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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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추억

멜보 3 2608
10월 30일...군대 갔다온 이후 내 인생 처음으로 혼자서 해외 여행을 한 날이다.
사실 호주로 유학가기 전 가장 싼 티켓을 찾다가 타이 항공을 알게 되었고 중간에 잠깐 들렀다 갈까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던 태국이었다.

태국에 대한 정보라고는 푸켓, 파타야, 에이즈, 동남아 정도...... 태국 사람이 어떻게 생긴지도 잘 몰랐고, 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정확히 몰랐던 그런 나라...

간단히 여행책에 나온대로 카오산로드로 가는 걸로 우선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겁도 없이 룸을 예약한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이 있던것도 아니고, 무엇을 할지도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던 그런 무결정 자유 여행이었다.

무거운 짐을 낑낑 끌고서 공항에서 카오산 까지 가는 택시를 탔다. 성수기가 아니었는지 그런대로 괜찮은 룸을 구할수 있었고 그때 부터 나의 자유 여행은 시작되었다..

카오산에서 가까운 왕궁, 싸남루앙, 등등의 관광지를 둘러보고 저녁에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으러 나와보니 카오산의 밤은 이미 별천지 세상.... 거리는 폭죽과 휘황찬란한 레이져 쑈, 가게 마다 크게 켜 놓은 일렉트릭 뮤직, 길에서 밥먹고, 술먹고, 카페 테이블에 올라가서 춤추던 유럽쪽의 아가씨들...
아무도 비난하거나, 시끄럽다거나 불평하는 이 없이 모두 즐겁게 밤을 세우던 카오산..

조금씩 태국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있을 무렵....나는 태국에 대한 아주 특별한 추억들을 만들게 되었다.

방콕을 거닐던 중 근방의 관광지를 묻기위해 교복입은 여대생에게 길은 물었다. 4-5명 정도의 여대생들이 내가 어리숙해보였는지, 학교 수업을 빼먹고 근방의 Dusit Zoo 까지 같이 동행해 주었다. 짧은 영어로 얘기나누고 웃고....2-3시간 지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고 해서 같이 그 학교에 방문해 보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좋은 추억을 준 그녀들에게 감사한다.

이튿날 파타야를 가보고 싶어서 택시타는 곳에 있던 젊은 아가씨에게 터미널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일부러 여대생에게 물어본 이유는 영어가 통하고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 하여튼 그녀는 에까마이 터미날로 택시를 잡아주고 같이 타고 터미날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하고 버스 뒷자석에 다른 승객들 탈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여자분이 다시 버스에 타더니 빵하고 콜라 캔 하나를 나에게 주고 다시 떠났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나는 기념품이라고 그당시 천원짜리 지폐를 준걸로 기억한다.

이런 좋은 기억들을 뒤로 하고 나는 7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호주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어학연수 등교 첫날......지각해 버린 내게 남아있던 자리라고는 딱 한자리. 우연일까 필연일까, 가장자리에 남아있던 빈자리 옆자리에는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환했던 태국 아가씨가 앉아있었다..

11년이 지나버린 지금...그녀는 나의 아내되었고, 내 아이의 엄마이며,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2000년 10월 30일....그때 만약 내가 태국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여자와 결혼할수 있었을까? 
태국을 이렇게 사랑할수 있었을까?

2012년 4월...이제 나는 10여년의 호주 이민을 마치고 태국을 나의 제 3의 고향으로 삼기로 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3 Comments
CB걸면D져 2012.02.27 11:28  
새로운 여행기의 시작인가요?
이어질 뒷 이야기가 기대 됩니다.
멜보 2012.02.27 12:17  
2000년도의 카오산은 지금의 카오산과 차이가 많더라고요...지금은 너무 상업적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맥도날드도 있고....그때는 카오산 그 거리에 태국 사람들 보다는 (상인 빼고) 외국사람들이 100% 였을 정도로 많았었는데 지금은 또 태국인들이 아주 많데요.....
안킬 2012.03.02 00:32  
무슨 말인지? 그럼 버스에서 빵하고 콜라준 태국 아가씨가 호주 어학연수 등교 첫날 또 만나게 되서 특별한 인연으로 결혼하게 되었다는 말인지?
태국에서 여대생들에게 길물어 보고 친절해서 태국여자들에게 호감을 느꼈고 호주갔는데 태국에서 어학연수 온 처음본 여자에게도 태국여자여서 호감의 연장선에서 결혼하게 되었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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