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여자의 골덴위크 [10] 방콕, 잉여로운 하루.
[2012년 5월 3일, 아침]
방콕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
내일은 체크아웃하고 뭐 하다보면 늦어도 여섯시까진 공항에 가야하니까 정신없을거 같으니-
뭔가 해야한다면 오늘 다 해야되는데, 이런이런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엘 : 오늘 친구(히키) 안만나?
나 : 메세지 보냈었는데 연락이 없네.
엘 : 바쁜가?
나 : 방학일걸? 나도 몰라, 못만나면 말지 뭐~
방콕으로 돌아온 하루사이에 뭔가 감정상태가 오락가락 하는 것 같은 기분.
날은 참 좋은데, 이런 날 밖에 나갔다간 더위 먹기 딱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일단 아침 먹으러 가서 또 만찬을 (...) 여러번 왔다갔다 하기 귀찮다보니 늘어놓게 된다고 변명을 해본다. (뭘 위해? ㅋㅋㅋ)
느즈막히 내려가서 인지 썰렁하고 좋으네. 희한하게 별거 없는데도 조식 먹으면서 앉아있다 보면 1시간이 훅 지나간다.
내일은 집에 가는 날이닌깐, 왠지 정신이 없을 것 같아서 밥먹고 올라와서 짐을 한번 미리 싸봤다. -_-
세관에서 검사받기 편하게 포장해 둔거야 (...) 가져온 짐 다 빼고 면세품만 넣었더니 가방이 꽉찬다. 지쟈스 난 뭘산거냐고 ;ㅂ;!
...모자이크 부분 궁금해 하지 말아쥬세요. 초상권이 있어요! (어?)
방이 일케 보니깐 입구까지 꽤 거리가 되는구나아.
짐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사이에 엘은 태닝한다고 풀장으로 책들고 가버리고,
나는 방에 남아서 짐을 싸는둥 마는둥, 책을 읽는둥 마는둥, 사진을 찍는둥 마는둥 하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밖에서 광합성 하고 있으닌깐 기분 무지 좋다는 엘의 메세지를 받고 으흠 그럼 나도 나가볼까?
-하고 나간게 두시였나.
햇살이 가장 강렬한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하늘은 살짝 구름. 바람도 적당히 부는게 누워있기 정말 좋은 날씨네.
풀장에서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과 함께 생각 버리기 연습...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니 아주 몸을 제대로 구웠더라? 완전 땀을 뻘뻘 흘리며 찜질하는 기분으로 푹 잤네.
아 뭔가 따뜻(하다 못해 푹푹찌는)한 곳에서 자고 일어나니까 머리가 멍하고 좋은데?
근데 아까 먼저 올라간다던 엘이 카드키를 가지고 올라가서 방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메세지 보내고 R층에서 기다리는데 짠 하고 나타난 엘.
"너 태닝 하는 동안 내일 받을 스파 예약하려고 전화했는데, 지금 리셉션으로 내려오래."
"나 지금 수영복인데 이러고 내려가자고?"
"뭐 어때?
-_-어?
엘 : 야한뇬.
나 : 뭐래 ㅋㅋㅋ
.
.
.
정말 그러고 내려가서 스파 예약건 때문에 Mrs. La하고 한참 얘기하다 왔는데,
결론은 우리가 가려는 스파는 내일 예약이 Full이라 갈수가 없다는 거. ㅠㅠ
지난번에 갔던 디바나 스파의 스쿰빗점을 가볼까 했더니만.
방으로 돌아가서 예의상 가지고 온 방콕 가이드북을 펼친다.
스쿰빗 근처의 유명하다는 스파를 찾아보지만 썩 그렇게 맘에 와닿는 곳이 없다.
"라바나 괜찮다 했고...어반 리트리트 여긴 집이랑 가깝네...?"
"너 어머니가 디바나에서 뭐 사오라 했다며."
"어, 지난번에 립밤 사다드렸는데 그거 좋다고 몇개 더 사오라 하셨지."
"그럼 거기 가야겠네."
"굳이 스쿰빗 아니어도 되면 나 지난번에 갔던 씰롬으로 가자?"
"Mrs. La하고 통화해볼게."
여차저차 통화를 끝낸 후에,
"디바나 스파 통로. 라는데? 나 제대로 들은거 맞아?"
"Thong Lo? 맞을걸?"
"내일 두시. 예약완료."
그래 내일 스케쥴은 정했는데 오늘은 뭐하지? 벌써 네신데.
벤자키티 공원이 보여서 서머셋 레이크 포인트라던데. 이번 방은 테라스는 없지만 레이크뷰라 꽤 맘에 든다.
보고만 있어도 맘이 편안해지던 풍경이 이렇게 무겁게 다가올 거라곤 그땐 생각도 못했는데. 흠.
아오 놀러와서 왜 자꾸 센티멘탈한 기운 끌어안고 바닥을 치려고 하는지!! 뭐하는거야!!!!
"나가자!"
.
.
.
[16:00PM]
L and K
"이제 안덥겠지?"
"한낮보다는 안덥겠지?"
"씨암까지는 BTS를 타고 가보자구."
두둥. 오늘 왠지 아침부터 싸돌아 다닐줄 알고 가지고 왔던 BTS ONE-DAY PASS.
이 원데이 패스를 고작 아쏙-씨암-아쏙-살라댕 구간만 썼다는 사실 ㅋㅋㅋ
아쏙역까지 가는 뚝뚝 기다리는 중- 오늘따라 트래픽잼이 심하다며 20분이나 기다렸다.
아무리 한낮에선 멀어졌다 하지만 걷기엔 그래도 더운 날씨 였던지라 꿋꿋하게 기다렸다가 뚝뚝 타고 갔다.
카오산에서 뚝뚝 타보자 하던 친구 엘양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안타는게 좋을걸?-했더니 의외로 순순하게 단념을 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 셔틀 뚝뚝 타고 너무 좋아하는거 보니 그냥 타자고 할걸 그랬나 싶다 (...미안하다 ㅠㅠ)
신나는 뚝뚝라이딩? :D
서머셋 셔틀 뚝뚝은 집 to ASOK역 까지만 운행합니다 :)
걷기엔 멀고 택시를 타기엔 애매한 거리가 매력인 위치에 있어서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