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병 중증 말기에 코따오병 전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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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병 중증 말기에 코따오병 전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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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하루 메이트 캐빈과 내 사이를 시샘이라도 하는걸까.. 승선시부터 조금씩 어두워 가던 하늘이 첫 스노클 포인트에 도착하자 드디어 빗방울을 조금씩 떨구기 시작했다.
 쬐금 슬펐지만 - 해가 쩅쩅나면 바닷속의 풍경이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 어짜피 물속에 들어가서 젖으나 비에 젖으나 매한가진걸. -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풍덩 풍덩 점프를 하는 가운데 혼자 구석에서 - 창피하니까..ㅜ.ㅜ;; 구명복을 챙겨입는 내 모습, 일행중에 3살짜리 독일 여자아기가 있었는데 이애도 튜브팔 하나씩 팔뚝에 차고 종종거리며 수영을 곧잘 해댔다. 너무 귀여웠지만 덕분에 난 더 * 팔려 해야만 했다....

첫 스노클 포인트.. 어제 짠솜 방갈로 앞 해변에선 무서워서 1시간도 못하고 나왔었는데 오늘은 일행이 많으니 절로 힘이 난다. 처음엔 주저주저 배주변만 탐색하다 결국 팀일행중 제일 먼바다고 go~~!
방수시계가 없는 탓에 연신 머리를 내밀어 배위를 탐색해야 했다.. 흐흐흑. 일행이 모두 다 타고 여자꼬마애가 날 향해 손짓하는걸 보니 가야만 하는군.. 헐레벌떡 배위에 올랐다. 내가 맨 꽁지.. 캐빈이 나보고 왜 구명복을 입냐고 묻는다..흑흑.. 어릴적 물에 빠져 물이 무섭다고 했더니 놀라며 물이 무서운데 어떻게 스노클링을 하냐고... 하하하. 그게 내 딜레마지 -
캐빈은 다 좋은데 정말 엄청난 수다쟁이였다. 배위에서 독일 꼬마랑 놀고 싶은데 캐빈이 계속 수다를 떨어대는 통에 독일 꼬마와는 눈장난만 칠 수밖에...

두번째, 세변째 스노클 포인트로 갈수록 빗방울은 더 굵어졌는데 재미난 사실을 발견-?- 했다. 스노클 하느라 머리를 바닷속에 드리밀고 있으면 어디선가 후두둑 소리가 난다. 그게 뭐 소린가, 빗소린가... 유심히 살펴본 결과..
바닷속에 무리지어 다니는 아주 작은 물고기- 새끼 손가락보다 더 작다- 이 물고기떼가 퍼드덕 거리며 방향 전환하는 소리였던 것.. 하하하.

세번째 스노클 포인트였던 아오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해변의 물도 가장 맑았고 특히 산호의 색깔도 가장 화려했으며 크리스 마스 트리- 돌위에 붙어 사는데 빨강,파랑,노랑, 주황색의 화려한 솜털같이 생긴 것- 가 아주 많아서 너무너무 예쁜 곳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롱테일보트를 빌려 하루종일 아오룩에서 스노클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네번째 포인트에선 선장이 상어를 보여주겠다며 직접 우리를 이끌고 어디론가를 향해 갔는데 - 우와.. 이 태국 총각. 정말 대단했다.
오리발은 신은 외국애(구명복은 입은 나는 당연지사고 )들보다 트렁크스 하나 달랑 걸친 이 태국총각은 정말 두발달린 인어의 자세로 바닷속을 유영하는데.. 기가 파바박..
어디론가 앞장서서 향하고 스노클 팀은 자연히 수영실력대로 일렬종대..
난 당연히 꽁지.. 생각해 봐라. 동양 여자가 달랑 혼자. 것도 구명복 (화려한 주황색)입고 맨꽁지로 부지런히 ( 나름대로는 정말 열심히 팔과 다리를 혹사시켰음)  결국 남들은 다 봤다는 상어를 나는 꼬랑지도 보지 못했다.
바로 내 앞에서 수영했던 배불뚝 영국 아저씨 -  이쁜 아줌마와 꼬마 아들 대동- 나보고 왜그렇게 늦게 따라오냐며 안그래도 답답한 내 속을 뒤집었다.
흑흑.. 자기도 꽁지였으면서..
하하. 어쨌거나 상어를 놓친 나는 반드시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가지말라는곳 - 물살이 세다며 가지 말라고 했음- 언저리까지 헤매어 봤지만 결국 상어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 상어를 봤던 팀들이 그 자리에서 바닷뱀도 같이 목격을 했다는데 난 바닷뱀도 못봤다.. 으으으. 무서워. 비암...
바닷속에는 갖갖이 열대어들이 많았고 산호보다는 돌에 붙어 사는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너무 예뻤던 투어였다. 
궁금했던건 왠 해삼이 그다지도 많은지. 그것도 색깔도 골고루다. 대부분은 흑색이 도는 갈색으로 꼭 썩은 나무토막같은 자세로 바다속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가끔은 진청보라색이 도는 해삼도 있었는데 걔네만 왜 그런 예쁜 색인지 정말 궁금했다..

