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6년만의 배낭 여행 #06 - Siam!!/랍디 게스트하우스(Lub d)
씨암 랍디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을 빠져봅시다!!
숙소, 숙소가 문제!!
방콕 방문만 이번이 세번째이면서 태국 배낭여행 초짜들이나 하는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그 실수가 뭔고 하니....방콕에 도착하면 무조건 며칠은 카오산로드에서 묵어야한다는 (초짜들만의) 룰 아닌 룰을 따라갔다는것. (제길!!)
방콕을 처음 방문한 건 2002년 가을이었다.
인도를 여행한 후 태국에 10일간 스탑오버를 했는데, 문제는 내가 인도를 너무 사랑했어!! 그래서 인도와 헤어지기 싫었어!! 기어이 꼴까타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진짜 대성통곡했다.-_-;;)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이별을 했더랬다.
이렇게 열렬히 사랑하는 첫사랑과 (인도는 내 첫 해외여행지) 울며불며 헤어지고 억지로(?) 새 남자(응?)를 만나니 당췌 적응이 되야 말이지.
헤어진 내 님은 촌스럽고 가난하지만 건전한 성품에 언제나 나와 짜릿한 모험을 함께하며 매일매일을 즐겁게 해줬는데, 새로 만난 이 남자는 새끈하게 잘 빠진 도시 남자. 환경도 나랑 비슷하고, 모험심이래야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 남자가(=방콕) 알고보니 밤마다 유흥까지 즐겨!! 맨날 술이야!!! (=카오산로드)
카오산이 방콕의 전부인줄 알았던 난 결국 10일의 스탑오버를 5일로 줄이고 한국으로 뒤도 안돌아보고 떠났더랬다.
두번째 방문은 2008년 가을이었다.
취업때문에 일주일동안 머물렀는데 알고보니 사기 비스무리한겨. 어떻게 한 취직인데....하며 처음엔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숙소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40kg짜리 짐을 끌고 길거리를 헤매게 만들질 않나, 생전 처음보는 사람한테 신세 지며 얹혀 지내도록 하질 않나.....게다가 음식은
왤케 다 기름지고 짜...ㅜ_ㅜ 그야말로 방콕의 지옥 여행 풀 패키지를 경험하고 일주일만에 손털고 나왔더랬더랬다. 그 때의 유일한 성과는 단 일주일만에 7kg이 빠졌었다는거 정도? (그나마도 귀국 후 바로 복귀;;)
이쯤되니 방콕에 대한 미련도 희망도 없었던 난 일단 카오산에서 방콕 배낭여행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수집한 뒤 다른 도시로 뜨기로 하고 한국에서 한인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에 며칠 묵는 선금까지 걸고 카오산에 입성했더랬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한인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는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 침대가 다 차고 구석에 딱 한 침대가 남아있었는데, 진짜 인도 시골 촌구석에 처박힌 초 싸구려 게스트하우스에서나 볼 법한 침대의 위용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매트리스는 가운데가 완전히 푹 껴져서 누우면 허리가 15도 정도 꺾여 잠을 잘 수 없는 상태였고, 그나마 위생상태도 매우 의심스러운 상태였다.
화장실겸 샤워실은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찜찜해 화장실 신발 조차 신기 꺼려질 정도였고, 물품 보관함의 빈 곳은 자물쇠를 거는 고리가 아예 뜯겨져있었다.
일단 사장님에게 말을 해 물품보관함의 고리는 고쳤으나 침대를 보니 한숨만 푹푹 나오는 상황.
급한대로 샤워하고 가져갔던 사롱을 침대보를 대신해 깔아보았으나 도대체 이 매트리스 상태에서 어떻게 잠을 잔단 말인가!!
같은 방을 쓰던 다른 여행자들조차 이 침대는 정말 심하다...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데....하.....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깝깝한 밤이었지 말입니다. (후우)
결국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한 후 어차피 방콕에선 며칠 안 묵을거니까....하며 샤워를 하는데.....얼굴에 빨갛게 발진처럼 도돌도돌 무언가 올라오고 있는게 아닌가!!
헉!!!! 역시 매트리스가 문제였어!
선금이고 뭐고 도저히 이런 숙소에선 하루도 더 못지내겠다 싶어 역시 옆자리에서 비슷한 침대 상태때문에 고통스러운 밤을 보낸 다른 여행자와 의기투합하여 카오산 숙소 투어를 나섰더랬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가이드북을 동원하여 평이 괜찮다 하는 숙소는 다 둘러보았으나 다들 상태가....-_-;;
특히 나처럼 무료 와이파이와 청결 상태를 중시하는 까다로운(?) 여행자에게 카오산로드에 있는 숙소들은 중급조차 눈에 차지 않았다.
가격이 저렴하면 위생 상태가 처절했고, 가격이 비싸면 가격대비 방 상태가 영~ 거시기했던거지.
그러다 떠오른 숙소가 씨암의 랍디(Lub d) 게스트하우스.
'씨암이라니....카오산을 벗어난다니....나 아직 방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괜찮은걸까.....바가지만 옴팡 쓰면 어떻하지?' 라는 우려가 앞섰으나 일단 구경이나 가보자며 가봤던 랍디 게스트하우스.
