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6년만의 배낭 여행 #05 - 깐짜나부리 일일투어 [두번째]
달려라 뗏목아!!
깐짜나부리 일일 투어 - [두번째]
아기 표범들로 인해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향한 다음 코스는 그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를 지나는 철도 체험.
일행을 태운 차량은 콰이강의 다리라는 초라한 안내판이 지키는 기차역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관광객들은 선택을 해야했다. 앉아갈 수 있는 좌석이 정해져있는 나름 1등석은 업그레이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하고, 사람이 많으면 서서갈 수도 있는 입석칸은 그냥 타도 된다는 것. 아....이것이 바로 패키지 여행(과 투어)를 이용하면 있다는 옵션이로구나! 늘 배낭여행만 해왔고, 사막 투어말곤 투어라는 것 자체가 없었던 인도와 네팔에선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던 옵션 선택의 순간.
이때 일행이 조용히 속삭였다.
"언니, 제가 한국에서 알아보고 왔는데 이 기차 꽤 오래 달린대요. 그래서 대체로 승객보다 좌석이 더 적다더라구요. 그래서 돈 조금 더 주고라도 확실하게 앉아서 가는게 훨씬 낫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그렇담 1등석 가야지."
제 몸 좀 더 편하자고 돈 더주는 이런 태도는 당연 1불에 울고 웃는 일명 거지 배낭여행자에겐 맞지 않는 태도라고 보겠으나.....그래도 이 더운 날씨에 사람이 일단 살고 봐야하지 않겠소. 당장 온 몸에서 육수가 콩죽처럼 흘러내리는데 기차안에서까지 서서가기는 싫다는 이 얄팍한 마음. 그리하여 추가 비용 100밧에 1시간 여를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티켓을 구입했다는 말씀. (흑...누가 뭐래도 돈은 정말 좋은겁니다.;;)
얘가 바로 죽음의 철도 -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는 기차
업그레이드된 좌석인 1등석 내부 모습
자~ 기차를 탔다. 그 이름도 유명한 죽음의 철도다. 그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도 지나간단다. 와아~ 신난다!!
드디어 기차가 출발한다. 승객들이 모두 들떠 카메라를 꺼내 바쁘게 사진을 찍는다. 자기들끼리 자기들의 언어로 시끌시끌 수다도 떤다.
창 밖으로 태국의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아....태국의 시골 풍경은 우리나라와 많이 비슷하구나.
기차가 점점 속력을 낸다.
철크덕 척~ 철크덕 척~
기차 바퀴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공기중에 울려퍼지고, 뚫린 창문을 통해 후덥지근한 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 이제 좀 시원해지려나.
5분이 흘렀다.
사람들은 여전히 부산스럽고, 여전히 들떠있다. 그리고 창 밖으론 짙푸른 수목이 우거진 태국 농촌의 풍경을 시원스래 보여준다. 어, 소도 있네!!
10분이 흘렀다.
사람들이 조금씩 조용해지기 시작한다. 몇몇은 벌써 상모돌리기를 하며 졸고 있다. 그리고 창 밖으론 여전히 짙푸른 수목이 우거진 태국의 농촌 풍경을 조용히 보여준다.
15분이 흘렀다.
기차 안은 쥐죽은듯 조용하다. 나도 이미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든 상태다. 머리를 기차 벽면에 기대자니 골이 흔들려 견딜수가 없고, 의자에 기대자니 안그래도 딱딱한 나무 의자가 목받이가 없어!! 창 밖으론 여전히 짙푸른 수목이 우거진.........................이젠 젠장!! 도대체 한국하고 비슷한 시골 풍경을 얼마나 더 봐야된단 말인가!! 게다가 바람은 왜이리 더워!! 아무리 태국이라도 기차가 달리면 바람이 시원해야되는거 아니냐고!!!
20분이 흘렀다.
기억이 없다. 필름이 완전히 끊겨버렸다.
달리는 기차 바퀴 소리는 자장가나 다름없었고, 기차 안에 짙게 드리워진 졸음신의 손길에 모든 승객이 기절 상태.
나중에 내릴 때쯤 보니 그제서야 눈뜨는 사람들도 있더라.