상어를 놓쳐 씩씩대며 바닷속을 후비고 다니던 나를 결국 선장아저씨가 체포하러 왔다.. 밥먹으런다.. 밥이 문젠가..  나 혼자 못봤는데...
버팅기다 결국 끌려와 햄샌드위치를 물말아 먹고 있는데 주변이 조용하다 했더니 왕수다 캐빈이 뱃머리쪽의 독일 처녀 3과 수다 삼매경에 빠진것..
기회는 이떄다 .. 3살짜리 독일 꼬마의 눈을 현혹하기 위해 내 피같은 점심 샌드위치를 배주변에 뿌려가며 생선모으기 작전.. 흐흐흐.
역시 꼬마는 단순해.. 고기떼를 넋을 잃고 쳐다보다 나에게로 다가와 샌드위치를 달란다. 조금 떼어 주니 고기먹이에 재미를 붙여 결국 내 샌드위치 1/3이 꼬마의 놀이감으로 사라지고...

꼬마와의 본격적인 놀이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엄마 품에서 안떨어지더니.. 나중엔 엄마를 버리고 나와 함꼐 선스크린도 바르고 이상한 얼굴만드기 게임. 쌀보리 게임- 이거 국적을 막론하고 모든 꼬마들의 꿈의 게임인듯.. 이거 싫어하는 애기 못봤다. - 거미가 팔을 타고.... 노래... 흐흐흐. 꼬마는 결국 내 마수에 빠져 허우젹 대다 피곤한지 난간에 누워 잠을 자고.

