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여자의 골덴위크 [4] 우여곡절 카오산로드 밤산책 :D
[19:00PM 방콕도착 : 카오산로드 입성]
수왓나품 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잡기 위해 3층 출국장으로 다시 올라갔다.
1층에서 택시를 잡아도 되지만, 이런저런 말들이 많아서 늘 하던대로랄까, 해주던대로일까.
3층에 출국하는 사람들을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택시를 잡는다.
왠지 먼저 다가와서 어디가냐고 묻는 아저씨가 있길래,
"빠이 타논 파아팃 유티 방람푸 카-"
...라고 람푸하우스랑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가달라 말했다.
머라머라 하더니 타란다. 응?
못알아 듣고 일단 오케이 하고 탔는데 이 아저씨, 미터를 안켠다.
"아저씨. 미터 안켜?"
"니가 600바트에 가자며?"
"내가 언제?"
아까 내가 못알아 들은 말이 혹시 -_-...
식스티 밧 어쩌고 해서 하이웨이 요금 얘기 하는줄 알았더니 혹시 씩스헌드레드 밧이었냐?!
"안돼, 미터로 갈거야 600바트로는 못가."
"그럼 공항으로 돌아갈거야."
"그래 돌아가 돌아가, 딴거 탈거야."
엘 : 왜?
나 : (상황설명) 아무리 많이 나와도 300밧인데!
엘 : 진짜? 그럼 돌아가야지.
나 : 아 오자마자. 미안미안.
엘 : 괜찮아~ 난 모르잖아 ㅋㅋㅋ
나 : 나도 맨날 잡아주는거 타거나 히키가 델러오고 하닌깐 몰랐어 :'( 으익 짜증나.
엘 : 괜찮아 딴거 타면 되지 모~ 걱정마 친구.
-_-;;; 오기 전에 아무리 생각해도 수왓나품 도착하자마자 정신줄을 놓을 것 같더라니, 생각대로 됐네?
암튼 다시 3층으로 돌아와서 (뭔가 공항앞 도로 라이딩을 하고 다시 제자리 ㅋㅋㅋㅋ)
이번엔 먼저 다가오는 사람 말고 내가 직접 골라서 탄다! 는 마인드로 오렌지색의 택시를 골라타고,
"아저씨 나 방람푸 미터로 고고."
"오케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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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웨이 톨비 총 70바트. 공항에서 방람푸까지 245바트.
총 315바트에 올 수 있는 거리를 600밧에 올뻔했다. 3층 출국장도 정신 번쩍 차리고 댕겨야 되는구나.
오렌지색 택시 아저씨가 고마워서 300바트 쿨하게 내고 "거스름 돈은 괜찮아요." 했더니 완전 좋아하셨다. :D
암튼 올때 오더라도 카오산에 캐리어는 끌고오지 말아야지, 했는데 내가 여길 기어이 캐리어 끌고 왔구나 -_-;
우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거친 보도블럭 위를 거대한 캐리어를 끌며 람푸하우스까지 걷기.
오기 전에 예약하고 온 람부뜨리의 인기 게스트 하우스 람푸 하우스.
우리가 체크인 한 날도 FULL이었다.
골목에 있는 간판. ㅎㅎㅎ
첵인하고-
흐응. 지난번엔 방없다고 퇴짜맞았는데 예약하고 오닌깐 좋구나.
에어컨 트윈룸-219호- 깔끔하고 괜찮았다.
역시 카오산,람부뜨리의 인기숙소다운 쿠월리티?
아빠한테 침대만 살짜기 보이는 셀카를 카톡으로 보내드렸더니
"뭐니 저 간이침대는" 하셨다는 -_-;;;
간이침대가 아니라 나무로 된 싱글베드인데 (...)
테라스도 있고 화장대도 있고 라탄체어도 하나 있고-
방바닥에 개미가 초큼 있긴 했지만 하룻밤이니까 OKOK.
