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걸 태국 생존기 시즌2: 차이나, 한인 타운 그리고 싱하
You better enjoy it while you can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세요.
언제나 그렇듯 無 계획 여행의 아침이 밝았다.
음 아침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려나?
아직-11am이니까 아침이라고 치지 뭐.
눈 뜨자마자 부지런하게 샤워를 하는 상아씨.
난 괜히 샤워 커튼을 활짝 열고 쳐다본다던가 하는 변태같은 장난질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상아는 침대에서 끝없이 뒹굴뒹굴하려고 하는 내게 나가자~ 나가자~ 했다.
역시, 첫 해외 배낭여행자들은 너무 열정적이다. 지치지 않는 저 체력.
(사실, 난 처음부터 게을렀다)
난 왜 아프지도 않은 걸까?
하루 놀고, 하루는 쉬어줘야 한다는 평소 내 지조는
아무래도 상아와 함께 있는 동안은 절대 지켜질 수 없을 것 같다.
오늘의 목적지는 차이나타운
항상 목적지 선택권은 나에게 있었다.
어디가고 싶은데 있어? 라고 물으면, 다들 추천해달라고 그냥 따라가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어머머머머.. 얘들이 날 어떻게 보고. 감히(?) 날 믿고 따라다닌다고 하다니.
곧 후회하게 될텐데.
“그럼 오늘은 차이나타운에 가볼까? 답사 때 방문했던 인천 차이나타운과 비교도 해볼 겸”
나는 항상 말은 그럴듯하게 잘한다. 실제 목적은 다른 곳에 있어도. . .
차이나타운이 왜 인천에 입지하게 되었으며,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져오고 있는지 등 꽤 거창한 이유로 방문했던 인천 차이나타운에서도
어! 저 항아리 만두 유명한 건데
하면서 10분이나 기다려 오로지 만두만 먹고 돌아왔던 내가 아니던가.
(교수님 설명 안 듣고 만두만 사먹었음에도,
교수님~ 이거 차이나타운에서 굉장히 유명한 건데 교수님 생각나서 하나 사와 봤어요.
하고 드린 덕분에 내 답사 성적은 만점. - 교수님은 가난한(?) 학생이
본인은 안 먹고 만두를 드린 것으로 아직까지 알고 계심.- 이게 사회생활이랄까. )
역시, 이번에도 차이나타운을 방문하는 목적은 먹을 거였다. 뭐 맛있는 거 있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가는 와중에도 -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지도에서 지리적인 위치도 좀 보고, 특이하거나 비슷한 점
잘 메모하도록 해. 나중에 답사 보고서 잘 써서 내야하잖아”
문제는 도착하고 나서 발생했다.
내가 가봤던 인천 차이나타운은 엄청 깔끔하고
안내도 잘 되어 있어서 돌아다니기가 무척 편했는데
이곳은 내린 순간부터 머리가 어지럽다. 복잡 그 자체.
지도 한 장 없이 출구 없는 미로 한 복판에 떨어진 기분이랄까? 정말 딱 그랬다.
일단 걸어보자며, 이 곳 저 곳 그저 헤매고 다니길 1시간 째.
난 정녕 바보였던 것인가.
왜 당연히 Chinese restaurant 라고 적혀있는 간판들이 죽~ 늘어서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대부분의 간판은 태국어와 오로지 중국어로만 쓰여 있었다.
어차피 내가 못 알아보는 꼬부랑 글씨로만.
어떤 골목은 쌩닭을 비롯한 이상한 것들만 파는 골목이었으며,
어쩌다 딤섬 가게를 발견해도 잘못된 ‘공부 열의’에 불탄 후배가.. 일단 더 봐야죠!
하고 지나치는 바람에 먹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아- 식당을 검색해 왔어야했다.
흑흑.. 나 다시 카오산으로 돌아갈래~ 내가 원했던 건 이런게 아니라구.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파라솔이 흔들릴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는데..
아무래도 저희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겠는데요? 란 후배의 말은 그때에서야 나왔고,
이왕 나온 거 한인 타운까지 가서 구경(아니, 먹고) 하고 들어가자는
또 나의 주장에 따라 넷은 한인 타운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택시를 잡으려했으나 죄다 노 미터란다. 아우 콱.
200밧이 누구 집 이름이냐고.
그렇게 10 대 가량을 그냥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
"빠이 수쿰빗 써이 12 카 미터 미터"
"Okay"
okay 소리가 이렇게 반가웠던 적도 없는 것 같다.
