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여자의 골덴위크 [9] 익숙하면서도 낯선, 방콕의 밤.
[ASOK Station]
방람푸에서 스쿰빗 집까지는 30여분 정도 걸렸나?
노련한 택시기사 아저씨가 이 골목 저 골목 쑤시고 가느라 생각보다 길이 막힌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근데말야, 사람이 참 간사하지. 이럴거면 미터로 오자고 할걸 그랬나-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난 아직도 뭔가 배낭여행 다니던 시절의 마인드를 못버리고 온건가?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포지션이 애매하긴 했어.
익숙한 그 집앞. 지난번에 나의 하이텐션 여행과 함께했던 Grande Centre Point.
여기 지나서 시티은행이 보이는 곳에서 우회전 하면 우리동네다.
스쿰빗 소이 16. 서머셋 레이크 포인트.
매번 리셉션을 지키고 있는 Mrs. La가 나혼자 반갑다 (...)
서울에서 예약을 해두고 온터라 여권을 건네주고 체크인을 하다가 문득,
"아 근데 트윈베드인가요?"
"너 스탠다드룸으로 예약해서 킹사이즈 베드인데?"
이번 여행, 오는 숙박업소마다 킹사이즈 베드의 압박이라니. -_-
"엘, 여기도 킹사이즈 베드래. 어떡할래?"
엘 : 난 상관없는데? 넌 어때?
나 : 트윈이 편하지 않겠어?
엘 : 아님 싸멧처럼 이불 하나 더 달라 해.
나 : 근데 이불이 영어로 뭔데? blanket?
엘 : ...응?
나 : blanket은 담요 아냐?
(blanket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비행기 담요만 생각하고 있었...OTL)
엘 : 일본어 할줄 아는 사람 없어?
나 : 지금 이 분이 일본어 스탭인데.
엘 : 내가 할게.
바통터치.
체크인 카운터 맞은편에 있는 소파에 몸을 깊숙하게 집어넣고 앉았다.
그냥 여기 취소하고 딴데로 잡을걸 그 생각을 못했네...
"캣, 트윈으로 변경하려면 1박에 1천바트씩 더 내면 된다는데 변경할래?"
"그래 변경하자."
"너 괜찮아?"
"안괜찮음 어쩔건데? ㅋㅋㅋ"
"취소하고 딴데 잡지 그랬어."
"귀찮아~올라가자 올라가자~ 집이다 집~"
원래는 타워B의 스탠다드룸을 예약했는데, 이불을 추가로 받을 수 없다는 말에(안된단다!!!)
1박에 1천밧씩 더 내고 타워A로 옮기면서 트윈룸으로 변경했다. 트윈룸은 첨인데?
들어가니 뭔가 심플하고 길쭉한 직사각형 구조! 서머셋같은 레지던스의 최대 장점은 빨래를 할 수 있다는 것!
장기여행 하면서도 빨래를 직접 하고 다림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하던지.
1주일 밖에 안되는 이 여행도 마찬가지다. 너무 더워서 옷을 하루에 세번은 갈아 입는데 빨아서라도 입어야지!
근데,
이거 뭐야? 왠 간식? 내 사랑 킷캣이라니?! 심지어 Oil도 있다. 오밤중에 칩스라도 튀겨야 겠는데?
냉장고를 여니 버터,치즈,계란이 구비되어 있고. 으아니? 서머셋을 그렇게 뻔질나게 왔는데 이런건 첨인데?
"야 돈을 얼마를 더냈는데 이거 당연히 있어야 되는거 아니야?"
"나 더 비싼 방 묵었을때도 이런거 안주던데 - _-"
"좋은게 좋은거지 뭐."
"그런거지 뭐."
넓은 듯 하면서 좁은 것도 같은 직사각형 구조의 독특함.
우리가 꿈에 그리던 트윈베드가 요있네 - _-; ㅋㅋㅋ
솔직히 한이불 덮어도 상관은 없었는데 여행 막바지에 (벌써 막바지고;;;)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자 트윈베드를 고수하였다.
서머셋 도착하면서부터 정신줄을 자꾸 못붙잡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엘양이 밥먹으러 나가자고 한다.
우리의 저녁은, 원래는 첫날 도착해서 먹으려고 했던 차이나 타운의 Sea Food!
내가 오기 전부터 맛있다고 맛있다고 노래노래를 했던 데다가, 첫날 저녁은 무조건 여기서 먹자고 박박 우겼는데-
카오산에서 김치말이국수를 한그릇씩 먹었더니 몸이 퍼져서 ㅋㅋㅋㅋ 움직이기 귀찮았던 데다가 그날의 멘붕이라니.