(희한하게 개미한테 엄청 잘물리는 체질이라 개미가 무서워 ㅠㅠ)
첵인하고 짐풀어서 면세품을 죄다 캐리어에 때려넣고, 낼 아침 싸멧 들고갈 짐만 남겨 놓고!
짐 맡겨 놓으러 동대문으로 꼬 꼬. 간김에 엘은 에라완 옆 환전소에서 환전했따.
방콕 도착, 첫식사는 동대문 김치말이 국수-*
이게 어찌나 먹고 싶던지, 여전히 맛있는거 있죠. ㅎㅎㅎ
이거 페북에 올렸더니 "넌 거기까지 가서 한식..." 뭐...
다이어트 한다고 그동안 뭔가 먹는둥 마는둥 하다가 김치도 국수도 3주만에 먹는 듯;;;
게다가 엘은 일본에서 온지 하루만에 방콕으로 날아온거라 한식을 먹는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고!
거기가 어디든 먹고 싶은걸 먹는 우리가 챔피언이라규!
사실 차이나타운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다시 가기 귀찮기도 하고 뭐 이래저래.
아아 사진보니까 또 먹고 싶어라...
밥 먹고 배 뚜둥기면서 람푸트리로드에서 카오산까지 걷기-*
귀여운 고양이. 우리집 호랑이는 잘있겠지? 오자마자 걱정되네...
여전히 불야성, 카오산 로드.
미칠것 같은 열대야에 고작 10분 20분 걸었다고 땀이 뻘뻘 나길래 보이는 과일주스노점에서 바로 땡모빤 하나 갈아달라 하였지.
사진찍고 있으니 한껏 어필해주시는 센스만점의 총각.
이것이 카오산로드표 수박쥬스 :)
오빠가 여행 가기 전날 책 보라고 주면서,
"너 친구랑 여행 가는거 처음 아니야?"
"그치 맨날 혼자 가거나 남자친구랑 갔었지."
"여자 둘이면 그동안이랑 엄청 다를걸? 조심해-특히 밤에."
"별 일이야 있겠어?"
"일단 가봐. 다르다닌깐."
오빠는 여자도 아니면서 그걸 어찌 아는거지?!
오빠 말대로 엘과 함께 걷는 도중에...카오산에 이런 애들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말거는 서양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나 완전 컬쳐쇼크 ㅋㅋㅋ
"어디서 왔어? 영어 할줄 아니?"
"(웃으며 고개를 흔들흔들)"
"말도 안돼 영어를 못한다고?"
"(그냥 미소)"
"믿을 수 없어!"
-_-...영어 못하면 안되냐?
이 놈들 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할거라 생각하는거야? 그 자신감은 뭐야?
애니웨이,
우린 오밤중에도 정신없는 카오산로드를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걷고 또 걸었다.
그것은 바로 매니큐어 패디큐어 ㅋㅋㅋ
오기전날 직접 하려다가 못하고 왔으니 오자마자 해야할 일은 이거! 라고 정해두었지.
근데 막상 찾으려고 하니까 눈에 안띄는건 전세계 공통이냐 -_-
카오산에서 분명히 네일 받았다는 글을 많이 본거 같은데 찾으니까 하나도 안보여.
빙글빙글 돌아가 수지워킹스트릿쪽에 늘어져있는 맛사지샵 메뉴에 "매니큐어 패디큐어" 발견!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두세군데 물어보고나서야 한다는 집을 겨우 찾았넹.
[메뉴에 있어도 네일,패디 해주는 분들은 일찍 퇴근 하는 가게들이 많은듯-]
엘양.
훌륭한 기럭지 덕분에 샵 아주머니가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계속 묻더라는 ㅋㅋㅋ
손은 로얄컬러인 옐로, 발은 브라운으로. 후후후.
손발 다 하는데 ONLY 250밧!!!
하지만 베이스코트 탑코트 이런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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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인데 그냥 자는건 아쉽지? 하면서 집 앞에서 맥주 한잔씩 하고 들어가기로.