다시 다가온 캐빈과의 대화. 캐빈은 싸무이와 피피를 거쳐 여길 왔는데 코따오가 바닷속이 가장 아름답다며 나보고 언제 왔냐고 묻는다. 어제 10시 도착했다고 했더니 자기가 멋진 정보를 주겠다며 - 정말 요긴한 정보였음.
짠솜방갈로 앞에서 스노클하다 무서워 죽는줄 알았다는 내 대답에 짠솜 베이는 거기가 아니라 참츄리 앞의 바다라고 알려주고 짠솜 방갈로 보다 자기가 묵고 있는 로얄방갈로가 24시간 전기가 되니 오라고 했다.
 자기가 따넛 해변까지 걸어갔다가 죽는 줄 알았다는 둥 싸이리 해변까지 30분 정도 걸리는데 바다가 별로라는 둥 . - 가끔 추임새만 넣고 대부분 캐빈 혼자 떠들어 댔다.  나는 낭유안 섬이 요즘 너무 망가져서 친구들이 다 가지 말라고 했다고 - 병과 캔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어 너무 지저분하다- 고 캐빈과 낭유안 포인트에서 내릴것인가 말것인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캐빈의 끝도 없는 수다에 하늘이 노하셨는지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기가 이번 스노클 투어의 하일라이트인 낭유안 섬이었고 배가 정착할 수 없기 때문에 짐을 모조리 가지고 하산하던지 2시간을 배위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비구름 크기가 제법 커 보여 배위에서 기다리긴 추울것 같아 스노클 투어 전체가 그냥 하산하기로 결정 100밧 씩 내고 섬중앙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선 순간 비가 그야말로 쏟아 붓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왠 생난리란 말인가.. 거금 500밧이나 주고 신청한 투어에 100밧이나 내고 섬에 내리자 마자 갈곳이 까페 밖에 없다니..
그런데 이때 내리던 비가 왠만한 수준의 비가 아닌 그야말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열대성 스콜이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난 다시 캐빈과의 1대1 영어수업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실로 600밧 짜리 native speaker와의 고된 free conversation수업의 하루였다.ㅜ.ㅜ;;( 농담임.. 캐빈없었으면 하루 종일 정말 심심할 뻔 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사실이 비가 내리는 30여분 간 대화의 주제가 북한이었는데 - 캐빈이 먼저 시작했다. 남한은 왜 북한을 돕지 않느냐고...
캐빈은 - 인탤리로 보이긴 했지만 특별히 정치학자같지는 않았는데 - 북한의 지도자 이름, 김일성, 김정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들의 전체적인 정치스타일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으며 현재의 식량난과 전력난 또한 자세히 알고 있었다.. 아니 김정일의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니..
놀라서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BBC다큐멘터리 필름을 보았다나???
내가 개인적으로 만난 영국인은 3명 정도 되는데 모두 BBC방송을 통해 알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줄줄 꽤고 있었다.
BBC는 북한 프로그램을 얼마나 자주 내보내는 걸까???
하여간 캐빈이 왜 남한은 북한을 돕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돕고는 있는데 현실상 계속 퍼주기만 하기엔 남한의 여론이 안좋다.. 뭐 이런 변명을 하며 남북한이 어쩔수 없는 한핏줄임을 - 그냥 모랫속에 머리를 들여박고 안쳐다 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캐빈은 공산주의에 관심이 많은건지 작년에 쿠바에 갔다 왔는데 북한도 곧 개방이 되지 않겠냐고 말을 이어갔고...
난 잽싸게 쿠바로 화제를 돌렸다.
'아니, 너같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쿠바에 가면 어쩌냐고 - 역사적으로 쿠바와 미국은 사이가 안좋다 .
캐빈이 말하길 지금은 안그렇다고 하며 Money talks-여행하기 너무 좋은 상태이고 굉장히 멋진 나라라고 하바나에 꼭 가보라고 권했다.
글쎼..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대부분을 해결한다지만.. 내가 쿠바인이고 돈을 벌기 위해 미국인에게 춤과 노래를 판다면 ..?- 에라이 너무 거창한 문제다. 머릿속을 비우고 날씨 얘기로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갑자기 캐빈이 일본말과 한국말이 비슷하냐는 난데없는 질문으로 혈압을 상승시키고.. 혼자 열변을 토함- 배위에서 내가 당한 심정을 캐빈도 느꼈으리..
 하나님이 보우사.. 내가 Korean language is unique 로 결론을 맺을 무렵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활짝 개이고.. 어디선가 숨어있던 스노클 20인방이 갑자기 뛰쳐나와 야호를 외치고 누군가가 where is Japanese garden?을 물어 우리 모두 스노클장비를 걸치고 물속을 침입했다.

물속은 아오욱을 제외하고 가장 아름다왔다.
다른 스노클 포인트와 달리 바닷속이 온통 산호가루로 덮힌 하얀 모래라 물고기와 모든 풍경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고..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정말이지 X-File에 찬조출현해도 좋을 것 같이 기괴한 형태의 성게였다.
검정색 긴 바늘에 검정색의 몸뚱이가 작은것도 내 주먹 2배 만한데다 위에서 둥둥 떠 가만히 살펴보면 정중앙에 형광파랑색의 눈알 비슷한것이 박혀있어 기묘함과 동시에 묘한 공포심마저 불러 일으켰다.
1회용 수중카메라가 가장 그리웠던 순간이었다.
낭유안은 유난히 다이빙을 배우는 팀이 많았던 해변이기도 했다.
검정색 다이빙 슈트를 입은 다이버 10명 정도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바닷속에 앉아 이런 저런 동작을 배우는모습들이 둥둥 떠다니는 내겐  무성영화 시절의 슬랩스틱 코미디 처럼 보여 재미있었다면 ..- 다이버들에게 맞겠지??ㅡ.ㅡ;;
꼬박 1시간 반을 채우고 -이때도 캐빈에게 억지로 끌려 나왔음. 나 한시간 반밖에 못놀았단 말야.. 발버둥 쳐봤자지.. 배가 떠난다는데..- 나온 해변은 리조트에 머무는 꼬마애2명이 모래성을 쌓아놓아 정말 멋졌고...
왼쪽의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고 책에는 나와있다지만.. 시간이 없는 내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
다시 배에 오르며 캐빈에게 물었다.
캐빈, 누가 너보고 영원히 여기 살라면 그럴 수 있니???
잠시 고민하더니 1년 정도는 살수 있지만 나머진 무리란다.나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한다..
'하하. 난 1달.. 그이상은 무리야..'
아무리 고요와 평화와 바다의 아름다움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지만.. 그러기엔 난 도시의 법석과 무관심에 이미 철저히 길들여진 개체였다..