여기서 추천 하나. 날씨도 덥고 새벽같이 일어나 몸도 피곤하니 그냥 100밧 더 주고 업그레이드한 좌석에서 편하게 1시간 잔다 생각하고 기차를 타라는 것.
어차피 1시간 넘게 달려봐야 창 밖으로 보이는건 태국의 시골 정취밖에 없으니. (그나마도 한국하고 심히 비슷하고)
날씨의 신께서 우리를 도와주셨다. (만세)
꿀맛같은 1시간 낮잠을 기차에서 즐긴 후 비틀비틀 걸어나와 다시 픽업 차량에 올라탔다. 점심을 먹고 도착한 곳은 강가의 선착장.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아. 순식간에 잔뜩 구름이 끼더니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고 일일 투어를 망칠쏘냐. 다들 비장한 각오로 모터 보트에 올라타는데.....비가 내린다. 아니 쏟아진다. 아니 퍼붓는다. 비를 헤치며 모터 보트를 달려 대나무 뗏목에 올라타니....아예 동남아성 스콜이 마구 몰아치기 시작. 사람 무게 + 비 무게로 인해 뗏목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으하하)
이거 이러다 뗏목 가라앉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더해 빗방울 때문에 눈앞이 흐려지는 상황. 이 와중에 뗏목은 유유히 강을 따라 흘러가기 시작한다.
그래, 이거다!! 내 운빨이 이정도는 되야지!!
지루하기 짝이 없던 투어 중간에 앞으로 태국 여행 내내 나를 쫓아다니며(...) 축복해줄 날씨의 신이 (아니 진심임다;;) 이 날도 나에게 축복의 손길을 내밀었다.
기차에서 바라보던 지루하던 콰이강이 어느새 액션 어드밴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다이나믹한 재미가 있는 놀이 공원으로 변모했다.
사람들은 뗏목의 균형을 잡기 위해 나름 무게 균형을 맞춰가며 움직였고, 빗발이 조금 약해지자 카메라를 떨어뜨릴라 조심조심하며 갑판(...)으로 나와 기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더위를 식혀주었고, 몸을 흠쩍 적셨던 땀과 먼지도 씻어주었다. 사람들은 아이처럼 발로 물장구를 치며 물놀이를 즐겼고, 다들 옷이 젖거나 말거나 그 순간을 즐겼다.
여행은 언제나 변수의 연속. 그 변수를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여행의 추억도 바뀐다. 만약 이 날 비가 오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토록 완벽한 '여행의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면 깐짜나부리는 나에게 무엇으로 기억되었을까.
기차에서의 1시간 낮잠보다도 더 강력한 충전을 비오는 콰이강의 뗏목위에서 하고 신이 나서 다음 코스로 향했다.
근데 난 정말 몰랐다. 깐짜나부리 투어에 그놈의 '코끼리 투어'도 포함이 되어있었을줄은.
코끼리대신 나와 놀아준 엄마 고양이
코끼리...탈 것인가 말 것인가
픽업 차량이 멈췄다. 여기는 어디지? 두리번거리는데 저~ 앞에서 아주 높은 정자 같은 것이 보인다.
아....!!!
그 곳에선 이미 코끼리들이 먼저 온 관광객들을 태우고 한발짝 한발짝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이 곳은 코끼리 투어장이었다.
두어마리로 보이는 코끼리에 몇 명의 사람들이 앉으면 코끼리는 동네 한바퀴 돌듯 천천히 어딘가로 향해 가기 시작했다. 코끼리 한 마리의 등에 한 번에 태울 수 있는 사람이 서너명 정도라 관광객들은 일종의 야외 휴게실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깐짜나부리 투어에 코끼리 투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난 몹시 당황했다. 태국 여행을 계획 했을때부터 내가 세웠던 가장 큰 기준이자 신념은 하나. '절대 동물을 이용한 체험이나 볼거리를 이용하지 말자'였다. 그리고 그 중에 가장 1번으로 하지 말아야할 것이 바로 코끼리 투어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태국에서 코끼리는 신성시되는 동물이었으나 자본주의의 위력이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신성한 동물은 돈을 벌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태국인들은 전통적인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아기 코끼리들을 고문에 가까운 방법으로 어미와 분리시키고, 사람을 등 뒤에 태우기 위해 잔혹한 방법으로 훈련시켰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나중에 코끼리 자연 공원에 관한 포스팅을 하면서 자세히 언급할 예정)
태국의 코끼리 보호단체에 따르면 사실상 태국에서 사람을 태우는 코끼리는 100%에 가깝게 이런 고문을 당한 코끼리이고 이 중 상당수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태국인들이 코끼리를 훈련해 사람을 태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광객들이 좋아하니까.