나는 우리를 기꺼이 미터에 태워 준 택시 드라이버가 너무 맘에 들어서 또 조잘조잘하기 시작했다.
뭐, 잘생긴 총각 드라이버라는 점이 또 한 몫 했겠지만.
게다가 그는 영어까지 꽤 하는 편이어서 말도 통했다.
우린 대충 이런 대화를 주고 받았다.
택시에 붙여져 있는 운전기사 사진하고 너랑 왜 다르게 생겼냐?
- 아빠 사진이다. 오늘은 도와주러 대신 나왔다.
- 오 착하다.
너는 영어 잘한다. - 조금 할 줄 안다.
잘생겼다 - 고맙다, 너도 예쁘다 어떤 한국 배우같다.
원래 칭찬이란 주고 받는 법
컵쿤 막막 카, 근데 한국 배우 아느냐 - 안다. 한국 노래도 즐겨 듣는다.
오. 그럼 내가 한국 노래 중에 웃긴 거 하나 들려주겠다. 너도 아마 웃을 거다
나는 오렌지 캬라멜 - 방콕 시티를 틀었다.
Bangkok city I can't stop
그녀 떨어져 나가게
Bangkok city I can't stop
......
Bangkok city I can't stop
Bangkok city I can't stop
Bangkok city I can't stop
역시 웃는다. 나는 They love Bangkok city so much 라며 한 번 더 웃겨주었다.
그렇게 수다를 10분.. 20분.. 1시간.. 2시간 가까이 오로지 택시에서 떨고 있었다.
그래, 나는 끔찍한 방콕 교통 체증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것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아쏙역 근처까지 2시간 10분이나 걸렸다.
아쏙 역이 보일 때쯤에는 나도 일행들도 배가 등가죽에 붙을 지경이었다.
차안에서는 노래 대신 합창처럼 꼬르륵 소리가 연주되고 있었다.
찬 히우 카오 막막. 아무래도 여기서부터 걸어가야겠어. 쩟 티니 카.
그는 정말 헤어지기 아쉬운 듯 이렇게 물었다.
나 여기 이렇게 버리고 갈 거야?
미안해, 하지만 나 배가 너무 고파 안녕!! 캅 롯 디디 나 카 운전 조심해~
그렇게 목이 쉴 정도로 떨었던 폭풍 수다를 마치고,
배가 고파서 다리에 힘마저 풀려버린 일행들은 마치 좀비처럼 터덜터덜 걸어서
겨우 한인 타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 차이나타운과는 다른 이 깔끔함!! 대부분이 식당인 이 완벽함!
그래 내가 생각했던 차이나타운은 이런 것이었다. 이렇게 식당이 많은-_-
일전에 어떤 님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락원이란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아무도 없던 식당 문을 열자 주인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는 한국에서는 이런 넉살이 없는데, 외국 나오니 생기나보다.
"어떤 블로그에서 보고 맛있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아고 잘 왔어요"
"근데 찾아오기까지 2시간도 넘게 걸렸어요.
그 말에 주인아주머니는 우리가 메뉴를 고를 동안 서비스로 떡볶이를 내어주셨다.
오오- 한국인의 정.
힘들게 찾아와서 주는 거라고.
배가 고파서였을까? 떡볶이 맛은 끝내줬다. 하지만, 추천해드릴 정도는...
우리는 된장찌개, 비빔밥, 김치찌개, 순두부를 시켜서 나눠먹기로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된장찌개가 제일 맛있었다.
비빔밥이랑 김치찌개는 거의 손을 안 댔던 것 같다. (굉장히 솔직한 )
아~ 어쨋든 한국의 맛.
그렇게 배 터지도록 먹고, 우리가 향한 곳은 마분콩.
소화시킬 겸, 쇼핑도 하게 되면 할 겸 겸사겸사.
돌아다니다가 마분콩과 연결되어있는 백화점 세일코너에서 맘에 드는 티셔츠를 발견했다.
눈이 번떡(?) 뜨일 정도로 가슴에 박힌 리본과 어깨셔링이 너무 큐티한-
딱, 내 스타일의 티셔츠. 옴마나. 옴마나. 지름신 접신...
안 그래도 주말에 논한테 아유타야 사원 가이드해달라고 해서 만나기로 했는데,
티셔츠 가격은 280Bhat. 50퍼센트 세일가였다.
질도 보들보들한 것이 너무 좋고, 디자인도 꽤 맘에 들었던지라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도 요건 잘 샀네 하셨을 정도니까)
역시, 쇼핑은 여자를 춤추게 하나보다. 그렇게 신난 기분으로 카오산 컴백.