결론은 나 왜 카오산에서 헤맸던거니. (-0-;;)
여기가 바로 랍디 게스트하우스
랍디 게스트하우스의 장단점
비수기 도미토리 기준 랍디 게스트하우스의 하루 숙박비는 600밧. 가격은 주중과 주말 가격이 다르고, 미리 예약을 하면 할인이 된다. 이 후 난 방콕에 올 때마다 랍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보통 아고다를 통해 예약하고 500밧을 지불했다.
아니 하룻밤에 500밧짜리 방 그것도 도미토리 가격이 그정도라니!! 완전 럭셔리 여행자네!!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랍디 게스트하우스의 위치와 시설을 가격과 비교해보면 실제 카오산에 있는 그저그런 게스트하우스의 방값보다 실상 크게 비싸지 않다.
카오산로드의 장점은 내가 도보 루트로 돌았던 왕궁과 사원, 국립 박물관이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있다는 것. 근데 이건 내가 해봐서 아는데(쿨럭;;) 멋모르고 도전하면 죽습니다 죽어...-_-;;
어찌됐든 하루에 다 돌긴 힘들고, 무시무시한 태국의 더위 아래 그렇게 오래 걸어다니는 것도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는 일. 게다가 그 외의 다른 볼거리들은 사실상 카오산로드와 멀리 떨어진 다른 동네에 있다는 사실.
카오산로드의 두번째 장점은 각종 여행사 및 편의 시설이 모여있다는 것과 밤문화가 발달해있다는건데.....그런 밤문화는 밤새도록 술마시며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여행 방식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나 매력이 있는거고. 낮에는 열심히 보고, 먹고, 체험하며 하루를 보내고, 밤엔 조용하고 편안하게 쉬거나 조용한 곳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방식을 선호하는 여행자들에게 카오산에 있는 숙소는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그저 하룻밤 때울 수 있는 곳.
고로 카오산이 아닌 곳에 묵는 유일한 단점은 여행사 및 편의 시설을 가깝게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
근데 이도 간단하게 해결이 되는 것이 랍디 게스트하우스 길 건너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일반 버스 (에어컨 안나오는 털털거리는 서민 버스)를 타면 카오산에 한 방에 도착한다는 것. 버스비가 7밧(28원)이여~ 그러니 카오산에 있는 여행사 이용할라면 그냥 버스 타고가면 장땡.
게다가 시설이 카오산에 있는 왠만한 게스트하우스들과는 비교 불가.
숙소 입구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 당연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밤이면 여기서 수다떨거나 기타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여행자들도 있다.

도미토리 내부 모습 - 상큼하지 않은가!

침대의 위생상태는 최고 수준.
- 이정도 청결은 태국내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항상 깨끗하고 뽀송뽀송하게 관리되는 공동 욕실겸 화장실.
(워터마크가 붙여져 있지 않은 사진들은 모두 랍디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일단 이 게스트하우스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위생 상태.
건물 자체가 새로 지어진 건물인데다, 숙소 직원들이 위생 상태야 말로 게스트하우스의 입소문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너무나 잘 알아 숙소 내 모든 시설에 대한 위생 상태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체크인 하면 하얀 침대 시트와 하늘색 담요를 주는데 섬유유연제 냄새가 폴폴 나는데 딱 보기에도 깨끗하게 세탁되어진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침대 매트리스도 푹 꺼진 오래된 매트리스가 아닌 평평하고 탄력있는 매트리스. 그리고 방 내부도 항상 깨끗하게 청소되어있다.
방엔 커다란 개인 물품함이 있는데 내 40리터짜리 써미트 배낭이 두개는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크다. 왠만한 대형 사이즈 캐리어도 쑥 들어갈 정도.
방은 모두 전자 카드키로 잠글 수 있으며, 에어컨 빵빵하고, 개인 독서등이 따로 마련되있으며, 침대마다 콘센트가 마련되어있어 전자제품도 얼마든지 충천할 수 있다. 도미토리의 경우 방에 아예 콘센트를 마련해두지 않아 복도 같은데서 충전을 해야하는 경우도 많은데 해본 사람은 안다. 이게 얼마나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를. (누가 훔쳐갈수도 있으니 충전되는 시간 내내 지키고 서있어야 하거든 -_-;;)
화장실 겸 욕실 역시 최신식. 물 잘 내려가고, 뜨거운물 팡팡 나오고, 수압도 좋다. 개인 물건을 비치해놓을 수 있는 선반도 있는데 내 경험상 거기에 물건을 보관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더라. 거기에 숙소 내 동전 세탁기/건조기가 있으며, 돈 내고 건조시키기 싫은 사람들을 위해 2층, 3층에 공동 행거가 마련되어 있다. 2층엔 공용 dvd룸이 있어서 대형 쿠션에 편안하게 누워 dvd 시청 가능(물론 무료). 로비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10대 정도 마련되어 있으며, 속도 역시 빵빵하다. 와이파이 역시 당근 무료. 내 경우 주로 시원한 로비에 있는 테이블에 노트북 놓고 충전하며 (로비에서도 충전 가능) 페이스북도 하고, 거기서 만난 외국 친구들과 수다도 떨며 주로 시간을 보냈었다.
아, 그리고 여자들을 위한 가장 큰 장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