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걸의 태국 생존기 미션 6: 내 사랑 7번 보트
내 사랑 7번 보트
아침은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때우고,
그래도 난 꿋꿋하게. 스노클링을 다시 신청했다.
설마, 또! 보겠어? 싶었다. 그리고 배 주변에만 머물면 되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조막만한 간은.. 그 조차 할 수 없었나보다.
배 주변에서만 머물면서도,
수시로 360도 회전하며 상어가 접근해오는지 살피거나 고개를 깊숙이 숙이다보니
짠물이 스노클로 계속 들어와서 사례 걸리고,
대롱으로 숨이 안 쉬어지니까 코로 숨 쉬려다 숨이 막혀서 바닥 근처까지 몇 번 가라앉기도 했다.
산호초 그림자가 상어인지 착각하고 물속에서 비명 지르다가 또 짠 물 흡입..
물 배차서 위가 출렁거릴 때쯤. 그런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7번 보트 남자가 오리발까지 챙겨 신고
물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손을 잡고 이 곳 저 곳 저건 뭐다 저건 뭐다 가리키면서
내 손을 살짝 잡은 그의 손은 정말 사시나무 떨 듯 덜덜덜 떨리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로맨틱 했달까! 손잡았다고 덜덜 떠는 모습이... 너무 순수하게 보였다.
여태껏, 손 잡았다고 떠는 남자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더 그랬다.
그리고 옆에 수영 잘하는 사람이 있으니 정말 하나도 안 무서웠다.
그는 스노클에 물이 찼을 때 불어서 빼는 방법도 알려주고,
물속으로 끌고 내려가서 조개를 만져보게도 해줬다.
영어도 못하고 수영도 못한다더니.. 거짓말이었나 보다.
잘하지는 않아도 단어만으로도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였고,
오픈워터 자격증도 있고 수영도 잘한다고 했다. 하하하..
그는 그렇게... 내가 섬을 떠나기 전 날까지 나와 함께 손을 잡고 매 포인트마다 수영해줬다.
오전 스노클링이 끝나고 나는 당연히 7번 보트만 믿고 오후 스노클링도 신청했다.
그.런.데 외국인은 다른 번호의 보트를 타라는 것이 아닌가!
‘No, No I want that boat!'
현지인 배와 외국인 배로 나뉘었었는데 7번 보트는 현지인 배였다.
현지인들만 타있건 말건, 나는 7번 보트를 고집했고 단체 관광 온 태국인들과 한 배를 타게 되었다.
S군과 K군 그리고 바로 옆 텐트에 묵고 있던 한국에서 온 정말 훈남인 선생님도 함께 보트를 타자고 권했으나 - 그래도 나는 함께 수영해주는 7번 보트.
같이 수영해주는 그 사람 외에 조종하는 사람에게도 단단히 교육(?)을 시켜놨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에 소리 지르면, 잽싸게.. 구하러 와주어라.
혹은 절대 말하지 않고 배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말아라 등등.
나는 7번 보트 남자가 앉아있는 배 앞머리. 암튼 의자가 없는 맨 앞에 함께 앉았다.
파도가 칠 때마다 통통. 마치 시소 타듯 내 엉덩이가 들썩, 아니 하늘로 점프하게 되면서 엄마얏!
몇 번 했는데.. 그게 웃겼나보다. 다들 꺄르르르르르....
보트에서 바다로 들어갈 때도, 비틀비틀하다가 혼자 넘어지고, 몸 개그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한국 여자애가 혼자 현지인 보트 타겠다고 고집 부려서 타놓고, 그렇게 Show를 하고 있으니 안 웃는 게 더 이상할지도.
스노클링을 끝내고 섬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배에 타고 있던 현지인들 중에 한 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Can you take a picture for us?'
'Oh, Sure!'
찰칵. 찰칵.
나중에는 나도 껴서 다 같이 찍자고 해서 나도 몇 컷 찍었다.
찍고 나서 처음 말을 걸어왔던 귀여운(?) 남자애,
(그래 정말 첫 인상은 나보다 어린 줄 알았다.)랑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Are you Japanese?"
“No, I'm Korean! Am I looks Japanese? I only know 곤니치와”
살짝 샐쭉하게 말했던 것이 웃겼나보다.
자기네들은 일본계 회사에 근무하는 데, 몇 공장에서 연합해서 놀러온 것이라고 했다.
자기가 일본말을 잘해서 일본말 좀 해보려고 말을 걸어본 건데 한국인이라고 해서 조금 당황했단다.
그리고 그 남자애(?)의 이름은 ‘논’이라고 했다. 나이는 무려 26살. 나보다 5살이나 연장자(?)였다.
말도 잘 걸어주고 뭣보다 잘 웃고 웃긴 말도 잘해서 논이랑은 금방 친해졌다.
뭐, 내 몸 개그도 한 몫 했달까. 계속 엉덩이가 방방 뛰는 것이 웃겼다고 했다.
배에서 내리며, 그는 밤에 함께 놀자고 했다. 해변으로 오라고.
아... 여행지에서 이렇게 친해지는 것이 내 로망 아니었던가!!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