우리는 여기서...하루를 마감...할 리가 없었다.
9시 쯤 방에서 기어 나와서 파쑤멘 요새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다.
거기 야경 죽여~란 내 추천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인적 뜸한 가는 길도 무서웠으며,
도착해서는 몇몇 불량해 보이는 현지 남자들이 우리 쪽을 곁눈질 하더니 슬슬 다가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야. 그냥 오늘은 돌아가자. 하고서
잽싸게 경보보다 빠른 속도로 왔던 길을 되돌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람부뜨리 로드로 돌아왔다.
아 이제야 안심이다. (결국 상아는 파쑤멘 공원에서의 야경감상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감)
우리 그냥 여기서 팟타이에 맥주나 마실까?
그래 그러자.
기웃기웃. 거리다가 우린 최대한 조용해 보이는 노점에 자리를 잡았다.
(오방콕에서 가장 가까운 마사지 가게 맞은편)
젊은(?) 현지 남자가 혼자 운영하고 있는 듯했다.
자리를 잡자마자 다가와서 아는 척 한다. 역시 -_- 팟타이.
맞은편 마사지가게 아주머니들이 날 놀리는 것 때문에 내 얼굴을 기억했다고 했다.
너 이름 아주 웃기다고 소문났어. 이런 식으로 말했다. 흐어엉...
내 이름은 팟타이가 아니라 Phasai야!!
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마사지 가게와 매우 가까웠기 때문에 우리가 떠드는 소리가 다 들렸나보다.
나를 마사지하셨던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팟타이. 마사지 마사지 라고
에혀.. 그래 완전히 팟타이로 굳어지는 구나.
okay okay 팟타이 술 마시고 갈께
날 몰랐던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내 이름 이야기를 해주는 듯 한 아주머니들.
그리고 그 와중에 배고픈 상아.
빨리 주문하자, 주문해줘
그랬다. 그녀는 영어를 못했기 때문에, 영어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항상 내가 해야 했다.
여기 팟타이도 팔아?
그가 웃었다. 그래-_- 팟타이가 팟타이 주문한다. 됫냐.
응 우리 엄마가 저기서 팔고 있어, 뭐 먹을 건데?
새우 들어간 팟타이.
okay 하더니
매~~~~ 불라불라..빨리빨리
술은 싱하로 줘
그렇게 주문을 마치고, 싱하를 홀짝거리면서 상아랑 나는 지나가는 사람 구경을 했다.
저 사람 패션 멋진데, 어디 나라 사람일까?
오- 저 남자 괜찮다
한국사람 디게 많네.
등등....
그러는 동안 도착한 팟타이. 음-_- 짜다.
너무 소금 간을 많이 하셨나? 짜서 정말 한 가닥씩 밖에 먹을 수 없었다.
그때 말을 걸어오는 그.
팟타이 어때?
음....um...It's good
예의상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그 반응이 너무 웃기다.
Really??? 난 우리 엄마 팟타이 맛이 없는데.-_- 우리 엄마지만, 잘 못 만들어
헐..뭐지 이 반응은.
혀까지 살짝 내밀고 웩~하는 척하는 아들내미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어머니는
아마 이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알아듣지는 못함)
저게 삐리리!!!
어쨌든 카오산에서 술장사를 꽤 오래한 듯한 그는 붙임성이 좋았다.
그렇게 말을 섞게 된 그의 이름은 에디
맥주 한 병 마시고 불라불라 떠들다가 내친김에 그 자리에서 페이스 북 친구까지 맺어버렸다.
우리는 친구 ~ 우리는 하나 예예예
이렇듯 바쁘게, 그리고 나름 알차게(?) 하루를 보냈지만,
아, 살짝 맛보기.. 티셔츠 공개
(논이 아유타야 가이드 해줄 때 Taken by pii Non)
To be comtinue
와.. 다들 출장가고 사무실에 혼자.
이건, 열심히 여행기나 쓰라는 축복(?)인 것 같아요.
어제는 나중 여행기에서 나올 람빵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논이랑 전화 통화를 했다네요.
논이 내가 다음 달에 태국에 올거라고 했다면서 꼭 람빵도 잊지말고 찾아달라고....
자기는 매일 과일을 먹고 있다며. (과일 농장집 아들내미랍니다)
놀러오면 과일 맘 껏 먹게해주겠다고 흠. 암튼 과일먹자고 가기엔 꽤 먼 람빵입니다.
어쨋든 벌써부터 설레네요 친구들 만날 생각도 그렇고, 처음 즐기게 될 쏭크란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