는 물갈이를 심하게 하는 편이라서
그 곳에서도 참 까다롭게 주문을 해서 주스를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얼음은 거의 넣지 말고,
양이 적어도 괜찮으니 태국귤만 넣고 시럽도 거의 넣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결국 추가로 돈을 조금 더 지불했지만 그것이 너무도 맛이 있어서,
계속 그렇게 마셨어요.
나중에는 주스 언니(동글동글한 얼굴이 아주 뽀얀 귀여운 언니)가
제가 가기만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척하니 만들어서 줬었다는.^^
그립습니다, 센탄.
Cal 2012.11.29 23:45  
아마 그 동일한 언니가 제 주스도 만들어 준 것 같네요!
아무도 없을 때에 수박 씨를 하나하나 빼고 있던 모습에는 제가 다 감동받았어요.
와스디님 레시피, 맛있겠어요! 
팁사마이 오렌지주스하고 비슷한 맛이 날 것 같은 상상이 듭니다.
저 혼자만 센탄 지하 주스를 좋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정말 기뻐요!
그런 곳은 많이들 이용함이 마땅합니다.
하늘빛나그네 2012.11.30 13:02  
글 읽는내내 긍정의 느낌(아.. 이게 참 표현이 힘들어요)이 같이 전해져 오네요.
저같으면 내심 마음 상했을지 모를 일들도 이해하고 웃어넘기는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잘읽었습니다.
Cal 2012.12.01 23:01  
제가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이번 여행은 어쩐지 인생에 따라오는 보너스같은 느낌이 들어서
뭐든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나 봐요.
필리핀 2012.12.01 10:47  
아이고~ 숙소를 왜 이렇게 자주 옮겨다니세요??? ^^;;;

이왕이면 숙소 리뷰도 좀 올려주시지... ㅎㅎ
Cal 2012.12.01 23:02  
태국에서는 한 번만 나갔다 오면 숙소에서 다시 전열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지 않나요?
그래서 숙소 자체를 아예 바꾸어서, 그 날은 그 숙소 근처만 돌아보는 편이어요.
쿨소 2012.12.03 14:50  
cal님의 재정비 이야기를 들으니 공감갑니다..

저는 남자지만 하루에 한번씩 가방을 재정비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어서..
간혹 공부로 출장을 가면 같이 방을 쓰는 동료가 새벽이고 저녁이고 아침이고 가방 정리하는거 보면서 "홍콩할매"라고 별명을 붙여줬답니다..
가방에서 꺼냈다 다시 싸고 하는 모습이 파란휴지줄가 빨간휴지줄까 하는 모습 같다고...
습관적인것 같아요.. 그냥 던져두는것이 아니고 분류해서 싸야 마음이 편하니..
A형이라 그런가 ㅡ.ㅡ
 
허나 필리핀선배님 말씀데로 숙소를 자주 옮기시기는 하네요..
전 일단 한 지역에 들어오면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옮기지 않는 편이라..
2박 3일씩 프로모션 요금이 적용된다던지 아니면 나중에 공항 픽업이 무료라던지 등등의 동선상이나 금액상 득실이 확연히 차이가 날 경우 간간이 바꾸긴 하지만..
자주 옮기면 교통이 편한 지역이면 모를까 그렇치 않으면 바리 바리 싸서 뭐든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이동해야하고 체크인과 아웃시간 생각해야하고 손해라는 생각이 자꾸들어서...
저만 그런가요??
Cal 2012.12.03 23:16  
치앙마이는 썽태우 흥정을 해야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너무 스트레스라서
아예 지역별로 숙소 한 개를 정해서
하루에 딱 그 지역만, 발로 걸어다니기로 하고 있습니다.
치앙마이에서 제가 좋아하고 하루종일 머물러 있고 싶어하는 곳이 적어도 세 곳 이상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는데, 별 불편은 없어요.
차가 있다면 아주 많이 다르지 않을까 해요.
아니면 방콕처럼 교통 수단이 충분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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