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그리고 첫번째 태국(2) - This is "Pai"(빠이) 1편
빠이 (2111. 7월 초순경 열흘동안 머무름)
태국을 몇 번 드나들면서도 특별히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지난 번 치앙마이를 잠시 거쳤을 때에는 존재조차 몰랐었고.
아무튼 듣기에 느낌이 좋다. 빠!이!
(안녕하며 인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달콤한 음식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을 것 같은 이름이다.)
빠이에 대한 한국여행객들 반응의 80% 이상은 칭송과 찬양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신앙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전의 수수함을 잃어가는 빠이에 대해 배신한 옛 연인을 대하듯이 몰아세우며 추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쩌랴
사람도 사랑도 장소도 변하는 것을...
어쨌든 직접 가서 봐야지만 나만의 "빠이"가 생기는 것
But, 미니버스가 한번에 실어다 주고 시간도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가는 길은 의외로 쉽지만은 않았다.
냉기없이 바람만 나오는 에어콘 밑에서 땀은 쉴새없이 흐르고, 굽이굽이 계속되는 커브길에 속은 메스꺼워지고. 무엇보다 울고 칭얼대는 아이들 때문에 차안의 다른 여행객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마음을 영 불편하게 했다. (사실 나라도 이런 여행객은 별로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조용히 쉬러 온 배낭족에게 우리 가족은 어디를 가나 민폐 여행객이었다.)
다행히 옆에 있던 독일인 커플은 아이들이 자리를 넓게 쓸 수 있게 옆으로 비켜 앉는 등 가는 내내 소소하게 배려를 많이 해주었지만, 그러한 배려가 또 신경 쓰이게 되는 것을 어쩌랴!
(여담이지만 한국 사람은 애기들을 보면 이쁘다고 아는 체는 잘하는 편이지만, 아이들에 대한 배려에 있어서는 서양 사람들이 더 세심한 것 같다. 개인성향을 떠나 문화적으로 잘 훈련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냥 개인적인 경험치에 근거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멀미로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우여곡절 끝에 빠이에 도착했지만, 한여름 오후 2시에 대면한 빠이는 명성에 걸맞는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산한 거리, 지면에서 현기증 나도록 올라오는 아지랑이...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아가는데 10미터도 안되어서 땀이 등에 배기 시작한다.
열기를 내뿜는 한산한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는 난민 가족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좀 쉬려 했지만 에어콘이 없는 관계로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테라스에서 마르지 않는 땀을 닦으며 앉아 있자니,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열흘 동안 뭘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그래 일단은 쉬원한 코코넛으로 목 좀 축이고 생각하자구
일단은 도보로 이지역 유일한 재래시장을 구경했지만, 규모도 작고 치앙마이에서 다양한 시장을 경험하고 온터라 그다지 큰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그냥 먹거리 재료 위주의 소박한 시골시장이다. 그래도 수확이라면 아이들이 득템한 미니마우스와 도라에몽!
그래 여기까지 멀미하며 쫓아온 보람이 있었어
저녁에 지친 몸을 시원한 맥주와 상큼한 Mojito로 달래고는 긴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것은 태국여행의 축복이다.
(태국의 맥주는 찬양을 받아 마땅하다. “싱아”, “레오”, “타이거”, “창” 어느 하나 인물이 빠지는 넘이 없다. 하긴 이곳과 같은 날씨와 분위기에서는 “하이트”를 마신들 맛이 없을까만은. 태국과 맥주는 궁합은 언제나 환상적이다.)
"레오" 줄까 "모히또" 줄까 말만혀!
이틀째가 되자 본격적으로 “할거리”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하게 되었다.
빠이는 주로 목가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유유자적하는 곳이지만, 멋진 풍경을 감상하려고 해도 기동력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관계로 태국의 많은 지방에서도 그러하듯이 여기도 “스쿠터”가 대세이자 진리다. 하지만 와이프는 물론이거니와 나도 이륜자동차를 몰아 본적이 없을뿐더러 우리는 어린 아이들을 셋이나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중이다.
엄두가 안났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다.!!!
들쳐 업고
앞뒤로 매달고
지금 돌이켜보면 만행으로 치부되어야 마땅하지만(당연히 아이들을 데리고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안전상 위험천만한 일이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아이들을 앞뒤로 앉히고 또는 업고 타는 모습을 너무 많이 목격하면서 우리도 서서히 "Pai-nization"이 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하루 150바트로 자유와 낭만을 사는 것!
우리가 스쿠터를 달렸을 때 “빠이”는 나에게로 와서 비로소 “빠이”가 되었다.
처음 “coffee in love"까지 가는 길은 너무도 긴장되었고 중간에 기름 넣는 일도 큰 일처럼 여겨졌지만, 이후부터 우리는 ”unstoppable“이 되었다.
우리 라이딩의 첫번째 목적지 "coffee in love" - 비틀즈의 "The long and winding road"가 배경음악으로 깔려야 할 듯
“빠이 캐년”, 썰렁하다는 예고편을 하두 많이 접해서, 생각보다 썰렁하지 않아서 좋았다. 무언가에 대해 기대치를 낮춘다는 것은 때때로 작은 행복을 주기도 한다. 그냥 우리나라 시골 뒷산에서도 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협곡에 파이캐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지은 것에 대해 유머스러움이 느껴져 좋았다.
빠이 캐년 홍보 포스터 - 제목 "그렇게 썰렁하지만은 않아!"
빠이 마을의 남쪽을 쭉 훑고는 언덕위의 사찰(유명한 곳인데 이름이...)에 앉아 빠이 마을을 내려다 보자니, 나른한 만족감이 밀려왔다. 그래 내 인생에서 계속 되새김질될 기억의 한자락이야. 가족, 시간, 한줄기 바람, 모든 것이 내 곁에 있다. “as good as it gets"
이 또한 됴티 아니한가?!
밤에는 빠이 시내(라고 해봐야 1km로 안되는 두어 골목이 다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잘한 물건을 쇼핑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맥주와 함께.
아무리 촌스러운 티셔츠라도 가운데 "Pai"라고 떡 박혀 있으면 일단 먹어준다
빠이스러움에 한 몫하는 아기자기한 노점상들 - 살 건 없으니께 보기만 혀
맛난 것도 마니 묵고 다니자고!
빠이의 시내거리는 카오산로드의 “팬시버전”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겨울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었다. 물론 이곳도 예전에 비해 빠르게 상업적인 모습으로 변했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여기저기서 수수한 멋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화려한 화장 아래로 풋풋하고 건강한 시골처자의 얼굴을 아직까지는 볼 수 있는 것이다.
- 글이 한번에 안올라가서 둘로 나눴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