싱하 드래프트를 시켜서 홀짝홀짝.
뭔가 내가 방콕에 와있단 사실이,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의 부재가 생각보다 많이 힘든 그런 밤이었다.
나는 이때부터 멘탈붕괴가 시작되고 있었고, 그 사이에 내 핸드폰으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가 친구의 멘탈을 붕괴시켰더랬다.
아주 프라이빗한 사건이었던 관계로 그 일에 대한 설명은 패스. 죽을때 까지 나만 알고 있으마 ㅋㅋㅋ
덕분에 엘은 숙소로 먼저 돌아가고 나는 나대로 센티멘탈 해진 감정을 끌어안고 밤거리를 헤매다가,
들어올때 물 사들고 오라는 말이 생각나서 잠깐 세븐에 들렀다.
흑, 나 이거 싫어 ㅠ_ㅠ 새벽 두시에도 세시에도 술이 마시고 싶으면 어떡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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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사들고 30분쯤? 있다가 숙소로 돌아가니 내 친구 엘은 내일 서울로 돌아가야 하니 꼬 싸멧은 나보고 혼자 가란다.
응? 뭐라고?
일단 맛사지를 받으면서 내일의 일정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집앞으로 나왔...는데 그때가 새벽 두시 ㅋㅋㅋ
우리가 지금 이렇게 맛사지나 받을때니 친구?;;;
"캣, 서울까지 편도 얼마지?"
"몰라 한 4만엔 안한다 했니?"
"아아 돈도 돈인데 이게 뭐야 진짜."
정신차리고 생각해보자고 한시간짜리 타이맛사지를 받고나니 그 시간 새벽 세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사지 받고나니 배고프다며 다시 카오산 로드에서 칩스 먹은게 3:40AM.
우린 미쳤어.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한통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멘탈이 파괴되어가고 있던 친구의 맘도 모른채,
맥도날드에서 만난 프랜들리한 외쿡청년이 캠코더를 들이대며 "아가씨들 나의 여행 비디오에 코멘트 부탁해!" 하며 말을 걸어오길래
신난다고 오예 우린 코리아에서 왔어 나이스투밋츄야 이러고 있었네 -_-;
만나서 반가운건 둘째치고 우리의 대화는-
"아 역시 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 싸멧은 너 혼자 가."
"나야 혼자가는건 문제가 안되는데. 넌 정말 가게?"
"가는거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가야지."
"아아 리조트에 여자 혼자 갔다간 자살하러 온줄 알고 특별관리 당한다고."
"그럼 너도 한국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콕 1박 2일 초 럭셔리해졌어 갑자기."
"아님 다 취소하고 너 치앙마이라도 가는게 어때?"
"야 여기서 치앙마이 기차로 15시간이야 무슨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네?"
멀고말고 -_-;;;;
"그냥 혼자 리조트 가서 특별관리 당할란다. 갔다가 내 시체 수거하러 다시 와, 친구."
Trrrrrrrr........
그때 다시 걸려온 전화.
엘 : 나 전화 좀.
나 : 받고 와.
"캣, 나 돌아버리게쏘~~~~~~"
"왜????
"장난 친거래~~~~~~~~~~~~~~~~~~ 서울 안가도 돼 ;ㅂ;ㅂ;ㅂ;ㅂ;ㅂ;ㅂ;ㅂ;"
"야이 !#$&&ㅣㅗㄹ&()(&^_+)ㅑㅓㅎㄲ!M~!#$%^&*&^^&ㅇㄴㄱ 야?! 그딴 장난 치지 말라고 해!!!!!!"
사랑하는 친구의 남친님 덕분에 도착한 첫날부터 멘탈은 이렇게 붕괴 되었다고 한다.
동대문 사장님 : 싸멧가는 버스가 여기서 출발하니까 내일 아침 8시까지 동대문 앞으로 와.
...라고 하셨는데 우리가 잠든 시각 아침 5시.
살아서 싸멧까지 갈 수 있을까.
Sleepless in Lamphutree R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