태국 정부조차 손을 놓고 있는 코끼리 학대를 막을 방법은 관광객들이 코끼리를 이용한 관광꺼리를 거부하는 것이라는게 태국내 코끼리 보호 협회의 주장.
나는 그들의 주장에 동참하기로 했고 그래서 가이드에게 말했다. 나는 코끼리를 타지 않겠다고. 그냥 이 휴게소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다른 사람들 다 타고오면 그때 같이 돌아가자고.
휴게소에 앉아 일행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나에게 오더니 몸을 내게 문지르며 애교를 부린다.
무거운 마음 털어버리라는 듯이.
우리집 고양이 두 마리가 생각나 쓰다듬어 주었더니 아예 내 무릎에 올라앉아 고롱고롱 잠이 드는게 아닌가.
작은 고양이의 온기가 마음속에까지 퍼졌다.
그래,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거야. 그치?
이 폭포를 마지막으로 태국에서의 폭포에 대한 기대는 모두 버렸다. -_-
깐짜나부리 투어의 마지마가 코스는 무슨 폭포였다. 폭포의 이름조차 기억못하는건 다 이유가 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이게 무슨 폭포야!!!! (-0-;;)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 몸이 물에 젖은 솜마냥 축축 늘어지는데 도착한 곳. 분명 가이드는 폭포랬는데.....랬는데.......태국애들은 폭포를 보도 못했나보다라고 결론을 내리곤 (쿨럭;;) 근처를 슬렁슬렁 걸어 구경한 후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드디어 방콕으로 돌아갈 시간.
방콕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오늘 하룻동안 경험했던 투어 내용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앞으로 일일 투어는 참여하지 않아야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곳을 편하게 돌아본다는 점에서 단기 여행자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비교적 시간의 여유가 있는 배낭 여행자에게 정해진 시간 안에 둘러봐야하고 사람들을 기다렸다 차량을 타고 계속 이동을 해야하는 일일투어는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다는 것.
더군다나 코끼리 투어처럼 내가 전혀 원하지 않는 곳에도 내가 지불한 금액 중 일부가 나누어 진다는 것도 매우 불만이었다.
그리고 투어의 내용 자체도 그닥이라는게 문제. 만약 내가 깐짜나부리 투어에 대해 자세히 알고서도 일일 투어에 참여했을까...를 생각해보니 대답은 No.
사실 깐짜나부리 지역은 은퇴한 태국 국내외의 노인들이 노후를 편안히 보내기 위해 선택할 만큼 아름답고 여행할 '꺼리'가 많은 곳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일일 투어로 그런 깐짜나부리의 매력을 느낀다는건 심히 어렵다는게 나의 의견.
고로 깐짜나부리 일일 투어는 짧은 시간안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라도 깐짜나부리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그 외의 분들에겐 비추.
나에게 있어 깐짜나부리는 쏟아지는 빗 속에 유유히 떠내려가던 대나무 뗏목의 마을.
아마도 많이 시간이 흘러 깐짜나부리의 실망스러운 면들을 모두 잊어버리면 그 기억의 끄트머리에 어린 아이처럼 들떠 미소지었던 그 운치 있게 흐르던 뗏목 위에서의 한 시간만 남을 것이다.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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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하게 오랫만에 올리는 여행기입니다.
사진 용량때문에 압축 시켰더니 화질이 안좋아졌어요.
원래 화질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simplecode81)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참고로 저의 지난 여행기도 링크 올립니다.
※ 6년만의 배낭여행 여행기 #01 ~ 04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ytravel2&sca=&sfl=wr_name%2C1&stx=%BF%B5%B1%B9%B0%ED%BE%E7%C0%CC&sop=and&x=0&y=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