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에는 노하우가 없다.
언제나 그렇듯 헤어짐에는 노하우가 없다.
아무리 겪어도 단련되지 않는다.
그래서 늘 아프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짐에 있어서 나는 유난히도 엄살이 심해 많이 아파하고
인연의 끈이 닿았다가 끊어질 수도 있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이다.
특별한 나의 친구를 통해 태국을 알게 되고 태국을 처음 만나고 방콕에서 7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도시에 머물다 떠나오는 것도 나 홀로 떠나오는 것이 아니라
헤어짐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짧지 않은 생을 살아온 내가 처음으로 들었다.
사람들은 많은 이유로 여행을 떠난다.
대체로 내가 여행을 떠났던 이유는 한가지였다.
이 곳을 떠나면 내가 짊어지고 있는 짐을 벗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혹은 나를 괴롭히는 그 무언가를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나 나는 언제나 그렇듯 여행에서 벗어버리지도, 잊어버리지도 못한 채 돌아오곤 했다.
사실 이번 태국여행도 그러한 연유로 봤을 때 달라진 것은 없다.
여행자체가 나를 갑자기 달라지게 한다거나 내 현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수많은 상념들로, 고민들로 짓눌려 온 내 청춘을 여행을 떠나 온전히 느끼고 싶었던 바람들때문에
방콕이 더 좋았던거지라고 단정짓고 싶지 않다.
"방콕이란 도시가 어색하게 다가온 나를 두팔 벌려 보듬어 준 따뜻한 기억을 잊지 않아야지."
몇 번을 다짐했는지 모른다. 이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우리 젊은 날 기억의 편린들이 방콕으로 인해 얼마나 찬란하게 빛났는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이 행복을 누가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몰라도 된다, 이미 내가 미치도록 행복함으로.
7박 9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며 베이욕타워에서 바라본 낯선듯하지만 익숙한 방콕의 밤하늘은
적당하게 습한 바람으로 내 마음을 기분좋게 간질였다.
방콕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방콕에서의 행복했던 기억들로 또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친구의 눈이 젖어들고 있었고, 방콕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나에게도 심각하게 태국에 전염이 되었음을 알리는 雨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달이 넘는 시간을 함께 태국여행준비를 하며
소풍가는 어린아이보다도 설레이고 즐거워하고 행복했었던 우리 젊은 날의 기억들.
추억에서 감정이 사라지면 기억이 된다고 한다.
태국에서 사진을 찍는 이유가 이곳에 왔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곳에서 머물며 내가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고자 남기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친구의
말이 귓가에서 맴도는 귀국 첫날의 밤이 이렇게 지나간다.
방콕,
너를 만나 참으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