돌아오는 길엔 다들 추워 벌벌 떨었지만 - 속력을 내서 매핫으로 배를 달리니 제법 바람도 차고 춥다. - 다들 친해져서 여기거 어떻고 저기가 어떻고..
매핫에서 서로 인사하고 악수하고... 나도 캐빈과 찢어지려니 조금 아쉽긴 했지만... 하하.. 서로 good luck을 외치며 빠이 빠이....
모두들 장비를 되돌려 주느라 줄을 서있었지만.. 난 1일 더 빌렸으니 바닷물을 잔뜩 먹어 무거워진 구명복과 스노클 기어를 메고 터벅 터벅 짠솜방갈로로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5시를 조금 넘은 시간..
숙소로 돌아와 수영복을 빨아 널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매핫으로 ..

송섬 선착장 옆의 tuk thai food레스토랑에서 그린커리를 시켜 먹고 얼음 한주머니와 타이전통 과자를 사들고 다시 숙소로...
나중에 타이 여행가이드에게 물어 알게된 사실인데 태국에서 카레는 2종류가 있는데 
그린커리 - 달콤한 맛이 강하고 덜매워 태국 현지인이 제일 좋아한다고 함.
              닭고기와 어울린다며 꼭 먹어보라고 신신당부함.
엘로우 커리- 매운 맛이 강하고 해산물 종류와 어울린다고 함.

바닷가 큰 바위에 앉아 해지는 모습을 보고 방갈로로 걸어들어온다.
방의 불을 켜고 베란다에 나와 앉으니 바로 앞 바닷가에는 밤낚시를 즐기는 배들이 - 꼭 강원도의 오징어잡이배 처럼 생겼다. - 2척 둥둥...바닷소리 그윽하고.. 바람도 간간히 책장을 뒤집고..

정말 .. 내가 여기 오기 정말 잘했다.. 너무 평화롭고 행복한 마음에 혼자 배싯배싯 .. 파도소리에 적막함도 덜하고... 바로 뒤에 리셉션이 있어 무서움도 덜하고.. 무엇보다 바다가 주는 그 끝없는 평온함..
이게 코따오 전염병 최대의 바이러스가 아닐까. 싶다.
지금도 그 파도소리와 평화로운 공기가 그립다.

책 좀 읽다 앉아서 빨래 뒤집다.. 다시 책 읽다  과자 좀 먹다.. 다시 빨래 뒤집고.이런 행복한 평화가 다음날 산산히 꺠지게 될줄은 정말 몰랐다..
어쨌든 행복한 평화를 즐긴 후 다시 모기와의 투쟁에 돌입..
두번쨰 밤은 피곤해서 그런지 첫날보다는 잠을 잘 잤다.
4 Comments
필리핀 2004.08.18 01:10  
  오호~ 정치적 화제로 토론을 할 정도라면 영어 실력이 대단하신가봐요~[[원츄]]
entendu 2004.08.18 09:19  
  전혀 아닙니다. 대부분 캐빈이 떠들고 난 추임새만 했다니까요. 그리고 정치적 화제라고 해도 남북한 문제에 나오는 용어는 대부분 한국인은 알고 있는것..실은 전공이라..ㅜ.ㅜ;;
곰돌이 2004.08.18 12:18  
  따오에서 있었던 일이 눈에 보이는 듯 아주 재밌네요^^
그럼 앙떵뒤님 전공이 요즘 띄고 있는 북한학?
entendu 2004.08.18 12:58  
  하하. 북한학 한학기 듣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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