절대 못올 상황이었으니 싸멧에서 돌아온 지금이 기회!
차이나타운 간다하니 집에서 택시를 잡아 주었다. 차이나타운의 가장 번화한 곳에서 내려준다. 그 곳은 쏘이 텍싸쓰~
태사랑 t모님의 마음의 고향이기도 한 T&K Seafood 입성!
오랜만에 만나는 맛나고 저렴한 메뉴들 :D
차이나타운 길바닥에 수백명이 모여서 시푸드를 먹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T&K지만 송크란도 끝나고 평일저녁이어서 그랬는지 바로 앉을 수 있었다.
비야씽에 남켕 기본 셋팅으로 시켜주고 시작하쟈.
히키가 알려준 음식 중에 내가 쏨땀 다음으로 사랑하게 된 꿍채남빠! 이거 정말 최고야!
앗녕? 담에 왓아룬이 보이는 그 곳에서 다시 먹어주겠어!
맥주안주의 갑 "텃만꿍"
모두의 사랑 뿌팟퐁커리. 으헝헝 너무 먹고 싶었어 ㅠㅠ
어딜가나 기본이 되버린 팍붕화이댕 :D
그리고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뭔가 신메뉴 출시 느낌으로 붙어있던 칠리소스에 볶은 새우도 시켰다.
이거 이름이 뭘까? 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한접시 더 먹을까? 했는데 이미 우린 배가 너무 불렀어.
그리고 이 날. 뭔가 컨디션이 상당히 안좋았던 관계로 이렇게 잘 먹고 배가 너무 아파서 담날 오후까지 고생을 했다는 것 (...)
방콕와서 집에 가기 이틀전에 물갈이 하냐고 모두가 날 비웃었지만 -_-;;;
올때마다 매번 위에 문제가 있거나 장에 문제가 있는 채로 오고 있지만 그래도 맛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T&K.
이날 여기서 찍은 사진을 실시간으로 페이스북에 업뎃하며 여러사람 울렸다는 못된 Kate. 음트트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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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차이나타운을 살짝 걸어볼까나? 하다가 발견한 왓슨.
원래대로라면 부츠를 털어야 되는데 왠지 왓슨을 털고 있는 나 발견.
뭔가를 쓸어 담았...? 리스테린 녹차맛이 새로나왔길래 나도 모르게 사버렸어 (...)
그리고 저 핸드소프는 3개 사면 199바트라길래 나도 모르게 깔별로 집다보니 어느새 3개? 으응?
왓슨 구경하고 있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안되겠다 SOS.
"엘, 집에 가쟈!"
아픈거 맞니. 왓슨 앞에 석류주스를 팔길래 이건 사가지고 왔다.
한개에 40밧인데 3개사면 100밧이라길래 집에 냉장고도 있겠다 3개 사왔음.
택시타러 가는 길에 의미없이 담아본 차이나타운. 언제쯤 여길 멀쩡한 컨디션으로 오게 될까? 올때마다 이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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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서 상태를 진정시킨 후에 다시 집앞 수퍼에 장보러 나왔다.
울 동네에서 내가 젤 좋아하는 24시간 수퍼마켓 FOODLAND Supermarket! 쏘이 16에 있는 컬럼 레지던스 옆에 붙어있다.
이런 바람직한 수퍼의 풍경.
쌩쏨~ 119밧 :D
모두가 사랑하는 빅사이즈 요구르트!
엘양은 수퍼마켓에서 일본 브랜드 완전 많다며 그것도 신기하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네?
수퍼에서 집어온 전리품들. 밑에 칸에 있는 빨간건 차이나타운에서 사온 석류주스 3형제이다.
쌩쏨은 굳이 냉장보관 안해도 되는데 어째서인지 계속 냉장고에 있게 되네 ㅋㅋㅋ
(저게 꼬 싸멧 들어가기 전에 샀던 그 쌩쏨임 -_-;;; 가서 결국 사마시느라 안마셨다는 그런 이야기)
리찌랑 망고스틴, 람부탄은 야채실에 쌓아놓고.
JW에게 인증샷 투척해주기 위해 김사진도 찍었다. (...좋냐?!)
방콕집에 오면 늘 그렇듯 홈파티를 셋팅하게 되는거지.
창에서 새로 나온듯한 저 파란 소다는 라무네같은 향이 나던데 쌩쏨이랑 꽤 잘 어울렸다. 색깔도 예쁘고. Try 해보세요 :D
할쟁일 이동해대느라 피곤한데도 쉽게 잠들 수 없었던 이유는 몸이 아파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
익숙하면서도 낯선 방콕의 밤.
뭐랄까.
"나 여기 방콕에 또 다시 올 자신이 없어."
라는 말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